달 속에 청어가 산다 -  이 혜 미 

 

달빛에 프리즘을 대면 푸른 비늘 자라나와 명치끝에서 일렁이네요 달에서 흘러나온 비린내가 도로 가득 퍼덕거리고 창 너머 저만치 아직 생존하는 그림자의 반짝이는 비늘, 그 비린 내음 한 동이 엎질러놓고 청어를 굽는 달밤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액셀을 밟았다더군요 과속으로 달려온 시간이 초침 끝에서 환하게 부서져요 생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초침에 붙은 시간의 살점, 껍질만 남은 그림자는 그 날카로운 끝에서 자라나죠

 

 왜 모르겠어요 내가 바로 그림자인걸요 도로 위에 쓰러져 온몸을 퍼덕이던 한 마리 청어인걸요 가시와 가시 사이 가장 맛있는 살을 남김없이 발라내는 법을 알고 있어요. 푸른 비늘을 감추려 눈두덩에 짙은 화장을 하고 춤추는 법도

 

 글쎄, 왜 모르겠어요

 방금 훑어내린

 

 한 점의 살도 남아 있지 않았다니까요

 

 소매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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