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우주 산업은 벌써, 화성에 세 번째 탐사팀을 보낼 정도가 되었다. 다음 탐사팀 도착일에 맞춰 미리 보급품을 보내는 등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궤도에 안착했다. 총 여섯 명으로 구성된 아레스 3팀이 무사히 화성에 도착하여 탐사를 시작한다. 착륙 6일째 되는 날, 갑작스런 모래폭풍 탓에 한 대원이 유리된다. 그의 생체장치가 반응하지 않는데다, 폭풍으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프로젝트 진행이 불가능해지자 팀원들은 귀환을 결정한다. 남겨진 대원의 이름은 마크 와트니, 식물학자 겸 엔지니어이다. 지구로 향하는 헤르메스 호 안, 팀원들이 동료를 잃은 슬픔과 죄책감에 빠져있을 때, 화성의 수호신 아레스가 마크를 보우했음이 드러난다. 깨어난 마크는 지구인 최초로 화성을 점령하고, 아레스의 명을 받들어 화성 농부로서 새 삶을 산다. (믿거나 말거나!)


생존기라는 점에서 『로빈슨 크루소』,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마션』의 상황은 더욱 참혹하다. 마크 와트니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음 탐사선이 올 때까지 4년을 버텨야 한다. 식량은 겨우 400일 분이며, 아레스 4팀의 착륙은 4년 후로 예정되어 있다. 그가 4년 간 생존하더라도, 랑데부 지점은 모래 폭풍과 미지의 지형을 지나는 3,200킬로미터 바깥에 있다. 화성의 대기 95%는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고, 유일한 에너지원인 태양 전지는 모래폭풍으로 인해 일정 시간마다 쓸어줘야 한다. 제한적인 상황에서 선외 활동을 해야 하며, 거주용 막사에 설치된 기계들이 오작동을 일으키고 제때 수리하지 못한다면 생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크는 그의 식물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작물을 재배하고, 수소를 태워 물을 만든다. 1,500 킬로미터가 넘는 패스파인더 착륙지로의 여행도 해냈다. 과연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편 지구의 본부는 딜레마에 빠진다. 재건조가 불가능한 헤르메스 호와 다섯 명의 우주 비행사들 즉 아레스 프로그램의 생존이냐, 생존이 확인된 대원의 구조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전자의 생존확률은 높으나 여섯 사람의 목숨이요, 후자의 생존확률은 낮으며 한 사람의 목숨이다. 게다가 언론은 와트니의 사진을 원한다. 마크 와트니 구조 사업의 소비 방식, 기금 마련, 보급선 건조, 항공우주국의 대응, 라이벌인 중국 항천국 등 우주산업의 고충도 엿볼 수 있다. 마크 와트니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강철 멘탈과 전문성, 생존 훈련을 거친 엘리트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낙천성 덕이다. 그의 유머는 최악의 상황에서 홀로, 600일이 넘는 시간을 버티게 한다. 이미 낙천주의는 인류가 가진 멋진 능력 중 하나임이 증명되었다. 달을 꿈꾸던 사람들이 결국, 사람을 달에도 보내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다 보니, 드라마틱한 부분도 담담하게 그려지거나 생략되는 부분들이 있다.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생존물이기에 밀려오는 후반부 감동은 미국 최고, 이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태생적 한계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해 소개하자면, 리들리 스콧 감독에 맷 데이먼이 주인공이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 행성학부, 제임스 그린의 자문을 얻었다. 그린에 따르면, 소설에 등장하는 기술들은 사실적(reasonably realistic)이라 한다. 모래폭풍은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되었다. 앤디 위어는 집필을 위해 우주 공학 기술에 대해 조사하였고, 블로그 연재 중 독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얼마 전 나사는 화성에 흐르는 물이 있다고 발표했는데, 그 곳에 정말 생명이 존재할까? 만약 마션(화성인)이 존재한다면, 소설 속에서 언급된 마크 와트니의 화성 정복은 물 건너간 것이리라. 앤디 위어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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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5-10-0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 예약 걸어놓은 깜빡하고 있다가 지금 생각났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생각해 보면, 낙천적인 기질의 소유자들은 어떻게든 상황을 좋게 타개해 나가더군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느 시점부터 `상황`이 그의 편을 열렬히 들어준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실제의 화성에는 마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전재산을 걸고자 합니다. 외계지성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화성 그 자체의 불모성이 너무 가시적으로 현저해서랄까.ㅎㅎㅎ




에이바 2015-10-09 23:35   좋아요 0 | URL
어느 시점에선 상황이 낙천주의자들의 편을 들어준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지성체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물은 있다고 하니까 조금 꿈 꿔보는거죠 ㅎㅎ

물고기자리 2015-10-09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먼저 볼까, 소설을 먼저 볼까 고민되고 있습니다^^

에이바 2015-10-09 23:38   좋아요 0 | URL
어느 쪽이든 좋지만 저는 원작을 먼저 봤습니다. 영화는 아무래도 생략해야 할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ㅎㅎ

AgalmA 2015-10-16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들리 스콧이 원작과 다르게 한국계 여성을 백인 여성으로, 흑인 과학자를 인도계 과학자로 바꾼 걸로 인종차별 논란이 있던데...원작도, 영화도 아직 못 봐 답답하네요ㅜㅜ

에이바 2015-10-16 23:03   좋아요 0 | URL
네 민디 파크 같은 경우는 파크라는 성을 한국인으로만 볼 수 없지만(원작 설정에 반하더라도) 밴커트 카푸어는 내정된 인도인 배우가 하차했어도 충분히 다른 배우 기용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2035년 예상가능한 NASA 내 인종다양성, 현재 인도계 과학자들의 높은 비중을 볼 때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 이해와 시각에 대한 우려가 남지요... 훌륭한 감독이지만 전작들도 논란이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