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치 소크멘 
: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천생연분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강수진의 남편이자 매니저인 툰치는 오직 발레밖에 모르는 수진을 위해 수진의 스케줄을 조절하고, 특유의 사교성을 발휘해 비즈니스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인터뷰를 할 때도 툰치의 역할은 매우 크다. 발레리나로써 무언가 특별함을 기대하는 기자들에게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대신 커피를 한 잔 마신 뒤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는 발레단으로 출근해 연습을 하고, 점심으로는 샌드위치를 먹고, 평소에는 오후 여섯 시 반까지 연습을 하고 공연 준비를 할 때는 밤 열한 시까지 춤을 추는 밋밋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천진하게 털어놓는 강수진을 위해 툰치는 종종 ‘슬쩍 끼어들기’ 작전을 쓰곤 한다.   

예를 들어 “강수진은 니진스키 상을 빼면 발레 무용수로서 모든 상을 받았지만 일과는 지극히 지루하다”는 등의 보충설명이 그렇다. 이 짧은 말 속에는 수진의 자랑스러운 수상 경력이 통째로 들어 있을 뿐 아니라 수상한 다음 날도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그녀의 성실함까지 포함돼 있다. 이 절묘한 과정 속에서 최고의 매니저다운 모습과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을 모두 발견할 수 있다.

헌신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의 역할을 정한 뒤 충실하게 이행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툰치와 수진은 경쟁 관계에 있는 예술가 커플 특유의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부부이다. 수진의 일상에서 유일하게 특별한 시간이 있다면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수진에게 이 ‘특별함’을 선사하기 위해 툰치는 손수 요리를 해서 맛있고 건강하며 행복한 식탁을 만든다. 또한 그는 저녁 식사 시간이 아내와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때이기에 자신에게도 특별하다고 말한다. 

연습을 거르지 않기 위해 신혼여행조차 마다했던 수진의 여가는 툰치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툰치와 수진은 이 소박한 생활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마 그들이 진짜로 행복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삶을 함께하고 있다는 충족감 때문일 것이다. 이런 행복과 충족감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강수진은 불혹의 나이에도,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외면은 물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더욱 원숙하고 성숙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강수진이 말하는 툰치

세계적인 유명 인사 중에서 강수진처럼 남편에 대한 애정을 천진난만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강수진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녀가 지닌 놀라운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남자, 툰치 소크멘을 알게 된다. 강수진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말하는 툰치는 아내를 빛내는 자리가 아니면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강수진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틈만 나면 남편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발레밖에 모르고 살아온 강수진에게 툰치의 존재는 그녀가 아는 세계의 전부나 다름없을 만큼 크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정상의 발레리나이지만 한국 여성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질문, 즉 ‘주부로서 살림 실력은 어떤지’라는 물음에도 수진은 웃으며 거침없이 대답했다. “살림이요? 잘해요. 그런데 저희 신랑이 너무 많이 도와줘요. 저도 요리할 줄 알고 아는데 신랑은 제가 부엌에 들어가는 걸 싫어해요. 자기가 요리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니까요. 신랑은 자기가 요리사가 되었으면 너무 좋았을 거라고 할 정도예요. 요리도 진짜 요리사처럼 만들어요.” 역시 남편 툰치에 대한 자랑이 빠지지 않았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아내 곁에 있던 툰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요리는 양보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남편 겸 매니저로서의 완벽한 자세 

2007년 독일 뷔템베르크 주 정부는 강수진을 ‘궁정무용수(Kammertanzerin)’로 인증했다. 툰치도 덩달아 궁정무용수의 남편이 되었다. 이를 기념해 한국에서는 <강수진과 친구들>이라는 초청 공연을 열었고, 강수진은 언제나처럼 남편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한 인터뷰에서 툰치에게 강수진의 매니저로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강수진의 건강!”이라고 대답했다. 고통을 친구처럼 여기며 산다는 강수진을 위해 툰치는 수진이 ‘아픈 것을 참지 않도록 하는 것’ 혹은 ‘아픈 것을 참더라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툰치는 그녀가 발레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바로 ‘세계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수진에게 전달한다. 툰치의 말은 수진에게 마법과도 같은 힘을 발휘한다. 수진이 혹시라도 지치지 않도록 툰치는 그녀가 ‘사랑받고 있는 사람’임을 끊임없이, 유쾌하고 즐겁게 일깨워준다. 툰치가 주는 행복은 고스란히 수진의 에너지가 되고, 수진의 에너지는 툰치의 말대로 세계 모두에게 좋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매니저가 보는 수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가이고, 남편이 보는 수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툰치가 있는 한 우리는 ‘세계 모두를 위해 좋은’ 강수진을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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