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 - 넷플릭스, 아마존, 에어비앤비… 한순간에 시장을 점령한 신흥 기업들의 파괴 전략
탈레스 S. 테이셰이라 지음, 김인수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각주를 제외하고도 460 페이지가 되어서야 끝이 나는 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저는 다음의 문장들이라 이해합니다. 그러하기에, 이 감상문 또한 아래의 세 문장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결국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새로운 회사가 생겨난다. 단순한 진리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거스르는 일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p210)


…………………………………………………………………………… 


【 디커플링이란? 】 


우리가 TV를 구매한다 할 때, 그 과정은 대략 "여러 제조업체의 제품들에 대한 조사와 평가 - 그 중 한 제품을 선택 - 해당 제품의 구매 - 사용"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여타의 소비재들 또한 위와 거의 비슷한 과정을 통해 구매되어지곤 합니다. 멋지고 있어 보이는 단어를 만들어 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경영학은 위의 과정을 '고객가치사슬(CVC, Customer Value Chain)이라 표현하지요.1 


이 책,「디커플링」이 주장하고 있는 바는 (기존의 의미2와는 달리) 위의 네 과정 "조사와 평가 - 선택 - 구매 - 사용"의 분리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이미지로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지요. (이미지 출처 : 온라인 서점 '알라딘')



예전엔 하이마트와 같은 곳에 가서 위의 네 단계를 단번에 완료했었다라면, 이제는 하이마트에서 다양한 제조사의 TV들에 대한 설명을 신나게 듣고, 직접 본 후에 '다음에 또 올게요~'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양자가 다 알고 있는 약속만을 남긴 채, 집에 와 컴퓨터를 켜서는 결국 온라인으로 TV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지요. 이러한 '쇼루밍(Showrooming)'과 같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구매행태의 등장에 대응하는 기존 기업들의 전략 또한 달라져야 한다라는 게, 진짜 간략하게 정리한 이 책의 주장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보기로 하죠. 


·

·

·


【 기술 VS 고객 】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한 산업 내의 기존 리더 기업이 직면하게 되는 도전과 딜레마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며,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새로운 기업/제품에 대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리더 기업은 반드시 중요한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그 고객의 니즈는 반드시 만족시켜야 하므로 열심히 '기존의 기술이나 시스템'을 갈고닦아 점점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은 버린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은 기존의 것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탄생해 급속히 (또는 천천히) 진화한다. 그리고 고객은 어느 날 깨닫는다. 그것이 자신들도 몰랐던 니즈를 만족시켜 주는 것임을. 물론 리더 기업도 동시에 깨닫지만 버스는 이미 지나간 뒤다. 할리데이비슨의 경우 혼다의 슈퍼커브가 그런 존재였다. 크리스텐슨은 이런 이노베이션에 '파괴적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리더 기업으로서는 참으로 고민스러운 딜레마다. 고객을 지향하는 훌륭한 경영을 할수록 기업을 파멸로 몰아넣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이리야마 아키에,「경영학 수업」중 p313, 에이지, 2019.
 

즉, 기존 기업이 고객들에게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그 새로운 기술이 구현하는 새로운 효용에 기존의 고객들이 반응하게 된다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 TV 구매의 예에서와 같이,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쇼핑몰이 고객들에게 (TV 구매 과정에서) 구현해 보인 새로운 기술은 전혀 없습니다. 고객이 TV의 구매처로 하이마트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자신의 비용을 절감해주는 신생 기업에 빠져들지 않을 고객은 없다. … 고객은 항상 세 가지 '화폐'를 부담한다. 돈, 시간, 그리고 노력이다.(p149)


'돈, 시간 노력'이라는 형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신기술의 등장 같은 뭔가 거창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하기에, 변화한 고객의 욕구에 발맞추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라는 것이죠. 


디커플링 현상은 단지 기술에 관한 문제도 아니고, 심지어 기술과 큰 연관도 없다. … 디커플러는 한 업계에서 지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혁신을 끌어낸다.(pp78~79)


저자가 "기술은 파괴를 일으키는 주범이 아니라 파괴를 가능하게 하는 조력자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뜻"(p160)3이라는 서술을 하였듯, 이 주장이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소홀해도 된다라는 의미는 물론 아닐겁니다. 이 문장의 정확한 의미는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다음 일갈과 동일한 맥락이라 제게는 이해되네요.


"자사에서 만들고 있는 제품이 아무리 디지털 시대 최첨단을 달린다 해도 그 제품을 팔기 위한 경영과 영업 행위는 아날로그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그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 가와카쓰 노리아키,「일본전산의 독한 경영수업」중 p126, 더퀘스트, 2018.



【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 가치의 확보 】 


비즈니스 모델은 회사가 가치를 어떻게 (누구를 위해) 창출하고, 가치를 어떻게 (누구로부터) 확보하는지 구체적으로 명기한다.(p87)


저자는 유통업체의 예를 들며 가치 확보에 있어서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예전의 슈퍼마켓의 경우, 한 곳에서 많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원스톱 쇼핑 방식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였으며, 매입가에 적정한 이윤을 붙여 판매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되었었지요. 하지만, 


현재, 월마트를 제외하고 미국 내 슈퍼마켓 체인에서 가장 큰 수입원은 매장 위치에 따라 제품 진열 비용을 달리 책정해 광고비를 받는 입점 수수료다. 상품 판매에서 나오는 이윤은 수입원 중 네 번째에 불과하다. … 슈퍼마켓은 그저 식료품을 들여와 중간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업체가 아니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끌고 그런 관심을 판다는 측면에서 보면 소매 업체보다는 미디어 회사에 가깝다.(p90)


현재 (적어도) 미국의 슈퍼마켓 업태가 이처럼 더이상 유통업이 아닌 일종의 '미디어 회사'로 변신하고 있으며4(우리나라의 하이마트같은 소매 유통업체인) BESTBUY 또한 '주요 가전제품 제조사의 전시실'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함으로써 고객들의 새로운 소비 행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며 자신들의 가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치 '창출' 측면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떠해야 할까요?



【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 가치의 창출 】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창한 기업의 '가치사슬'은 "기업이 자사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실행하는 운영, 물류, 마케팅 같은 일련의 행위들"(p31)을 일컫습니다. 기업은 이같은 '가치사슬'의 확장을 초래할 수 있는 시너지의 추구를 통해 자신의 성장을 이루려 합니다. 경영학계에서 마이클 포터 교수가 차지하고 있는 학문적 위치가 여전함에서도 보이듯5, 이제까지 경영학의 기본적인 시선은 '기업'을 향해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하기에,


"전쟁에서는 방법론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는 것이 최종 목적이지만 경영의 목적은 가치창출을 통해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매우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 문휘창, "제로섬 전쟁 VS 윈윈경영, 창조적 통찰의 효용은 같다", DBR July 2012, No.109


기업의 최종 목표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함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비즈니스 세계를 전쟁과 과도하게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지요. 기업의 시선이 과도하게 경쟁자만을 향해 있다 보니, 소비자를 "단순히 전투에서 이긴 대가로 받는 트로피로 간주하거나 아니면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희생시켜야 하는 손실 정도로 간주"(p437)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종종 발생되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기업이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이 고객을 위해 창출하는 가치, 그 가치에 대한 대가로 기업이 고객에게 부과하는 요금, 기업이 잠식하는 어떤 가치"(p132) 등으로 구성된,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비즈니스 모델'이며,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실례 또한 그러하죠. 


기존 기업의 임원 대부분은 … 자신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경쟁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는 좋게 말하면 생각이 부족하고 심하에 말하면 생각이 틀렸다. 에어비앤비는 포시즌스 호텔을 파괴하지 않았다. 파괴의 주범은 '고객'이다. 고객이 자신의 진화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취한 행동 변화가 포시즌스 호텔을 위협한 것이다. 고객은 침실에 만족하지 않고 가족 공간을 원했다. 진정한 여행 경험을 얻고 싶어했다.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많은 유사기업들은 그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십 개 호텔 체인보다 더 완벽하게, 더 재빠르게 고객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원하는 것을 전달했을 뿐이다.(p127)

 

…………………………………………………………………………… 


이 책의 지극히 일부만을 위에서 소개하였습니다만, 이 책은 '디커플링'이 어떠한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뿐만이 아니라, 디커플링을 당하는 기업의 대응책까지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영학자들이 극복해내려 노력하고 있는 외적 타당성의 문제를  


"특정한 인과효과 추정치가 그것을 도출한 연구에서 대표하는 수준을 넘어서 다른 시간, 다른 장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예측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는 외적 타당성(external validity)이라고 부른다."


- 조슈아 앵그리스트 · 예른 슈테펜 피슈케,「고수들의 계량경제학」중 p114, 시그마프레스, 2017.


저자 역시, 본인이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이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함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디커플링 대응 방법에 대해 하나의 똑 부러지는 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 나는 그런 해답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 내가 제안하는 프레임워크는 궁극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해결책을 걸러내도록 고안된 '필터링' 가이드다.(p245)


이같은 '외적 타당성'의 부재를 들어 경영학을 폄훼하고자 하는 생각을 더 이상은 하지 않습니다. 경영학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는6 사회과학인 경제학이 주장하는 외적 타당성이 행동경제학 등으로부터 도전받고 있는 트렌드임을 감안하면, 외려 이러한 겸손함(?)을 갖추고 있음을 높게 평가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엄밀한 의미에서 이 책을 '이론서'라고 칭할 수는 없겠으나, 담고 있는 통찰력 만큼은 제가 지닌 경험의 한도 내에서 그 어느 논문보다 뛰어났다라 생각합니다.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insight를, 제가 몸담고 있는 굴뚝에도 적용해볼 수 있겠느냐, 어떻게 적용하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의 변신을 이루어낼 수 있겠느냐 등을 정말 1~2년 어디 처박혀서 공부해보고 싶다란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러하기에,


독자층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표시를 아니붙일 수가 없네요.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반드시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지금 이 블로그에 와있는 당신에게마저 여하한 구실로라도 '나를 아는' 이란 형용사를 붙여 --- 꼭 한번 읽어보시라 말하고 싶은 책들의 제목 앞에 ★표시를 붙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표시이겠지만 가끔은, 타인의 주관을 한번쯤 믿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더군요. 


 


  1. "CVC는 일반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고 구매해서 소비하기 위해 따르는 개별 단계로 구성된다."(p54)
  2.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의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동조화되는 현상" - 네이버 <두산백과>
  3. "인가받은 특허의 수는 수익 창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p85) / "기술은 추진과 성장의 가속 장치이지 절대 생성 장치가 아니다".(p115)
  4. 코스트코는 이와는 또 다른 방향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코스트코는 원스톱 쇼핑을 극히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가치를 창출했다. 그리고 연회비를 통해서도 가치를 확보했다. 코스트코도 처음에는 제품 판매에 따른 중간 이윤에서 수익 대부분이 발행했지만 점차 양상이 바뀌었다. 코스트코가 발표한 2016년 총이익 23억 5,000만 달러 중 회원에게서 부과한 회비에서 발생한 이익이 몇 퍼센트나 차지했을지 추측해보라. … 자그마치 112퍼센트다. 코스트코는 전통적인 슈퍼마켓 소매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손실을 입었지만 연회비를 통해 손실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돈을 벌었다. 코스트코는 식료품 소매 부문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이룬 놀라운 사례라 할 수 있다."(p91)
  5. "100년에 걸친 경영 전략론의 역사 속에서 그만큼 오랫동안 강렬한 빛을 내고 있는 인물은 없다." - 미타니 고지,「경영전략 논쟁사」중 p152, 엔트리, 2013.
  6. "경영학은 결국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분석하는 학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이리야마 아키에, 위의 책 p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 100만 독자의 삶을 바꾼 세계 최강의 멘탈 트레이닝
조코 윌링크.레이프 바빈 지음, 최규민 옮김 / 메이븐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비씰의 탁월한 리더들에게는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임무뿐만 아니라 임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팀원을 비난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실수로 임무가 실패로 돌아가도 남을 탓하지 않는다. 변명도 하지 않는다. 위기나 장애물을 만나면 불평하는 대신 대안을 궁리해 문제를 해결한다. 맡은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자산, 인간관계, 자원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자존심을 억누르고 임무와 부하들을 앞세운다. 우리는 이를 '극한의 오너십'이라고 한다.(p10) 


두 저자는 이 책의 원제인「Extreme Ownership」을 위와 같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전편에 걸쳐 두 저자들이 강조하고 있는 '극한의 오너십'은 결국 "리더는 자기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의 오너가 돼야 한다."(p33)라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지요. 그러나, 리더에게 요구되는 '오너십'이라는 것이 그에게 허여된 권한만을 강조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네이비씰에서는 팀이 전부다. 전체는 부분의 총합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 … 팀이 없다면 리더십도 존재할 수 없다.(pp15~16)


리더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팀의 성공'을 위해서이기에, 그 팀을 이끄는 리더에게 위와 같은 오너십이 필요하다라는 것이죠. 사실 이게 별반 새로운 건 아닙니다. 기술하는 시각은 다르지만, 팀웍의 중요성은 얼마 전 읽었었던「장사의 기본」에서도 똑같이 강조되고 있었죠.    


"나는 회사든 가게든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강조하는 부분은 '자책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팀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팀이 '자책하는 팀'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가 '네 탓이요'라고 발뺌하는 팀은 좋은 팀이 아니다. 좋은 팀, 강한 팀은 다름 아닌 '자책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 오카무라 요시아키,「장사의 기본」중 p92, 부키, 2019.


다시, 네이비씰로 돌아가 --- 이 책의 두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임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 '자기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예의 우리가 예상하게 되는 '내가 주체가 되어 내릴 수 있는 결정의 범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상부에서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한다면 그건 상부가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보고하지 못한 우리 잘못이야. 그들이 우리를 이끈다고 생각하나? 그들을 이끌어야 하는 건 우리야. … 리더십이란 지휘 계통의 아래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야. 위로도 흐르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의 오너가 되어야 해. 그게 바로 극한의 오너십이야.(p271)


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더 나아가 나에게 지시를 내리는 상급자의 결정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라는, 그야말로 '극한'의 경지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저자들의 "남을 탓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p33)라는 충고는 나의 부하직원 뿐만이 아닌, 나의 상급자가 내리는 결정까지도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는 마음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상관이 제때 결정을 내리지 않거나 필요한 지원을 해 주지 않아도 그를 원망하지 말라.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 상관이 결정을 내리고 자원을 배분하는 데 필요한 중요 전보를 전달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라.(p273)


이런 마음자세의 부하직원이 있다면, 정말 리더 역할 할 맛 나겠죠? 여기서 --- 이 책의 나름 인기 비결이, 어떠한 리더가 되어야 할 것인가를 배우려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본인의 상급자가 영 맘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이들도 어느정도는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말해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가 소위 말하는 '진정한 리더'에 목말라 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란, 제가 왜 이 책의 소개글에 흥미를 느꼈고 결국엔 구매하여 읽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 역시, 그 두 가지 모두를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라 이야기할 수 밖에 없겠는 (뭔가 개운치 않은) 생각을 해보게도 됩니다. 


·

·

·


"사업이든 뭐든 간에 성공한 남의 이야기에서 배울 건 그다지 많지 않다."


- 이건범,「파산」중 p13, 피어나, 2014.


이 구절을 읽기 이전부터, 이 말이 맞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리고/그러나 그러한 저의 가치관은 (이건범이 의미했던 바와는 달리) 오만함으로 이어졌었고 결국 행복하지 않은 결말을 겪을 수 밖에 해주었었죠. 이건범의 위 일갈은 사실,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에서 우리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고 반사실1은 알 수 없다."

나카무로 마키코 · 쓰가와 유스케,「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중 p47, 리더스북, 2018.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왜 그가 성공했는가는 물론) 나는 왜 이루어내지 못했는가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라 이해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 나를 책임져주는 사람 없이 많은 사람들을 책임져야 했던 저의 지난 '15년'동안 과연 저는,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극한의 오너십을 지닌 리더'이지 못했었음을 너무나 명백히 자인할 수 밖에 없지요.  


훌륭한 리더는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동시에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한다.(p314)  


……………………………………………………………………


윗사람에게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지 말라. 대신 '이것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p274) … 즉 수동적인 실행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지휘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p218)


'상급자에게는 주관식 질문을 하면 안 된다, 상급자에게는 항상 객관식으로 질문을 해라' --- 제가 부서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저 또한, 저의 상급자에게 객관식의 질문을 하지요. 허나, 이 책은 객관식 질문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본인의 분석에 의한 답안의 제시까지가 결부되어야 한다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반복되어 각자의 몸에 익숙해 진다면 언젠간 결국,


모든 리더는 자기 없이도 조직이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p321) 


말년 병장이 제대하면, 그 후임이 또한 언젠가 말년 병장이 되듯, 개인에 의존하는 조직이 아닌 '시스템에 의존하는 조직' 이 완성되는 것이겠죠. (뜬금없이, 위 문장에서 한 가정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언젠간 죽을, 모든 가장에게 해당되는 뭐 그런 의미로 말이죠.)


저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의 숫자보다는, 제가 지시를 내리는 사람의 숫자가 훨씬 큽니다. 그래서/그러하기에 --- 위/아래만을 나타내는 단어인 '상급자/하급자'의 단계 뿐만 아니라, '이끄는 자'로서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설명해주고 있는 다음의 구절들이 참으로 인상깊게 남았기에,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그 조직을 이끄는 사람에게,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의 리더가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에게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 추천해봅니다.


● "하급자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극한의 오너십을 지닌 리더는 하급자를 질책하기 전 자신을 돌아본다.(p53)


● "리더는 뭘 할지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왜 하는지'를 설명하는 사람이다.(p105)



·

·

·


이 감상문을 다 적고 나니 갑자기, 


"인간의 삶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로구나.(p190) … 이제 더 이상 고개 숙일 염치도 없으나 나는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만. 아무리 몸부림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정도 뿐이었네."(p197)


- 아사다 지로,「칼에 지다(下)」중, 북하우스, 2004.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헌신'을 보여주었다 생각되는 인물인 요시무라 간이치로가 죽음을 앞두고 했던 위 두 마디가 하릴없이 제 가슴에 남습니다. 한 회사의 장으로서의 제 과거가, 한 부서의 장으로서의 제 현재가,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부디, '아무리 몸부림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정도 뿐이었네'라는 탄식으로 가늠지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願)을, 끝내 이루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 "반사실이란 '만약에 OO을 하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라는 식으로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사실을 가정하는 시나리오를 가리킨다. … 인과관계의 존재는 원인이 발생한 '사실'의 결과와, 원인이 발생하지 않은 '반사실'의 결과를 비교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자." - 같은 책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
크리스티나 워드케 지음, 박수성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장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일 개인도, 그리고 물론 회사에서의 특정 업무를 처리하려는/해야하는 그 모두도, 본인이 세운/본인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놓고 그 계획에 따라 목표 달성을 위한 절차를 밟아가곤 하지요. 허나 (아마도 모두가 알고 있으며 인정하는 가장 큰) 문제는, ---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다라는 데 있다라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 


번역본의 제목은「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로 되어 있습니다만1(이 책의 저자가 구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OKR이란 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구글에서도 채택하고 있다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점에 가보니 '구글'로 시작하는 제목의 책들이 어마무시하더군요. 도요타가 그러했었듯, 구글 또한 단순히 서비스만 판매하는 기업으로 인식되는 건 아닌 듯. 암튼!


OKR은 인텔에서 고안되어 구글, 징가, 링크드인, 제너럴어셈블리 같은 조직에서 빠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O는 목표를 뜻하는 Objective, KR은 핵심 결과지표를 뜻하는 Key Results를 나타낸다. 목표는 당신이 실행하고 싶은 일(예를 들면 '끝내주는 게임을 내놓자!'등), 핵심 결과지표는 당신이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다.('일일 다운로드 건수 2만 5천건', '일수옥 5만달러' 등) (p11)


지극히 단순한 예를 들자면, '독수리 대학 경제학과에 진학하자!'라는 목표를 세운 고딩께서, 그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본인의 하루하루 노력을 평가함에 있어 오늘은 '수학의 정석 중 몇 페이지부터 몇 페이지까지 완벽하게 풀고 이해한다'라는 등의 수치로 표현될 수 있는 세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해 옮긴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OKR은 목표와 핵심지표를 나타낸다. 목표는 질적인 측면이고, 핵심 결과지표는 (주로 세 가지) 양적 측면이다. … 보통 한 분기에 하나의 목표를 세우며, 핵심 결과지표를 통해 그 기간이 끝날 즈음 목표를 이뤘는지 확인한다. …… 핵심 결과지표는 영감을 주는 모든 목표들을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낸다. 핵심 결과지표를 정할 때는 간단한 질문을 하나 던져 보면 된다. '우리가 목표를 달성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pp165~167) 


이처럼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 목표의 수준을 너무 낮게 잡는다면 그 또한 옳은 방향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 회사의 영업부가 별다른 노력 없이도 혹은 아주 조금만 노력하면 달성 가능한 수준의 매출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것을 달성하였다 하여, 회사가 그들에게 그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듯, 


목표들은 수월한 것과 어려운 것들로 나뉘는 게 아니에요. 그것들은 모두 도전적이고 어려운 목표들이어야 해요. 목표들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야 하죠.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그냥 어려운 정도요. 불가능한 목표들은 절망감을 주거든요. 어려운 목표들은 사기를 북돋고요.(pp113~114)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OKR이라는 방식이 특정 목표의 100% 달성을 보장하는 마법의 도구라 소개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많은 경우에 있어 OKR이 이제까지 성취하지 못했던 일을 성취하는 것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라고는 합니다만, 이 책에 말하고 있는 OKR의 핵심은 바로, 


어쩌면 우리는 OKR을 달성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그건 우리가 집중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거지.(p132) …… OKR의 핵심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진짜 할 수 있는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실패는 그 목표가 도전적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긍정적인 지표다.(p174)


​결과의 달성 여부 또한 회사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적 삶에서도 매우 중요한 측면이긴 하나, 우리의 직장 생활과 삶이란 게 단판 승부를 결과지어지는 것이 아닐진데, 실패라는 해당 stage의 결과를 받아들고 자책/포기하는 것이 아닌, 그러한 결과를 받아들게 된 본인의 과거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아내고 다음 stage에서는 '적어도' 동일한 과오는 행하지 않도록 집중하는 것, --- 이것이 OKR의 핵심이라 이해 됩니다. 


분기가 절반가량 지나고 나서 OKR을 변경하려고 하지 마라. 만일 OKR을 잘못 세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실패하든가 아니면 전부 달성해버려라.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OKR을 제대로 세우려고 노력하라. 처음부터 완벽하게 OKR을 세우는 팀은 없다. OKR을 변경하면 집중도가 떨어진다. 팀이 계속 집중하게 하는 것이 OKR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p174)

 

………………………………………………………………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는 스타트-업 기업의 좌충우돌스런 성장기를 통해 OKR이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의 외형을 띠고 있으며, 2부에 가서 본격적인 OKR에 대한 이론적 배경(?)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번역본의 제목에 원서에는 없는 '구글'이라는 회사의 이름이 들어가게 된 이유가, 이 OKR이 유명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구글이 이를 도입하여 '지난 20 년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일한다'라는 평가를 받아왔기2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기업들 모두가 일종의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기업들인 점을 보자면, 


​"설계자가 말한 대로, 상사에게 지시받은 대로만 '일'하는 것은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일뿐 거기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다. '일' 하나하나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일'인 것이다."


- 호리키리 도시오,「도요타의 원가」중 p193, 한국경제신문, 2017.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거기에 '노력'이 더해져야만이 진정한 '일꾼'이 되는 것이라란, 사뭇 잔인한 자본의 요구가 그리 낯설지 않는 전통 제조업 종사자들에게는 이 OKR이란 것이 (저에게 그러하듯) 또 하나의 '그림 속 떡'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CEO거나 어떤 일의 책임자라면 회사에서 뭔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유수한 기업들조차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일들이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정말로 중요하다면 왜 실행되지 못할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p153)

1. 목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았다.
2. 철저하고 집요하게 소통하지 않았다.
3. 일을 완수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
4. 중요한 것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5. 재도전하지 않고 포기한다. 

저의 지난 실패의 과정을 떠올려볼 때, 또한 후회스러운 어제를 되돌아보는 오늘 --- 위 다섯 가지 이유 중에 (굴뚝에서만 지내왔었으며 지금도 굴뚝에 속해 있는, 짧든 길든) 저의 지난 과거와 관계 없다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단 한 개도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한 가지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의지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해치우자! 이런 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틀렸다. … 의지는 한정된 자원이다.(p156)

스스로조차 '강한 의지의 소유자'라 자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나의 의지만 있으면 어찌하여서든 이루어낼 수 있으리라 자신했었던 무모한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게 되었고, 

당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도록 해주고, 몹시 피곤할 때조차 당신을 제대로 잡아주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 절차는 당신이 그것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일 때도 당신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상기시킨다.(p157)

너무도 당연하게,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어 준 총합으로서의 '제 과거' 속에는 스스로를 강제할 만한 그 어떤 기제도 존재하지 않았었다라는 (저의 지난 과거를 뒤바꿀 수 없다는 의미에서) 뒤늦은 아쉬움을 가져보게도 됩니다. 

·
·
·

"인간들 사이에 능력의 차이는 있어봤지 고작 5배 정도다. 하지만 의식의 차이는 100배까지도 벌어진다. 능력을 연마해서 향상시키기는 어렵지만, 의식은 연마하면 할수록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강한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면 직원들의 의식을 갈고닦아라.(p36) … 조직 개혁 또는 체질 개혁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개혁, 즉 사람의 마음가짐을 개혁하는 일이다."(p151)

- 가와카쓰 노리아키,「일본전사의 독한 경영수업」중, 더퀘스트, 2018.

앞서 읽었던「일본전산의 독한 경영수업」이 '일에 임하는 의식'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 책은 OKR은 그러한 의식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라 생각합니다. '일본전산'으로 표현되는 전통적 제조업의 마인드가, 스스로의 의식/다짐 등에 좀 더 강조점을 두고 있다면,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부분 죽을 힘을 다해 애쓰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일본전사에서 보고, 듣고, 직접 겪으면서 얻은 값진 교훈이다."


- 가와카스 노리아키, 위의 책 p170.


"'불가능은 없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엇인가 꼭 해야 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내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 김성호,「일본전산 이야기」중 p72, 쌤앤파커스, 2009.

'구글'로 대표되는 기술기반 서비스 업체의 강조는 그와 같은 다짐을 현실에서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해주는 process에 조금 더한 강조를 하고 있다는 --- 허나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 본질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지요. 

가장 흔한 실패는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OKR을 세우기만 하고 그 분기의 남은 시간 동안 그것을 무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분기의 마지막 주에 이르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상황에 경악한다. 하지만 성공하는 회사들은 모두 똑같은 특징을 지닌다. 그들은 다시 시도한다. 성공을 향한 유일한 희망은 재도전이다. 맹목적으로 똑같은 일을 반복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건 무모한 짓이다. 어떤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 어떤 방식이 그렇지 않은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효과가 없는 일은 덜 하고 효과가 있는 일을 더 많이 한다. 성공의 핵심은 학습이다.(pp159~160)  


………………………………………………………………

아무리 나쁘게 보려해도,「일본전사의 독한 경영수업」과「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 이 두 권의 책들이 노동에 대한 자본의 착취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혹시 모를 주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저 떠오르는 제 평가는 두 책 모두 그 관점이 약간 다를 뿐, 모두 '올바른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 할 수 있겠네요. --- 인도의 어느 시골 동네에 가야하는 일이 저에게 주어졌다 칩시다. 집에서부터 떠나 인도의 첨 들어보는 어느 시골 동네를 과연 어떻게 갈 것인가만을 생각하자면 난감하기 그지 없겠죠. 이 때,

"일단 인도의 델리라도 먼저 가라. 가서 그 시골 동네까지 갈 수 있는 그 다음 방법을 찾아봐라. 인터넷으로 조사되지 않았던 수많은 방법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 대기업의 최고위직을 지낸 분께서 제게 해주셨던 말씀으로, 작은 일에도, 또한 장기간의 프로젝트에 임할 때에도, 시작부터 모든 것을 다 계획하고, 그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예외적 상황들에 대한 대비까지를 마련하는 것이 일의 올바른 순서라 생각했었던, 그러나 모든 현실에서 그렇게 해내지 못함을 자책하고 있던 저에게, 적잖은 소름을 안겨주었던 조언이었더랬습니다. 

제가 틀렸고, 그 분이 옳다라는 게 아닌, 제가 알고 있었던 소위 '세상의 전부'라는 것이 정녕 '세상의 전부'가 아니었다라는, 이 세상에는 제가 상정하는 '전부'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다른 전부'가 존재한다라는 걸 배웠다라는 점에서 여전히 제 맘 속에 간직되고 있는 조언입니다. 그와 비슷하게, 

이 책「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이 소개하고 있는 내용 또한, 얼핏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들 같으나, 실제 저의 생활 속에서는 '당연하지 못한 것'들이었다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던, 애초의 기대보다 훨씬 더 유익한 독서였었습니다. 


※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라 생각되)는 책들 : 
  



  1. 이 책의 원제는 "Radical Focus : Achieving Your Most Important Goals with Objectives and Key Results" 입니다. 이 때의 'radical'은 내용상 'complete or extreme'의 의미로 해석되어야할 듯.
  2. "'무엇'과 '어떻게'를 공유하는 구글 병기 'OKR'" - TTimes, 2019.09.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전산의 독한 경영 수업 - 죽은 회사도 1등으로 만드는
가와카쓰 노리아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디테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진짜로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하려고 하지 않아서 디테일에 실패합니다. 에티켓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제대로 하고자 하는 태도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겉에 들어나는 문제점의 원인은 내면의 태도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태도가 디테일을 결정합니다."


- 왕중추,「디테일의 힘 2」중 p230, 올림. 2011.

조직 생활을 하면서 정말로 실감하게되는 구절입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 내의 복도에 휴지 한 장이 구겨져 떨어져 있을 때, 그걸 주워 쓰레기통에 넣은 것과 같이, 별다른 특별한 재능을 요하지 않는 행위를, 기꺼이 하는 이와 끝내 하지 않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거의 대부분, 

"부자라는 건 재산내역서의 숫자처럼 단순한 하나의 사실이 아니다. 현실을 바로보는 관점이자 여러 태도의 집합, 즉 특정한 삶의 방식이다."


- 박주영,「고요한 밤의 눈」중 p130, 다산책방, 2016.

예의 그 어떠한 방식으로든 실질적인 결과의 차이까지를 목격하게 해주더군요. 그러하기에, --- 일본전산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다소간 뜬금없다 느껴질 수 있는 다음 철학은, '특정한 삶의 방식'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라는 점에서 보자면 더없이 간결하고 명확합니다. 


"일본전산에서는 '청소'를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 김성호,「일본전산 이야기」중 p51, 쌤앤파커스, 2009.


………………………………………………………………… 


이 책은,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을 "이 시대 리더의 표본"(p6)이라 칭하고 있는 저자가 일본전산의 계열사들에 근무하는 7년 동안,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으로부터 받았던 경영방침들을 저자 나름의 설명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본전산은 1973년 창업한 이래 50개가 넘은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 일본전산은 그 많은 적자회사를 지금껏 단 한 곳도 예외 없이 1년 이내에 펄펄뛰는 흑자회사로 변신시켰다.(p38) 


위와 같은 성공이, 인수기업의 종업원을 정리해고한다거나, 자산을 매각한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비용 절감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오로지 '나가모리 시게노부'식 경영방침의 시행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놀랍기에, 그 '나가모리 시게노부'식 경영방침이란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아니가질 수 없는 겁니다. 제가 이해한 바의 그 핵심은 바로,


일본전산은 기업을 재건하면서 한 번도 인원 감축이나 자산 처분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수·합병된 회사의 임원진까지 모두 그대로 유지했다. 즉, 고용을 승계한 것이다. 대신 대대적인 의식 개혁에 돌입했다.(p39) 


·

·

·


내가 직접 겪은 일본전산의 많은 사고방식 중에서 어떤 회사를 목표로 해야 하는가를 가장 충실하게 드러내는 슬로건은 바로 다음 두 가지다. '일등 외에는 모두 꼴찌다!', "당장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p75)


물론! --- 당장 하여야 한다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될 때까지 하라는 회사의 방침이라는 게 '노동의 착취'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자본가의 세뇌/최면의 일 방편으로 간주될 수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근대적인 대중교육은 바로 이러한 '길들이기'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다. … 공장이나 회사의 규격화한 노동에 적응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학교 교육으로써 길러지리라고 기대되는 미덕이다. 바로 노동자를 훈육하는 것, 즉 길들이는 것이다. … 잘 길들 준비가 되어 있는 노동력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알튀세르가 말하는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서의 역할이 의미하는) 지배 계급이 사회를 자기 입맛에 맞도록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 된다.


- 류동민,「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중 pp31~34, 웅진지식하우스, 2013.


그러나!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설명하는데, 착취라는 용어가 주는 살벌한 느낌과는 달리, 그것은 여러 사람이 협력하여 얻은 사회적 생산력의 성과를 특정한 개인이나 그룹이 가져가는 상황을 지적한다. … 즉, 여러 노동자들이 하나의 결합된 노동으로 작용함으로써 개별적으로는 도저히 생산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생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증가한 생산물을 소유하고 처분하는 것이 누구의 권리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마르크스가 제기한 착취하는 개념은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 류동민,「경제학의 숲에서 길을 찾다」중 pp75~77, 충남대학교 출판부, 2009. 


생산력 증가의 성과를 자본가(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 및 경영진)가 독점하는 것이 아닌, 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였다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부분 죽을 힘을 다해 애쓰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1 이것이 내가 일본전산에서 보고, 듣고, 직접 겪으면서 얻은 값진 교훈이다.(p170)2  


회사가 직원들에게 확실한 자기계발과 성취감을 함께 부여할 수 있다면, 적어도 이 관계 속에서는 마르크스가 의미했었던 '착취'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라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공부했었으며 한동안을 '자본가 계급'으로 살았었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혹여모를 비난에 전혀 개의치 않고 --- 이 책이 전하고 있는 일본전산의 경영철학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공부했었으며, 한동안을 '자본가 계급'으로 살았었던 이로서)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노라,라는 표현을 감히 적게 됩니다. 


·

·

·


일본전산은 슬로건을 매우 중요하시는 회사다. … 일본전산에서 슬로건이란 경영자를 비롯한 직원 모두가 반드시 실천하고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그저 바라는 바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목표다.(pp75~76)


매해 1월이 되면,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해당 해의 회사 목표라든가 경영자의 경영방침 등을 발표합니다. 이 때, 주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의 특정 수치가 제시되곤 하지요. 예를 들어 매출액 1천억 원/영업이익 2백억 원이 그 해의 목표로 제시되었다 하면 --- 영업부는 매출액 달성을 위한 action plan을, 조달/관리부서는 비용 절감을 위한 여러 방안들, 즉 표면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느라 한동안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물론,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 저자에게 보내었다는 경영 관련 지침들을 바탕으로 쓰여져 있는 이 책 역시, 얼핏 보면 그 대부분이 매출 증대나 비용 절감등과 같은 숫자로 표시되는 실적의 개선을 위한 내용으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할 '일본전산식 경영의 본질'이란 바로,  


인간들 사이에 능력의 차이는 있어봤지 고작 5배 정도다. 하지만 의식의 차이는 100배까지도 벌어진다. 능력을 연마해서 향상시키기는 어렵지만, 의식은 연마하면 할수록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강한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면 직원들의 의식을 갈고닦아라.(p36) … 조직 개혁 또는 체질 개혁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개혁, 즉 사람의 마음가짐을 개혁하는 일이다.(p151)


…………………………………………………………………  


"디테일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 역시 부단한 노력을 통해 길러지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어디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조금씩 배양되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 가운에 95%는 습관의 영향을 받고 그 습관 속에서 자질이 조금씩 길러진다. … 습관은 인생의 근본이 되는 기초로서, 그 수준이 삶 전체를 좌우한다 … 성공은 바로 매일매일의 노력이 쌓여 계속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며 그 어떤 요행도 통하지 않는다."


- 왕중추,「디테일의 힘」중 pp72~73, 올림, 2005.

읽어보지는 않았으나,「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더군요.3 실제 요즘 입사하는 직원들의 대부분이 90년 이후에 태어난 직원들이고 면접이나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확실히 저의 20대 때와는 다른 가치관과 행동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같은 가치관과 행동에 대한 존중도 물론 필요하겠습니다만, 더욱 중요한 건 --- 이미 구성되어있는 회사라는 조직 내에는 '1950/60년대생'의 상사들이 있다라는 점을 그들 90년대생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4  


이를 테면, 품질 부서에 들어온 신입 사원에게, 어떠어떠한 기술적인 점들을 가르쳐주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품질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의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자신이 직접 아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일으키고도 진정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품질의 중요성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p215)


'어떻게'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왜'도 함께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부하직원은 왜 자신의 상사가 '어떻게'와 '왜'를 함께 가르치는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그 본질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이행하는 시작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

·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한다.(p55)


이 책 속 수많은 구절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입니다. 60년대의 끝자락에 태어나 지금은 실무를 담당하는 것보다는, 90년생들에게 실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위치에 있는 조직원으로서, 제가 해내어야 할 '당연한 일'이란 것이,


리더가 되면 성공은 '타인을 성장시키는 일'이 된다. 당신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지금까지보다 더 현명하고 능력 있고 대담하게 키우는 일이다. 개인으로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팀을 이끌고 지원하며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 직원들은 리더가 관리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회사에서 리더에게 맡긴 재산이기도 하다. … 그런 점에서 (리더)는 펀드매니저인 셈이다. 이 재산을 어떻게 늘리느냐가 펀드매니저인 (리더)의 역할이다.(pp225~226)


어떠한 것인지를 다시금 명확하게 깨닫게 되는 좋은 기회였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11명의 지원자들 중 2명의 부서 신입직원을 뽑아야 합니다. 그렇게 뽑힌 2명의 제 부서원들에게 해줄, 뭔가 좀 멋진 말을 배울 수 있었다라는 건 가외의 소득이라 하겠네요. ^^;;) 그러하기에,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직급에 관계 없이 누구나, 꼭 한 번은 읽어보면 좋겠다란 추천을 자신있게 해봅니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을 탐탁치 않게 생각할 사장은 거의 없을 듯 싶기에,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의 장()에게까지 자발적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듯도.




※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 「일본전산 이야기」·「디테일의 힘·디테일의 힘 2·빈카운터스·장사의 기본




  1. '불가능은 없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엇인가 꼭 해야 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내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 김성호,「일본전산 이야기」중 p72, 쌤앤파커스, 2009.
  2. "내가 감동할 만큼 내 스스로 정성을 다했는가? 하늘이 감동할 만큼 내 정성이 지극했는가? 정성이 지극해 진심으로 내가 감동하고 또 하늘이 감동할 정도라면 이루지 못할 일이란 없을 것이다. 설사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정성을 다했다면 결과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며 후회란 게 남아 있을 리 없다. 자신의 부족함에 좌절하지 않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도전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나 자신이 탄복할 만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원하는 결과를 덤으로 얻으면서 말이다." - 황석공,「소서」중 pp137~138, 동아일보사, 2015.
  3.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의 전 직원들에게 이 책을 선사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저에겐 그것이 오로지 '정치적 행위의 하나'로 밖엔 해석되지 않네요.
  4. 얼마 전, 박종원군이 아빠한테도 종종 꼰대같은 면이 있다고 말했었었었...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는 내가 죄의식을 느끼는 방탕한 행위들을 오히려 떠벌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설정한 높은 기준 때문에 그런 행위를 거의 병적이라 할 정도의 수치심을 가지고 보았고 또 숨겨 왔다. …… 내가 지금의 이 모습이 된 것은 특별한 타락 때문이라기보다 이처럼 높은 지위를 열망하는 나의 본성 때문이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지킬 박사와 하이드」중 p123, 더클래식, 2014.

더 이상 원할 것이 없을만큼의 명예와 부를 지니고 있었던 지킬 박사는, 선천적으로 향략에 쉽게 빠지는 기질의 소유자였었습니다. 그러나 --- 그가 소유하고 있었던 부와 명예, 거기에 더해 ('높은 지위를 열망하는'이라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이라 보는 것이 합당할) 사회적 본성/욕망' 그로 하여금 자신의 (선천적인) 욕구를 숨긴 채 살아갈 것을 요구했었죠. 그러나!  


"나는 무미건조한 학문 생활의 지겨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가끔씩 신나게 놀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쾌락을 즐긴다는 것은 아주 관대하게 봐도 점잖지 못한 짓이었다. … (하지만) 한 잔의 약을 마시기만 하면 나는 즉시 유명한 교수의 몸에서 벗어나 두꺼운 망토를 껴입듯이 에드워드 하이드의 몸으로 바뀔 수 있었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위의 책 pp131~132.


자신의 타고난 (혹은 모든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쾌락에의) 욕망을 (숨길 수는 있었으나) 끝내 버릴/지워낼 수는 없었던 지킬 박사는 결국 '하이드'라는 또 다른 자신을 탄생시킴으로 그 욕망을, 타인의 형체로 맘껏 표현하게 됩니다.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던, 그 뿐만 아니라,


지킬 박사가 고민했었던 인간 본능/본성의 발현을 이야기하고 있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투명 인간」속 주인공이 투명 인간으로 변신하자마자 가졌던 감정 또한, 예의 환희 그 자체였었죠. 


"나는 … 불가시성(不可視性)이 인간에게 의미할 수 있는 모든 것 - 비밀, 힘, 자유를 상상했어. 바람직하지 못한 결점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지."(p154) …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었고, 그것의 놀라운 이점을 이제 막 깨닫기 시작했을 뿐이었지. 이젠 아무리 엉뚱하고 놀라운 일을 저질러도 벌을 받은 염려가 없었기 때문에, 내 머리는 벌써 온갖 터무니없는 짓을 할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다네."(p171)


- 허버트 조지 웰스,「투명 인간」중, 열린책들, 2014.


자, 그렇다면 --- 위 두 소설의 결말은 어떠했을까요? 


"내 기분은 10분 전에 힘차게 밖으로 나왔을 때와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달라져 있었지. 이 불가시성이란 정말! 나는 오로지 이 궁지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네."


- 허버트 조지 웰스, 위의 책 p174.


주인공이 결국 광기의 살인자/지배자가 되어 버린다는「투명 인간」의 결론은, 예의 지킬 박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지킬 박사는 자살로 그의 생을 끝맺음 하지요. 그저, 본인의 본능에 따르고자 했었을 따름인 두 주인공은 왜 그렇게 불행한 결말을 맞는 것으로 그려졌던 것일까요? 


"수많은 금지의 규범과 그보다 더 많은 강제 규범들이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데, 그 규범들의 공통점은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규범히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불온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자꾸 이유를 물어보기 시작하면 대답은 점점 궁색해지고 규범은 힘을 잃기 때문이다."


- 박현희,「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중 p4, 뜨인돌, 2011.

 


체제의 지배를 영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세뇌'로서의 교육을 그 이유(중 하나)로 들 수 있을 겁니다. 위 두 소설이 쓰여진 19세기 말 영국의 체제가,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그에 대한 반발을 억누르기 위한 관제적 장치로서 위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내었다 할 수도 있겠고, 혹은 두 작가 스스로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알아서 관제적으로) 생각했었을 수도 있겠는, 어찌되었든 --- '보아라, 본능이 하고 싶은대로 하다보면 결국 남는 것은 불행한 결말 뿐이다'라는 훈계, 다시 말해 사회/권력이 상정해 준 '통상적인 규범'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가졌다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잔혹한 형벌을 받을 것이다란 협박1만큼은 너무도 명확하지요.


"가난하고 외로운 소녀는 분홍신2을 신고 싶어 한다. 분홍신을 신고 춤을 추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 소녀의 유일한 낙이다. 분홍신에 대한 소녀의 꿈은 소녀가 숨 막히는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가난한 그 소녀에게는 많은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따뜻한 저녁 식사와 포근한 침대, 추위를 막아줄 외투, 포근히 어루만져 줄 애정 어린 손길 …. 그런데도 소녀는 분홍신만을 원한다. 드디어 소녀는 분홍신을 갖게 되었다. 분홍신을 신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최고의 행복을 맛보면서 춤을 추는 소녀 … 그런데 멈출 수가 없다. 계속해서 끝도 없이 춤을 춘다. 분홍신은 절대로 벗겨지지 않고 신을 신고 있는 동안은 춤을 추어야만 한다. 결국 소녀는 죽을 때까지 춤을 춘다."


- 박현희, 위의 책 pp103-104​.


…………………………………………………………………… 


욕망을 잘 통제하는 사람만이 성공적인 학교, 직장, 가정,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게 우리 사회입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른다는 것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깊숙한 방에 자신의 욕망을 감추어두고 반복하여 자물쇠를 채워가는 과정입니다. 하도 많은 자물쇠를 채우다보니 어느 순간 그 방의 존재 자체를 아예 잊어버립니다.(p5)​


그것이, 사회 규범에 순응한 결과인지 혹은 세뇌의 결과인지에 상관 없이 저자 김두식 교수가 이 책을 통해 제기하고 싶었던 화두는 --- 그렇게 사라져 버린/사라지게 한 개인적 욕망의 발현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되었다라는 것, 그리고 그건/그리하여,


"어느 순간부터 울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슬픈 일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감격하지 않아서였다. 감격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격할 수 없게 되어서였다."


- 목수정,「야성의 사랑학」중 p303, 웅진지식하우스, 2010.

더욱 행복해졌다가 아닌 --- '행복'이 무엇인지조차까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삶을 낳게 되었다라는 것이죠.  


·

·

·


"내가 떠나온 세계에서는 타인들의 존재가 우리의 행동을 통제한다. 그것은 우리를 규범 속에 묶어둔다. … 우리의 동류, 다른 인간들은 세계의 현실을 확인해준다. 도시에서는 눈을 감아도 현실이 없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눈을 감고 있더라도 타인이 현실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실벵 테송,「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중 pp108~109, 까치, 2012.


다니엘 디포의「로빈슨 크루소」라는 작품에 대한 저의 견해는 너무도 안좋습니다. 저의 신앙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으나, 해당 작품이 그려내고 있는 '기독교인'은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기독교인의 모습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죠. 해당 작품을 약간 비틀어서/응용하여 써낸「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 대한 저의 감상도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719년에 발표되었던) 원작「로빈슨 크루소」가 '타인의 부재(不在)로 인한 공포'를 이야기하고 있었었다면, (1967년에) 미셀 투르니에는「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통해 그 정반대인 '타인의 부재로 인한 자유'를 (사뭇 극단적인 모습을 포함하여) 이야기해주고 있다라는 점에서만큼만은, 그 지나온 세월만큼의 ('진일보한'이란 표현이 적합한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달라진/지긴 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었다라 생각합니다. 


"그는 자기 주위를 뒤덮는 대홍수에 보잘것없지만 자신의 몫을 보태는 것이 재미있다고 여기면서 오줌을 누었다. 그는 문득 휴가를 얻은 기분이 되어 갑작스럽게 치밀어 오르는 기쁨을 가누지 못한 채 마치 춤을 추듯 덩실거리다가, 앞을 분간할 수 없게 몰아치는 빗물을 뚫고 달려가서 나무들 밑으로 몸을 피했다.(p37) …… 지난밤, 내가 반쯤 잠든 것 같은 상태로 웅크리고 있을 때 나의 정액이 흘러나왔다.(p139) …… 구멍 속으로 그의 성기가 들어갔다. 어떤 행복한 혼수상태가 그의 전신을 굳어지게 했다.(p148) …… 그는 여러 달 동안 킬레나무와 행복한 관계를 맺었다.(p149)"


- 미셀 투르니에,「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중, 민음사, 1995.


…………………………………………………………………… 


"우리의 사회적 삶은 억압과 함께 시작된다.(p305) … 헤어날 수 없이 겹겹이 둘러쳐진 통제의 틀 속제 자신을 방치하며 살다 보면, 우리는 어느 날 통제할 삶 자체를 잃게 된다.(p33) … 당신이 받은 억압을 배설하라. 그렇지 않으면 억압이 당신을 배설해 낼 터이니.(p306)"


- 목수정,「야성의 사랑학」중, 웅진지식하우스, 2010.


저자의 전작「불편해도 괜찮아」가 선사해주었던,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같은 건, 이 책에는 담겨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처럼 뭘 딱히 새롭게 배웠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었었습니다만, 뭔가 적어낼만한 교훈스러운 것 하나를 굳이 끄집어 내야 한다면 --- 법무부 장관 스스로가 생각하는 현 상황의 심각함이 어떠한지와 관계 없이, 그의 과거가 보여준 대한민국 권력층3의 실체란 것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지, 자칭 '니네 편'의 글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더, 비웃을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성취가 자기 능력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 2세도 그 이후 기업이 조금이라도 성장하면 자기 성과물을 과시하고 싶어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사법시험 합격을 '운'이라고 말하면서도, 거기 투자했던 노력만큼은 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모든 성취도 어떤 경계선 안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중산층의 재산적 여유가 확보해준 시간이 공부할 기회를 주었고, 중산층문화에서 비롯된 규범의식이 매사에 '선'을 넘지 않는 제 인격을 형성했으며, 배우자나 친구를 사귀는 범위도 그 경계선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친구들도 저도 그런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이었습니다. 성급한 일반화는 곤란하겠지만, 친구 부모님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한 줄로 세워본다면 그 자녀인 우리 세대의 순위도 거기서 크게 변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저와 친구들이 태어난 공간적 위치가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죠.(p193) 


이 글을 썼었던 2012년의 김두식 교수는, 2019년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어떤 판단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혹여, --- "범죄가 되려면 반드시 유해한 행위여야 하지만, 유해한 행위라고 해서 모두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해성은 범죄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닌 거죠"(p256)이란 단문을 내세워, 자칭 '사회주의자' 이자 타칭 '좌파'라 불리우는 한 인물을 변호해주는 것은 아닐지, 부디 (이젠 제게 완전한 경멸의 대상으로만 각인되어버린 유시민과 같은 그러한) 되도 않는 억지가 이 분의 입/손에서 나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란 바람()을 가져보긴 합니다. 


·

·

·


"아티가 마음 속으로 거부한 것은 종교 자체가 아니라 종교에 의한 인간의 억압이었다."


- 부알렘 상살,「2084 : 세상의 종말」중 p100, 아르테, 2017.


A라는 책을 읽고 쓴 감상문에, 이처럼 A로부터의 인용문을 배제하고 쓴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책의 내용이 별 것 없었기 때문이 아닌, 그간 읽었었던 책들이 제게 가르쳐주었던 교훈들을, 맘좋은 어떤 아저씨가 상당히 친절히, 뭐 그런 톤으로 한데 모아 써놓은 책이란 느낌만이 남았기 때문이지요. 지독히도 재미없게 읽어냈었던,「1984」의 모작(模作)인「2084 : 세상의 종말」에서 그나마 건져냈었던 한 문장과 동일한 의미인 다음 구절이 아마도 --- 이 책, 전체를 아우러낼 수 있는 총체적 결론이 아닐까 싶네요. 


규범은 목적이라기보다는 수단입니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규범이 존재하는 것이지, 우리가 규범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p268)


적어도 --- 책을 읽는 행위에 있어 '헛수고'란 없는 건가 봅니다. 지나고보니, 그렇게나 잼없게/형편없다 생각하며 읽었었던 책들로부터도 이처럼 --- 얻어내는 것이 있는 걸 보니 말이죠. ^^;;




※ 저자의, 읽어 본 다른 책 :불편해도 괜찮아

※ 본문에 인용한 책들의 감상문 :지킬박사와 하이드」·「투명 인간」·「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야성의 사랑학」·「희망의 발견

                                                「로빈슨 크루소」·방드르디, 태평양의 끝·2084 : 세상의 끝




  1. 가해지는 제재에 대해, 그것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기보다는, 그것을 따르지 않았을 때 주어지는 불이익을 먼저 떠올리게끔, 은연 중에 대중을 세뇌시키는 것.
  2. "원제목은 <빨간 구두> … 이 글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 분홍신에 익숙할 테니 …" - 박현희, 위의 책 p104.
  3. 이전부터의 그가, 단순히 '서울대 교수' 신분에 국한된 사회적 역할을 이행했다거나, 그와 같은 사회적 평가를 받았던 인물은 절대 아니라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