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神通)하다'는 의미는 단순히 '신통력이 있다'는 것만은 아니다. 목건련은 자신의 거침없는 신통력으로 수많은 일화를 남겼지만 그가 '신통제일(神通第一)'이라 불리는 진정한 이유는 신통을 넘어선, 보살과 같은 자비롭고 인간적인 면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귀의 고통을 덜어주다
목건련의 구제 대상은 결코 인간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부처님이 천상의 신들로부터 정중한 초대를 받아 신들에게 설법을 하셨다면 목건련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하찮은 존재들, 인간보다도 못한 존재들을 놓치지 않았다.

한 번은 별들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 맑고 깨끗한 강가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선정에 들었을 때였다. 그런데 목건련의 눈에 한 무리의 아귀들이 들어왔다. 아귀들은 물을 한 모금 마시기 위해 강가를 서성이고 있었는데, 쇠몽둥이를 든 채 강을 지키는 귀신이 무서워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선정에 든 상태에서 그들의 업보를 하나 하나 살펴본 목건련은 아귀들을 불렀다. 그리고 물었다.

"배 고프고 목마른 고통이 얼마나 심하냐?"

보는 사람마다 식겁을 하며 도망치기 바쁜 아귀들에게 그들의 고통에 대하여 물어봐 준 이가 있었겠는가.

목건련의 관심에 아귀들은 그의 곁에 다가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하였다. 목건련은 잠자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펴보았던 인과를 말해주었다. 물을 마시지 못하는 고통을 호소하는 아귀는 전생에 점치는 일을 하며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고통스럽게 하며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날마다 들개에게 온몸을 뜯어먹혀 뼈가 드러나지만 바람을 쐬자마자 새로운 살이 돋아나 다시 뜯어먹힌다는 아귀는 전생에 온갖 짐승들을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데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목건련은 그들에게 각자의 잘못을 말해주고 참회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목건련의 신통은 이처럼 아귀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 주고 또한 오롯한 진실로 뉘우침을 주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외도들을 제도하다
목건련의 신통력은 또한 빠르고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한 번은 코살라국의 프세나짓 왕이 시원한 강가에서 큰 연회를 연 적이 있었다. 그 연회에는 왕족과 대신들이 모두 참석했을 뿐 아니라 부처님을 비롯하여 각 종교의 대표들과 바라문들을 초대한 실로 엄청난 자리였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모두 선착순으로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다들 앞다투어 빨리 도착하려고 했다.

연회에 가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야 했는데 물이 불어 쉽게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과 제자들도 강가에 도착했다. 강물이 불어난 것을 본 목건련은 신통력으로 칠보로 된 화려한 다리를 놓아 부처님이 건너시도록 했다. 하지만 목건련이 다리를 놓자마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다른 외도들과 바라문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부처님과 제자들은 뒤로 밀렸다.

목건련은 다리를 거두는 대신 그들이 다리에 오르도록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그들이 강 중간쯤 갔을 때 다리가 스스로 없어지도록 했다. 그렇게 부처님과 제자들을 밀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리를 건너려던 사람들이 모두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부처님과 제자들이 다리를 다시 건넜다. 그리고 물에 빠진 외도들을 건져내도록 지시했다.

다리를 놓고, 다리를 건너기까지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프세나짓 왕의 연회에 도착했을 때 부처님의 위엄은 그 자체로 가장 압도적일 수 밖에 없었다. 각 종교의 대표들과 바라문들이 자신들의 이기심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었으며 온몸이 완전히 젖은 상태였으니 사람들의 존경은 자연히 부처님을 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자리에서 부처님께 귀의한 사람이 수없이 많았으며 외도와 바라문, 부처님을 공평하게 존중하던 프세나짓 왕에게도 확실하고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연화색 비구니의 귀의
목건련이 제도한 특별한 인물 중에는 연화색 비구니가 있다. 부처님께 귀의하기 전 아름다움을 무기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태연자약하게 몸을 팔던 그녀는 본디 외도들의 청탁을 받고 목건련에게 접근했었다. 신통력이 뛰어난 목건련은 외도들에게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자 절대적인 미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목건련이 보여준 신통력 때문에 많은 외도들이 불법에 단숨에 귀의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 때문에 증오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그의 신통력이 두려워 함부로 보복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생각 끝에 미색이 뛰어난 몸 파는 여인에게 그를 유혹할 것을 사주한 것이다.

평소 목건련이 다니던 길을 미리 눈여겨 보던 여인은 대담한 차림새와 노골적인 눈빛을 보내며 그에게 접근했다. 목건련은 발걸음을 잠시 멈춘 채 흔들림 없는 담담한 눈으로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치 들여다 본 것처럼 그녀의 속셈을 차근차근 읊었다. 목건련이 입을 열 때마다 여인의 얼굴은 창피함으로 굳어졌으나 마지막까지 자신의 소임을 잃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목건련의 눈빛은 단호했고 여인의 잘못된 생각과 태도를 정확하게 짚어주었다.

마침내 여인은 괴롭고 수치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자신이 이런 생활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하며 눈물지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도대체 어떤 과보가 있었기에 이런 기구한 삶을 살고 있는지, 지금의 삶으로부터 얻을 과보는 무엇인지 물었다. 여인의 고통을 알아본 목건련은 더이상 그녀를 다그치지 않았다. 그 대신 언젠가 스스로 알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부끄러움을 깨달은 여인은 부처님을 뵙길 바라면서도 자신의 비천한 삶이 옳지 못한 것을 알고 망설였다.

그러자 목건련은 그녀을 데리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부처님은 여인을 받아주었다. 여인은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머리를 깎고 수행에 매달렸다. 때때로 괴로움을 참을 수 없을 때면 부처님이나 목건련에게 자신의 인과를 말해달라고 했으나 두 분은 머리를 저으며 스스로 깨닫는 날이 올 것이라고만 말했다.

결국 10년 째 되던 해, 여인은 자신의 과보를 볼 수 있었다. 연화색 비구니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인은 그렇게 숙명통을 얻었다. 그리고 제바달다가 교단을 분열시키고 부처님의 해치려고 할 때 그를 찾아가 꾸짖다가 그의 손에 숨을 거두었다. 몸 파는 여인이 아닌 거룩한 부처님의 제자로써 세상을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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