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목건련의 교화 대상 역시 인간과 신, 착한 존재와 악한 존재의 경계를 늘 가뿐하게 넘나들었다. 뛰어난 신통력을 바탕으로 목건련은 천상에서는 제석천왕을 반성하게 만들고, 지옥에 가서는 죽은 어머니를 구제하고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죄를 범하고 산채로 지옥에 떨어진 제바달다를 구원했다. 목건련이 아니었다면 부처님의 제자 중 그 누가 기꺼이 그리고 단숨에 지옥까지 갈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온갖 세계의 말을 듣는데 걸림 없는 귀를 지닌 그는 다른 세계의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러 다녀온 적도 있었다.
 



자신의 숙명을 살펴 죽음을 결정하다
이미 죽은 자들까지도 구제하고 구원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목건련은 불법을 만나고 전하는 과정에서 실로 많은, 다양한 죽음을 접했다. 특히 그의 주변 여인들은 삶과 죽음이 기구한 경우가 많았다. 먼저 마음껏 풍요롭게 살았으나 죽어서 고통에 빠졌던 그의 어머니가 그랬고, 그가 구제하여 불법에 귀의하게 했던 여인은 각고의 수행 끝에 숙명통을 얻었으나 제바달다의 손에 맞아 숨졌다. 이런 과정들을 겪은 목건련이 본래 선량한 사람보다는 인간이든 귀신이든 괴로움에 처한 이들을 구제하고자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의 이런 정신은 결국 그 자신의 열반으로 이어졌다.

일흔이 넘도록 왕성하게 활동하며 사람들을 교화하고 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모신 목건련은 많은 이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었지만 생각이 다른 외도들에게는 그만큼 미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일흔이 넘었을 무렵, 그는 어느 날 선정에 들어 자신의 숙명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전생의 업보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업보를 알게 되면 끊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증오하고 미워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삼세의 인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어야만 업장의 뿌리를 청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자신이 이 생에서 이 업보를 끊지 않는다면, 그를 증오하고 미워한 사람들이 지옥에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지옥에 관해서 누구보다 해박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목건련은 마음을 정했고, 죽음을 아니 열반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는 호시탐탐 그를 없앨 기회를 노리는 외도들이 살고 있는 산 밑을 일부러 지나갔다. 말 그대로 죽기 위해 용을 쓰는 격이었다. 외도들은 목건련이 오는 것을 보고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산 위에서 돌을 굴리기 시작했다. 목건련은 아무런 신통력을 발휘하지 않았고, 그들이 힘껏 굴리고 던지는 돌들을 맞으며 자신의 업에 맞섰고 삼매에 든 채로 열반했다. '신통력'에 의지하여 인과응보의 진리를 어기는 것은 불제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열반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여준 것이었다.
 


궁극의 자비, 최초의 순교
목건련의 열반의 불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이기도 했다. 빔비사라왕의 아들이자 마가다 국의 왕인 아사세사투 왕은 자신이 존경하던 목건련 존자의 죽음에 슬퍼했다. 동시에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 목건련의 시신은 너무나 처참했기 때문에 '누군가 그를 일부러 죽게 했다'는 사실이 왕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분노와 슬픔을 참을 길이 없었던 아사세사투 왕은 의심이 가는 외도들을 모두 잡아와서 모조리 죽이고자 했다.
여든이 다 된 나이에 거의 50년을 함께한 일흔의 제자를 잃은 부처님은 이 소식을 듣고는 아사세사투 왕을 찾아와 그들을 용서하라고 설법했다. 애틋한 제자를 떠나보낸 슬픔을 감추며 그것이 목건련의 숭고한 열반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는 부처님의 간곡한 설법에 아사세사투왕은 간신히 분노를 누구러뜨렸다.

목건련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부처님의 만류 덕분에 목숨을 건진 외도들은 용서를 빌며 죄를 뉘우쳤고 부처님께 귀의했다. 하지만 부처님은 새로 제자를 얻은 기쁨보다는 사랑하는 제자를 먼저 떠나보낸 애잔함이 더 컸다.

많은 제자들이 부처님께 목건련 존자가 신통력이 그렇게 뛰어났음에도 스스로의 죽음을 방어하지 못한 이유를 물을 때마다 부처님은 그의 열반이 지니는 의미를 말씀해주셨다. 이미 깨달은 이에게 나고 죽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목건련은 부처님 생전에 다른 제자들에게 여실하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목건련은 불법을 펴는 데 크게 이바지 했을 뿐 아니라 끝내 목숨마저 바쳤다는 것을 일러주시며 목건련의 자비가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를 말씀하셨다.

목건련이 열반한 뒤, 사리불은 부처님께 허락을 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열반에 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곁에 없는 것에 대한 쓸쓸함을 감추지 않으셨던 부처님도 오래지 않아 반열반에 들으셨다. 너무나 아름답게 한 길을 걸어가던 커다란 스승과 빛나는 제자 둘은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아끼며 마지막을 맞았다. 다음 편에는 부처님이 반열반에 드신 후 불법을 계승한 가섭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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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神通)하다'는 의미는 단순히 '신통력이 있다'는 것만은 아니다. 목건련은 자신의 거침없는 신통력으로 수많은 일화를 남겼지만 그가 '신통제일(神通第一)'이라 불리는 진정한 이유는 신통을 넘어선, 보살과 같은 자비롭고 인간적인 면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귀의 고통을 덜어주다
목건련의 구제 대상은 결코 인간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부처님이 천상의 신들로부터 정중한 초대를 받아 신들에게 설법을 하셨다면 목건련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하찮은 존재들, 인간보다도 못한 존재들을 놓치지 않았다.

한 번은 별들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 맑고 깨끗한 강가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선정에 들었을 때였다. 그런데 목건련의 눈에 한 무리의 아귀들이 들어왔다. 아귀들은 물을 한 모금 마시기 위해 강가를 서성이고 있었는데, 쇠몽둥이를 든 채 강을 지키는 귀신이 무서워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선정에 든 상태에서 그들의 업보를 하나 하나 살펴본 목건련은 아귀들을 불렀다. 그리고 물었다.

"배 고프고 목마른 고통이 얼마나 심하냐?"

보는 사람마다 식겁을 하며 도망치기 바쁜 아귀들에게 그들의 고통에 대하여 물어봐 준 이가 있었겠는가.

목건련의 관심에 아귀들은 그의 곁에 다가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하였다. 목건련은 잠자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펴보았던 인과를 말해주었다. 물을 마시지 못하는 고통을 호소하는 아귀는 전생에 점치는 일을 하며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고통스럽게 하며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날마다 들개에게 온몸을 뜯어먹혀 뼈가 드러나지만 바람을 쐬자마자 새로운 살이 돋아나 다시 뜯어먹힌다는 아귀는 전생에 온갖 짐승들을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데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목건련은 그들에게 각자의 잘못을 말해주고 참회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목건련의 신통은 이처럼 아귀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 주고 또한 오롯한 진실로 뉘우침을 주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외도들을 제도하다
목건련의 신통력은 또한 빠르고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한 번은 코살라국의 프세나짓 왕이 시원한 강가에서 큰 연회를 연 적이 있었다. 그 연회에는 왕족과 대신들이 모두 참석했을 뿐 아니라 부처님을 비롯하여 각 종교의 대표들과 바라문들을 초대한 실로 엄청난 자리였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모두 선착순으로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다들 앞다투어 빨리 도착하려고 했다.

연회에 가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야 했는데 물이 불어 쉽게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과 제자들도 강가에 도착했다. 강물이 불어난 것을 본 목건련은 신통력으로 칠보로 된 화려한 다리를 놓아 부처님이 건너시도록 했다. 하지만 목건련이 다리를 놓자마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다른 외도들과 바라문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부처님과 제자들은 뒤로 밀렸다.

목건련은 다리를 거두는 대신 그들이 다리에 오르도록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그들이 강 중간쯤 갔을 때 다리가 스스로 없어지도록 했다. 그렇게 부처님과 제자들을 밀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리를 건너려던 사람들이 모두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부처님과 제자들이 다리를 다시 건넜다. 그리고 물에 빠진 외도들을 건져내도록 지시했다.

다리를 놓고, 다리를 건너기까지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프세나짓 왕의 연회에 도착했을 때 부처님의 위엄은 그 자체로 가장 압도적일 수 밖에 없었다. 각 종교의 대표들과 바라문들이 자신들의 이기심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었으며 온몸이 완전히 젖은 상태였으니 사람들의 존경은 자연히 부처님을 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자리에서 부처님께 귀의한 사람이 수없이 많았으며 외도와 바라문, 부처님을 공평하게 존중하던 프세나짓 왕에게도 확실하고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연화색 비구니의 귀의
목건련이 제도한 특별한 인물 중에는 연화색 비구니가 있다. 부처님께 귀의하기 전 아름다움을 무기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태연자약하게 몸을 팔던 그녀는 본디 외도들의 청탁을 받고 목건련에게 접근했었다. 신통력이 뛰어난 목건련은 외도들에게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자 절대적인 미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목건련이 보여준 신통력 때문에 많은 외도들이 불법에 단숨에 귀의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 때문에 증오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그의 신통력이 두려워 함부로 보복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생각 끝에 미색이 뛰어난 몸 파는 여인에게 그를 유혹할 것을 사주한 것이다.

평소 목건련이 다니던 길을 미리 눈여겨 보던 여인은 대담한 차림새와 노골적인 눈빛을 보내며 그에게 접근했다. 목건련은 발걸음을 잠시 멈춘 채 흔들림 없는 담담한 눈으로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치 들여다 본 것처럼 그녀의 속셈을 차근차근 읊었다. 목건련이 입을 열 때마다 여인의 얼굴은 창피함으로 굳어졌으나 마지막까지 자신의 소임을 잃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목건련의 눈빛은 단호했고 여인의 잘못된 생각과 태도를 정확하게 짚어주었다.

마침내 여인은 괴롭고 수치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자신이 이런 생활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하며 눈물지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도대체 어떤 과보가 있었기에 이런 기구한 삶을 살고 있는지, 지금의 삶으로부터 얻을 과보는 무엇인지 물었다. 여인의 고통을 알아본 목건련은 더이상 그녀를 다그치지 않았다. 그 대신 언젠가 스스로 알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부끄러움을 깨달은 여인은 부처님을 뵙길 바라면서도 자신의 비천한 삶이 옳지 못한 것을 알고 망설였다.

그러자 목건련은 그녀을 데리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부처님은 여인을 받아주었다. 여인은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머리를 깎고 수행에 매달렸다. 때때로 괴로움을 참을 수 없을 때면 부처님이나 목건련에게 자신의 인과를 말해달라고 했으나 두 분은 머리를 저으며 스스로 깨닫는 날이 올 것이라고만 말했다.

결국 10년 째 되던 해, 여인은 자신의 과보를 볼 수 있었다. 연화색 비구니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인은 그렇게 숙명통을 얻었다. 그리고 제바달다가 교단을 분열시키고 부처님의 해치려고 할 때 그를 찾아가 꾸짖다가 그의 손에 숨을 거두었다. 몸 파는 여인이 아닌 거룩한 부처님의 제자로써 세상을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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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역시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

그의 작품은 두껍지도 길지도 않아서
아껴서 읽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순식간에 읽게 된다.


이 희망주의자가...
이 씩씩한 작가가 언제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다.

그 중에서도 연애.


물론 <플라이 대디 플라이>처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사랑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인 47살의 남자가
도움을 받는 것은 피끓는 청춘의 17살 고등학생들이다.


"이것은 나의 연애 이야기이다."
라는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사랑 이야기들은 너무나...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고,
사랑은 아름답고,


나 역시 아직 사랑을 할 희망이 있는 사람이기에,
나 또한 아름답다.


일본에서 조총련 계통의 재일교포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자라났다가 아버지의 전향으로 조총련에서도 왕따,
일본 사회에서도 언제나 마이너리티였던 이 작가는

어쩌면 이토록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사고를 할 수 있을까.


그는 정말 무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독자인 것이 행복하다.
난 스스로 이 작가를 발견했고,
이렇듯 좋아하게 되었으니까...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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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허슬 - Kung Fu Hust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주성치가 콜롬비아 트라이스타를 만났을 때...

세인들이 유치하다 비웃던 오바는
특수효과 테크놀로지의 첨단을 보여주고,

세인들이 패러디라고 얕보던 익숙함은
제작, 각본, 감독, 주연을 겸한 소신있는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작품속에 반영하거나
특정 영화나 영화인에게 존경을 바치기 위한 오마주로 승화된다.

무술, 쿵푸를 잘하고 싶던,
고수가 되고자 했던 소망을 품었던 소년은
거대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소년은 연예인이 되었고,
영화계에 뛰어들어서는 코미디언이 되었다.
소년의 친구는 독특한 분위기와 우울한 눈빛으로
칸느와 부산을 오가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소년의 능력으로 얻은 것은 단지 부와 인기뿐이었다.

진짜 무술인이었던 이소룡을 동경했지만,
이소룡도, 이연걸도, 스티븐 시걸도 되지 못했던
영원한 소년 주성치,
그는 소년이었기에 성룡도 되지 못했다.
성룡은 코미디와 액션, 무술을 절묘하게 조화시켰지만
귀여운 사악함이 엿보이는 매력적인 악동보다는
정의를 위해(서만) 최선을 다해 싸우며
명분 때문에 예쁜 여자에게조차 껄떡거리지 못하는
경찰이 딱, 제일 잘 어울리는 성룡의 도덕스러운 면은
주성치가 품고 있는 소년에게 진짜 닭살이었다.

소년은 무조건 착하지 않았다.
ㅋㅋㅋ 그게 더 어울렸고, 당연했다.





영원한 피터팬 주성치,
주름을 잊고 정지된 시간 속을 사는 소년은
그렇게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
거대한 자본이 오고가는 살벌하고 삭막한 세상 속에서
단 한번도 자신의 꿈을 저버리거나 잊지도 잃지도 않았고
놀랍게도 20년밖에 걸리지 않아 자신만의 네버랜드를 완성했다.


그 소년의 감수성과 악동스러움을 잃지 않음에
나는 주성치의 소년을 사랑한다.
예쁜 여자에게 약하디 약하면서도
자신이 잘 생겼음을 절대 강조하는 모습이
하나도 안 밉살스러울 뿐더러 아주 예뻐 죽을 지경이다. ㅋㅋㅋ



그나저나 나도 무술 좀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다섯 손가락을 펴고 가만히 손바닥을 펴면
왠지 장품이 뻗어나가는 여래신장을 펼칠 것 같다. ㅋㅋㅋ


막대사탕과 여래신장.


이 영화는 언제나처럼
주성치의 연애 이야기와 인생성공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영장이 달린 커다란 집이 아니라...
엉덩이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콧물을 질질 흘리는
아이들이 잔뜩 오고가는 누추한 거리 한복판에 자리잡은
세상에게 가장 달콤한 사탕가게....


성치님,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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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쑤통이라는 중국 작가가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 어쩌다 그의 책을 우르르 빌렸다.

빌리다보니 공리 주연, 장예모 감독의 영화 <홍등>의 원작

<처첩성군>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인데 여자들 이야기를 주로 쓴다.

 

작가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전무하다보니

역자 후기를 읽어가며 책을 골랐다.

<눈물>은 눈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맹강녀' 신화를

쑤통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소설이라고 했다.

 

아마도 가슴뭉클하고 절절한 사랑이야기겠거니 맘대로 상상하고

마음잡고 읽다가 진짜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뻔했다.

뭐, 이런 작가가 다 있을까....

아무리 기원전 진나라 시대라고 해도 그렇지...

힘없고 가난한 백성은 도대체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으며

어떻게 사악함이 사악함인지조차 모를 수 있을까...

 

이 책은 영국 캐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전 세계 33개국의 저명한 출판사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신화총서>에 중국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집필한 작품이라고 한다. (출처 : 예스24)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전세계 30개국 동시출간을

목표로 전세계의 신화를 각국의 유명작가들이 재해석해서

시리즈로 출간한다는 프로젝트인데 총 분량이 100권 예정이란다.

 

이것도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몇 안되는 포스팅을

검색해가며 얻은 내용들이다.

 

 

이야기꾼이라는 소개에 낚여(;;) 기대하던 로맨스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힘든 소설을 간신히 꾸역꾸역 읽었다.

주인공은 끝까지 행복해지지도, 편안해지지도 않는다.

그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생고생을 하고 또 하지만

그저 팔자려니 생각하고 복수 한 번 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그토록 만나고자 하는 남편은 끝내 등장하지도 않는다;;

읽다보면 통쾌함도 없고, 뭉클함도 없이

그저 먹먹한 짜증이 밀려온다.

 

먼저 만리장성에 노역하러 끌려간 남편을 찾으러 가겠다는

주인공 비누(벽노)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괴롭힘이 그 첫번째다.

남편을 찾으러 가겠다는 비누가 미쳤다며 냉대하는 사람들은

매일 비누의 집에서 비누가 부쳐주는 호박전을 먹고

돌아가면서 침을 뱉는다. 그래야 비누가 주는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조롱박이 환생하여 태어난 비누는

고향을 떠나면 죽는다는 예언을 무녀들로부터 듣지만

남편을 찾기 위해 말을 찾으러 다니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

힘들게 돌아온 비누는 자신의 집에서 바가지가 사라진 것을

알고 바가지가 어디 갔냐고 묻자 돼지치는 사람이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할 수 없이 체념하고 나서 집을 나갈 때

5개였던 호박이 3개밖에 남지 않은 것을 알고

호박이 왜 줄었냐고 묻자 이번에는

"너는 곧 남편찾으러 갈텐데 호박이 줄은들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듣는다. 비누는 이 말에 대꾸하지 않고 집을 떠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길에서 죽을 팔자인 자신의 분신인

하나남은 조롱박을 잘 묻은 뒤에 남편을 찾으러 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 곁을 따라온 조카는 고모가 미쳤다며 조롱박을

묻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 위치를 가르쳐준다;;;

 

길은 나선 후에는 다른 마을에 도착한 비누가

자신이 북촌에서 왔다며 만리장성까지 가는 길을 묻자

수레 끄는 남자는 도촌에서 온 여자라며 비누를 위협한다.

북촌에서 왔다고 수십번을 말해도 막무가내로 우긴다.

 

중국 영화에서 보면 이렇게 우기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코미디 코드겠거니 하고 웃었는데 이쯤 되자

정말 두려움이 다 밀려왔다;;;

 

비누에 대한 괴롭힘은 이제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고,

비누는 자신을 팔아넘기려는 남자아이들에 의해 나무에 묶인다.

자신이 죽을 때가 되었음을 알고 목에 조롱박을 건 아이에게

자신의 무덤지기가 되어달라고 사정사정하여 부탁한다.

아이는 욕지기를 하며 땅을 파지만

비누는 조금 더 양지바른 곳에 묻히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이는 화를 내며 얼른 죽을 것이지

왜 죽겠다더니 안 죽냐며 짜증을 내고

결국 비누는 "죽는 게 내 마음대로 안돼는구나"하며 미안해한다.

그들이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땅 주인이 나타나서

자신의 땅에서 죽지 말라고 한다;;;;;;;;;;

 

진짜;;;;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주인공이라고 딱히 총명한 것도 아니오, 지혜로운 것도 아니오,

정의롭고 사랑스러운 것도 아니오, 당찬 것도 아니오,

딱히 착하지도, 의롭지도 그렇다고 멍청하지도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저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매몰차질 않나;;;

 

근데 그게 또 사람사는 인생이라;;;

진짜 이 작가 때문에 짜증이 울컥울컥...

보아하니 다른 작품들도 만만치 않은 듯...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결코 설명해주지 않는, 친절하지 않은 작가, 란다.

 

어휴...이번에 빌린 10권의 책 중에 쑤통 책이 5권인데...

난 인제 어쩌라고...ㅠㅠ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쑤통은 한국 근대 순수문학의 느낌을 간직한 작가란다.

<운수좋은날>이나 <탁류> 사이에 꽂혀 있어도

자연스러울 것 같은, 진짜 소설의 맛이 난단다.

아...나도 읽다보면 그 맛을 느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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