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4
윤흥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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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라는 작품은 학교 토론 작품 중 하나였기에 접하게 된 소설이었다. 토론을 담당한 팀에서 감사하게도 내게 토론의 입론과 반론을 쓸 때 도움을 요청했고, (유일하게 내가 우리학교에서 잘 하는게 토론이다.) 쉬는 시간 틈틈이 그 토론 팀을 도와주면서 나도 이 아홉 켤레의 구두라는 소설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홉켤레의 구두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권씨에게 자신이 대학을 나온 그 시대의 나름 엘리트였음을 의미하고, 그 시대에 대학은 적어도 상위 10%를 상징한다.. 그러나 권씨는 시대적 상황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졌고, 자존심을 버리고 버리다가 도둑질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도둑질마저 들키게 되고 결국 권씨는 가족까지 버리고 떠나게 된다. 그의 유일한 자존심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상징하는 것은 구두였다.

 

자존심그것이 필요했느냐. 가 토론의 주제였고, 나는 자존심이라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존심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자존심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고,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존재인 것 같다.

자존심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힘들 때 내게 용기를 주기도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물론 자신의 이를 고집했을 때는 인간관계에서도 트러블을 낳게 된다. 그러나 나는 자존심은 인간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존심의 가장 큰 장점은 삶의 잣대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사람이 쫀심이 있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못해.”

라는 말을 우리들은 자주 사용하곤 한다. 자존심이라는 것은 내가 아무리 비참해지더라도 차마 하지 못할 일을 규정해주는 마지노선의 역할을 한다. 물론 이 마지노선은 처절해져야 하는 순간에 나를 방해하는 것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마지노선이 적어도 나의 도덕성이 되어주기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권씨에게 있어서 자존심은 결과적으로는 마이너스를 준 요소였다. 그는 찬란했던 과거의 자존심은 현실과의 괴리감을 심하게 느끼게 해 정신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그에게 선사했다. 그의 자존심은 그가 정장을 입고 막노동을 하게 했고 덕분에 일자리에서 잘리게까지 했다. 그가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이 한때 엘리트였기에 나는 차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다면 더 치열하게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좀 더 너은 현실을 마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존심이 강했고 그래서 처절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권씨의 행동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 그는 자존심을 고집하며 자신을 점점 마이너스의 상황으로 몰아놓고 있었고, 그는 자존심의 부정적인 면만을 골라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에게 막노동은 그가 허용할 수 없는 수치였을 수 있고, 마지노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그의 행동을 이해했다.

 

그러나 그의 자존심은 막 옷을 입고 막노동을 한다.’는 것은 허용하지 못했지만 도둑질은 허용해 버렸다. 그에게 자존심은 나는 막노동을 하는 공부 안한 사람과는 달라.’라는 허영심일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현실에서 도망쳐버리는 그에게 자존심은 궁색한 도피의 사유정도밖에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권씨를 비판하고 그가 구두로 형상화 하는 자존심이라는 이름의 허영심은 없어져야 할 대상이었다고 본다.

 

이렇게 실랄하게 권씨의 자존심을 비판하고 나니 나의 자존심에 대해 성찰해보게 된다. 과연 나는 자존심을 내인생에서 사용할 때 긍정적인 면만을 이용하고 있는가. 나는 자존심 뒤에 숨지는 않았는가. 중학교 시절 한때 찬란했던 시절을 자존심으로 놓고 아파하며 계속 공부로부터 도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권씨처럼 도덕성을 무너뜨리고, 최후의 방법을 선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과연 나는 내게 남아있는 과거에 잘났던 나에 대한 자존심이 나의 삶의 원동력이 되도록 사용하고는 있는것일까. 나는 때로는 나를 너무나 고통스럽게 만드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형성하는 이 자존심을 나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에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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