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왜 제목이 캘리번과 마녀일까 라고 궁금했었다.
'캘리번'은 뭐지?
저자는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반식민주의 저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나에게 '마녀'에 대한 이미지는 서양의 동화나 전설속에 등장하는 여성주술사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동화나 전설 속의 마녀의 모습은 하나같이 매부리코에 주걱턱을 가진 외모에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이상한 보라색(?)계열의 마법약물을 끓이고 있는 늙은 여성이었다.
이 책의 내용을 관통하고 있는 '마녀사냥'은 세계사 시간에서 배우기론 16-17세기에 유럽지역에서 자행된 종교적 학살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이 사건을 중세의 무지와 카톨릭의 광기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선 과감하게 "그게 다가 아니야.. 마녀사냥이란 말야. 실은..."이라고 시작된다.
저자는 '마녀사냥'을 자본주의 태동기에 벌어진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필수적인 작업으로서 국가와 남성들이 행한 사건이라고 보았다.
책에 쓰여진 말로 정리하면 마녀사냥도 자본의 시초축적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책에 자주등장하는 단어인 '시초축적'을 잠깐 살펴보자.
(학부때 수강했던 경제사라던지 정치경제학 수업시간에 얼핏 들었던 단어인 것 같은데 전혀(?) 생각나지 않아 책장 깊숙히 있던 당시의 경제사 강의안과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을 힘겹게 뒤적거렸다. ^^:;;)
우선 시초축적은 맑스의 용어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노동의 착취에 근거한 체제이다. 그래서 맑스는 자본주의로 이행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두가지로 설명하였다.
첫번째로 상품화폐관계의 성립.
먼저 자본으로 전화할 화폐와 상품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두번째로 자본 임노동의 성립.
노동력 상품, 즉 자유로운 무산자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두가지가 성립하는 과정을 시초축적 혹은 본원적 축적이라고 했다.
맑스는 이 전형적인 사례로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을 예로 들었다.
쉽게 말하면 자본주의 이전 시기에는 없었던 형태인 화폐와 상품을 독차지하는 사람(자본가)와 노동력 상품만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노동을 팔지 않고서는 살수 없는사람(무일푼의 자유로운 프롤레타리아)로 강제적으로 나누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 과정을 시초축적이라고 하였다.
마르크스가 제시한 시초 축적의 방법은 사기와 횡령, 무자비한 폭력, 국가권력의 이용, 식민지 약탈, 고리대금업, 조세 포탈, 수입 금지와 수출 장려 정책 등이며, 이 방법들에 의해 한편으로는 일부 사람들이 부를 모아서 농업자본가와 공업자본가가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일푼의 자유로운 프롤레타리아가 대규모로 생겨 농업과 공업의 임금 노동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 p. 76~77
이런 발견을 한 맑스조차 시초축적의 방법으로 남성의 농민이 남성 노동자로 폭압적으로 변화왔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그 속에 여성은 없었다.
이 책은 이 틈을 파고들어가 자본주의발전과정에서 잊혀져 있던 여성의 존재를 이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