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진짜로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하려고 하지 않아서 디테일에 실패합니다. 에티켓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제대로 하고자 하는 태도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겉에 들어나는 문제점의 원인은 내면의 태도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태도가 디테일을 결정합니다."
- 왕중추,「디테일의 힘 2」중 p230, 올림. 2011.
조직 생활을 하면서 정말로 실감하게되는 구절입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 내의 복도에 휴지 한 장이 구겨져 떨어져 있을 때, 그걸 주워 쓰레기통에 넣은 것과 같이, 별다른 특별한 재능을 요하지 않는 행위를, 기꺼이 하는 이와 끝내 하지 않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거의 대부분,
"부자라는 건 재산내역서의 숫자처럼 단순한 하나의 사실이 아니다. 현실을 바로보는 관점이자 여러 태도의 집합, 즉 특정한 삶의 방식이다."
- 박주영,「고요한 밤의 눈」중 p130, 다산책방, 2016.
예의 그 어떠한 방식으로든 실질적인 결과의 차이까지를 목격하게 해주더군요. 그러하기에, --- 일본전산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다소간 뜬금없다 느껴질 수 있는 다음 철학은, '특정한 삶의 방식'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라는 점에서 보자면 더없이 간결하고 명확합니다.
"일본전산에서는 '청소'를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 김성호,「일본전산 이야기」중 p51, 쌤앤파커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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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을 "이 시대 리더의 표본"(p6)이라 칭하고 있는 저자가 일본전산의 계열사들에 근무하는 7년 동안,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으로부터 받았던 경영방침들을 저자 나름의 설명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본전산은 1973년 창업한 이래 50개가 넘은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 일본전산은 그 많은 적자회사를 지금껏 단 한 곳도 예외 없이 1년 이내에 펄펄뛰는 흑자회사로 변신시켰다.(p38)
위와 같은 성공이, 인수기업의 종업원을 정리해고한다거나, 자산을 매각한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비용 절감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오로지 '나가모리 시게노부'식 경영방침의 시행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놀랍기에, 그 '나가모리 시게노부'식 경영방침이란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아니가질 수 없는 겁니다. 제가 이해한 바의 그 핵심은 바로,
일본전산은 기업을 재건하면서 한 번도 인원 감축이나 자산 처분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수·합병된 회사의 임원진까지 모두 그대로 유지했다. 즉, 고용을 승계한 것이다. 대신 대대적인 의식 개혁에 돌입했다.(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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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겪은 일본전산의 많은 사고방식 중에서 어떤 회사를 목표로 해야 하는가를 가장 충실하게 드러내는 슬로건은 바로 다음 두 가지다. '일등 외에는 모두 꼴찌다!', "당장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p75)
물론! --- 당장 하여야 한다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될 때까지 하라는 회사의 방침이라는 게 '노동의 착취'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자본가의 세뇌/최면의 일 방편으로 간주될 수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근대적인 대중교육은 바로 이러한 '길들이기'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다. … 공장이나 회사의 규격화한 노동에 적응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학교 교육으로써 길러지리라고 기대되는 미덕이다. 바로 노동자를 훈육하는 것, 즉 길들이는 것이다. … 잘 길들 준비가 되어 있는 노동력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알튀세르가 말하는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서의 역할이 의미하는) 지배 계급이 사회를 자기 입맛에 맞도록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 된다.
- 류동민,「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중 pp31~34, 웅진지식하우스, 2013.
그러나!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설명하는데, 착취라는 용어가 주는 살벌한 느낌과는 달리, 그것은 여러 사람이 협력하여 얻은 사회적 생산력의 성과를 특정한 개인이나 그룹이 가져가는 상황을 지적한다. … 즉, 여러 노동자들이 하나의 결합된 노동으로 작용함으로써 개별적으로는 도저히 생산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생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증가한 생산물을 소유하고 처분하는 것이 누구의 권리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마르크스가 제기한 착취하는 개념은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 류동민,「경제학의 숲에서 길을 찾다」중 pp75~77, 충남대학교 출판부, 2009.
생산력 증가의 성과를 자본가(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 및 경영진)가 독점하는 것이 아닌, 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였다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부분 죽을 힘을 다해 애쓰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일본전산에서 보고, 듣고, 직접 겪으면서 얻은 값진 교훈이다.(p170)
회사가 직원들에게 확실한 자기계발과 성취감을 함께 부여할 수 있다면, 적어도 이 관계 속에서는 마르크스가 의미했었던 '착취'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라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공부했었으며 한동안을 '자본가 계급'으로 살았었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혹여모를 비난에 전혀 개의치 않고 --- 이 책이 전하고 있는 일본전산의 경영철학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공부했었으며, 한동안을 '자본가 계급'으로 살았었던 이로서)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노라,라는 표현을 감히 적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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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전산은 슬로건을 매우 중요하시는 회사다. … 일본전산에서 슬로건이란 경영자를 비롯한 직원 모두가 반드시 실천하고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그저 바라는 바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목표다.(pp75~76)
매해 1월이 되면,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해당 해의 회사 목표라든가 경영자의 경영방침 등을 발표합니다. 이 때, 주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의 특정 수치가 제시되곤 하지요. 예를 들어 매출액 1천억 원/영업이익 2백억 원이 그 해의 목표로 제시되었다 하면 --- 영업부는 매출액 달성을 위한 action plan을, 조달/관리부서는 비용 절감을 위한 여러 방안들, 즉 표면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느라 한동안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물론,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 저자에게 보내었다는 경영 관련 지침들을 바탕으로 쓰여져 있는 이 책 역시, 얼핏 보면 그 대부분이 매출 증대나 비용 절감등과 같은 숫자로 표시되는 실적의 개선을 위한 내용으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할 '일본전산식 경영의 본질'이란 바로,
인간들 사이에 능력의 차이는 있어봤지 고작 5배 정도다. 하지만 의식의 차이는 100배까지도 벌어진다. 능력을 연마해서 향상시키기는 어렵지만, 의식은 연마하면 할수록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강한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면 직원들의 의식을 갈고닦아라.(p36) … 조직 개혁 또는 체질 개혁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개혁, 즉 사람의 마음가짐을 개혁하는 일이다.(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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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 역시 부단한 노력을 통해 길러지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어디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조금씩 배양되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 가운에 95%는 습관의 영향을 받고 그 습관 속에서 자질이 조금씩 길러진다. … 습관은 인생의 근본이 되는 기초로서, 그 수준이 삶 전체를 좌우한다 … 성공은 바로 매일매일의 노력이 쌓여 계속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며 그 어떤 요행도 통하지 않는다."
- 왕중추,「디테일의 힘」중 pp72~73, 올림, 2005.
읽어보지는 않았으나,「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더군요. 실제 요즘 입사하는 직원들의 대부분이 90년 이후에 태어난 직원들이고 면접이나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확실히 저의 20대 때와는 다른 가치관과 행동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같은 가치관과 행동에 대한 존중도 물론 필요하겠습니다만, 더욱 중요한 건 --- 이미 구성되어있는 회사라는 조직 내에는 '1950/60년대생'의 상사들이 있다라는 점을 그들 90년대생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테면, 품질 부서에 들어온 신입 사원에게, 어떠어떠한 기술적인 점들을 가르쳐주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품질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의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자신이 직접 아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일으키고도 진정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품질의 중요성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p215)
'어떻게'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왜'도 함께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부하직원은 왜 자신의 상사가 '어떻게'와 '왜'를 함께 가르치는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그 본질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이행하는 시작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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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한다.(p55)
이 책 속 수많은 구절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입니다. 60년대의 끝자락에 태어나 지금은 실무를 담당하는 것보다는, 90년생들에게 실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위치에 있는 조직원으로서, 제가 해내어야 할 '당연한 일'이란 것이,
리더가 되면 성공은 '타인을 성장시키는 일'이 된다. 당신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지금까지보다 더 현명하고 능력 있고 대담하게 키우는 일이다. 개인으로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팀을 이끌고 지원하며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 직원들은 리더가 관리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회사에서 리더에게 맡긴 재산이기도 하다. … 그런 점에서 (리더)는 펀드매니저인 셈이다. 이 재산을 어떻게 늘리느냐가 펀드매니저인 (리더)의 역할이다.(pp225~226)
어떠한 것인지를 다시금 명확하게 깨닫게 되는 좋은 기회였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11명의 지원자들 중 2명의 부서 신입직원을 뽑아야 합니다. 그렇게 뽑힌 2명의 제 부서원들에게 해줄, 뭔가 좀 멋진 말을 배울 수 있었다라는 건 가외의 소득이라 하겠네요. ^^;;) 그러하기에,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직급에 관계 없이 누구나, 꼭 한 번은 읽어보면 좋겠다란 추천을 자신있게 해봅니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을 탐탁치 않게 생각할 사장은 거의 없을 듯 싶기에,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의 장(將)에게까지 자발적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듯도.
※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 「일본전산 이야기」·「디테일의 힘」·「디테일의 힘 2」·「빈카운터스」·「장사의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