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 사고 싶고 갖고 싶은 브랜드의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안성은(Brand Boy)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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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의 선구자이자 현대미술의 아이콘인 앤디워홀이 한 말로 유명한 문장이 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이 말은 일단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그 작품의 실질적인 가치가 어떻든 간에 무조건 찬양하고 보는 사람들의 태도를 풍자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건 앤디워홀이 한 얘기가 아니라고 한다. 한국에서만 알려진 말이라고 하는데 누가 왜 이런 말을 만들어낸 것인지는 알 수없다.

그렇다면 앤디워홀이 실제 한 이야기도 아닌데 왜 이렇게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이 이야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문화나 예술, 브랜드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이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이 이야기를 입증할만한 다양한 사례들은 흔히 접할 수 있는데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이케아, 발렌시아가의 일화도 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케아'에서는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장바구니를 0.99센트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디자인의 가방이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에서 캐리 쇼퍼백이라는 이름으로 출시가 됐다. 물론 소재는 폴리프로필렌에서 가죽으로 변경됐지만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이 발렌시아가에서는 무려 2,150배나 비싼 2,150달러라는 가격에 출시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가방은 날개돋힌듯이 팔려 나간다.

사람들은 과연 이 가방의 가치가 2,150달러를 지불할만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만일 발렌시아가가 아닌 이케아에서 동일한 디자인의 가죽 가방을 이 가격에 판매했다면 사람들은 모두 미친게 아니냐며 손가락질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명품 브랜드들 중에서도 핫하다는 '발렌시아가'였기 때문에 고작 장바구니와 똑같은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격을 지불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가방의 가치를 따지기 보다는 명품 브랜드가 주는 이름값과 이 제품을 지니고 다닐 때 자신이 얻게 될 이미지에 대해 2,150달러라는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몇 년 전 뉴스에서 동대문에서 판매하는 의류들의 택갈이에 대해 보도된 적이 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의류 브랜드에서 파는 많은 옷들이 동대문이나 중국에서 제작되는데 같은 옷이라도 동대문에서 팔 때는 만 원인 옷이 유명 브랜드 택을 달면 백화점에서 10만원, 20만원에 팔리는 것이다.

뉴스에서야 최근에 보도 됐지만 이런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백화점에서 더 비싼 돈을 주고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일까.

이 경우도 앞의 예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단순히 옷에 대한 비용만 지불한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은연 중에 제품에 대한 절대적인 가치보다는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익숙해져있다. 요즘같이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게 아닌, 물건이 넘쳐나서 팔기 어려운 시대라면 브랜드에 대한 가치는 더 절대적이다.

선택지가 천 가지, 만 가지도 넘게 끝도 없이 펼쳐진 상황에서는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보다는 브랜드가 더 변별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사고 싶어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브랜드의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여러 브랜드들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성공하는 브랜드에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그 중 공통적인 키워드들을 뽑아내 아래와 같이 5가지로 나누고 기업들이 어떤 신념과 사상을 가지고 현재의 브랜드를 일궈냈는지 설명하고 있다.


■ 사명: 초일류 브랜드에는 분명한 이유(why)가 있다. 

 _ 토스, 에어비앤비, 파타고니아, 무인양품, 곤도 마리에

어떤 기업이나 브랜드든 고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쓸데없는 것들은 버리고 핵심이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토스는 복잡한 송금 서비스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어린 아이들이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여러 단계를 걸쳐서 들어가야만 하는 복잡한 서비스는 지양한다.

파타고니아는 좋은 품질로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환경을 보호한다. 신소재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원가가 상승하고 이윤이 줄어들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환경을 훼손하는 제품이라면 아무리 인기 제품이더라도 단종시킨다.

이처럼 초일류로 발돋움하는 브랜드들은 일부 이익이 희생되더라도 업의 본질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 문화: 초일류 브랜드는 제품이 아닌 문화를 만든다. 

 _ 배달의 민족, 빔즈, 자포스, 에이스 호텔

배달의 민족은 단순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들에게 다양한 이벤트와 구경할거리를 제공하며 놀이공원이 되길 자처한다. 빔즈는 직원 채용시 학력이나 외모가 아니라 빔즈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를 바탕으로 고용한다. 빔즈에 대한 애정도가 높은 직원일수록 다른 누구보다도 빔즈의 제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즐기기 때문에 손님들에게도 물건을 제대로 설명하고 안내할 수 있다.

■ 다름: 초일류 브랜드는 차별화에 목숨 건다. 

 _ 돈키호테, 버질 아블로, 호시노야 도쿄, 톰포드, 모노클, 박진영

돈키호테의 창업자는 유통업체에 일한 경험이 없었다. 애초에 관련 지식이 아예 없는 초보자였기 때문에 고정관념에 사로 잡히지 않고 오로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만 집중해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매장을 선보일 수 있었다.

■ 집요: 초일류 브랜드는 미친 듯한 집요함으로 만들어진다.

 _ 프라이탁, 블루보틀, 무신사, 월간 윤종신, 슈프림

갈수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피전문점들 사이에서 블루보틀은 오직 최고의 커피맛을 내는 데만 집중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없어도 맛이 좋다면 그 길을 선택한다. 오직 커피의 품질에만 집중하자 역으로 고객들은 더 열광하고 몰려들게 된 것이다.

■ 역지사지: 초일류 브랜드는 오직 고객의 입장에서 행동한다.

 _ 휠라, 뿌리깊은 나무, 백종원, 쓰타야, 발뮤다

발뮤다가 가장 처음 내놓은 제품은 노트북 거치대였다. 디자인이 아름답고 품질이 훌륭하지만 거치대로서는 엄청나게 비싼 3만 5,000엔이라는 가격이었다. 결과적으로 잘 팔리지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는 혁신적이고 아름다웠지만 고객들은 굳이 3만 5천엔짜리 노트북 거치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보다는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갓 구운 것 같이 속은 촉촉하면서도 겉은 바삭하게 빵을 구워내는 토스트기, 자연바람처럼 기분 좋은 바람을 내보내는 선풍기, 물탱크를 갈아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가습기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니즈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 거기에 아름다움이 더해지자 제품은 날개돋힌 듯 팔렸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계속해서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많지 않다. 한 해 사이에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생기고 사라진다. 그래서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으면 금방 뒤쳐지기 마련인데 책은 집필과 인쇄라는 과정을 거쳐야만하는 특성상 항상 최신 트랜드보다 한 발짝 늦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에서 평소 연재하고 있던 글을 토대로 출간되었기 때문에 유행의 정점에 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마케터나 광고 기획자 등에게는 아마존이나 자포스처럼 매년 우려먹는(?) 소재가 아닌 최신 트랜드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해서 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현학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이 중심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핵심이 되는 부분만 짧게 요약한 실용서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어도 상관없다. 재밌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는새 브랜드와 관련된 인싸이트가 조금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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