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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2010년에 출간된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개정판이라는 정보 말고는 책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이 순수하게 글귀만을 만났다. 읽어나가며 사람살이, 여행, 마음공부 등에 관심이 있는 저자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삶을 소중하고 예쁘게 다루는 그녀의 태도가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삶을 살 때 우리는 누구나 힘겨움을 경험한다. 그 때 그 위기의 극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보지만, 실제로는 무언가 아주 특별한 게 필요한 게 아니다. 곁에 있는 사람의 관심어린 한마디, 마주한 상황에 대한 약간 다른 시각, 뭐 이런 사사로운 것들이 삶을 다르게 만든다. 이 책에 내용들이 그런 것들이다. 저자의 삶에서 기른 지혜처럼 보이지만 내 삶에서도 경험하고, 느낀 적 있는 것들이라 낯설지 않다. 공감하며 위로받는다.
다음 구절들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수고한 자신을 위한 선물로 말이다.
* 우리에겐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 자체는 탓할 일도, 억지로 가라앉힐 일도 아니고 그저 자연스러운 욕망일 뿐이다. 다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아, 내 마음이 이렇구나’하고 알아채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알아채는 순간, 욕망의 온도는 견딜 만하게 내려간다(39p).
* 나에게서 받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크고 깊은 사랑이라는 걸 살면서 새록새록 느낀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아야 ‘쓸모’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어야 ‘잘 쓰이는’ 삶을 살 수 있다. 그 확신은 자신을 믿고, 재능이 꽃필 시간을 기꺼이 기다려 주는 일부터 시작된다(46p).
* 인간은 그 누구에게도 행복을 양보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94p).
* 사회에선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 사양이었다. 어린 아이에겐 다소 벅찬 미덕이었던 최선이 어른의 세계에선 당연한 전제였다(100p).
* 사랑하는 힘이 다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써 사랑을 완성할 수 있기를, 나는 또 바란다(139p).
* 어떤 느낌에 사로잡힌 나를 본질적인 나라고 착각하지 말 것,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143p).
* 어떤 일에 지독하게 빠져 있는 자신이 밉고 죄책감이 든다면 중독이다. 그 일을 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며 내면의 자부심이 커진다면 몰입니다. 왜냐하면 중독은 결국 자신의 실체를 잊기 위한 몸부림이며, 올바로 사랑을 쏟아야 할 대상에게서 거부당하고 상처받은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166p).
*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심장에서 울리는 소리를 따라 길을 떠난다. 그러나 진정 성숙한 여행자는 돌아와서 자기 발밑의 장미 한 송이를 더욱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보다 멋진 사람은 굳이 떠나지 않고도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여행자이다(201p).
*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이었다.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일용직 신세였다. 비정규직이었다. 내일 몫까지 미리 쌓아 두기 힘든 것, 그게 행복이었다(2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