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에 은퇴하다 -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좋은 나이,
김선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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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에 은퇴라니 꿈같은 이야기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서운 이야기 같기도 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회사가기 싫다는 말부터 나오는 직장인으로서 은퇴는 생각만해도 즐겁지만 은퇴 이후의 소득 절벽을 생각하면 앞이 막막해 무서워지기도 한다.

일은 하기 싫지만 그래도 소득이 없는 건 너무 두려운데 저자는 40세에 은퇴를 했다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40세에 은퇴를 하기 위해 저자가 특별히 준비한 것이나 저자만이 알고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나도 좀 알고 싶다~라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용감하게 40세에 은퇴를 했으니 결단력 있고 심지가 굳은 사람이거나 뛰어난 사업수단으로 40대에 어마어마한 부를 이룬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남들보다 튀려고 하지도 않았고 남들 안 하는 건 안 하고 남들 하는 건 다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남들 하듯이 똑같이 취직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고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생활했으니 평범보단 엘리트(?)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았거나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것도 아니었고 기자로 월급 받아먹고사는 직장인이자 가장이면서 동시에 기러기 아빠였다.

'기러기 아빠'라는 저자의 상황이 40세에 은퇴를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데 보통 기러기 아빠라고 하면 자녀들의 유학 때문에 떨어져 살게 된 부부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저자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기러기였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아내와 함께 생활하는 첫째 딸은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탓에 미국 사람이 다 되어 있었고 둘째 딸은 5년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엄마 얼굴도 잘 모르는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처음 시작은 가족이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는데 어느새 가족이 남남처럼 떨어져 사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뜬금없이 퇴사를 결심하고 한국생활을 정리한 후 아내와 큰딸이 있는 미국으로 떠난다.

 


" 사표를 쓸 때 한 가지 생각만 했다. 

지금 잡고 있는 줄이 아무리 좋아도 다른 줄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 잡고 있는 줄을 놓아야만 한다는 생각."

-p22


"선택은 포기를 전제로 한다. 선택하지 못하는 건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람을 맞출 때 고민한다. 어차피 스누즈 버튼을 몇 번 누를 테니 원래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10분 정도 빨리알람을 맞출지 아니면 그냥 정해진 시간에 맞출지.

이것이야말로 결정 장애 및 욕심의 끝판왕이다. 

제시간에 일어나고도 싶고 잠도 더 자고 싶으니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스누즈 버튼이 없는 알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스누즈 버튼 없는 알람이 나에겐 사표였다."

-p34~35


사실 퇴사를 결정할 때 저자는 치밀한 계획 끝에 내린 결론이라기보다는 오랜 기자 생활에서의 회의감과 기러기 생활에 지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퇴사를 결심한 것 같다. 아내가 박사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면 굶어죽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과 그래도 한국에서의 이력이 있으니 미국에서도 취직이 되겠지라는 다소 무대뽀 정신(?)으로 무장했으나 실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글 쓰는 일만 했던 기자는 미국에선 생각보다 쓸모가 없었다. 예상과 달리 취직이 잘되지 않았고 한 달에 600달러를 받으며 인턴으로 들어간 농장은 손목터널 증후군으로 결국 1개월 만에 관두게 됐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40대라는 나이와 체력, 그리고 타고난 재능은 농장과는 맞지가 않았다. 이후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카페나 마트에도 입사원서를 내봤지만 40대 동양인을 반기는 곳은 없었고 인테리어 공사를 배우기도 했지만 적성에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창업도 고민해 봤지만 이것저것 생각해보니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시키는 일만 하는 직장 생활에 익숙해진 탓에 새로운 일을 하는 게 너무 두려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자연스레 은퇴를 생각하게 됐고 은퇴는 필연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수입을 늘릴 수 없다면 결국 소비를 줄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부부는 우선 미국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조립식 주택이 딸린 땅을 구매했고, 그곳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가며 기본적인 식재료들을 공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소비를 줄이기 위해 8 無 를 실천했는데 8 無란 TV, 스마트폰,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 다리미, 토스터, 전기밥솥이 없는 생활이었다. 현대인에겐 없어선 안될 것 같은 가전제품들이지만 막상 시간이 남아돈다면 굳이 전자레인지도, 식기세척기가 없이 생활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저자의 가족은 이 8가지 외에도 인터넷과 커피, 고기, 영양제, 술을 끊었다고 한다. 물론 외식이나 가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고기를 먹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다. 이것 모두가 지금은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끊었을 때 금단현상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어떻게든 적응하기 마련이다.

특히 TV나 스마트폰의 경우 예전에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아이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했다면 지금은 천천히 밥을 먹는 아이 옆에서 아이가 재잘거리는 이야기를 모두 들으며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한다.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텃밭에 어떤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등등 여러 가지 사소한 이야기들도 모두 대화거리가 된다. 물론 하다하다 더 이상 할 이야깃거리가 없어져 심심해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땐 견디다 못해 책을 보기도 하니 독서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가 된다.

물론 저자도 한국에서의 화려한 쇼핑,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해외여행이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단순하고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더 좋다고 한다.

돈을 벌어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자유, 좋은 집에서 편하게 살 자유, 멋진 곳에 여행 갈 자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어 뭔가를 할 자유에만 몰두하지만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정말로 자신이 원한 것인지, 아니면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상황에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게 많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가족과는 시간을 적게 보내고,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써야 한다.
하지만 뭔가를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릴 때는 내려놓는 만큼 얻는 게 있다.

욕심을 내려놓았을 때 느끼는 충만함이자 넉넉한 마음이다."

-P295

 

 

 

책을 읽기 전에는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40세에 은퇴할 정도로 자금을 모은 것인지가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지금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위해 이토록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물질적으로 좀 더 풍족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며 행복해지고 싶어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 결국은 주객이 전도되어 돈을 버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행복이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모두가 저자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직장에 쏟고 있는 이 시간들이 가족에게는 얼마나 할애되고 있는 것인지, 가족을 위해 일하는데 그게 결국은 가족과 멀어지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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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 사고 싶고 갖고 싶은 브랜드의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안성은(Brand Boy)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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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의 선구자이자 현대미술의 아이콘인 앤디워홀이 한 말로 유명한 문장이 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이 말은 일단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그 작품의 실질적인 가치가 어떻든 간에 무조건 찬양하고 보는 사람들의 태도를 풍자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건 앤디워홀이 한 얘기가 아니라고 한다. 한국에서만 알려진 말이라고 하는데 누가 왜 이런 말을 만들어낸 것인지는 알 수없다.

그렇다면 앤디워홀이 실제 한 이야기도 아닌데 왜 이렇게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이 이야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문화나 예술, 브랜드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이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이 이야기를 입증할만한 다양한 사례들은 흔히 접할 수 있는데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이케아, 발렌시아가의 일화도 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케아'에서는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장바구니를 0.99센트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디자인의 가방이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에서 캐리 쇼퍼백이라는 이름으로 출시가 됐다. 물론 소재는 폴리프로필렌에서 가죽으로 변경됐지만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이 발렌시아가에서는 무려 2,150배나 비싼 2,150달러라는 가격에 출시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가방은 날개돋힌듯이 팔려 나간다.

사람들은 과연 이 가방의 가치가 2,150달러를 지불할만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만일 발렌시아가가 아닌 이케아에서 동일한 디자인의 가죽 가방을 이 가격에 판매했다면 사람들은 모두 미친게 아니냐며 손가락질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명품 브랜드들 중에서도 핫하다는 '발렌시아가'였기 때문에 고작 장바구니와 똑같은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격을 지불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가방의 가치를 따지기 보다는 명품 브랜드가 주는 이름값과 이 제품을 지니고 다닐 때 자신이 얻게 될 이미지에 대해 2,150달러라는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몇 년 전 뉴스에서 동대문에서 판매하는 의류들의 택갈이에 대해 보도된 적이 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의류 브랜드에서 파는 많은 옷들이 동대문이나 중국에서 제작되는데 같은 옷이라도 동대문에서 팔 때는 만 원인 옷이 유명 브랜드 택을 달면 백화점에서 10만원, 20만원에 팔리는 것이다.

뉴스에서야 최근에 보도 됐지만 이런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백화점에서 더 비싼 돈을 주고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일까.

이 경우도 앞의 예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단순히 옷에 대한 비용만 지불한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은연 중에 제품에 대한 절대적인 가치보다는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익숙해져있다. 요즘같이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게 아닌, 물건이 넘쳐나서 팔기 어려운 시대라면 브랜드에 대한 가치는 더 절대적이다.

선택지가 천 가지, 만 가지도 넘게 끝도 없이 펼쳐진 상황에서는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보다는 브랜드가 더 변별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사고 싶어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브랜드의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여러 브랜드들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성공하는 브랜드에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그 중 공통적인 키워드들을 뽑아내 아래와 같이 5가지로 나누고 기업들이 어떤 신념과 사상을 가지고 현재의 브랜드를 일궈냈는지 설명하고 있다.


■ 사명: 초일류 브랜드에는 분명한 이유(why)가 있다. 

 _ 토스, 에어비앤비, 파타고니아, 무인양품, 곤도 마리에

어떤 기업이나 브랜드든 고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쓸데없는 것들은 버리고 핵심이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토스는 복잡한 송금 서비스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어린 아이들이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여러 단계를 걸쳐서 들어가야만 하는 복잡한 서비스는 지양한다.

파타고니아는 좋은 품질로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환경을 보호한다. 신소재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원가가 상승하고 이윤이 줄어들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환경을 훼손하는 제품이라면 아무리 인기 제품이더라도 단종시킨다.

이처럼 초일류로 발돋움하는 브랜드들은 일부 이익이 희생되더라도 업의 본질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 문화: 초일류 브랜드는 제품이 아닌 문화를 만든다. 

 _ 배달의 민족, 빔즈, 자포스, 에이스 호텔

배달의 민족은 단순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들에게 다양한 이벤트와 구경할거리를 제공하며 놀이공원이 되길 자처한다. 빔즈는 직원 채용시 학력이나 외모가 아니라 빔즈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를 바탕으로 고용한다. 빔즈에 대한 애정도가 높은 직원일수록 다른 누구보다도 빔즈의 제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즐기기 때문에 손님들에게도 물건을 제대로 설명하고 안내할 수 있다.

■ 다름: 초일류 브랜드는 차별화에 목숨 건다. 

 _ 돈키호테, 버질 아블로, 호시노야 도쿄, 톰포드, 모노클, 박진영

돈키호테의 창업자는 유통업체에 일한 경험이 없었다. 애초에 관련 지식이 아예 없는 초보자였기 때문에 고정관념에 사로 잡히지 않고 오로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만 집중해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매장을 선보일 수 있었다.

■ 집요: 초일류 브랜드는 미친 듯한 집요함으로 만들어진다.

 _ 프라이탁, 블루보틀, 무신사, 월간 윤종신, 슈프림

갈수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피전문점들 사이에서 블루보틀은 오직 최고의 커피맛을 내는 데만 집중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없어도 맛이 좋다면 그 길을 선택한다. 오직 커피의 품질에만 집중하자 역으로 고객들은 더 열광하고 몰려들게 된 것이다.

■ 역지사지: 초일류 브랜드는 오직 고객의 입장에서 행동한다.

 _ 휠라, 뿌리깊은 나무, 백종원, 쓰타야, 발뮤다

발뮤다가 가장 처음 내놓은 제품은 노트북 거치대였다. 디자인이 아름답고 품질이 훌륭하지만 거치대로서는 엄청나게 비싼 3만 5,000엔이라는 가격이었다. 결과적으로 잘 팔리지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는 혁신적이고 아름다웠지만 고객들은 굳이 3만 5천엔짜리 노트북 거치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보다는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갓 구운 것 같이 속은 촉촉하면서도 겉은 바삭하게 빵을 구워내는 토스트기, 자연바람처럼 기분 좋은 바람을 내보내는 선풍기, 물탱크를 갈아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가습기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니즈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 거기에 아름다움이 더해지자 제품은 날개돋힌 듯 팔렸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계속해서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많지 않다. 한 해 사이에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생기고 사라진다. 그래서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으면 금방 뒤쳐지기 마련인데 책은 집필과 인쇄라는 과정을 거쳐야만하는 특성상 항상 최신 트랜드보다 한 발짝 늦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에서 평소 연재하고 있던 글을 토대로 출간되었기 때문에 유행의 정점에 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마케터나 광고 기획자 등에게는 아마존이나 자포스처럼 매년 우려먹는(?) 소재가 아닌 최신 트랜드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해서 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현학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이 중심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핵심이 되는 부분만 짧게 요약한 실용서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어도 상관없다. 재밌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는새 브랜드와 관련된 인싸이트가 조금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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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곧 쉬게 될거야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고요한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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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곧 쉬게 될 거야>를 쓴 '비프케 로렌츠' 라는 이름은 다소 생소했는데 알고보니 '샤를로테 루카스' 라는 필명과 본명인 '비프케 로렌츠'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샤를로테 루카스의 이름으로 발표된 작품들이 사랑스러운 로맨스 장르에 초점이 맞춰서 있다면 비프케 로렌츠의 작품들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같은 사람이 쓴 작품이라고 볼 수 없게 양 극단에 있는 장르이지만 두 장르 모두 필력이나 스토리의 흡입력, 구성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난 작품들이다.

특히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개인적 성향상 샤를로테 루카스보다는 비프케 로렌츠의 작품이 좀 더 흥미로웠고, 특히 이번 책을 계기로 머릿 속에 확실히 각인될만한 작가로 부상했다.

그만큼 이번 책은 강렬한 도입부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반전의 반전까지 숨쉴 틈 없이 몰아치며 독자들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책 표지의 "쉿, 스포일러 절대 금지" 라는 문구가 절대 과장된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책에서는 반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궁금해도 절대 마지막 장을 들춰서는 안된다.

프롤로그는 주인공인 레나가 현재 처한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

지금 레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시간. 3시간이 지나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 '엠마'가 죽을지도 모른다. 엠마를 살리기 위해선 범인이 요구하는대로 할 수 밖에 없다. 범인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자정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러지 않으면 네 딸이 죽어."


과연 범인은 레나에게 어떤 원한이 있길래 이런 짓을 저지르고 그녀의 목숨을 원한 것일까.

병원에서 조산사로 근무했던 레나는 같은 병원에 알콜중독 환자로 입원한 다니엘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레나와 다니엘은 첫 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당시 다니엘은 가정이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다니엘은 곧 불행한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레나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몇 년 뒤 어렵게 임신하게 된 레나는 완벽한 가정을 꿈꾸지만 새로 이사할 집을 보러 가던 중 두 사람은 말다툼을 하게 되고 화가난 다니엘은 길에 레나를 내려두고 혼자 차를 타고 떠난다. 레나는 근처 주유소에서 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와 다니엘을 기다리지만, 결국 돌아온 건 다니엘이 교통사고로 즉사했다는 소식 뿐이었다. 그 후 레나는 홀로 아이를 출산하지만 남편을 잃은 절망감과 극도의 스트레스로 지친 탓에 자신의 아이가 낯설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서 깜박 낮잠이 든 레나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날이 어둑해져 있었고, 아이가 그 사이 울지 않았었다는 사실이 이상해 방에 가보니 아이는 사라져 버렸다. 엠마가 누워 있어야 할 침대엔 잠든 엠마의 사진과 이런 쪽지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말하면 네 딸은 죽어."


그 후 레나는 아이를 데려갔을 만한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찾아다니는데 첫 번째 용의자는 다니엘과 전처의 딸 '조시' 였다. 조시는 부모님의 이혼이 모두 레나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니엘의 장례식장에서 다니엘이 죽은게 모두 레나 때문이라며 밀쳐 넘어뜨려 엠마를 유산하게 할 뻔한 장본인이었다. 설마 16살짜리 소녀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 거라곤 상상도 되지 않았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에 레나는 조시의 기숙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조시는 이미 학교에서 사라진 이후였고 조시의 방에서 발견한건 레나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일기장 뿐이었다.

두 번째 용의자는 '슈스터 부부'로 조산사였던 레나가 돌봤던 아이의 부부였는데 레나가 아이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돌아간지 얼마되지 않아 아이가 갑자기 돌연사하자 모든 책임을 레나에게 돌리며 원망하고 있었다. 레나가 임신한 것을 알자 '당신도 당신의 아이가 죽어있는 것을 보는 경험을 하기 바란다'는 얘기를 하며 레나를 저주했는데 이들 역시 원래 살던 집에서 깜쪽같이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의심스러운 용의자들은 하나같이 사라져버렸고 설상가상으로 다니엘의 전처이자 조시의 엄마인 '레베카'가 자택에서 사망한채 발견되고 조시와 관련해서 할 얘기가 있다던 레베카의 현재 남편 '마르틴' 또한 집에서 총을 맞고 사망하게 된다.

주변인들의 연이은 사망과 엠마의 실종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는 레나는 과연 아이를 무사히 찾을 수 있을지, 또 엠마를 데려간 범인은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인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이런류의 이야기 특성상 주인공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주변 인물들은 상황도 모른채 본의 아니게 주인공을 방해하다 죽음을 맞곤 하는데 다행히 이 책에서는 주인공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인물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표지에서도 강조했듯이 "반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조력자로 보이는 주변인물들 중 과연 누가 범인인가에 대해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이런 의심은 주인공 또한 마찬가지기 때문에 필사적인 의지로 주변인들의 도움을 거부한다.

물론 읽다보면 도대체 왜 경찰에게 신고하지 않는지 답답하기도 한데 이번 경우는 아이가 인질로 잡혀있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주인공의 행동이 일정부분 이해가 간다. 그래서 레나가 범인의 놀음에 휘둘리더라도 답답함보다는 동정심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레나'의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중간중간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레나에게 어떤 이유에선지 증오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레나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범인에게 어떤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고, 그 잘못으로 인해 너도 고통을 받아야만 한다는 메세지를 보여주는데 이런 범인의 이야기를 통해 범인 찾기 뿐만 아니라 레나가 과거에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질렀던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증폭된다.

주인공이 특수요원도, 그렇다고 비상한 머리를 지닌 천재도 아닌 그저 평범한 보통 여성이기 때문에 범인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용의자들의 행적을 조사하러 다니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서 주인공의 행적이 다소 밋밋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작가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묘사와 의도적으로 주인공과 독자들을 놀래키는 상황 전개로 이 과정을 지루하게 않게, 오히려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다만 마지막 결말에서도 반전의 반전을 보여줬는데 에필로그에서까지 숨은 반전을 보여주는 것은 작가가 반전에 대해 지나치게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물론 앞선 이야기 속에서도 충분히 범인으로 의심할만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에필로그도 이해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주인공의 특출난 활약상을 그리고 있지 않은데도 거의 5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끌고간 필력과 흡입력에 있어서는 백점 만점에 백점을 줄만한 작품이었다.

"쉿! 스포일러 금지" 를 강조한 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 다른 독자들을 위해 되도록 스포일러는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물론 스포일러를 알아도 그 과정이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역시나 이런 소설은 범인을 몰라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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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과 선택 - 왜 항상 우리는 기회는 차버리고 위험에는 빠지는가?
유효상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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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경제학 서적보다는 행동 경제학 서적을 좋아한다. 행동 경제학은 여러번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미시 경제, 거시 경제, 수요와 공급, 금리와 물가같은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실제 실험을 통해 그 이론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나의 행동에 관한 얘기라서 더 공감하기 쉽고 재밌다.

행동 경제학과 관련된 실험들 중에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실험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내가 왜 백화점 바겐 세일에 열광했는지, 1+1 이라는 글자만 보면 무조건 그 물건을 집어들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실험들도 있다. (하지만 이유를 알아도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다는게 함정 -_-; )

행동 경제학자 중 대표적인 학자로는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저서를 쓴 대니얼 카너먼과 <상식 밖의 경제학>을 쓴 댄 애리얼리 등이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나 <상식 밖의 경제학>은 행동경제학의 바이블이라고 할만큼 유명한 책들로 인간의 비합리적 속성과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경제적 의사결정에 대해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유효상 교수의 <판단과 선택> 도 위에서 얘기한 행동 경제학 서적들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이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행동 경제학 이론들 중에서도 인간의 편향과 휴리스틱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과 결정에 대해 주로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휴리스틱'이란 인지적으로 부담이 되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결정 대신 감정적이고 어림짐작으로 내리는 결론이다. 이런 휴리스틱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는 이상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인간은 고통을 싫어하고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좋아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계산하고, 의심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일일이 따지고 생각하기 보다는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어림짐작으로 대충 결정하곤 한다. 물론 모든 일을 따지고 들 수는 없겠지만 기업의 사활이 걸린 결정이라던가 큰 돈을 투자하는 등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힘들더라도 휴리스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인간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현명하고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행동 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그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챕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2부에서는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그 이유를 행동 경제학 이론들과 함게 설명하고 3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1,2 부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하는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든가, '미운놈은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든가 하는 얘기들이 진짜로 맞는 말인지, 그리고 금연과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이 왜 힘든지에 대해서도 경제학적 이론에 입각해 설명해준다. 또 1,000만원짜리 차를 사갔다가 200만원짜리 옵션을 150만원에 할인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덜컥 계약하고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만족한 사람이 2,000원짜리 상추가 3,000원으로 오르자 비싸다고 사지 않는 건 왜인지, 돈에 붙인 이름표에 따라 다른 가치를 매기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밖에도 우리가 흔히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다양한 속설들이 정말로 타당하고 합리적인 견해인지 검증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마지막 3부에서는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여러가지 방법들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조건 신뢰하지 말 것. 실제로 전문가의 의견보다 간단한 통계를 통한 예측이 더 정확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훈련과 경험에 의한 주관적 판단으로 지나치게 많은 변수를 감안하기 때문이다. 변수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로 경우의 수가 더 다양해지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단순한 몇 가지 점수와 순위를 조합한 결과인 통계보다 그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두 번째로 믿을 수 있는 직관과 믿을 수 없는 직관을 구분하라. 직관이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의 패턴을 읽어내는 능력인데 이런 패턴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장기간 할수록 향상되는 능력이기 때문에 규칙성이 존재하는 일이 아닐 때는 직관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의사결정시 둘 이상의 비교를 통해 평가할 것. 객관적 비교대상 없어 단독으로 평가할 때는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해당 범주의 평균과 비교하거나 수 밖에 없다. 키가 150cm 인 7살과 키가 155cm인 20살 성인이 있다. 이 때 단독으로 평가한다면 7살은 평균보다 키가 크기 때문에 키가 크다고 말 할 것이고, 155cm 인 성인은 성인 평균보다 작기 때문에 작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150cm와 155cm 중 누가 더 크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155cm인 성인의 키가 더 크다고 얘기할 것이다. 이렇게 단독 평가와 공동평가는 같은 대상이지만 차이점이 발생한다.

네 번째, 심리적 계좌와 실제계좌의 가치는 동일해야 한다. 도박이나 복권으로 생긴 돈의 가치는 노동을 통해 번 돈의 가치보다 낮기 때문에 흥청망청 써버리기 쉽다. 하지만 절대적인 돈의 가치는 노동을 통해 번 100만원이나 복권으로 번 100만원이나 동일하다.

그리고 1년치 헬스 회원권을 구매해놓고 첫 달은 열심히 다니다가 점점 소홀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1년치 회원권은 매달 내야할 돈을 일시에 낸 것 뿐이지만 심리적으로 첫 달을 제외하고는 마치 공짜로 다니는 것처럼 심리적 손실이 적게 느껴진다. 매달 돈을 낼 경우는 한 달에 몇 일만 안가도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1년치를 한꺼번에 내면 한 두 달 안가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업에서는 이런 심리적 특성을 이용해 고객의 지갑을 더 쉽게 열도록 만들고, 더 적은 혜택을 주고도 더 많은 혜택을 준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기업의 꼼수(?) 혹은 마케팅 전략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심리계좌와 실제계좌의 가치는 항상 동일하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이 밖에도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과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개인의 행복을 높이기 위한 방법 등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판단과 선택> 에 나온 사례들이 대부분 기존의 행동경제학 대가들의 서적에서 설명했던 이론들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물론 출처도 모두 밝히고 있고 많은 행동 경제학 이론들을 한 권에 짧고 쉽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다른 행동 경제학 서적들을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겹치는 내용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기존에 행동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어본 적이 없거나 한 권으로 다양한 행동 경제학 이론들을 알아보고 싶다면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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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나이토 료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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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 은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며 2016년에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ON 이후에도 CUT, AID 등 시리즈물로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한국에서 다음 작품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캐릭터들의 설정 면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인 히나코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소설에서는 어딘지 나사가 풀린 듯 하면서도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로 꽤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소설의 결말을 고려했을 때는 드라마보다는 소설의 캐릭터가 히나코라는 인물에게 더 적절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히나코는 여형사를 동경하며 형사부를 지망했지만 실상은 현장직이 아닌 내근직으로 산더미 같은 서류 업무만 담당하게 된다. 그래서 현장에서 뛰지 못하는 대신 자신의 뛰어난 기억력을 이용해 그동안 일어났던 미제사건 파일을 모조리 암기해 머릿속에 넣고 다닌다. 히나코가 머릿 속에 넣고 다녔던 이 미제사건들은 추후 벌어질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히나코의 특이한 점은 기억력 뿐만이 아닌데 항상 엄마가 선물하신 고춧가루 양념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어디든지 뿌려먹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코코아와 껌에도 고춧가루를 뿌려먹는 특이한 식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 번 본건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일본어 한자는 잘 몰라서 글씨 대신 그림으로 현장과 관련된 내용을 메모한다.

히나코는 '간 씨'라고 불리는 베테랑 형사(원래 이름은 '아쓰타 이와오')와의 대화 중 머릿 속에 저장돼 있던 미제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프로필을 알려주면서 앞으로 벌어질 연속 자살 혹은 연속 살인 사건에 합류하게 된다.

그 첫 번째 시작은 여성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성폭행했던 '미야하라'라는 사람으로, 자신이 피해자에게 했던 짓과 똑같이 속옷으로 입속이 틀어막히고 항문에는 콜라병이 꽂힌 채 죽어있는 것이 발견된다. 사건 현장에서는 스마트폰이 발견됐는데 스마트폰은 녹화모드로 세팅되어 사건 당시의 상황이 찍혀 있었지만 화면 어디에도 범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후로도 엽기적인 사건들이 줄줄이 발생하는데 공통적인 것은 모두 범죄자들이었으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똑같은 방법으로 죽었고, 죽는 당시의 상황이 영상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발생한 사건은 어머니와 숙모를 죽인 연쇄살인범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던 '사메지마'라는 인물이다. 그는 교도소 독방에서 자신의 이마를 벽에 찧어 자살한다. 그리고 세 번째 '사사오카' 는 자신의 목에 개목걸이를 걸고 옷에 불을 붙여 죽는다.

해당 사건들은 모두 자살로 보이지만 마치 죽은 피해자들이 복수를 하기라도 하듯 자신이 저지른 범행과 동일한 방법으로 죽었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들의 수만큼 자해 시도를 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점 등 수사를 진행할수록 의미를 알 수 없는 공통점들이 발견된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잔혹범죄 수사관' 이라는 서브 타이틀은 이해가 됐지만 왜 하필 제목이 ON 인지 궁금했는데 이야기의 중반에 다다르면서 살해된 인물들 간의 연결고리가 밝혀지고 어느 정도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ON'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감이 오게 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제목 자체가 소설의 핵심이자 모든 사건의 시초가 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잔혹범죄 수사관'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사건들 자체가 엽기적이고 잔혹하다보니 보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상보다(?) 살해 장면에 대한 묘사가 거북하지는 않았다. 물론 살해 현장을 머리속으로 상상하다보면 꽤나 엽기적이겠지만 피가 흥건하고 난자된 시체를 묘사하는데 치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잔인한 내용을 잘 못보는 독자들이라도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된다.

소설은 약 300 페이지 정도의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페이지가 길지 않은만큼 사건들이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강력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또 죽은 범죄자들과 그 범죄자들의 피해자, 그리고 주인공의 동료 형사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다만 다양한 사건들이 얽혀 있으면서 범죄자들이 벌인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어 읽다보면 약간 헷갈릴 수도 있다는 점과 주인공인 히나코가 클라이막스에서 제대로 된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약간 아쉬웠다. 특히 히나코는 형사지만 여성이라는 점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에 현장이 아니라 주로 서류 작업을 담당했었다는 점 때문인지 막상 사건이 눈 앞에 닥쳤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만일 이게 실제 상황이고 히나코라는 여성이 살인범과 대치하고 있었다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니만큼 주인공인 히나코가 형사로써 스스로 사건을 헤쳐나가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기억력과 추리력은 흥미롭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대하는 따뜻한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어쨌거나 히나코의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살벌한 사건과 잔인한 분위기를 좀 더 가볍게 풀어준다는 점에서는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히나코 외에도 베테랑 형사 '간 씨'나 법의학부 교수인 '사신여사' 등 인간미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특히 '사신여사'는 잔인한 사건 현장에서도 눈을 반짝이며 해부에 열을 올리는 괴짜로 사신여사가 주인공인 또 다른 소설이 나와도 재밌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생각보단 잔인하지 않고 예상외로 따뜻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재밌는 소설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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