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문제는 주 52시간제를 안 지키면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나라는 세계적으로 없다. 젊은 사람들은 애들 키우고 돈 쓸 데가 많아 일을 더 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상한제가) 그걸 막아버린 것이다. (한국은) 좀 더 일해야 하는 나라다.”
이 발언이 뭔고 하니.. 제1야당의 대표께서 작년 12월에 있었던 서울대 강연중에 발언한 부분이다. 발언 중에 언급한 주52시간제는 작년에 꽤 이슈가 되었던 키워드였다. 문재인대통령이 후보시절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집권2년차에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온갖 후폭풍이 밀려왔다. 경영계에서 죽는 소리가 나오고 보수지에서는 연일 비판논조의 글들이 나왔다. 한국현실을 모르냐? 등등..
게다가 작년 11월엔 4차산업혁명위원장이라는 분이 중앙일보 인터뷰("내일 당장 망할지 모르는데 벤처가 어떻게 52시간을 지키나")에서 나는 20대 때 2년 동안 주 100시간씩 일했다며 누가 시켜서 한것도 아니며 내 인생을 위해 한 거다. 스타트업에 주 52시간제의 적용은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를 빼앗는 거라며 항변을 토해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산업혁명때의 영국을 보고 있는건가?.. 아이러니하게 일부 노동자들도 반대의 생각을 가지신 분도 꽤 있다. 왜냐면 주52시간제를 적용함으로써 임금이 낮아지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야당대표의 발언중에 젊은 사람들은 애들 키우고 돈 쓸데가 많아 일을 더 해야한다는 부분도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보육등의 생활비용을 당연히 장시간 노동에 따른 '추가임금'으로 충당해야한다는 것을 전제한 발언이다. 정부도 결국 이러한 움직임을 무시하지 못하고 법 시행 한 달도 채 안남은 11월에 50-299명인 기업에 대해서 '계도기간' 1년을 주겠다고 발표하며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 주 52시간이라는 것도 정확히 법정근로시간은 주40시간(하루8시간, 5일)인데 예외에 해당해야할 12시간추가를 한쪽에선 마치 원래의 근로시간 기준인 양 논의되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게다가 특히 요즘엔 24시간 멈추지 않은 산업이 늘면서 플랫폼노동등 노동의 개념이 점점 더 확장되고있어 장시간 노동이 교묘하게 이용되기 쉬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걸까? 이 책은 사실 미국에 대해 쓴 책이지만 한국은 미국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노동시간으로 보더라도 더 나은 국가가 아니기때문에 한국에서도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같이 읽고 있는 알라디너 이웃분들의 진도를 나아갈수 없는 뻑뻑함에 대한 성토(?)에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 재미없을 수가 있나! 라고 호기롭게 서문을 읽으며 뭐 서문이야.. 본문으로 들어간다면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본문 1장..2장을 읽으면서 나의 눈꺼풀이 무너지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ㅠㅠ
이 책은 대중서라고 보기엔 딱딱해서 무너지는 눈꺼풀을 부여잡고 현재 2장까지를 읽어내고 있다. 하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이 현실에서 이 책 1장에서 지금의 '노동의 신성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역사를 통해 살피고 있다. 노동윤리는 막스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비롯된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출발해 산업화 윤리로 탈산업화 윤리로 이어졌다. 지금의 포스트신자유주의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임금을 벌기위해 일해야하는 것을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포스트테일러주의의 노동과정은 노동자들에게 단순한 노동의 능숙함을 넘어 엄격한 자기관리를 요구하는데 까지 이르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동윤리가 실제 노동현장과 동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불안정성을 가진 노동윤리는 도전받아야하고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예전 산업세대라고 할까 고도의 경제성장시기를 겪은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은 더 많이 일해야 근면(?)해야 경제가 성장한다고 믿고 있다. 저임금-과중한 업무가 비정상적인 방법이였지만 그렇게 '사람을 갈아넣어' 어쨌든 이렇게 한국이 성장했다. 지금도 여전히 저임금-과중한 업무가 행해지고 있는데 한국의 엘리트들은 그럼 더 많이 일해서 그 돈으로 생활하라고 한다. 정상적인 대안인가? 그런 식으로 이제까지 지탱가능케 했던 것이 남성 임금노동 뒤에 가려진 무급의 여성가사노동이 전제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는 구조였으며 그나마 유지했던 남성임금노동자-여성가사노동자 구조가 최근의 경제체제에서는 생활하기 힘든 구조가 되면서 여성들이 갑자기 임금노동시장에 진출해야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여성 대부분이 저임금 노동시장 속으로 였지만 말이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출처 및 참고
시사IN 640호, 15년을 기다린 '52시간' 과거로 갈 수는 없다
시사IN 640호, 황교안 대표님 말씀 정확하게 틀렸네요
프레시안, 1조 자산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의 궤변
프레시안, 30년 전으로 가고 싶은 IT산업 첨단의 기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