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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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집보다는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만큼 학교는 익숙한 장소인데 이상하게도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밤 시간은 더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웬만한 학교에는 대부분 으시시한 소문이 한 두가지씩은 떠돌아다닌다. 밤 12시만 되면 동상이 움직인다던가, 맨날 2등만 하던 학생이 질투심에 1등을 창가에서 밀어버려 죽은 1등이 밤만되면 교실을 돌아다닌다던가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이렇게 학교는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되기 때문인지 공포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너무나 유명한 여고괴담 시리즈나 경성학교, 최근에 개봉한 대만영화 반교까지 학교를 무대로 한 다양한 공포영화들이 제작되었다.

『착한 소녀의 거짓말』도 역시 학교를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주제이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정확히는 학교보다는 기숙사가 주요 무대이고, 귀신이나 유령보다는 살인범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100년이 넘은 명문 구드 학교로 애쉬라는 한 소녀가 전학을 오면서 시작된다. 180 센티미터의 키에 늘씬한 몸매,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피아노 실력에 영특한 머리까지 뭐하나 빠질 것 없는 소녀지만 자신의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한참 뒤에 나오지만 작가는 첫 등장부터 주인공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대놓고 드러낸다.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은 독자들의 뒷통수를 때리기 위해(?) 극 초반 인물의 비밀을 숨기는데 비해 착한 소녀의 거짓말에서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주인공이 비밀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철저히 숨기려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과연 이 인물이 무엇을, 왜 숨기고 있는지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나 역시도 이런 작가의 꾐에 넘어가서 언제 그 비밀이 나오나 계속 다음, 그 다음 장을 넘겼으나 비밀은 중반 이후, 책장이 꽤 넘어간 뒤에나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전에 어느 정도 단서들을 흘려놓기는 하지만 명백한 답은 한참 뒤에나 알 수 있다.

책에 둘러진 띠지에도 나와있고 "구드 학교 살인 사건"이라는 부제에서도 보듯이 살인사건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살인사건 자체에 대한 비중이 높지는 않았다. 물론 주인공이 전학오자마자 담당 피아노 교수가 알러지로 쇼크사하고, 애쉬의 룸메이트였던 한 학생이 학교 종탑에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이유로 죽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살해방식이나 사건 그 자체에 대한 묘사보다는 사건 이후 학생들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은밀한 모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더 주를 이루고 있다.

아무래도 학교 자체가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만 모인 앨리트 집단에다가 모두 기숙사 생활을해서 그런지 서로 간의 유대감을 중요시 여기고 소위 잘나간다는 무리에 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에 대한 묘사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애쉬가 전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구드 학교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이비바운드라는 비밀 클럽에 간택(?)되자 이를 시기, 질투한 다른 학생들이 애쉬의 비밀을 캐내 폭로하기도 하고, 결속을 다진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행태들이 자행되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이런 여학생들의 얽히고 설킨 심리묘사를 기반으로 살인사건이라는 이벤트를 끼워넣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주인공이 애쉬가 전학온 뒤 애쉬와 관련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독자들은 이들을 죽인 범인이 애쉬는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고 애쉬를 질투한 친구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을 펼쳐나간다.

아, 물론 가장 먼저 죽은 피아노 교수는 애쉬가 알러지가 있는 교수에게 실수로 알러지 유발 물질이 든 초콜릿을 주고 그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확실히 알려주지만 교수가 죽은 이후 애쉬의 행동들이 과연 애쉬가 진짜 실수로 그랬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어쨌거나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만큼 경찰들이 등장해 수사를 펼치지만 좀처럼 단서를 찾기 힘들던 중 우연한 계기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 이후 범인을 향한 경찰과 주변인물들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는데, 아무래도 앞서 말한 것처럼 살인사건보다는 기숙학교 내 소녀들의 대립관계와 시기, 질투 등에 대한 심리 묘사가 주를 이뤄서 그런지 주인공이 느끼는 생생한 심리묘사와는 달리 경찰들의 수사 과정은 다소 밋밋하고 매력없이 느껴졌다.

그리고 매번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처럼 그려지던 10년 전 살인사건과 그에 얽인 인물들, 학교에 전해져 내려오던 소문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던 내내 풍기던 수상한 분위기와는 달리 별다른 설명없이 싱겁게 끝났다. 그리고 주인공만큼 비중이 높고 매력적이었던 웨스트 헤이븐 학장의 비하인드 또한 특별한 내막없이 끝나 초반에 벌려놓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550 페이지 정도의 짧지 않은 분량에 사건 위주의 흐름보다는 심리 묘사가 주를 이뤄 다소 루즈할 수 있지만 뒷 이야기를 읽을 수밖에 없도록 독자들을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다. 다만 후반부에 다가갈수록 주인공의 서술에만 의존해 급하게 결말을 맺으려는 느낌이었고, 중반 이후부터는 다소 예측 가능한 반전이었다는게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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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경영 수업 - 34개국 엘리트가 열광한 기적의 비주얼 MBA
제이슨 배런 지음, 문직섭 옮김 / 앵글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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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드라마들을 보면 대기업 자녀들은 대부분 유학을 갔는데 거기서 공부 좀 한다하면 십중팔구 MBA를 전공하는 설정이었다. 도대체 MBA가 뭐길래 대기업 후계자들은 그렇게 MBA 코스를 밟았던 것일까.

MBA는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의 줄임말로 번역하자면 경영학 석사 라고 한다. 그러니 회사를 경영할 후계자들은 다들 경영에 대해 배우기 위해 이 MBA 코스를 밟았던 것이다.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인사, 회계, 마케팅,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두루 알아야하기 때문에 공부할 양이 아주 방대하다. 마케팅이나 회계와 관련된 전공책 하나만 해도 몇 백페이지는 될텐데 전 분야에 걸쳐 엑기스만 추려놓더라도 600페이지 이상의 벽돌(?)같은 책이 탄생하게 된다. 물론 한 페이지마다 아주 여백없이 빽빽하게 채워놓았을 때가 600페이지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MBA 서적들은 한 번 보고 나면 두 번은 읽기 싫어지는, 누구나 기피하고 싶은 책이 돼버리는데 저자는 이걸 한 눈에 보기쉽게 그림으로 요약 정리해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원래 출판할 목적으로 만든게 아니라 저자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할 당시 자신이 보기위해 만든 노트 필기이다. MBA 책의 설명이 워낙 구구절절 길다보니 요점만 추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으로 노트 필기를 했었고, 그 노트가 친구들 뿐만 아니라 교수님들까지 돌려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후 이 노트 필기에 도움을 받은 많은 주변인들이 당장 책으로 출간하라고 추천을 했는데, 문제는 돈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출간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게 됐는데 세계 40개 국의 사람들이 펀딩에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만큼 단순하게 정리된 MBA 책에 대한 니즈가 많았던 것이다.

책은 총 2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펀딩을 받는 것까지 기업 경영과 관련된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다.

회사 경영과 관련된 내용 중 대표적인 분야로 회계와 마케팅을 들 수 있는데 그 중 기업의 경영실적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는레모네이드 가판대의 CEO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레모네이드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해 일단 50달러를 대출을 받아 가판대를 20달러에 구매하고 영업 90달러의 매출이 발생했을 때 자산, 부채, 자본을 숫자가 아니라 아래와 같이 그림으로 단순화해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STP 전략의 경우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이론이지만 시장세분화(segment), 포지션(position), 목표시장(taget) 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으로 표현해놓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엄청난 양의 책을 300페이지도 되지 않는 한 권의 책에 모두 다 실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최대한 어려운 설명을 배제하고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경영학 전공자라면 이 한권의 책으로도 그 동안 배웠던 많은 내용들을 상기시켜 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에 경영 전공자가 아닌 비전공자 독자이다. 비전공자인 나의 경우 사전 지식이 없기 때문에 함축적인 그림만으로는 내용을 100프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을텐데 과정은 생략하고 결론만 함축적으로 보여주다보니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쉽도록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 그림이 이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기 보다는 복잡한 내용을 단순화시키는 용도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해보다는 암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저자 역시도 이미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이런 노트 필기가 나왔을 것이고, 전공자들에게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상기시켜주는 요약집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도 과연 도움이 될지는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전공자이거나 이미 경영학과 관련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기억을 환기시키거나 암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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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 - 하루 30분 투자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수익을 얻는 법
곽병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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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때는 평소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나 같은 무지랭이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다. 워렌 버핏이 주식으로 몇 백 억을 번 건 부럽지 않지만 옆 자리 동료가 주식으로 몇 백 만원 벌었다는 소리에는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ㅎㅎ.

그리고 아무리 알뜰살뜰 모아 예적금을 부어도 1%대 이율로는 사실상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어딘가에라도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주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뛰어들기에 겁나고 그렇다고 계속 예적금만 할 수도 없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배당주다.

배당주는 가격의 변동이 있는 주식이긴 하지만 주식이 올라 이익을 실현하는 것 외에도 분기별 혹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배당금을 지급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설사 주식이 떨어져도 배당금은 꼬박꼬박 나올 뿐만 아니라 3%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0.1%라도 이율이 높은 은행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무조건 백프로 매년 배당이 나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물가상승시 배당률 또한 비례적으로 커지고, 이미 오른 배당금 수준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주식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즉 배당을 하지 않는 주식보다는 중위험, 중수익에 가까운 투자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배당과 관련된 전문서적이 많지 않은 편인데 이 책에서는 배당 투자를 해 본 적 없는 초보자들도 접근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1,2 챕터에서는 배당 투자의 장점과 배당 투자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당 투자에도 펀드, ETF, 우선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과연 어떤 기업이 진짜 좋은 배당주인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저자가 말하는 알짜 배당주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3가지를 보면 되는데 배당정책이 지속적인지, 배당수익률이 높은지, 기업의 이익이 충분한지 검토해보는 것이다. 이 3가지를 확인하고 들어간다면 최소한 갑자기 내가 들어가자마자 배당을 하지 않는 뒷통수(?)를 맞는 확률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참고로 책에서 50년 이상 배당금을 증가시킨 해외 기업과 국내 코스닥, 코스피 배당챔피언 기업 리스트도 나와있으니 시작이 불안한 초보자라면 해당 리스트 중에 투자할 기업을 골라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네 번째 챕터에서는 저자가 직접 고안안 배당진단키트로 알짜 배당주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쉽고 편하게 체크해볼 수 있다. 배당진단키트의 기준은 연속배당, 배당성장률, 당기순이익으로 아래와 같은 배점 기준에 따라 채점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마 배당주에 투자해볼 계획을 가졌다면 배당진단키트로 점수를 매겨본 결과 어떤 기업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가 가장 궁금할텐데 국내 배당주 중에서는 고려아연, LG 생활건강, 현대글로비스, 삼성전자 등 10개 기업이 선정되었고, 해외 배당주 중에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시스코, 존슨앤존슨, 코카콜라, P&G, 3M 등이 줄을 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중에 고려아연이 유일한 만점이기도 하고 현재 주가가 약간 빠진 상태라 지금 진입하기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재 주가에서 더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잘 판단해서 매수 시점을 선택해야 겠지만 말이다.

그 밖에도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만큼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것 같아 한샘도 눈여겨 보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다보니 이사 수요가 줄어들어 수익이 저하될 것 같기도 하고 알 수가 없다 ㅎㅎ.

어쨌거나 투자에 대한 결과는 개인의 몫이니 무조건 저자의 추천을 신뢰하기 보다는 배당진단키트를 참고해 스스로 판단하는게 중요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는 거지만.

 

여섯 번째 챕터에서는 미국 배당주 중에 배당왕 종목 리스트를 토대로 배당진단키트를 적용해 추천할만한 16개 기업을 선정해 놓았다.

배당왕이란 50년 이상 배당금을 증가시킨 기업으로, 한국보다는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가 길기 때문에 꽤 많은 기업들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지금 주식 투자가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모두들 뛰어들고 있지만 결국 누군가는 얻고 누군가는 잃는 시장이다. 문제는 잃는 사람이 내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두 배, 세 배의 차익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예적금보다 좀 더 높은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배당 투자를 한다면 초심자일지라도 맘 편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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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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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로 작가는 한국 문학계에서는 흔치 않은 공포물을 꾸준히 집필하고 있다. 소재 또한 한국의 전통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아주 독특한 내용을 써 오고 있는데 앞선 작품인 『살: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나 『신을 받으라』에서 그 매력을 확실히 보여준다.

가장 먼저 살: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를 읽고 다음 작품인 신을 받으라 역시도 재밌게 봤었기에 이번 『올빼미 눈의 여자』 역시 아주 큰 기대감을 품고 보게 됐다.

각설하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작품의 경우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앞의 두 작품에서도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공포스럽고, 미스터리하고 기괴한 분위기였지만 이번 작품이 가장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해로 작가의 작품들이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많이 듣는데 개인적으로는 세 작품 중 이번 작품이 곡성과 가장 가까운 느낌이었다.

전작들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주 평범한 9급 공무원 '한기성'이란 인물이 주인공이다. 기성은 창구에서 국가에 항의를 하러 온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온갖 패악을 부리는 민원인들에게 항상 시달리고 있었고, 그들로부터 단 하루라도 벗어나고자 교육 연수를 신청하지만 매번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이번에 드디어 5일간의 외부 교육을 가게 되고, 그 곳에서 공무원 신임 교육을 함께 받았던 '장준오'를 만나 술을 진탕 마시며 회포를 풀게 된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을 찾게 되고 기성은 다음날 준오와 모텔에서 눈을 뜨게 된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그렇지 필름이 완전히 끊기게 된 것이 미심쩍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전 날 노래방에 도우미로 나온 중년 여성과 핸드폰이 바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뀐 핸드폰을 돌려주러 나간 자리에는 중년 여성의 딸이 나왔고, 알고보니 그녀는 기성의 대학 동창이었던 '연진'이었다.

연진은 대학시절에도 엄청난 미모로 커플들을 깨고 다녀 구설수에 올랐었는데 성형으로 얼굴이 좀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 미모는 여전했고, 기성은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끌리게 된다.

그렇게 연진의 가족과 인연이 닿게 된 기성은 연진 엄마의 도움으로 평소 앓고 있던 고질병인 치질을 잘 본다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되고 어쩌다보니 함께 드라이브도 가게 된다. 외딴 곳으로 차를 몰고 간 연진의 엄마는 기성이 자신의 딸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기성에게 이성으로 접근하고 급기야 차 안에서 관계를 맺게된다. 이후 기성은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욕망을 느끼며 모녀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되는데...

얼핏 줄거리만 보면 한 공무원이 멀리 떠난 교육에서 우연히 만난 모녀와 삼각관계에 빠지는 치정극같지만 이 모녀의 정체가 심상치 않다.

단순한 남녀 관계를 떠나 모녀의 말과 행동들이 수상하기 짝이 없는데 그 속내가 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극 중 인물들은 알아채지 못하지만 독자들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채기 마련인데 중반 이후까지도 모녀의 속내가 무엇인지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책은 크게 3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1부는 연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5일동안 기성에게 일어난 일들을 기성의 시점에서 그려내고, 2부에서는 기성이 연수에 참가하기 전 다른 인물들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각 인물들이 어떤 계기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1부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사건의 전말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이 사건의 주범이 미래에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가 4페이지 분량으로 짧게 등장하는데 단순한 에필로그로 치부하기에는 결국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핵심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선 두 작품들에서는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전개에 이야기에 빠르게 몰입되었다면, 이번 작품은 태풍이 올 꺼라는 전조만 보여주고 정작 태풍은 한참 뒤에 몰아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전조가 사실은 단순한 전조가 아니고 태풍을 일으키기 위한 물밑 작업이었다는건 나중에 드러나지만 본격적인 태풍이 닥치기 전 초반의 약간 루즈한 전개로 흡입력이 다소 떨어졌다. 물론 작가 특유의 가독성 좋은 문장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리면서 신경쇠약에 피를 말리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만 계속 이어지다가 중반 이후에야 본격적인 실체를 드러내 절정에 이르기까지 전개가 느리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안위밖에 모르는 인간의 이기심을 그리고 있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생명 따윈 안중에도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도 결국 사람인지라 그렇게 원하던 소망을 이룬 뒤에도 결코 행복하지 못한다. 원하는 것을 이룬 뒤에는 그걸 잃을까봐 전전긍긍하고 뒤늦게 죄책감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명확했고, 그 메시지가 뭔지도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그에 반해 오락적인 재미와 흡입력은 전작들보다 반감되어 약간은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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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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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추리소설을 탐독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1939년에 출간된 꽤 오래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전혀 올드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없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저자 역시도 자신의 10대 작품 중 하나로 이 책을 꼽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세계적인 명작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책이 바로 니시무라 교타로의 '살인의 쌍곡선' 이다.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로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일본에서는 국민 추리소설가로 불릴만큼 많은 사랑과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원로 작가라고 한다.

1930년대 생으로 1963년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약 6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다작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한다는 평이다.

이 책은 도입부부터 대놓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교하는 대사도 자주 등장하고 전반적인 전개 또한 흡사하다.

여섯 명의 남녀가 무료 숙박 초대장을 받아 도호쿠의 외딴 호텔에 모이게 되는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공짜라는 말에 혹해서 가긴 했지만 왜 하필 자신들이 선택됐는지 알지 못한다. 호텔 지배인은 그 이유를 밝혀내는 사람에게 10만 엔의 상금을 지불하겠다고 하지만 호텔에 모인 사람들 간의 공통점을 찾아내기란 쉽지가 않다. 어쨌거나 다 함께 스키도 타고, 식사도 하며 화기애애하게 저녁을 보낸 다음 날 숙박객 한 명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호텔 오락실의 볼링핀이 하나 사라진다.

인물들의 이런 살해방식 또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한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누군가 살해당할 때마다 인디언 인형이 하나씩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인물들이 모이게 되는 방식이나 살해 방법 등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하게 전개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구분되는 이 책만의 가장 큰 특징은 외딴 곳에 고립된 사람들이 살해되는 사건 외 또 다른 장소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한 가지 더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건은 도쿄에서 발생하는데, 쌍둥이인 강도들이 자신들이 쌍둥이인 점을 이용해 대놓고 강도 행각을 벌인다.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 닮은 쌍둥이 중 한 명이 범죄를 저지르지만 정확히 누가 범인인지 알지 못하는 이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해 두 사람 다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계속해서 형사들을 우롱하며 대범하게 강도 행각을 벌인다. 물론 형사들도 이 사실을 알고 계속해서 두 사람을 감시하지만 매번 교묘한 수를 써 빠져나가니 범인을 알면서도 잡을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저자는 이야기의 도입부부터 쌍둥이가 등장하는 점을 강조해 묘사하고 있고, 또 강도 행각이 벌어질 때는 두 사람이 범죄를 모의하는 과정을 독자들도 모두 알게끔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쌍둥이 트릭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형제의 강도 행각이 고립된 호텔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알아채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살인의 쌍곡선'이라는 제목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두 사건이 결국엔 어떤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나는 마지막까지 두가지 사건이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작가의 힌트를 염두해둔 독자라면 사건의 실체를 빨리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지루할 틈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그리고 두 가지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사건 사이의 연관 관계를 추론하느라 분주하게 머리를 굴리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작품의 배경이 1970년대 일본이기 때문에 요즘 세대들이 이해하기 힘들 설정들이 다소 있긴하다. 호텔 전화선 하나 끊겼다고 외부와 전혀 연락을 할 수 없다던가 설상차가 고장났다고 폭설에 스키로만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은 2020년의 독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쓰인 시대적 상황을 미리 감안하고 읽기 시작한다면 50년 전 작품이라는 걸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전혀 촌스럽지 않은, 흡입력과 재미를 갖춘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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