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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뒷조사 ㅣ 복음서 뒷조사
김민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7월
평점 :
“만화책” 읽기는 90년대 대표적인 놀이 문화 중 하나였다. 생소한 외국 이야기(먼OO 이웃OO), 어려운 고전(삼국△), 스포츠 규칙(슬램□□) 등도 만화를 통해서라면 정복 가능했다. 당시 만화에 대한 높은 수요는 동네 곳곳에 “만화방” 혹은 “도서대여점” 같은 것을 창출해 내기도 하였다. 인터넷이 발달한 2000년대부터는 종이로 된 만화책의 인기를 웹툰이 대신하기도 했지만, 만화라는 도구의 큰 장점들은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기독교계에서도 만화를 도구로 한 접근이 많이 이루어져온 걸로 안다. 모세, 다윗, 예수님, 제자 등 수많은 성경인물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림을 통한 생생한 연출은 2000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훌쩍 뛰어넘어 바로 내 가까이에 주인공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만화책이 주는 특유의 ‘흡인력’이 기독교 만화에서도 발휘되어 성경책이라는 텍스트 위주로 이해해 오던 주인공들의 스토리 하나하나가 좀 더 가까이 와닿기 시작한다. 역시 만화는 만화다.
그런데 그런 기독 만화류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탄탄한 신학의 부재다. 내가 모든 혹은 많은 기독교 만화 장르를 접해 본 것은 아니지만, 여태 만나본 기독 만화류는 초등학생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좀 더 상상력을 보태어 그림과 내용이 구성되었다. 어린 나이에 만화를 통해 성경 인물을 가깝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할 수 있지만, 올바른 신학적 토대 위에 견고한 내용이 더해져 만화가 주는 쉬운 접근성의 장점도 살리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데도 일조를 해주는 그런 만화가 이제 나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목마름을 해갈해주는 책 한 권이 나왔다. “마가복음 뒷조사(김민석, 새물결플러스)”가 바로 그 책이다. 주인공 ‘하몰’과 ‘사판검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가복음의 배경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단순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첫째, 웹툰(만화)의 재발견이다. 총 28화 분량의 웹툰으로 에끌툰에 연재되었던 책의 내용은 어린 시절 만화가 주었던 장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같은 내용이지만 만화 형태로 되어 있다면 훨씬 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 컷을 보며 그림이 텍스트보다 더 전달력 있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글로는 구구절절 장황하게 써야 할지도 모르는 내용이 한 컷 혹은 두 컷에 간단하게 기록 가능하다면, 어렵게 느껴지는 신학적 내용을 전달하는 데 만화를 활용하는 것은 참 지혜로운 방법 중 하나다.
둘째, 수준 높은 내용 구성력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재미를 고조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만화를 활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탄탄한 구성력을 잘 전달하기 위해 웹툰을 활용하는 식이다. 만화에도 각주가 달릴 수 있다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이 책은 일일이 찾아 읽기 힘든 만만찮은 분량의 양서를 저자 스스로 꼼꼼하게 곱씹어 핵심 내용을 적절하게 제시해 주었다. 제임스 던 등의 ‘역사적 예수 논쟁’, 리처드 보컴의 ‘예수와 그 목격자들’, 톰 라이트의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리처드 미들턴의 ‘새 하늘과 새 땅’, 케네스 베일리의 ‘선한 목자’, 리처드 헤이스의 ‘신약의 윤리적 비전’ 등이 활용된 책이다. 저자의 수고에 다시금 감사를 표한다.
셋째, 올바른 신학의 제시다. 복음서가 쓰이는 과정에서 당대의 구전문화 이해, 마가의 문체, 당시 유대인들에게 비춰진 예수의 이미지, 치유와 축귀의 의미 등 복음서 및 마가복음에 대한 궁금할 만한 내용들을 속 시원히 밝혀준다. 더불어 마가복음 배경 조사 과정을 통해 결국에는 성경을 이해하는 올바른 신학에 다다르게 한다. 여태까지 알고 있던 식의 복음서(마가복음) 이해로는 다다를 수 없는 사고, 하지만 꼭 필요한 신학적 사고를 제시하고 도전한다. 예를 들면, ‘기독교의 소망은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부활한 육체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 기독교의 궁극적 소망이다’, ‘현대 기독교는 날 천국 가게 해주고 지금 내 기도를 들어주는 신적 존재로서의 예수를 원한다’, ‘예수를 따르는 백성인 교회 공동체 자체가 세상의 대안이 돼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미리 보여줘야 할 존재다’, ‘예수의 십자가 상의 죽음이야말로 세상 권세들과 악이 궁극적으로 패배하고 무력화된 순간이다’ 등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신학적 이해와 사고를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제시해준다.
내가 읽은 “마가복음 뒷조사”는 만화의 재미에만 치우치지 않고, 신학적 체계의 근엄함에만 머물지도 않은 채 한국 교회에 필요한 중요 내용을 전달해준 책이었다. 이 책이 부디 평신도들에게 어렵지 않게 읽히기 시작해 바른 신학의 신자들이 더 늘어나길, 자라나는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손쉽게 읽히기 시작해 한국 교회의 미래가 좀 더 밝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