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5
제러미 니콜러스 지음, 임희근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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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쭉 클래식에 대한 서적을 읽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한동안 빠져 읽고서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더니 기억이 휘발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하다. 왜냐하면 다시 책을 읽어도, 처음 느낌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에… 책을 다시 펼쳐도 처음 그 설렘보다는 그동안 이리저리 찾아본 정보들이 섞여 떠오른다. 별로다! 인덱스는 많은데 펼치면 왜 표시를 해둔건지 떠오르지 않는다. 어렴풋이 알 듯도 한데 말이다. 그래서 『음악의 시학』이나 『음악의 기쁨』같은 책들은 리뷰를 한참 뒤로 미뤄야한다. 한 번씩 꼼꼼히 읽기도 했거니와, 다시 읽을 땐 음악도 찾으면서 제대로 복습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혹 이 작품들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구입하시길 권한다.)


그런 의미에서 『쇼팽, 그 삶과 음악』 리뷰는 워밍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가 음악을 담은 씨디를 포함하고 있어서 가격이 좀 있는 편인데, 씨디를 전혀 뜯지 않았음에도 나는 무척 만족하고 있다. 쇼팽의 피아노곡들은 각자 따로, 선호하는 피아니스트의 레코드로 가지고 있으므로 굳이 부록을 뜯지 않아도 되고, 낙소스 라이브러리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가 제공되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가 없다. 아무튼 이 책으로 프리데리크 쇼팽의 삶을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았다는 것이 좋았다. 클래식 입문 서적이나, 낭만주의 음악가들에 대한 책들에서도 조금씩 언급된 일화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에 이 위대한 작곡가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쇼팽은 병약하고 예민하고 거만하기도 했지만 친절하고 사려 깊으며 센스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일생에 중요한 인물 셋을 꼽아보면 첫째로 비서 역할을 한 율리안 폰타나가 있다. 스스로 쇼팽에게 기대한 보상은 하나도 얻지 못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다 결별하는데, 나중에 자살로 일생을 마감한다. 쇼팽의 유작을 정리해 출판한 것도 폰타나였는데 일화들을 읽어보면 호구 중에 호구다... 또 중요한 이는 쇼팽의 스승인 아달베르트 지브니이다. 보헤미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피아노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쇼팽의 재능(즉흥연주, 독창적 연주법)을 개발할 수 있게 한다. 어린 쇼팽에게 바흐, 모차르트와 같은 고전 음악에 대한 사랑을 심어준 인물이기도 하다. 지브니의 파격적인 수업이 아니었다면 위대한 인물의 싹이 잘 자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조르주 상드. 그녀가 얼마나 큰 애정으로 쇼팽을 보살폈는지 알 수 있었다. 상드와 지내는 동안 쇼팽은 엄청난 작곡열을 유지했으며, 걸작들이 나왔다. 전주곡, 폴로네즈, 즉흥곡, 야상곡, 소나타 등 쇼팽하면 떠오르는 작품들 말이다. 상드의 두 아이에 대한 쇼팽의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그리고 아이들로 인해 연인과 멀어지고 상처를 입는 과정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편으론 작곡가를 보살핀 상드의 애정이 꽤 오래 지속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쇼팽이 알캉과 친했다는 것, 그것도 내내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리고 그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슈만에 대한 냉정한 태도도... 자신의 천재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가진 거만함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점은 쇼팽의 제자들은 스승만큼 뛰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는 쇼팽의 피아니즘을 알 수 있는 레코드(녹음), 교수법을 전해 받지 못했다... (메모는 남아 있다) 쇼팽이 자신과 같은 천재라고 극찬했던 수제자 카를 필치는 폐결핵으로 요절하였고, 그의 문하에 필치만큼의 재능을 가진 이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쇼팽의 삶을 따라가면서 작곡 당시의 분위기를 잘 녹여내어 1830년대의 파리가 천재들의 요람으로서 어떤 기능을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초상화, 머물렀던 동네나 소지품, 데드마스크 등 이미지 자료와 작품 해설이 함께 실려 있어 대체로 만족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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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6-06-1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은 읽자마자의 느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이래저래 쓰는 시기를 놓치고 나면 헤어진 남친 다시 만나는 것처럼 설렘이 없어지고, 결국 안 쓰게 되더라고요^^

에이바 님 리뷰를 읽으면,

아.. 나도 열심히 읽어야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묵묵히 읽지만 마시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리뷰도 많이 써주세요ㅎ

에이바 2016-06-24 19:35   좋아요 0 | URL
그게 알면서도 잘 안 되더라고요. 항상 무언가를 읽고는 있지만... 리뷰 쓰려면 생각도 다듬어야 하고 무언가 압도되는 전율, 그런 걸 느껴서 일필휘지로 쓰는게 아니면 자꾸 미루게 돼요. 노력하겠습니당...ㅜㅜ

clavis 2016-09-25 23:09   좋아요 0 | URL
하하 표현이 넘나 재밌어요 헤어진 남친 만나듯 설레임이 사라진 리뷰쓰기..와 닿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7-1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억의 휘발 때문에 억지로라도 글 남기고 있습니다. 자주 글 뵙길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