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중략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님이여, 넌 말히기는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ㅡㅡㅡㅡㅡㅡㅡㅡ중략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
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 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ㅡㅡㅡㅡㅡㅡㅡㅡㅡ중략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필까?
혹시 때아닌 서리가 내려 망치지는 않았나?
오오 개를 멀리 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잖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 자 나의 형제여!

T. S. ELIOT는1922년《황무지》를 발표하고 194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개인의 기호에 관계없이 20세
기 를 대표하는 시 한 편만을 고르라면 황무지가 뽑힐 공산 이크다. 이 작품은 1922년 출판되자 곧 새로운 시의 보통명사가 되었고, 그 새로운 시에 modernism
이라는 팻말이 붙은후에는 modernism의 대표작으로 평가되어 왔다.
황무지에 대한 motive는 정신적 메마름, 인간의 일상적
행위에 가치를 주는 믿음의 부재, 생산이 없는 성, 그리고 재생이 거부된 죽음에 대한 시로서 콜라주 기법을 절묘하
게 구사한 뛰어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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