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
박금선 지음 / 갤리온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시장이나 상점 등에서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많이 들렸다. 그 중 기억나는 멜로디가 하나 있다. “라라랄라 라라라라 랄라라~~~~~ 달려가는 여성시대~~~” 바로 여성시대 시그널이다. 익숙한 음이 흘러나오면 사람들은 반자동적으로 흥얼거렸고, 얼굴엔 미소가 띄었다. ‘여성시대’는 이 강렬한 상징적 멜로디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다사다난한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오랜 기간 동안 청취자들에게 사랑받아왔다. 그 여러 이야기를 듣기 좋게, 물 흐르듯 매끄럽게, 다듬고 배치하고 기름칠 한 사람들은 바로 작가들이다.

 

박금선 작가는 22년째 여성시대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여성시대의 터줏대감이다. 그 간 200만 통에 가까운 청취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쌓아온 “간접 경험”과 엄마로, 아내로, 직업인으로 “직접 경험”해 온 역할들이 그의 신간 <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만들었다. 나는 이 책을 녹록치 않은 인생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 고마운 책이라 소개하고 싶다.

 

공부하는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까지 양육해야 하는 워킹맘의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편지로 만난 200만 명의 사연들도 평범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런 힘겨운 삶이 평범한 삶일지도 모르겠다.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것이니.

 

제목과 같이 “인생을 살며 포기하지 말아야 할 많은 것”을 책에서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복잡한 시대를 살며 불가피 한 다양한 역할 속에서 어떻게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살면서 미루지 알아야 할 것은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하는 일이다.”, “안 되는 일을 놓아 버릴 줄 아는 것도 용감한 선택이다.” 등등, 그녀의 담백한 문장력과 직·간접 경험에서 얻은 놀라운 통찰력이 만나, 지쳐있는 현대인들의 삶에 용기를 복 돋아줄 내용들로 가득했다. 30대 남성인 내가 읽어도 공감될 내용들이 많은데, 일, 사랑, 가족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싶은 여성분들이 읽으면 얼마나 더 공감이 되고 힘이 될지 기대되는 그런 책이다. 추천한다.

 

1) “생활인으로 산다는 것을, 버거운 야망을 갖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생활인으로 산다는 것을, 웬만한 건 참아 넘긴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생활인으로 산다는 것을, 아직 그만둘 때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38p).”
2) “아이들은 부모가 시키는 ‘교육용’을 싫어하지만, 반대로 아이는 부모에게 더없이 훌륭한 ‘교육용’ 존재다. 부모만 아이를 가르치는 게 아니다. 아이도 부모를 가르친다. 그것도 아주 따끔하게(41p).”
3) “위로란 그런 것이라고 나는 두고두고 생각한다. 긴 말은 필요 없는 것. 그저 마음을 쉬게 해 주는 것. ‘알아!’ 그 한마디면 되는 것(58p).”
4) “그러나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아름답지 않은 그 인생도 무언가를 품어 내고 길러 내고 키워 내고 있다. 누가 뭐래도 그것은 아름답다(63p).”
5) “그러니 그에게 동그라미를 큼직하게 그려 주라. 그가 그 안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그러면 당신도 그가 금을 밟을까 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는 것은 결국 당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99p).”
6) “부모가 제 자식 돌보듯 내가 가진 것을 수시로 돌봐 주자. 남의 것이 부러워도 자꾸만 관심을 나에게 쏟아 주자. 나의 재능은 아기니까.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걷고 뛰고 날 수 있도록 힘껏 키워 주자(123p).”
7) “우리가 하는 생활비 고민은 가족을 사랑하는 고귀한 마음이다. 고로 생활비 고민은 고귀하다(134p).”
8) “위기는 상상하는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이 위기에 처했다고 느꼈을 때, 그 위기는 생각만큼 극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위기는 웬만해선 포기의 이유가 될 수 없다(190p).”
9) “일찍이 우리는 ‘잘 듣기’라는 의사소통의 첫 번째 원칙을 종이컵 전화기를 통해 배웠다(192p).”
10) “덧붙이자면 내가 수많은 남녀의 편지를 통해 느낀 바로는 남자들은 대체로(전부는 아니다.) 자기가 결혼한 여자가 대단한 여자인 줄 안다. 여자들은 대체로(전부는 아니다.) 자기가 지금 남편보다 더 대단한 남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는 듯이 남편을 길들인다. 그러니 당신이 조금만 태도를 낮추면 남편은 황송해하며 기꺼이 당신을 받들어 모실 것이다. 여왕이나 공주처럼(221p).
11) “담을 쌓지 않고 금을 긋지 않으면 땅은 더 넓어질 터. 판단과 편견과 선입견을 미루면 상대의 넓은 내면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관찰해 보자.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나에게도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주는 것이 된다(2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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