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장 잔인한 칼날, 여성 할례 -감비아-)
흔히들 '법의 영역'을 사회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반응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 '법의 영역'에서 이미 사문화 된 규정이었던 낙태죄에 대해 응답했다.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큰 틀에서 지지한다.
그러나 찜찜함이 있는데..? 위헌이면 위헌이고 합헌이고 합헌이지 불합치 판결은 뭘까?
헌법불합치 판결은 해당 법률 조항을 곧바로 위헌 무효로 판결한 경우에 생길 수 있는 규범적 혼란과 입법의 미비를 방지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내리는 '변형 판결'중 하나다.
넓게 해석하면 '위헌 판결'의 일종이다.
헌재가 다시 공을 국회로 넘겼다. 국회에서는 20년 12월 31일까지 헌법에 합치하도록 개정해야한다.
마땅히 정치권에서 해결해야될 문제를 최후의 영역인 사법에 떠넘긴 것은 좋은 사례는 아니다.
정치권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내가 해결하기엔...좀 그렇고. 사법에서 답해준다면 뭐.. 생각해볼께." 인 꼴인데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임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 사법조차 과감하게 위헌을 내리지 못하고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리며 마지막 책임을 다시 정치권으로 돌렸다. 2년의 동안 낙태죄는 숨이 붙게되었다.
이러한 판결조차 과거와 비해 역사의 진보라면 진보일까?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낙태죄'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법률적 처벌 규정으로 묶어버렸다.
남성의 출산 선택을 가족을 중요시하는 훌륭한 선택이고 여성의 임신 중단은 이기주의자이고 불법을 저지르는 자로 규정해온 것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이렇게 인류는 여성의 몸을 가만두지 않았는데 이 책 『여자전쟁』1장에 나오듯이 '할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할례' 하면 이슬람 문화권에서 자행되는 전근대적인 악습으로 알고 있긴 했으나 1장을 읽으면서 더 심각한 일임을 느꼈다.
종교(신)이 문제인가 남자가 문제인가.
그는 능글거리는 눈빛으로 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글쎄요. 당신은 일반적인 여자들과는 좀 다른가보죠."
앞선 무식한 주장보다도 이 웃음에서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만일 그가 진심으로 어린 여성들의 성기 절제가 신의 섭리이고, 여성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웃지 않았으리라. 그는 자신이 내뱉는 말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걸 알고 있었고 바로 그 점이 재미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 자체가 성기 절제는 오직 여성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그가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p. 43~44)
'이맘'(이슬람교 교단의 지도자를 지칭)의 이러한 태도로 보면 사실 그들도 다 알고 있다.
할례가 숭고한(?) 종교적 의식로써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당연히 잔인한 일이라는 것을.
심하게 말하면 즐기고 있다고 할까. 결국은 종교를 떠나 여성 통제에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행하는 것이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해야 한다는 신념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훔친 이래로, 초기 기독교 교부들은 여성은 믿을 만한 존재가 못 된다고 경고해왔다. 기독교의 기풍은 성 삼위일체의 교리부터 오늘날 남성 중심적인 교회의 계층 구조에 이르기까지 가부장제를 확고하게 지켜왔다.
(…)
성경이 가르쳐온 창조론의 오류를 폭로했던 19세기의 혁명적인 과학 사상가조차도 이러한 성차별적 시각에는 굴복했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은 아담과 이브의 신화는 부인했을지 몰라도 그의 자연선택설은 인간 종의 수컷을 편애했다. 약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여성은 자연선택의 영향을 덜 받고, 덜 진화될 수밖에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p. 44~45)
여성의 통제는 앞서 읽었었던 책에도 여러번 봤듯이 뿌리 깊은 역사가 있다. 기독교의 기풍은 오늘날까지 남성 중심적인 교회의 구조에서 보듯 가부장제를 확고하게 지키는 역할을 했고 창조론의 오류를 지적했던 과학 사상가도 끝까지 수컷 중심적 사고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이맘은 이렇게 말했다.
"예언자가 행했고, 평화는 그분과 함께 있으니, 이는 이슬람 율법에 의해 합법화된 것입니다."
이 답변은 예언자 마호메트와 코란에 대해 익히 일려진 역사를 뻔뻔하게 무시하는 행태였다. FGM(여성 성기 절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p. 55)
그들 마저 작게나마 느끼는 찜찜함(?)마저 결국 종교의 이름으로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종교라는 벽 뒤로 숨어버린 꼴이다.
이렇게 누가 보더라도 '할례'라는 행위는 전혀 여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의식이다.
그럼에도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런지 FGM 반대 운동가 나왈 엘 사다위는 이렇게 말한다..
"법만으로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그런 관습을 근절할 수 없습니다. 개별 가정의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할례가 여성들에게 유익하다는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지만 모두 거짓말이죠." 통상적인 무슬림 가정이 아카카의 이맘 같은 사람에게서 주로 정보를 얻는다면 진정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p. 56)
뿌리 깊은 역사적인 관습으로서 맹목적인 믿음으로 오랫동안 굳어져있기 때문에 악습을 없애는 작업 또한 쉽지않다는 것이
다.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이순간도 행해져 피해자가 속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없애야 하는 악습이다.
국가든 인류든 오랫동안 여성 통제에 힘써왔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일을 바로 잡는 일은 지난난 과정을 필요로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넘어져야 겨우 한 걸음 갈 수 있겠지만 그 겨우 한 걸음때문에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많은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하는 이유다.
나는 자문했다. 도대체 왜 전 세계 인구의 51퍼센트나 되는 여자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평등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 위해 운동을 벌여야 하는 걸까? 마치 우리가 박해받는 또 하나의 특정 소수민족인 것처럼.
(p. 11)
마지막으로『여자전쟁』의 저자 수 로이드 로버츠는 안타깝게도 이 책의 완성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출처 및 참고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824
미디어오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남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