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였다.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외조 - 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가 있으며 현재 세계일보에 <꽃미남 중독>과 <외조의 기술>을 연재중이다.

한 사람의 불자(佛子)이자 여자로써 또 꽃미남 애호가이자 전문가로써 2500여년 불교 역사에 존재해 왔던 멋진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간절한 발원 끝에 좋은 인연을 만나 조계사 홈페이지에 <경전 속 꽃미남>을 연재하게 되었다.

<경전 속 꽃미남>은 21세기 재가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시대를 초월하는 멋진 남성에 대한 이야기로 불자(佛子) 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긍정적이고도 즐거운 귀감을 줄 것이다. 
 

 글 : 조민기(작가) gora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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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툰치 소크멘 
: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천생연분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강수진의 남편이자 매니저인 툰치는 오직 발레밖에 모르는 수진을 위해 수진의 스케줄을 조절하고, 특유의 사교성을 발휘해 비즈니스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인터뷰를 할 때도 툰치의 역할은 매우 크다. 발레리나로써 무언가 특별함을 기대하는 기자들에게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대신 커피를 한 잔 마신 뒤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는 발레단으로 출근해 연습을 하고, 점심으로는 샌드위치를 먹고, 평소에는 오후 여섯 시 반까지 연습을 하고 공연 준비를 할 때는 밤 열한 시까지 춤을 추는 밋밋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천진하게 털어놓는 강수진을 위해 툰치는 종종 ‘슬쩍 끼어들기’ 작전을 쓰곤 한다.   

예를 들어 “강수진은 니진스키 상을 빼면 발레 무용수로서 모든 상을 받았지만 일과는 지극히 지루하다”는 등의 보충설명이 그렇다. 이 짧은 말 속에는 수진의 자랑스러운 수상 경력이 통째로 들어 있을 뿐 아니라 수상한 다음 날도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그녀의 성실함까지 포함돼 있다. 이 절묘한 과정 속에서 최고의 매니저다운 모습과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을 모두 발견할 수 있다.

헌신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의 역할을 정한 뒤 충실하게 이행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툰치와 수진은 경쟁 관계에 있는 예술가 커플 특유의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부부이다. 수진의 일상에서 유일하게 특별한 시간이 있다면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수진에게 이 ‘특별함’을 선사하기 위해 툰치는 손수 요리를 해서 맛있고 건강하며 행복한 식탁을 만든다. 또한 그는 저녁 식사 시간이 아내와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때이기에 자신에게도 특별하다고 말한다. 

연습을 거르지 않기 위해 신혼여행조차 마다했던 수진의 여가는 툰치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툰치와 수진은 이 소박한 생활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마 그들이 진짜로 행복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삶을 함께하고 있다는 충족감 때문일 것이다. 이런 행복과 충족감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강수진은 불혹의 나이에도,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외면은 물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더욱 원숙하고 성숙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강수진이 말하는 툰치

세계적인 유명 인사 중에서 강수진처럼 남편에 대한 애정을 천진난만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강수진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녀가 지닌 놀라운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남자, 툰치 소크멘을 알게 된다. 강수진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말하는 툰치는 아내를 빛내는 자리가 아니면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강수진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틈만 나면 남편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발레밖에 모르고 살아온 강수진에게 툰치의 존재는 그녀가 아는 세계의 전부나 다름없을 만큼 크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정상의 발레리나이지만 한국 여성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질문, 즉 ‘주부로서 살림 실력은 어떤지’라는 물음에도 수진은 웃으며 거침없이 대답했다. “살림이요? 잘해요. 그런데 저희 신랑이 너무 많이 도와줘요. 저도 요리할 줄 알고 아는데 신랑은 제가 부엌에 들어가는 걸 싫어해요. 자기가 요리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니까요. 신랑은 자기가 요리사가 되었으면 너무 좋았을 거라고 할 정도예요. 요리도 진짜 요리사처럼 만들어요.” 역시 남편 툰치에 대한 자랑이 빠지지 않았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아내 곁에 있던 툰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요리는 양보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남편 겸 매니저로서의 완벽한 자세 

2007년 독일 뷔템베르크 주 정부는 강수진을 ‘궁정무용수(Kammertanzerin)’로 인증했다. 툰치도 덩달아 궁정무용수의 남편이 되었다. 이를 기념해 한국에서는 <강수진과 친구들>이라는 초청 공연을 열었고, 강수진은 언제나처럼 남편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한 인터뷰에서 툰치에게 강수진의 매니저로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강수진의 건강!”이라고 대답했다. 고통을 친구처럼 여기며 산다는 강수진을 위해 툰치는 수진이 ‘아픈 것을 참지 않도록 하는 것’ 혹은 ‘아픈 것을 참더라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툰치는 그녀가 발레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바로 ‘세계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수진에게 전달한다. 툰치의 말은 수진에게 마법과도 같은 힘을 발휘한다. 수진이 혹시라도 지치지 않도록 툰치는 그녀가 ‘사랑받고 있는 사람’임을 끊임없이, 유쾌하고 즐겁게 일깨워준다. 툰치가 주는 행복은 고스란히 수진의 에너지가 되고, 수진의 에너지는 툰치의 말대로 세계 모두에게 좋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매니저가 보는 수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가이고, 남편이 보는 수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툰치가 있는 한 우리는 ‘세계 모두를 위해 좋은’ 강수진을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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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툰치 소크멘
: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천생연분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발이 아닙니다. 사람의 발을 닮은 나무뿌리도 아니고, 사람들 놀라게 하자고 조작한 엽기사진 따위도 아닙니다. 명실 공히 세계 발레계의 탑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입니다. 그 세련되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발레리노들이 파트너가 되기를 열망하는 강수진 말입니다.”


툰치가 찍은, 강수진의 맨발 사진을 본 시인(詩人) 고은의 말이다. 1996년, 강수진은 MBC 문화방송 선정 ‘이달의 예술가’ 상을 수상했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맨발을 담은 이 사진을 보게 되었다. 강수진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발레에 대해 아는 사람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 사진 앞에서 먹먹한 감동을 느꼈다. 툰치가 찍은 이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수진이 홀로 머나먼 독일에서 오직 꿈을 이루기 위해 견딘 15년의 세월과 열정 그리고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또한 그가 수진의 발을 보면서 느꼈던 한없는 사랑과 자랑스러움 그리고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담겨 있었다. 

이 사진은 이제까지 발레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조차 강수진의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시켰고 그녀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툰치는 수진과 연인이었을 시절부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치를 대중들에게 매우 명확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전달했다. 이런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의도적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동은 더욱 컸다. 다만 툰치는 연인의 특권으로 수진의 발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볼 수 있었고, 그 순간 자신이 느낀 벅찬 감정을 사진으로 남겼을 뿐이었다.


강수진을 위한 맞춤형 매니저가 되다

발레리노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툰치는 1996년, 발레리노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허리 디스크 때문에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 후 그는 발레 지도자 과정을 이수, 만하임 발레단 등지에서 발레 마스터로 일하며 동시에 강수진의 매니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발레리나로서 절정의 위치에 있던 수진에게 매니저는 반드시 필요하던 참이었다. 더구나 툰치와 같이 현실을 직시할 줄 알면서도 수진을 절대적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항상 곁에서 자상하게 보살펴주는 존재는 매우 훌륭한 매니저가 될 수 있었다. 

자신의 건강을 비롯하여 다른 일을 챙기는 것에는 서툴기 짝이 없던 수진을 위해 툰치는 그녀가 발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알아서 해결해 주었다. 타국에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수진은 용기가 샘솟았다. 연습이나 무대가 끝나고 녹초가 된 수진은 툰치의 곁에서 자상한 보살핌을 받으며 쉴 수 있었고, 응석이나 투정도 마음껏 부릴 수 있었다. 툰치와의 안정된 사랑을 통해 수진은 오직 발레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할 수 있었고 기량과 함께 연기도 더욱 풍부해졌다는 평가를 듣게 되었다. 


부상이라는 절망을 딛고 재기하기까지

1999년은 수진에게 최고의 해였다. 그해 수진은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하며 발레리나로서 최정상에 올랐고 훈장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슈투트가르트 어디에나 수진의 얼굴이 붙어 있었고, 슈투트가르트의 난 재배업협회는 신품종 난을 ‘강수진 난’이라고 명명하기까지 했다. 이런 행복 속에서 수진은 ‘더 이상 발레를 계속할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수년간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가며 무대에 올랐던 수진이 다리에 심각한 이상을 느끼고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뼈에 금이 갔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저 미련하게 아픔을 참아가며 금이 간 다리를 혹사시켜왔던 것이 원인이었다. 일단 뼈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는 운동을 아예 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수진은 좌절했다. 회복을 위해 발레단에 들어온 뒤 하루도 쉬지 않았던 연습은 무기한으로 중단되자 수진의 연습 강도에 맞춰 단단하게 빚어졌던 야무진 근육들은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수진이 더 이상 발레를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막 절정을 맞이하고 있던 서른세 살의 수진에게 발레리나로서 사실상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수진에게 발레를 계속할 수 있다고 위로한 사람은 단 한 명, 툰치뿐이었다.

툰치는 조울증처럼 의기소침했다가 활기를 내비치곤 하는 수진을 위해 전담 요리사이자 상담가 겸 심리 치료사가 되었다. 그는 또 마사지와 침술 등을 배우고 재활의학에 대해 공부하며 수진의 뼈가 아물기를 기다렸다. 뼈가 붙자마자 재활을 시작했지만 1년을 꼬박 쉬었던 수진의 몸에는 근육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하는 기초적인 스트레칭부터 시작해야 하는 수진의 심정은 처참했다. 

툰치는 ‘할 수 있다’고 수진을 계속 격려하는 한편 그녀의 빠른 복귀를 위해 요가를 응용한 특별 스트레칭을 고안해 냈다. 발레리노 출신인 그는 발레에 필요한 근육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효과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수진은 툰치의 지도하에  3개월간 꾸준히 스트레칭과 요가 등으로 망가진 근육과 유연성을 다듬으며 연습을 계속했다. 툰치가 개발한 ‘강수진을 위한 맞춤용 스트레칭’은 매우 효과가 뛰어났다. 2001년, 마침내 강수진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으로 화려하게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결혼, 발레리나 강수진의 진정한 황금기가 시작되다

수진이 가장 절망에 빠졌던 시기에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툰치는 강수진이 재기에 완벽히 성공한 후인 2002년, 마침내 오랜 연애를 끝내고 결혼에 골인했다. 발레단에서 선후배로 만난 지 15년,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된 지 7년 만에 이룬 사랑의 결실이었다. 긴 연애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툰치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던 수진의 부모님도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했고, 두 사람은 양쪽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부부가 되었다.

결혼식 날 아침, 슈투트가르트 시청에서 조촐하게 예식을 마치자 수진은 곧장 발레단으로 출근했다. 매일하던 연습을 거르지 않기 위해서였다. 신혼여행도 당연한 것처럼 생략했다. 툰치는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발레단으로 출근하는 수진을 미소와 포옹으로 배웅했다. 그는 오로지 발레리나로서 살아가는 수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랑하는 단 하나뿐인 남자였다. 같은 해, 수진은 입단한 지 15년이 지나야만 자격이 주어진다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종신회원으로 임명되었다.

부상을 회복하고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 된 강수진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발레를 포기해야 할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말해준 사람은 남편밖에 없었다.”라며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전했다. 지금도 강수진은 매일 아침마다 툰치가 만든 맞춤용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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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치 소크멘
: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천생연분


 

“이런 남편을 만났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저는 운 좋은 여자예요.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을 위해서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아요. 다른 찬사의 낱말이 있으면 그것을 사용했을 거예요. 제가 운이 좋은 여자죠.”  



2006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이 했던 말이다. 열여섯 살,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발레리나의 꿈을 키웠던 강수진은 현재 그녀가 소속된 발레단이 있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를 또 다른 고향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강수진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25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다. 그동안 강수진은 군무와 솔로를 거쳐 슈투트가르트를 대표하는 프리마돈나가 되었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알게 되었으며, 2년 동안의 재활을 거쳐 재기에 성공했으며, 발레단 선배인 툰치 소크멘과 결혼을 했다. 툰치는 과연 어떤 남자이기에, 어떤 남편이기에 아내이자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인 강수진으로부터 이처럼 ‘팔불출’에 가까운 찬사를 대놓고 듣는 것일까?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의 첫 만남

툰치는 강수진과 마찬가지로 발레를 전공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였다. 툰치는 1986년 창단 이래 최연소인 19세의 나이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강수진의 선배였다. 툰치의 눈에 비친 강수진은 수줍은 얼굴에 내성적인 동양 여자아이였다. 터키에서 온 툰치는 그런 수진을 눈여겨보았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나라에서 홀로 버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수진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녀는 외로움과 절실함을 오직 ‘연습’으로 돌파했다. 얼마나 열심히, 지독하게 연습을 했던지 강수진이 신은 발레슈즈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하루에 발레슈즈 4켤레가 닳아빠질 정도의 혹독한 연습만이 그녀가 외로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 강수진과 툰치가 연인이 된 것은 그로부터 8년이 지난 뒤였다. 하지만 툰치는 처음부터 수진과 자신은 함께할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예술가 집안에서 자란 닮은꼴 부부

발레를 전공했다는 것 외에 강수진과 툰치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집안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강수진의 외할아버지는 구본웅 화백(1906~1953. 한국의 화가 겸 미술평론가)이며 그녀의 언니와 여동생은 모두 음악을 전공했다. 툰치의 가정 역시 비슷하다. 툰치의 어머니는 대학에서 성악을 가르쳤고, 첼리스트와 결혼한 남동생은 비올라를 전공했다.  

하지만 툰치와 수진의 결혼은 쉽지 않았다. 수진의 부모님은 내심 딸이 한국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툰치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변함없는 자세와 사랑으로 자신이 수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며 기다렸다. 


콤플렉스를 자부심으로 바꿔놓은 한 장의 사진 

수진과 연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툰치는 수진의 아파트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수진은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며 주연 발레리나로써 한창 각광을 받고 있을 때였다. 집에 들어선 수진은 신발을 벗고 늘 하던 대로 탁자 위에 다리를 올려놓았다. 그날, 툰치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연습벌레로 통하는 수진의 발을 처음 보았다. 뼈가 뒤틀어지고 마디마디 굳은살이 자리를 잡아 참혹해 보이기까지 하는 수진의 발은 입단 이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19시간씩 연습을 해온 노력의 결과이기도 했다.

툰치는 말을 잃고 그저 멍하니 수진의 발을 바라보았다. 툰치의 시선을 눈치 챈 수진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가장 못생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수진이 창피해하자 툰치는 “피카소 그림 같아.”라는 재치 넘치는 감상평으로 그녀를 웃게 만든 뒤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강수진의 발을 카메라에 담았다. 얼마 후, 다시 수진의 집에 놀러 간 툰치는 수진의 발이 크게 확대된 사진이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자신의 못생긴 발을 위대한 작품처럼 생각해주고, 그녀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또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주는 툰치 덕분에 수진의 콤플렉스는 차츰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그날 이후, 툰치가 찍은 사진은 수진의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벽에 걸리게 되었고 점차 집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 수진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취재를 하던 그들은 벽에 걸린 수진의 발 사진을 발견하고 한동안 멍한 얼굴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세계 최정상의 발레리나의 위대함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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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 - 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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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과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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