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관의 살인 기암관의 살인 시리즈 1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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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은 구성이 독특한 편인데 목차를 읽어보면 제1장에 가장 먼저 "해결편"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해결편이라니 무슨 말이지 싶었지만 마지막까지 읽고나면 이게 왜 해결편인지 알 수 있다. 결말까지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지만 시작부터 반전을 먼저 밝혔다는 점에서 작가가 독자들을 향해 '맞출테면 맞춰봐'라는 도전장을 내민 셈이라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해결편을 지나 다음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기암관에 가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경제적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리터로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던 주인공은 일용직으로 나간 곳에서 우연히 도쿠나가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평소 가족, 친구와 교류가 없는 비슷한 사정을 가진 두 사람은 가까워지지만 어느 날 도쿠나가는 짭짤한 아르바이트를 찾았다는 말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도쿠나가에게 빌린 돈이 있어 나름의 부채감이 있었던 주인공은 그를 찾기 위해 구인 사이트와 SNS를 뒤지던 중 비슷한 공고를 찾아내 지원한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어떤 장소에서 그냥 3일 동안 가만히 있기만 해도 돈을 준다는 수상하면서도 짭짤한 알바에 주인공도 합격하고, 그렇게 외딴섬의 기암관으로 향하게 된다.

주인공은 '사토'라는 가명과 함께 세계 각지를 여행한다는 '여행자'의 역할을 받게 되었는데 그 곳에는 사토 외에도 알바인지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손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손님들 사이에서 당연히 도쿠나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그러던 와중 기암관 주인의 딸에게 이상한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란포는 숨기고 

세이지는 막는다 

마지막으로 아키미츠가 목을 딴다"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편지 이후로 밀실이나 다름없는 외딴섬의 기암관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시작된다.


결국 알고 보니 이 알바는 돈많은 VIP들이 탐정으로 추리 게임을 하는 역할극이었고, 사토는 그 역할극의 엑스트라로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다만 문제는 이 탐정놀이에서는 진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사토는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고, 기암관에서 무사히 탈출하기 위해 추리 게임을 빙자한 잔혹한 살인 게임의 진짜 탐정인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책은 대략 300페이지 정도인데 판형도 그리 크지 않아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전개가 엄청나게 빨랐는데 주인공이 사건 현장인 기암관에 도착할 때까지의 과정이나 살인사건이 처음 발생하기까지 아주 스피디하게 진행된다.(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주인공이 기암관에 도착해 있다. ㅎㅎ) 이후 주인공이 누가 이 일을 요청한 VIP 인지 찾아내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그 사이에 벌어지는 살인사건들의 트릭이 다소 쉽게 금방 밝혀지는 편이라 약간 의아했다. 아직 남은 분량이 제법되는데 금방 연달아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트릭도 금방금방 밝혀지니 남은 페이지들을 어떻게 채워나가려고 그러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마지막까지 읽고 보니 '아, 이게 다 이 결말을 위해 그렇게 빠르게 전개한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쇄 살인에 대해 설계하고 실행하는 부분이 좀 허술하다, 혹은 너무 성의없이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작가는 역시 다 생각이 있었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절정 이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돼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부유층들이 유희를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파리만도 못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오징어 게임이 참가자들의 개인사와 휴머니티를 강조한 드라마였다면 「기암관의 살인」은 게임을 설계하는 사람들을 마치 평범한 직장인처럼 그리며 그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한 주인공 덕분에 후속작이 나온다면 어떻게 진행될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다음 편이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책 표지의 디자인에서도 분위기를 알 수 있듯이 본격적인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라이트 노블로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편지에 등장하는 살인 사건의 모티브가 된 추리소설들을 미리 잘 알고 있는 추리소설 매니아들이라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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