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학 미스터리 - 경제성장의 숨겨진 힘, 지식의 기원과 부의 비밀
데이비드 워시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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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사놓은지는 꽤 된 책이었지만 그 상당한 두께 탓에 선뜻 집어들지 못해만 왔던 책이었거늘, 뭔가 자꾸만 반복되고 길어지려는 이 독서의(만이라고 하기엔 심히 광범위하긴 하지만) 슬럼프를 이겨내고자 하는 돌파구로 옛 추억을 되살려 --- 근 십여 년을 공부했었었던 경제학, 그 중에서도 한 때 저의 주 전공으로 하려했었을만큼 재미있어했고 좋아했었던 '경제 성장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녀석을 읽어보자라는, 흡사 왼쪽 다리가 아플 때 더 심한 고통을 반대편의 오른쪽 다리에 주어 왼편의 고통을 잊어버리겠노라는 사뭇 돌팔이스런 처방으로 펼쳐보았던 책, 「지식경제학 미스터리」였었습니다. 과연... 저의 그 처방은 원하던 바의 효과를 나타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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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00여 페이지나 되는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애덤 스미스에서 로버트 루커스까지>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1부는 간략... 하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암튼 구구절절한 서술은 아닌 형식으로 (일반 경제사가 아닌) 경제학사(經濟學史)를 다루고 있습니다. 헌데!!! 그 초점이 경제학의 전반적인 발전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 성장'이라는 단일한 주제에 한정되어 있지요. <신성장 이론과 21세기 지식경제학>이란 사뭇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2부는 1부에서 전개되었던 경제학의 과거를 이미 하나의 프리퀄로 가지고 있는 현대의 경제학자들이 어떠한 논의 과정을 통해 (한동안 경제학계내에서도 잊혀져 있던) 경제 성장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나가게 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구절이기도 한) '더 좋은 것은 훗날에 남았으리'란 작가 이문열의 표현을 모자람도 더함도 없이 누릴 수 있었던 (요즘 세대) 경제학자들의 활약상이랄까요?

이하에선 이 책의 내용을 오로지 저 스스로만을 위한 정리의 수준으로 한정하여 요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급적 각주로 처리하는 부분을 늘려, 본문은 길지 않게 해보려 합니다만 예의... 그렇게해서 써낸 감상문이 장황해질지, 지극히 간단해질지는 다 써봐야 알게 될. ^^;;



<Part 1 - 갑론을박 경제학 산책 : 애덤 스미스에서 로버트 루커스1까지>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아주 오래된 상식 중에 ​"물고기를 주면 인간은 그것을 하루를 먹고 살 수 있지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오래된 상식에 이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 ​"고기를 잡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발명하거나 양식법, 판매법, 고기를 변형시키는 법(유전자조작을 통해) 아니면 바다에서 어류 남획을 억제하는 방법을 발명하라. 그러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먹고살 수 있을 것이다."(p9)

​'파이 키우는 것을 우선시 할 것이냐,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로 대변되는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라는 논쟁은 요즘들어서만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닌, 이미 경제학의 탄생 시점에서부터 존재했었던, 마치 경제학의 숙명적 과제와도 같은 문제입니다. ---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the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은, 그 제목에서도 확연하게 볼 수 있듯 '부富의 성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책의 첫 문장을 시작하고 있는 반면, 데이비드 리카도의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 Principal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는 '계층간의 분배'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본분이라는 주장으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 「지식경제학 미스터리」는 오로지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만! 경제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구성이 '분배'의 문제를 '성장'보다 덜 중요시했기 때문인 것은 아니며, 단지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논의의 주제 자체가 '경제 성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거지요. ​고기를 많이 잡아 어떻게 나눌까?에 관해 고민하는 것이, 일단 어떻게 하면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을까부터 먼저 생각해보자라는 주장에 밀렸다라는 뜻이 결코 아닌, 그저 이 책에서는 --- 전공 분야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는 현대의 경제학계에서 '어떻게 하면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하는 '경제 성장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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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담 스미스!하면 떠올리게 되는 건 거의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경쟁'일 테지만, 사실 「국부론」에는 가격 시스템 외에도 두 번째로 중요한 사항인 '규모와 특화'에 대한 이론도 담겨 있다(p93)라 저자는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번째의 아이디어가 이처럼 외면당해 온 이유를 저자는 바로 (2006년 5월 18일자 <The Economist>紙의 한 기사에 등장하고 있는 'The law of diminishing returns holds great sway over the economic imagination'라는 표현에서도 보여지듯) '수확체감의 법칙2'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일종의 (거의 무조건적이기까지 한) 수용에 있다라 보고 있는 겁니다.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수확체감의 법칙'과 '수확체증의 법칙'을 아~주 간단한 수준에서 표현해보자면 ---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면 할수록 평균 생산비용이 계속 증가한다라는 개념이 '수확체감'이고 그 반대로 계속 평균 생산비용이 계속 감소한다라는 것이 '수확체증'입니다. '경제 성장 이론'이란 물론! '수확체증'의 단계를 일컫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여기서 저자 데이비드 워시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에서는 이 수확체감과 수확체증 두 가지가 모두 다 보여지고 있는데, 경제학자들이 생각하길 --- 생산/산업의 초창기엔 일시적으로 '수확체증'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결국엔 '수확체감'의 단계로 반드시 접어들게 되어 있기 때문에, 수확체증을 보여주고 있는, 즉 '규모와 특화'에 대한 이론을 담고 있는 '핀 공장' 이야기가, 수확체감을 뜻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에 완전히 가려져버리게 되었다라 설명하고 있습니다.3


'규모와 특화'로 주제지어질 수 있는 아담 스미스의 '핀 공장' 이야기를 간단히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어떤 핀 제조업자4가 남보다 일찍 핀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기계 및 연구 개발에 투자한 끝에 사업을 확장하고 특화에 성공했고, 이 때 핀의 시장이 크면 클수록 이러한 특화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되어 결국 '효율적 핀 생산, 그리고 그로 인한 핀 가격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핀 가격이 하락했으니 핀은 더 많이 팔리게 될 것이고, 따라서 핀 제조업자는 '동일한 수준의 노력'을 투입하고도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규모 수준 도달에 의한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of scale)'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라는 것이 것이죠.5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데이비드 리카도와 멜서스는 아담 스미스의 주장과는 반대로 (일종의) '수확체감의 법칙'을 발견·주장합니다. --- 어느 지점이 지나고나면 이후에 투여되는 생산요소로부터 발생되는 수확은 그 지점 이전보다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죠. 두 사람은 이처럼 인간이 앞으로 어떤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한계가 맬서스는 식량 고갈이었고, 리카도는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농지의 고갈(p121)로 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리카도와 멜서스는 인류 역사가 빈곤을 향하게 되는 것을 필연적이라 보았다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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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제학의 탄생 때부터 관심을 받았던 '경제 성장' 주제는 이후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왔지만, 1950년대에 들어서까지도 경제 성장의 원인이 대체 무엇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공기 중에 떠다니던 신비한 그 무엇6'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던겁니다. 그러... 다!!! (물론 이전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이 경제 성장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었긴 하지만) --- 1956년에 발표된 로버트 솔로우 교수의 "A Contribution to the Theory of Economic Growth"에 와서야 비로소 학계의 주목을 이끌어낼 만큼의 설명력을 지닌 모델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 논문에서 제창되었던 솔로우 교수의 성장 모델은 "Y=A(t)·F(K,L)" 즉, 생산과 소득의 증가는 노동(L)과 자본 축적(K) 부분에 지식 성장률을 나타내는 임의적 상수(A)를 곱하는 함수를 통해 얻을 수 있다(p273)라는 것이었었죠.7

 

이 솔로우 모델은 '기술진보'를 (이전에 등장했던 폰 노이만의 'Y=A·K' 모델에서처럼 상수로 취급한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을 독립변수로 하고 있는) 변수(variables)로 취급했다는 진보를 이루어내긴 했으나, 이 기술 진보8(A(t))가 여전히 (경제학자들이 은근 애용하는 문구인 'manna from heaven'처럼) 경제 시스템의 외부에서 결정되어 단지 '주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9는 결정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 이듬해인 1957년에 발표한 후속 논문 "Technical Change and the Aggregate Production Function"을 통해서 솔로우 교수는 자신의 모델로 검증해 본 실증적 결과를 보여냈는데 놀랍게도!!! 경제 성장의 85퍼센트가 자본(K)과 노동(L) 투입의 증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즉 자본과 노동으로 구성되어 있는 모델의 외부에서 결정되는 잔여분(residual)10으로 나타났고, 솔로우 교수는 이 잔여분인 '기술 발전'이 부(富)'를 창출해내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지요. (한 발 더 나아가 보자면 --- 이처럼 전통적인 생산요소인 자본과 노동으로 경제의 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것 이외에도 솔로우 모델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함의(含意)는 바로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정부/정책 입안자들의 그 어떤 시도도 모두 헛수고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2006년 5월 18일자 <The Economist>紙의 한 기사11에 다음과 같은 인용이 있더군요. : A government eager to force the pace of economic advance may be tempted by savings drives, tax cuts, investment subsidies or even population controls. As a result of these measures, each member of the labour force may enjoy more capital to work with. But this process of “capital-deepening”, as economists call it, eventually runs into diminishing returns. Giving a worker a second computer does not double his output.)



비록 이 결론, 즉 경제 성장이 노동이나 자본 축적에는 그다지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라는 실증적 결과가 한 편으로 보자면 매우 실망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으나 이를 뒤집어보면, 그동안 경제학자들을 그렇게나 구속해왔던 '수확체감'을 극복해 낼 수 있는 희망의 결정적 단초가 되어줄 수도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 이후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학계에서 이 '경제 성장론'은 거의 잊혀진 학문 분야의 신세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솔로우 교수의 연구로 그간 경제학자들의 애간장을 태워왔던 '경제 성장의 원인'이 대체적으로 밝혀졌다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죠.12



<Part 2 - 신성장 이론과 21세기 지식경제학>

​물론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핀 공장 이야기를 통해 수확체증 현상을 제시해주고 있었긴 하지만, 아무래도/역시나 그의 이론에서 가장 커다란 강조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수확체감의 원칙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핀 공장 이야기에서 보여졌던 가격 하락의 가능성은 단순히 '분업의 세부화'로부터 기인된 것으로서 그 한계가 너무도 명확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 철도나 전기, 전화 같은 네트워크 관련 분야에서 실현된 수확체증의 위력은 너무도 파괴적이어, 일단 그들 분야에서 수확체증을 이루게 된 특정 기업은 단순한 독점 수준이 아니라 모두가 이들의 독점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자연 독점(natural monopolies)'의 지위(p17)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목격한 경제학계는 1990년대에 들어 다시 이 '수확체증' 그리고 어쩌면! '수확체증을 통한 경제 성장의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사실에 주목 하게 됩니다. 바로 이렇게! 세 명의 학자가 이 분야에 등장/주목을 받게 되는 데, 다름 아닌 로버트 솔로우, 로버트 루카스, 그리고 폴 로머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었죠.

1998년 찰스 존스가 써낸 교과서 「An Introduction to Economic Growth」에 따르면 이 세 경제학자들이 취했던 '경제 성장'에 대한 접근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었는데,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13


● 로버트 솔로우 : Q> 왜 우리는 이렇게 부자로 사는데, 저 사람들은 저렇게 못 살까?  A> 부자 나라는 시설과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이렇게 해서 얻은 자원을 생산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고, 가난한 나라는 그렇지 못했기에 가난한 것.

● 로버트 루카스 : Q> 일본, 독일, 한국의 경제 기적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A> 이들 국가가 transition dynamics를 상세히 연구하고 잘 대처했기 때문.

● 폴 로머 : Q> 경제 성장의 엔진은 무엇일까? A> 엔진 역할을 한 것은 발명이고, 우리가 오늘날 기술 발전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도록 끊임없이 밀어붙인 사람은 바로 기업가였다.

​이 세 명의 학자들 중, 저자 데이비드 워시는 폴 로머를 중심으로 하여 이 책에서 경제 성장 이론의 발전 과정을 서술해가고 있는데, 심지어는1990년에 폴 로머가 발표했었던 논문인 <Endogeneous Technical Change>(이하 <로머 90>)를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꿔놓았'(p5)던 획기적인 것으로까지 묘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체 이 논문에서 폴 로머가 무엇을 주장했기에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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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우의 1956년 논문에 실려 있는 경제 성장 모델을 따르자면, 경제는 50년이나 100년 후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일종의 성인기에 도달하고, 그 뒤부터 성장은 일제히 중단되고(pp377-378)말 수 밖엔 없습니다. 이는 성장을 가져오는 대부분의 원인이었던 (A(t)로 표시된) 기술 진보가 외생적으로 주어진다라는 가정14 때문인데, 쉽게 말해 모델 자체에 성장을 유발하는 내생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솔로우가 성장 그 자체를 일종의 '단계'라고 해석15(p378)한 것에 반해, 로머는 성장이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을 구축하기를 원했(p377)었습니다. --- 노동과 자본만으로는 수확체감을 이겨낼 수 없다면, A(t)로 표시되는 기술 진보가 수확체감을 이겨내는 것 뿐 아니라, 아예 수확체증을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로머는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수확체감을 이겨내고자 했던 걸까요?


로머가 살펴본 바로는 세상의 성장 리듬은 과거에 학자들이 예측한 것처럼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감속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된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 이유가 과학의 내적인 동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더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새로운 것을 더 빨리 배우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지식이 수확체증의 원인이라면 지식을 축적하면 할수록 성장은 더 빨라진다.(p378)

바로 위에서, 이 책의 저자가 <로머 90>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꿔놓았'다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라 썼었습니다만, 이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로머 90>이 제 세계를 논문 발표 이전과 이후로 분리시켜 놓(p21)았다라고까지 적고도 있습니다. 대체 <로머 90>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이러는 걸까요? --- 이전까지의 경제학에서 '생산의 3대 요소'는 그 어떤 의심의 여지도 없이 '토지, 노동, 자본'이었더랬지요. 헌데, 17세기 이후부터 지속되어 왔던 이 생산의 3대 요소를 <로머 90>에선 '사람(people), 아이디어(idea), 재료(things)'로 바꿔 버린 겁니다. 이를 통해 솔로우 모델로서는 극복해낼 수 없었었던 '성장의 중지'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되었죠. 여기서 '재료'는 '천연자원에서부터 주식, 채권 등에 이르기까지 자본의 전통적인 형태를 포함하는 것'이며, '사람'은 '인간 특유의 노하우, 기술, 강점을 지닌 모든 인간'으로서, 사실 기존의 자본·토지와 노동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단지 확대시켜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로우가 '지식'이란 것을 '외생적 성격을 띠면서 계속 증가하는 일종의 공공재'(p367)로 보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로머는 생산 요소로서의 '아이디어'를 하나의/일종의 '상품'으로 간주하여, 여기에 (기존의 '공공재 VS 사유재'의 구도와는 좀 다른) 모두가 사용할 수 있으면서 한 사람의 사용이 다른 사람의 사용을 방해하지 않는 재화를 의미(p507)하는 '비경쟁재16'라는 성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의 경우에는 '누구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엄연히 사적 소유물이라는 점에서는 사유재로 분류될 수도 있지요. 이런 점에서 '비경쟁재'는 '공공재'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로머의 모델에서 이 '아이디어'가 수확체증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과정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식 축적은 새로운 투자에서 오는데 그렇게 개발된 지식은 스필오버 방법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로 전파된다는 것이었다. 스필오버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성장이 내부의 힘에 의해 시스템 내부에서 내생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했다.(p382)

사실 로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재인 지식17' 덕분에 총생산에서 규모에 대한 수확체증 현상이 발생(p384)한다는 것을 확신하고는 있었지만, 이러한 수확체증이 결국 독점을 발생시켜 완전 경쟁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을 파괴해버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라는 사실에, 그리고 그러한 결론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자신의 모델에 전혀 없다라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고 저자는 적고 있습니다. 현실의 경제에서는 모든 산업이 독점 기업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지도 않으며, 자신의 모델이 최종적으로 내놓게 되는 것은 (리카도와 맬서스의 주장과는 형태만 다를 뿐인)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일 뿐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공짜로 혹은 매우매우 싼 비용만 지불하고 '베끼기'가 가능해진다라는 의미의) '스필오버 현상'이라는, 일종의 '경제의 외부성'으로 인해 이러한 자연 독점 현상은,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세계에서 보이는 것처럼 나타나지 않게된다라는 것으로 폴 로머는 자신의 '경제 성장 이론'을 마무리지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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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과거에 대한 장례식을 하나씩 치르며 발전해간다."(p83) -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

"어떠한 과학 분야도 그것을 탄생시킨 사람을 잊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분야는 결국 쇠퇴하고 만다."(p75) -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물론 '희소성의 원칙'은 여전히 변함없이 경제학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 하나의 중요한 원칙은 아니라는 것, 바로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었기에 '경제 성장 이론'이 잘못된 길을 걸어와야 했었었던거라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 지적하고 있습니다. --- '지식의 비경쟁성이 수확체증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는 원칙', 바로 이것이 폴 로머가 세상에 내놓은 논문들의 최종 결과였으며, 과거 수 세기 동안 우리 인류는 희소성의 제약을 이겨내고 지금과 같은 풍요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라는 것이 그 논문들이 품고 있는 함의라는 것이지요.


다 써놓고 보면/보니, 이렇게 간단한 내용을 그 머리 좋은 사람들이 몰랐었던 거야?란 생각이 살포시 들었기도 했었습니다... 만! 예의 제가 가지고 있는 이 모든 지식들 역시 수많은 '과거에 대한 장례식'을 치르며 얻어졌던 것들이며, 그러하기에 저 역시 분명 '더 좋은 것은 훗날에 남았으리'란 아쉬움의 수혜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 '이렇게 간단한 걸?'과 같은 의문은, 가져본다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실로 건방지기 짝이 없다라는 걸 이내 인정할 수 밖엔 없습니다. 암튼! 이 책은...

역사 속의 경제학자들만이 아닌, 현재에도 활동하고 있는 유명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던, 상당히 흥미로웠고 또한 (한때 경제학으로 인생 밥벌이를 하겠노라 했었던 사람인 저에겐) 옛 추억(?)을 다시 꺼내어보며 잠시나마 행복했었던 순간들을 되살려 볼 수도 있었었던 (그러하니 무조건 '돌팔이식 처방'이라고만은 할 수도 없겠는) 독서였었습니다...만!!! --- 제 나이 스물네 살은 막 방위 제대를 하고 2학년 2학기로의 복학을 해, 마악! <거시 경제학> 과목을 배우고 있었 때로 기억되고 있거늘, 스물 네 살의 폴 로머는 스스로 폰 노이만 모델이나 솔로우 모델보다 더 나은 경제 성장 모델을 스스로 구축하겠노라는 결심을 했었다라는 걸 읽고는, 역시... 경제학 박사 학위는 어찌되었든! 제가 원했다하여 가질 수 있는 무언가는 원래부터 아니었던 게 아닐까... 싶은 씁쓸함? 뭐 이런 것도 약간은 가져보게도 되었었네요. --;;



덧붙임 1> 경제학 박사와 전문 번역가... 가 공동 역자로 쓰여져 있습니다만, 번역의 질(quality)은 아무리 잘 봐줘도 평균 이하라 생각됩니다. 몇몇 경제학 용어의 번역에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었었기도 했었으니까요. (용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 말로 읽어도 의미전달이 불완전한 경우가 꽤 많기도 하더군요.) 사실 경제학과를 졸업했다해도 '경제성장론'을 배우지 않았다면 상당히 낯선 이야기들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의 독자층이 절대 넓을 수 없다라는 걸 인정하기에 이런 책을 번역·출판해주었다라는 사실 자체엔 출판사를 향한 고마움을 가져야겠습니다만, 이왕 출간할거면 제대로 된 번역으로 선을 보이는 것이 <김영사>라는 굴지의 출판사로서는 마땅히 해야할 일이 아니었을까하는 진하디 진한 아쉬움을 지워낼 수는 없네요.  ​


덧붙임 2> 생략해야 하나, 넣어야 하나? 줄여야 할까, 늘려도 될까?하는 고민이 참으로 많았던, 그러했기에 써내는 데에, 토요일 저녁과 주일 오후라는 적지않은 시간을 들여야 했었던 감상문입니다... 만, 다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그 고민들을 대체 왜 했었던건가 싶은 한숨만 나옵니다. 뭔가 하나의 특정 방향성을 전혀 찾아내지 못하겠는 요약 아닌 요약, 정리 아닌 정리란 생각 밖엔 들지 않네요. 이 책의 예상 독자층만큼이나 이 감상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실 분 역시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기에... 라는 걸 오히려! 변명 어린 위로로 삼아봅니다. --;;

 






  1. 이 책에 나와있는 특정 인물들의 이름이, 제가 교실에서 배웠었던 표기와는 다르게 되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일례로 Robert Lucus 교수님을 이 책에서는 '로버트 루커스'로 표기하고 있는데, 제가 학생이었을 때의 경제학과에선 '루카스'라고 발음하고 실제 그렇게 표기했었었지요. 이하에선 이 책의 표기가 아닌, 제 경험에서의 표기로 인명을 적어내도록 하겠습니다. 왜? 이건 제 블로그니까... ^^
  2. 수확체감의 법칙 (The Law of Diminishing Returns) : 다른 생산요소의 조건을 일정하게 하고 한 생산요소만을 증가시킬 경우 그 생산량의 증가가 점차 감소되어 간다는 이론으로, 이 법칙은 본래 어떤 일정한 농지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의 수가 증가할 수록 1인당 수확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데서 나온 것이나 현재에는 널리 다른 생산요소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3. "('핀 공장'의) 아이디어가 외면당해 온 이유는 아담 스미스의 양대 경제학 사고라 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논리와 '핀 공장' 논리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p93)

  4. 아담 스미스 당시의 제조업은 단순히 상품(여기서는 핀)의 제조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조사 - 디자인 - 생산계획 - 생산 - 판매'의 모든 과정을 다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5. "하지만 애덤 스미스의 가격 하락 가능성은 작업의 세부 분업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한 가격 하락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p17)
  6. 알프레드 마샬이 성장을 이끄는 '미지의 변수'를 지칭했던 표현.
  7. 이전에 발표되었던 '해로드 - 도마 모델'에서는 생산함수 F(K,L)가 고정된 자본계수(자본/생산 비율)를 가진 것으로 가정되어 있었으나, 솔로우는 가변생산함수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이를 대체해 냅니다. 즉, 솔로우 모델에서는 인건비가 비싸지면 생산자는 노동(L) 대신 자본(K)를 추가로 투입할 수 있고, 혹은 그 반대로도 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가지게 되는 거지요. 한편, 솔로우의 이 모델은 폰 노이만의 모델을 진일보시킨 것이었는데, 폰 노이만은 'Y=AK'라는 모델을 통해 경제의 성장에는 A로 대변되는 '지식의 축적을 통한 기술의 발전'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공식화했었던 인물이었죠.
  8. 혹은 '기술 변화율'
  9. 하지만 이 가정이 솔로우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다음과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긴 합니다. : "처음에는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의 일부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는 인간이 지닌 지식도 포함된다. …… 이처럼 주어지는 여건은 영구불변하는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경제적인 힘(noneconomic forces)으로 여겨졌다. 인간이 지닌 지식을 비경제적인 요소로 단순화시킨 것은 19세기 기술경제학자들로, 그중 존 스튜어트 밀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생산에 필요한 기본적 조건들을 현대 용어로 외생적(exogenous)요소라고 부르는데 그런 점에서 인간의 타고난 조건, 즉 내생적 요소는 경제 제도의 생산요소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고를 지닌 경제학자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pp15-16)
  10. "머지않아 잔여라는 용어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p281)
  11. The growth of growth theory : The riddle of technology and prosperity is explored in a fine new book. (The Economist, May 18th 2006.)
  12. 사실 이 때 뿐만이 아니라 아담 스미스 이후, 칼 마르크스정도만 제외될 뿐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에게 이 경제 성장의 문제는 딱히 주목을 받지 못했었는데 이에 대해 에일린 영은 다음과 같은 추측을 했었다 합니다. : "19세기 중반까지는 경제 발전이 오랫동안 꾸준히 발생해 경제 발전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존 스튜어트 밀이나 그의 동료 경제학자들은 지식의 꾸준한 성장을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pp400-401)
  13. 이하 pp606-607
  14. "Invention, innovation and ingenuity were all 'exogenous' influences, lying outside the remit of his theory." - 각주 11번의 「The Economist」기사 중.
  15. 다시 말해 솔로우는 인류의 장기적 미래에 대해 '모든 국가가 성장이 멈춘 채 제자리걸음 상태를 향해 갈 것이라는', 마치 리카도와 맬서스가 '농지의 고갈'와 '식량 고갈'이라는 한계로 인해 인류의 성장이 후퇴할 것이라는 견해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라 볼 수도 있는 겁니다. 이와 관련하여 각주 11번의 기사는 솔로우가 2006년 4월, 세계은행(World Bank) 산하의 '경제 성장 위원회commission on growth'의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을 가리켜 'natural except'라 점잖게 비판했었더군요. 논문에서 그가 주장했던 바대로라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요인들에 관한 연구(weigh and sift what is known about growth, and what might be done to boost it)'를 하는 그런 위원회는 존재 이유 자체가 없는 것이어야 하니까요.
  16. '경쟁재'와 '비경쟁재'의 구분은 재정학 분야의 대가인 머스그레이브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되었다고 저자는 쓰고 있습니다.(p507)
  17. 로머는 자본재로서의 '지식'을 다시 '체화 지식(embodied knowledge)'과 '비체화 지식(disembodied knowledge)'의 두 가지로 구분하였는데, 체화 지식은 '어떤 지식을 개발한 인간과 함께 탄생했다가 인간과 함께 사라지는 인적 자본'으로, 비체화 지식은 '어떤 지식을 개발한 인간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남는 인적 자본'으로 정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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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북 - 패밀리 힐링 대디북 패밀리 힐링북 시리즈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아빠 지음 / 이노버코리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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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이 세상에 단 한 권 뿐인 책을, 그것도 나 스스로가 그 책의 저자가 되어, (저의 경우엔) 세상에 단 한 명 뿐인 독자를 위해 써본다라는 생각... 당췌 해보신 적이나 있으신가요? --- 네! 바로 이 책 「Daddy Book」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알라딘에서 이 책에 대해 살펴 보았던 순간, 아마도 제가 '책'이란 걸 접하면서 가장 커다란 충격을 받았던 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의 놀라움과 짜릿!함을 경험했었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5,113명의 세대별 사람들이 평소에 자신의 아빠에게 궁금해 하는 때로는 진지한, 때로는 장난스러운 질문들이 담겨져 있는 책입니다. 그 질문들은 아빠의 사랑을, 때로는 아빠의 고민을, 또 어느 날에는 과거를 물어본다 하네요. 단!!!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당장의 혹은 제출 기한이 정해져 있는 숙제로서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닌, 그저... '나의 아이'가 그에겐 '세상에서 단 한 명 뿐인 아빠'인 나에게 물어보는 이 질문들에, 그 아래에 있는 빈 칸에 '아빠로서 저'의 생각과 진심을 담아 하나씩 하나씩 대답해나가면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처럼 <아빠의 프로필>을 적어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 때였거나, 혹은 보험에 가입했었을 때를 제외하고 이와 같은 프로필을 적어본 적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었을까요? 몸무게와 신발사이즈는... 다시 확인해봐야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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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년, 아빠의 추억

2. 아빠의 청춘

3. 아빠만의 꿈

4.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

5. 아빠, 그리고 나

6. 아빠의 아버지

7.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8. 내가 알고 싶은 아빠의 생각

9.아빠의 BEST

10. 아빠, 그리고 노후


 

 

 

 

 

하나하나... 목차만 보아도 뭔가 찌릿해지는 책입니다. --- 이 세상에 태어나, "어린 시절 당신이 살던 동네는 어떠했나요?"란 질문을 대체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이렇게'나의 아이'는... 이 아빠에게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당황스런 질문들을 안겨주고도 있지요.



   
 

● 사춘기 시절, 최고의 일탈은 무엇이었나요?

● 아빠의 첫 키스는 언제였나요?

● 연애시절 엄마와 결혼 후의 엄마의 차이점은?

● 아빠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아빠인 당신은, 이 질문들에 냉큼! 대답할 수 있으신가요? --- 첫 키스가 언제였는지, 심지어 어디서였는지도 또렷이 기억하고는 있습니다만, '결혼 전후 느껴지는 엄마의 차이점'에 대해선 이 책이 오로지! 제 아이에게만 읽혀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한 선뜻 적어낼 수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식'에 대한 대답은 아예 존재하질 않아 할 수가 없기도 합니다. 이 책에 들어있는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해가는 동안에라도 뭔가... 하나쯤은 만들어내야 할 것 같네요. 뭐 그래봐야 '음식'이라기보다는 '술안주'겠지만요. ^^;; 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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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겨 있는 질문들이, 물론/비록 실제의 자녀가 아빠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 단 한 번도, 그 누구도 나에게 물어보지 않았었었던, 그리고, 나 스스로조차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았었던, 행여 나 스스로조차 궁금하기는 했었었지만 사뭇 쑥스러워서, 차마 답하기 싫어서, 어쩌면! 못내 답할 수 없기에... 물어볼 수가 없었었던, 그런 질문들이 아니었던가... 란 생각을 문득 하게됩니다. 솔직한 대답을 하는 것 자체가 자신없기에/너무도 서글프기에 차마 물어보지조차 못했던 그런 질문들. 그 질문들에 대해서도, 이 책을 써나아감에 있어서만큼은 솔직해야겠지요. 솔직!... 하게 적어가겠습니다.



   
 

● 아빠의 청춘에 관하여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인가요?

● 아빠의 어릴 적 꿈이 이루어졌나요?

● 아빠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나요?

● 아빠로서 가장 아쉽고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 아빠 스스로가 생각하는 아빠의 인생은 몇 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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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결 중인 인생의 숙제나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은 어쩌면/아마도... 끝내 대답해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얼핏 이 책에 담겨 있는 질문들만을 스르륵 살펴 본 지금엔 듭니다. 반면!!! --- '할아버지와 함께 해보고 싶었지만 못 해보았던 것은 무엇이 있나요?'란 질문엔, 할아버지께서 참 좋아하셨던 사우나엘 손주 녀석 안고 함께 가게 해드리는 것이었노라고, '할아버지께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란 질문엔... (참으로 여러가지의 의미에서)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 끝내 실제로도 적게만 될 것 같다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50세 때, 아버지께서 지금 여기 계셔서 그분과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만 있다면 …… 그토록 현명하신 분이었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앤 랜더스(Ann Landers)라는 칼럼니스트가 쓴 글 속의 이 후회를, 마흔일곱 살 된 지금의 저는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만 --- 내 아이가 그의 마흔일곱 살이 되었을 때엔 이러한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혹 하게 되더라고 그 후회가 지금의 제가 하고 있는 것만큼은 아니도록... 하는 마음으로, 이 책 속 질문들에 대해 하나하나 답해 가볼까 합니다. 언뜻... 뭔가 유언장스런 분위기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만, 언제가 되어야 이 책을 다 써낼 수 있을지 모르기에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갈 때마다 거짓없이, 지워버리고 다시 쓰는 일이 생겨나지않도록 그렇게... 솔직하고 또 솔직하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나의 아이에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아빠로서 건네어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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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자매품'이라고 해야하나요? --- '왜 아빠만 멋진 척 하려하냐?'란 항의가 생길지도 모르겠기에, 이처럼 「Mommy Book」도 있더군요. 조교수에게도 선물해줘야겠습니다. 책의 뒷 커버를 보니,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Marry Book」이란 책도 출간될 예정인가보더군요. 아마도...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주는 선물이겠지요? 뭐 이러다... 삼촌, 고모 책은 왜 없는거냐?란 항의가 생겨날지도 모르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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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
아사다 지로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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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펼쳐 일이십 페이지를 읽다 덮었고, 저 책을 펼쳤다가도 그리했으며 그렇게... 너댓 권의 책들을 처음 몇 페이지들만을 읽다가 덮었더랬습니다. 뭔가 마음이 불안해서일까요? 대체 왜 이런 건지요... --;; --- 그냥... 짧은 책을, 그것도 무거운 주제가 아닐 듯한 소설을 읽어보자!하여 펼치게 되었던 게 바로 이 책 「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였었습니다. 전 이 책이 여섯 개의 짧은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조차 몰랐더랬었어요. 만약 그렇다라는 걸 알았었다면,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훨씬 더 선호하는 제가, 이처럼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선 결코 펼치지 않았었겠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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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8년 에도 막부 체제가 무너지고 메이지 시대가 열리면서 세상은 변혁의 물결에 휩쓸린다. 이때 단체로 갈 곳을 잃게 된 이들이 무가(武家) 사회를 지탱해왔던 '사무라이'들이었다. 갑자가 닥친 새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무엇 하나 갖추지 못했던 그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제각기 관리, 군인, 상인, 농민, 심지어 막일꾼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갖가지 계층으로 흡수된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채 어제까지와 전혀 다른 오늘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격변과 혼돈의 시대를 부딪치고 넘어지며 달려간 사내들의 이야기이다. (pp251-252, <옮긴이의 말> 중)

​여섯 편의 소설들에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는 주제를, 더 이상 잘 설명해낼 수 없을 <옮긴이의 말>입니다. 「종횡무진 동양사」에서 저자 남경태는 '근대화를 통한 부국강병'을 목표로 했던 메이지 유신은 한 마디로 혁명적인 것이었다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혁명 속에도 '일본의 정신 속에'라는 단서가 붙어있었다라 서술하고 있습니다만!!! --- 이 작품들의 저자 아사다 지로는 '일본의 정신 속에'라는 단서가 메이지 유신 속에는 '전혀 없었었다!'라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메이지 유신은 '사무라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메이지 유신이 초래한 사회의 변화는 '세상에 변해가는 게 아니라 무너지는 것'(p27)로 받​아들여졌더랬지요. 너무도 급격히, 그리고 너무도 과격한 방식으로 변해가는 사회를 향해 사무라이들은 '무사의 목숨을 구걸'(p71)할 수 밖엔 없는, 사뭇 비참하기까지한 존재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러한 유신을 거부한 것으로는 그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무리(無理)가 도리(道理)를 망가뜨리고 있다'(p101)라 생각은 하였습니다만, '신국가 건설에 헌신하려는 마음'(p46)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너무도 급격하게 변해버린 '시대에 적응할 수 없었'(p48)으며 누군가에게는 '몸이 시대를 거부하는 것'(p46)일 뿐이었었죠. --- 서양의 태양력으로 인한 혼란, '사람이 고스란히 종이에 박혀 나오'(p47)는 사진이란 것에 대한 낯선 경계심, 느닷없이 등장한 '일주일이라는 시간 단위'(p48)등에 결코 쉬이 익숙해질 수 없었던 사무라이들은 그저 '지나간 무사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p53)만을 간직한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는 나날을 보내'(p87)어야만 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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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 최소한 세 번은 봤었더랬습니다. 하지만!!! --- 그 영화 역시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전형적인 헐리웃의 공식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사리사욕'이라는 양념을 넣어 은연 중에 '개방'을 주장하는 개화파 쪽 인물들을 '악당'의 편으로 설정시켜 놓으니 당연히!!! 그 반대 편에 있는 '사무라이'들은 선역을 맡게 되며, 관객들을 그러한 설정으로 몰아 가둬두는 연출은 물론! 너무나도 탁월하지요. 허나... 바로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너무도 단순하다'라는 평가를 벗어날 수가 없는 한계를 가지게 되는 겁니다.       


이 소설집(集)에 담겨 있는 여섯 편의 소설들을 읽으면서도 예의 그러한 (선과 악을 구분지어야 한다는, 뭔가 강박관념스러운) 편가름이 제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작동되어, (<라스트 사무라이>로 인해 '사무라이 정신'에 홀딱 반해버렸던 저였기에) 점점... 변해버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약자'로 그려지고 있는 그들, '사무라이'의 편에서 소설을 읽어나가게 되었더랬습니다. 이처럼 --- 이 여섯 편의 소설들이 담고 있는 '사무라이 정신 (= 무사도)'이라는 것을 향한 독자의 시선에 따라 이 소설집은 극단적인 호·불호를 달릴 수 있다라 생각됩니다. 심지어! (작가의 실제 정치적 성향이 어떠한지는 전혀 모릅니다만) 작가 아사다 지로를 '극우적 성향'이라 판단해버릴 만한 구절들도 보이구요. 하지만!!!

일단은 그처럼 (뭔가)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심지어! 제가 갖고 있는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은근한 호감까지는 모두 다 내려놓고 이 여섯 작품들을 바라본다면 결국엔!!! --- 어떤 사회적 현상에 대해 우리가 선(善)과 악(惡)을 구분해내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좀 더 좁혀보자면 '현재를 포함한 과거'와 '현재부터의 미래' 사이의 충돌이 벌어졌을 때, 우리의 시선은 과연 어느 곳을 향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라 생각합니다.


무가(武家)의 첫째가는 도리는 스스로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다. 군인이자 행정관이었던 그들은 무사무욕(無私無慾)을 무사도의 으뜸 덕목으로 마음에 새겼다. 뒤집어 말하면 그것은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다. 무사(無私)이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계속해서 회의하는 자, 그것이 무사(武士)였다.(pp248-249)

여섯 편의 소설들 속에서 사무라이 출신의 등장인물들은 앞서 언급한 바처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질 못합니다. 적응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적응이 되질 않는 거였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그들의 선택은 어떠한 것이었을까요?

   
 

"여행이란 말이다, 결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는 안 되는 거야."(p226)

 
   



 

이 한 마디 속에 작가 아사다 지로가 내놓는 해답이 들어있지요. --- '자신(들)의 존재마저 부정하는'(p100) 메이지 유신이었었지만 그들은 유신에 저항하지 않습니다. 적응이 되지는 않았지만 끝내!!! 적응해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지요. 버틸 만큼 버티고 나면 끝내 흘리게 된다는 새빨간 피눈물까지를 흘려가며, '결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라 생각하는 그들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목숨값으로 받아두었던 천 냥짜리 증서를 포기해야만 했었으며, 부모와 주군을 죽인 원수에 대한 복수마저도, 그리고 자신이 사무라이였었음을 마지막까지 상징해주었던 덧상투까지도 모두 버려가며, 사무라이들만이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시대의 울타리'(p180)을 뛰어 넘어, '사무라이의 시대 따위 잊어버리고 새 세상을 살'(p246)겠노라 노력했었던 겁니다. 바로 이 점!!!


 

 

 

그러니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비난해야 하느냐의 여부를 반드시! 잘라내 버리고 이 소설들을 읽어야 하며, 무엇이 선(善)이고 무엇이 악(惡)인가에 대한 판단마저도 내려놓고 이 소설들을 읽어야 한다라는 겁니다. --- '백성이 안심하게 살게 해주는 기구야말로 국가라고'(p112) 믿고 있었기에 사무라이들은 "우리의 목숨, 이 나라에 바치지 않겠나"(p77)라 외쳐댔었던 것이었다라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사무라이의 국가는 그들에게 '세상의 변화'에 대해 설명해주지도 않았으며, 그들이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지도 않았더랬지요. 바로!!! 이 환경, 즉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무라이들을 구태(舊態)라 탓할 것이 아니라, 변화 앞에 선 그들을 배려해주지 않았던 메이지 유신의 막무가내를 탓해야 한다는 것으로 전 이 여섯 편의 소설들을 읽었다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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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공존하는 사회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사상1 은 결코 서양의 이념과 대립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경애해 마지않는 메이지라는 시대에서 역사상의 커다란 실책을 찾아낸다면 나는 일본과 서양의 정신, 새것과 옛것의 이념을 철저히 대립함으로만 취급했다는 점을 들겠다. …… 근대 일본의 비극은 근대 일본인의 교만 그 자체였다.(p249)

그러한 배려 없는 상황 속에서도 어쨌든!!! --- 그들, 사무라이들은 예의 '도망치지도 되돌아가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모든 걸 마무리'(p247)해내었습니다. 이 과정을 작가 아사다 지로는 '썩 멀지않은 옛날, 갑자기 눈앞을 막아선 근대의 울타리 앞에서 주저하고 당황하면서도 어쨌든 그것을 넘어섰던 사람들의 고생담'(p250)으로 표현하며, 위에 인용해 놓은 구절로 이 책을 마무리짓고 있지요. 말 그대로 반하지 않을 수가 없는, 한 발 더 나아가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지니고 있는 한계를 정확하게 극복해내고 있는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역자는 이 작품들을 번역하면서 한숨이 터졌고, '좋아도 한숨은 터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254)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저 역시!!! 이 책을 읽어가다 역자와 동일한 이유로 (정말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던 부분들이 몇몇 있었었지요. 무사도(武士道)가 새로운 시대의 변화로 인해 사라져버려야만하게 되는 것을 가장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라 생각되었던 <석류고갯길의 복수>라는 작품에 나오는, 두 부분을 인용해보는 것으로 이 감상문을 마치겠습니다. 이 구절들에서 왜! 좋아서 나오는 한숨이 있을 수 밖에 없었는지는 여러분이 직접!!! 이 작품들을 읽어보시면 자연스레 알게 되실 듯. --- 덕분에 다시 활기를 되찾은 듯한 저의 독서는 이렇게... 당연!!!한 순서로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다른 작품, 「칼에 지다」로 가보겠습니다.


● 이 사내는 십삼 년 동안 원수를 찾았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나오키치는 깨달았다. 그는 함박눈이 내리는 사쿠라다 문 앞에 이제껏 우두커니 서 있었던 것이다. 걸음을 내딛지도 도망치지도 차라리 죽지도 못한 채, 히코네의 홍귤나무가 새겨진 가마 곁에 십삼 년을 서 있었던 것이다. 긴고의 손에서 놓여난 사바시 주베에는 눈길에 떨어진 핏빛 동백을 움켜쥐고 울었다. 자신도 그날부터 줄곧, 이 동백 울타리 밑에 앉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p198)


● 어쩌다보니 오늘 하루는 종일 눈물에 젖어 흘러가버렸지만 아내에게만은 눈물을 보일 수 없어 긴고는 일어섰다. ……긴고는 도망치듯이 술집을 나와 진창이 된 네거리를  울면서 내달렸다.(p201)

 


 

 

 

 

 

 

 

 

 

 

 



 

  1. 무사도(武士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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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이명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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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에 관해 서술하고 있는 1장으로 시작하여, 총 12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는 책입니다. 이후 <집권기의 국내상황 - 대미외교 - 대중외교 - 대북정책 - 대일외교 - 기타국들과의 외교 - FTA를 비롯한 국제외교의 성과 -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녹색성장 관련 - 집권기에 시행되었던 각종 정책들에 대한 설명 - 문화와 과학분야 - 기타 등등>으로 정리할 수 있는, 그 구성만 놓고본다면 매우 깔끔!한 목차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일단! 이 책은 무엇보다 물 흐르듯 아주 잘 읽힙니다. 딱히 막히는 부분도 없거니와 그냥 술술술, 진짜로 술을 마시면서도 읽을 수 있을만큼 말이죠. 이게 물론 대필 작가의 능력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혀보라 한다면, 이 책엔 ​'(진지한 의미로서의) 철학'이란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습니다.1 --- 전 사실 당시의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찍었더랬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었겠지만, '철학은 있지만 능력은 없었다라 느껴졌던' 전임 대통령에 대한 반동에서였다랄까요? '철학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능력은 있어보이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라는, 한 마디로 '거꾸로 가보기'란 이유가 가장 컸었기 때문이었죠. 뭐 이 분이 대통령2이 된 게 저의 한 표 덕분은 아니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5년을 흘러보내고 나니 능력의 부재보다 철학의 부재가 훨씬 더 무서운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었으며, 이는 곧 그 '5년 전 저의 한 표'를 결국엔 스스로 하도록 만들어주기도 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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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 책은 나의 대통령 시절 이야기다. 내가 이끈 정부와 정책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실 중심으로 씌어졌지만 내 삶의 궤적을 따라 내 생각들이 배어 있다. …… 그리하여 이 책은 이 시대 한국인 모두의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p4)

「대통령의 시간 : 2008-2013」이란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개인 이명박의 '자서전'이 아닌 대통령 이명박의 '회고록'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개인사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들까지를 보지는 않아도 된다라는 장점이 있겠습니다만, 이 분 당췌... 뭔 하고싶은 이야기가 그리도 많으셨는지 거의 800페이지에 달하는 '회고록'을 써내셨네요.3 헌데 말입니다... 


제 핸드폰엔 3,000여곡의 노래들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관심있는 가수들의 신곡은 일단 저장해놓았다가 이후 들어보곤 안좋으면 지우고 하면서 그렇게 계속 리스트를 갱신을 해가지요. 여기서! ---- 예를 들어, 제가 Pink Floyd의 노래를 지우고, 그 다음에 재생된 EXID의 노래는 지우지 않았다해서 그것이 Pink Floyd를 EXID보다 못한 아티스트라 평가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는 거지요. 심지어 Pink Floyd의 노래는 고작 두 곡뿐인데 비해 (발표한 앨범 숫자도 훨씬 적은) EXID의 노래를 다섯 곡이나 저장해놓고 있다는 사실 역시 제가 Pink Floyd보다 EXID를 더 좋아한다!라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지도 못하는 겁니다. 이처럼!!! 저의 특정 행동이 제 개인적인 취향의 전반적인 양태를 대변하고 있다라 말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런데!!! --- 이 책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이 분은 (크게 보아) 이 두 가지를 그냥 막 동일시하고 계시지요.


사실 이게 꼭 이명박 전 대통령만의 잘못이라 말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뭔 왕조시대도 아닌 것이, 대통령이 뭐라 말 한 마디라도 하면 대학교수건 정치인 출신이건 죄다 그 한 마디를 받아적기 위해 쩔쩔매고, 대통령의 말엔 무조건 자동모드로 고개를 끄덕이고들 하는 '한국적 대통령의 문화'란 것이 하루이틀 전의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 그러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에선 --- 자신의 개인사적인 경험/기억을 너무도 나이브하게 국가 통치에 직접적으로 연결시켰다라는 걸 심지어 '자랑스럽게' 서술하고 있는 용기마저를 보게 됩니다. 게다가 그런 용기는 결국 이 회고록 속 이야기들이 '이 시대 한국인 모두의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하다,란 (이 시대 한국인 그 누구의 동의도 받지 않은) 서술까지를 이끌어내고도 있지요. (이걸 저와 이명박 전 대통령 사이에 철학의 다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둘 중 누군가에겐... 철학이 아예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엔 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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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을 때, 나는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권력 다툼에서 벗어나 국민을 섬겨야 한다. 현안에 빠져 정신없더라도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 …… 깨끗한 정치를 넘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한다.(p6)

제가 개인적으로 대통령을 직접 만나볼 기회는 (당연히!) 없었었지만, 그 주변의 인물들이 제 앞에서 보여주었던 행동들은 절대!' 국민을 섬기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한다'라 말하는 대통령의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더랬습니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해 그것이 대통령 본인의 행동은 아니었으니 그렇다 넘어간다 하더라도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라는 대통령 본인의 말만큼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다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제 판단의 근거는...


"과거 산업화시대의 개발마인드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p97) --- 본인 스스로 이렇게 적어놓으시고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또 '공공 부문에서의 생산적 인프라 투자'(p8)이라 발언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당신 편의대로의 분류인거죠. 그러면서 책의 초반(p54)과 후반(p571) 두 번에 걸쳐 이 '4대강 사업'을 멀게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나 포항종합제철 건립, 가깝게는 KTX나 인천공항의 건립, 청계천 복원사업 등과 동등하게 비교하며 이러한 사업들 역시 당시엔 극심한 반대를 겪었었지만 지금엔 모두 성공적인 사업이라 평가받는 것처럼 '4대강 사업' 역시 올바른 역사의 평가를 위해서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논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니죠. '시대'가 바뀌었고 '세대'마저도 또한 바뀌었습니다!!! 본인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써봐도 "과거 산업화시대의 개발마인드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니까요!!!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는 열과 성을 다해 일하리라 다짐했다. …… 정말이지 쉬지 않고 뛰었고 신나게 일했다. 다 잘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는 많은 일들을 해냈다.(p6) …… 열심히 일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p10)

식사를 초대한 자리에서의 인사말도 이제는 더 이상 '많이 드세요'가 아닌, '맛있게 드세요'로 변해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이 분은 여전히! '많이 드세요'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신거죠. --- 지금의 '시대'와 '세대'에게 '많은 일들'을 '열심히' 했다라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받아 마땅하다라 생각하고 있는 분이 직전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었다라는 게, 이처럼 시대에 걸맞는 철학의 '부재'를 부지불식간에 떳떳하게 드러내놓고 있는 분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었다라는 게, 좀 과하게 말해보자면 참으로 창피한/졸라 쪽팔린 겁니다. 물론!!! 이 책에서 이 분은 '많은 일들' 뿐 아니라 '무슨 일을 어떻게 해내었다'라는 것에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 이 분이 개인 이명박과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이명박을 내내 혼동하고 계신다라는 게 문제인겁니다. ---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을 이 책의 처음에 배치해놓은 것도, 단순히 그것이 시간의 순서를 따랐기 때문이 아닌, 그 때의 몇몇 경험들이 이후 (잊혀지지도 않고) 내내 자신의 대통령 시절 정책들과 행위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라는 걸, (그렇지 않다라 말하는) 측근의 주장4과는 달리, 쉽게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나는 여러 나라의 정상들와 가진 격의 없는 대화 속에서 고심하고 있던 중요 사안을 꺼내 뜻밖의 성과를 거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는 과거 기업에서 일할 때 실무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을 상대방 CEO와 만나 신뢰와 진정성으로 설득하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p194)

(최소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 이 책에 등장하는 본인에 대한 자화자찬은, 저라면 도저히 오글거려서 써내지 못했었을, 상당히 높은 수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보여주었던 '신뢰와 진정성'은 가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의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요. 그로 말미암아, (무려!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 출신인) 부시와 오바마 대통령 둘 다와도 '형제의 정'을 나누어 결국 그들 모두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하라'라는, 그야말로 세상이 깜짝! 놀랄 수준의 파격적인 해피엔딩을 이끌어 내었으며, 인도네시아의 유도유노 대통령,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등 수많은 국가 정상들과도 변함없는, 심지언 폭탄주까지 돌려마시는 '형제의 정'을 나누었었고, 멕시코의 펠레페 칼데론 대통령과는 단박에 '친구(amigo)'를 먹기도 했었던, UAE의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사이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신뢰와 진정성' 덕분에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원전수주를 결국엔 역전시켜 이루어내는 쾌거를 가져왔다고도 쓰여 있습니다. 가히 마법이라 불러도 될만한 '신뢰와 진정성'이지요. 하지만, 그 백미(白眉)는 단연코!!!

'한-EU FTA'가 이탈리아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을 때, (별책의 표현을 빌어보자면, "술 몇 잔 하고 잡담 비슷한 걸 하게 됐5'던 자리에서) "EU - KOREA FTA OK?"(p479)라는 의도적인 쉬운 영어 한 마디로 이탈리아 총리의 마음을 바꾸어내었다라는 의미를 심하게 풍겨내고 있는 장면이지요. 이 서술로만 본다면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외교·통상 공무원들은 다 잡아 족쳐야 되는 겁니다. 아님 앞으로 외교의 난제는 '술 몇 잔 하며 잡담 비슷한 걸'로 풀어내라란 지침을 내리던가. (이 부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편리한 상황인식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판단'과 실제의 '사실/상황'과 항상 일치되는 건 아닐텐데, 최소한 이 책에 등장하고 있는 부분들에서만큼은 이 둘을 항상 일치시켜내고 있지요. --- '나는 이탈리아가 한-EU FTA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데 베를루스코니가 자국 정부 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볼가 강변의 만찬에서 베를루니코니가 내게 한 약속이 마지막 빗장을 푸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p479))


이처럼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뒤섞임에서도 보여지는 자화자찬은, 뭐 그야말로 그치지 않고 이 책 내내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다음에 인용해 놓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발언은, 이것이 혹시 북한 정권의 통치자에게 행해졌던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까지를 불러일으켜 주는 수준입니다.6 


"한국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 한 가지는 한국의 국제적인 명성이 대통령님 지도력하에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에 대해 한국 국민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p170)7

이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성공적 결과들과 그 뒷 이야기들만을 밝히고 있습니다만!!! --- 그 누구든 가져볼 수 있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문은 이에 대해, 그 반대급부로서 우리가 그들에게 내어주었어야했던 건 정말 하나도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려줍니다. 만약! 이 책에 등장하는 상대국 정상의 회고록이 나온다면, 그리고 거기에 혹시라도 한국과의 외교 비사가 적혀진다면 과연... 그들은 (특히나 '술 몇 잔 하며 잡담 비슷한 걸'했었던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 어떻게 서술하고 있을까요.


자화자찬 뿐만 아니라, (앞서 한-EU FTA 타결과정에서 보여졌던) 상황의 이해에 있어 오직 자신의 생각대로만 해석해내는 점도 한 국가의 정상으로서는 부적절한 면이라 생각합니다...만! 이 분은 예의 자신의 판단을 곧바로 사실/진실인 양 받아들였었던 걸 사뭇 자랑스럽게 중국과의 외교에서도 다시 한 번 더 기술해놓고 있으시지요. '지난 수십 년간'의 생각이 자신의 '신뢰와 진정성' 어린 말 몇 마디로 손쉽게 바뀌었다는 뉘앙스로 말입니다. --- "2008년 취임 초에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동맹은 냉전의 잔재'라고 폄훼했다. 한·미 동맹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이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한·중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자 중국이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중국 지도부는 한·미 동맹을 아직도 불편하게 여길지언정 그 존재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게 됐다. 한·중 관계의 가장 큰 난관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나는 이를 중국의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였다."(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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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이 책엔, 이전 정권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내용들 또한 당연히! 담겨져 있습니다. 그 내용들의 정치적 함의까지야 제가 알 수 없지만 ---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전임 정권들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는 서술들은 바로 직전 대통령이 지금 써낼 수 있는 글은 아니라 저 또한 생각하게 되더군요. 정상회담의 대가로 북한이 상당량의 경제지원을 요구했다라는 부분에서 써놓은 "여전히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p331)라는 서술이나, "구걸하는 형식의 정상회담은 안 된다. 무력 도발에 화해를 구실로 물적 지원을 해서도 안 된다"(p370)와 같은 구절은 아예 대놓고 이전 정권에서는 그러한 지원이 있었었으며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란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임 정부의 PSI 참여 유보는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또 하나의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나는 취임 전부터 한국은 PSI에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p317)

이러한 서술을, 과연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계시다 해도 쓸 수 있었을까하는 진한 의구심을 가져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허긴 뭐...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도 까고 있는 마당에 그걸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지만서도... --;; (이와 관련하여서는, 2007년 대선후보 당선 후 김수환 추기경을 만났을 때 김 추기경께서 "이 후보께서 그렇게 공격을 받으면서도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참는 모습을 보며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 경우에 처했다면 나도 가만있기 힘들었을 것입니다."(pp101-102)와 같은 부분은 대표적이죠. 대놓고 까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자신의 손에는 피 한방울 튀지 않게하며 은근히 돌려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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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영향력은 둘 다 타인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향력은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고 하지, 상황 그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모이제스 나임 著, 「권력의 종말」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 대통령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전직'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겐 이제 과거와 같은 '권력'은 없습니다만, 이 분은 이 책을 통해 최소한 자신의 '영향력'은 여전히 살아있다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자신의 재임기간 중에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못내 참을 수 없었던 본인이 어느새 이젠 그러한 '전임으로서의 영향력'을 그리워하게 되었다라는 거지요. 하지만!!! 여기서 이 분은 여전히 --- '영향력'이라는 건 '상황에 대한 인식'만을 바꿀 수 있을 뿐, '상황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라는 걸 알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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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이 책에 서술되어 있는 바의 '대북 정책'의 방향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거기에 더해 --- 사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지나칠 정도로 '불운했었다'라고 생각했었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일정 부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었기도 한 저입니다. 광우병 사태야 그렇다쳐도 세계금융위기나 일본의 쓰나미 등 같은 외부적 충격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전혀 제어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저의 생각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현 정부의 가장 큰 불운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현 정부의 허물을 모두 덮어버리는 편리한 핑곗거리가 될 수도 있다.8"라는 지적 앞에선 (이 회고록을 읽고 나니 비로소) 그 어떤 대꾸를 할 수가 없게만 됩니다.


회고록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인생역전과 성취를 기록하는 것이다. 설혹 실패가 있다 해도 그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 도전해 성공한 것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더구나 회고록은 자신의 실패와 잘못을 반성하는 '참회록'이 아니지 않은가. …… 이념과 노선에 반대할 수는 있다. 그분들의 대통령 시절 행적과 정책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들의 인생이 유난히 치열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의 회고록은 <대통령의 시간>도 어느 정도의 자랑과 합리화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점을 독자들이 널리 헤아려주기 바라는 마음이다.(「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 pp 23-24)

'무엇보다 자화자찬을 경계했다(p784) …… 회고는 반성이다. 지난 일은 언제나 부족하다(786)'란 이명박 전 대통령 스스로의 고백관 달리, 그를 모셨던 참모로서 이 회고록을 읽어봐도 지나친 '자화자찬'의 향기를 지울 수는 없었었나봅니다. 그래서인지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위의 인용글에서처럼 '회고록이 참회록은 아니지 않은가'란 기묘한 논리를 앞세워, 이 책에 담겨져 있는 끊임없는 자화자찬을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기인되는 '불가피한 것'이라 정당화시켜내려 하고 있지요. (곧이어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다시 한 번 더 --- "사람은 일이 벌어졌을 때는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합리화를 하게 마련이다. 그래야 견딜 수 있다."(p25)라 서술하고 있는데, 이게 변명인지 구걸인지 저의 독해로는 명쾌한 구분이 되질 않습니다. 암튼! 임기 끝낸 아랫사람에게 못할 짓 시키고 계신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되는 장면이긴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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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성공을 거두었고, 그 성공이 이후에도 지속된 사람에겐 아무래도 (자신의 주장보다) '타인의 의견을 더 많이 존중'해주려는 의식이 그렇지 못한 평균적 사람들보다는 약할 수밖엔 없기 마련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엔 (완곡하게 표현해보자면) 자신이' 타인의 의견을 비교적 덜 존중한다'라는 인식 자체가 아예 없으신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 독서였습니다. 비록!!! 별책부록에서 김두우 전 홍보수석이 그 점에 대해 '그건 오해다!'라 구구절절이 써내고 있긴 합니다만, 저의 독해에선 그것이 오히려 '실제로는/도 그러하기에... --;;' 라는 것의 반증으로만 읽혀지는 이유를, 정치적 성향을 완전히 떠나! 저 스스로도 당췌 알 수가 없기만 합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하셨다는 말이라는, "욕을 하려면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p128)이란 책 속의 표현처럼, 이 책을 읽어보지 않고 그저 한 개인, 그리고 국가기관이었던 때의 행적들만으로 이 책 자체마저도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생각합니다. --- 뭔 이유에선진 모르겠지만, 출간 이후부터 내내 이 책이 읽고 싶었었고, 마침!!! 알라딘에서 북파우치를 주는 이벤트도 있고, 출판사에서 시행하는 이벤트 - 독후감을 응모하여 수상자에겐 상금과 함께 이 전 대통령과의 식사자리를 가지는 부상 - 도 있고해, 미루어놓기만 했던 이 책을 구매해 읽어보았습니다...만!!! 너무 두꺼워 그 북파우치엔 들어가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다 읽고 나니, 그리고 이렇게 감상문을 써가다 보니 이건 도저히... 출판사에 '응모'의 글로 보낼 수는 없겠다/보내고 싶지도 않다란 생각이, 백 만에 하나라도 행여! 온갖 행운들이 스스로 작동되어 제 글이 당선된다 해도, '이 분'과 한 테이블에 앉아 어떤 이야기를 하게될지, 하고 싶을지, 듣게 될지... 에 대한 궁금증이 모두 다 사라져버렸다란 결론만이 남겨지네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기-승-전-자화자찬'으로 이어지는 내용의 '(참회록이 아니라는) 회고록'을 다 읽고 나니, 이제야 새삼 이준구 교수님의 다음 옛 글이 절절히/가슴에 와 닿게 읽혀집니다.  '아! 옛날이여~'란 말이 때론 이렇게 긍정적으로 인식되어질... 수도 있는거였군요. --;;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배워나가는 법입니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으려면 실패를 인정하는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성공이라 우기는 사람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누가 보아도 지난 1년 동안의 현 정부는 결코 성공작이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정부와 정부를 편드는 사람은 이를 선선히 인정하려들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 이준구 著,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중 pp 324-325.

 








 

  1.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이건 제가 의미하고자 하는 '진지한 의미로서의 철학'은 아닙니다.
  2. 이하의 표기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 쓰겠습니다. 지지하건 반대하건 적어도 대통령이었던 분에 대한 호칭에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할 테니까요.
  3.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란 제목의 별책엔 이마저도 많이 줄여놓은 것이란 말이 나옵니다. '대통령의 인간적인 측면'을 거의 모두 배제되었다라는데, 이 '인간적인 측면'이란 것의 정의(definition)에 대해 저와 (별책부록의 저자인) 김두우 전 홍보수석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생각합니다. 그래 별책부록을 마련했고, 여기에 '대통령의 인간적인 측면'을 담았다라는 건데,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그런 사소한 에피소드들에 과연 '인간적인 측면'이란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전 동의하지 못하겠더군요. 마치 '재래시장에 가면 사람냄새가 나서 좋다'라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표현과 같다고나 할까요?
  4. 별책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저의 독해로는 이건 사후적으로 만들어낸 변명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 "아무리 정책 위주의 회고록이라 해도 '인간 이명박'이 드러나지 않으면 매력이 덜하게 마련이다. …… 이번 회고록은 대통령 재임 중의 정책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굳이 라이프 스토리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 주변의 젊은 세대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소위 '금 숟가락 물고 태어난' 재벌 2세쯤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 처절한 가난 속에서 풀빵장수, 뻥튀기 장수와 과일장수를 하면서 야간고등학교를 다녔고, 이태원 시장에서 환경미화를 하면서 번 돈으로 대학을 다녀야 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 pp26-27)

  5.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 p66
  6. 이외에도 UAE이 모하메드 왕세제가 이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시점에서 했다는 말인 "대통령님을 알게 된 것 자체가 저의 개인적인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일 중의 하나입니다."(p529)라는 표현 역시, 이 회고록을 아랍어로 자신있게 번역할 수 있을지를 의심하게만 해주지요.
  7.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 말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며, 자신이 다음 날 있을 '글로벌인재포럼 2012'의 기조연설에서 이 이야기를 할 것이라 했다합니다. 그리고 고든 총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 "한국인의 역량은 세계인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한국은 ……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p170) 이 발언에 과연 이명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부분이 어디에 들어있는지 전 모르겠습니다. 즉! 공개된 발언과 공개되지 않은 발언에 너무도 심각한 수준차가 있다는 거죠.
  8. 이준구 著,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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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0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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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말 그대로 제 독서력(歷)의 한도 내에서 추리소설을 읽어본 수준의 '나름'이 제게 알려준 건 --- 추리소설이란건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죽음이 배경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그 죽음에 얽혀있는 '누가 - 왜 - 어떻게'의 세 가지 요소를 풀어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겁니다. 작가에 따라, 혹은 작품에 따라 그 세 가지 요소 중 어떠한 것에 초점을 두느냐가 달라질 뿐이지요. 하지만!!!

세상 모든 추리소설들이 다 이러한 기본구도만을 가지고 있다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이처럼 여전히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는 없었겠지요. '누가 - 왜 - 어떻게'라는 기본요소에, ('왜'에 더해지는 것들이 대부분/일반적인) 갖가지 변형을 가하며 자신의 모습을 꾸준히 renewal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다라 전 생각합니다. 그렇게 더해지는 변형은 '성적 변태'같은 것1일 수도, 또는 부정(父情)2이나 남녀간의 사랑3 등, 무수히 많은 모습을 띠고 있지요. 그런데, 만약 그 변형이 '사회적 이슈'라면 그 추리소설은 소위 일컬어지는 '사회파 추리소설'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라는 게 이제까지 제가 읽어 본 한도내에서의 정리입니다. --- 네! (저의 이 정리를 최소한 틀리진 않다라 전제해 본다면) 이 작품 「화차(火車)」는 그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불리우는 작품이며, 여기에 더해져 있는 '사회적 이슈'는 (넓게 보자면)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이면/폐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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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중이던 사건에서 부상을 입어 현재 휴직중인 형사 혼마에게, 죽은 아내의 친척인, 서로 연락한지도 오래된 가즈야라는 사람이 나타나 자신이 약혼을 했는데, 약혼녀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노라고, 그녀를 좀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부탁을 합니다. 직업병이라고도 할 수 있을, 순수한 호기심에 혼마는 가즈야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죠. 휴직중인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도와주기로. 헌데 조금 조사를 해보니, 가즈야가 자신의 약혼녀라 말해준 그녀가 사실은 다른 사람이었다라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즉, 신분사칭이 있었던 거지요.


 가즈야가 알고 지낸 세키네 쇼코는 그녀가 신중하게,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모습이다. 본래 모습 그대로의 쇼코가 아니다.(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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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배경은 1990년대 초반의 (당연한 거지만) 일본이며, 출간된 해도 1993년입니다. ---- '과도하게 발급된 신용카드로 인한/무분멸한 대출로부터 야기된 개인의 파산' : (범위를 좁혀보자면) 이 문제가 바로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사회적 이슈'입니다. 작가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그 문제점에 대해, 또한 비난의 옳바른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지요. 하지만!!!


1990년대 초반 일본의 '사회적 이슈'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사회파 추리소설'을 2015년을 살고 있는 제가 읽었다라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소설에 대한 온전한 감상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라는 사전적 한계를 가지고 있을 수밖엔 없습니다. ---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사회적 이슈인 (저의 독해로는)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이면/폐해'에서 '현대'라는 것의 시차가 무려! 25년이나 되며, '금융자본주의의 이면/폐해4'라는 것 역시 이미! 다 알려진/알고 있는 것들이니까요. (거기에 더해, 몇몇 일반적 묘사들 역시 2015년의 대한민국 청춘들이 이 소설을 약간이나마 낯설게 만들 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플로피디스크(p314)나 아베크족(p317)등은 이미! 어제게도 낯선 단어들이 되어버렸거늘 하물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여전히 지금도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 그러한 (시대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는) 특정 '사회적 이슈' 속에 내포되어 있는 (시대의 제약을 뛰어넘는) 일반적 함의를 절묘하게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1990년대 초반의 일본이었기에 가능했었을, 이야기의 전개가 2015년의 대한민국에선 더 이상 가능하지 않지만!!!

정상적으로 원만하게 달리는 기관차를 서서히 위험한 언덕가로, 썩은 다리가 걸려 있는 벼랑 끝으로 유도하는 조그만 신호 전환기. 하나, 또 하나가 소리도 없이 변환되면서 진로를 바꿔나간다. 채무를 끌어안은 본인도 자기를 움직인 그 전환기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어디에 있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p216)

'과도하게 발급된 신용카드로 인한/무분멸한 대출로부터 야기된 개인의 파산'이라는 특정 사회적 이슈를 이처럼 일반화시켜 놓으면, 그리고 독자가 그러한 일반화를 읽어낼 수 있다면 이 작품의 유효기간은 상당 기간 더 연장이 될 수 있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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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혼마 형사 스스로도 '눈을 가리고 물건을 만져서 뭔지 알아맞히는 게임'(p95)같다라 표현한 이 작품 속 이야기의 전개는 혼마 형사의 개인적 호기심이라는 것을 원동력으로 삼아5 전개가 됩니다. 이전에 읽어 보았던 「나는 지갑이다」의 감상문에도 써놓았듯,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독자를 죄었다 풀었다하는 능력 하나만큼은 (최소한 제가 읽어본 두 작품에서만큼은) 감탄을 금할 수 없을만큼 대단합니다. --- 특정지어 보자면 (2015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1990년대 초반 일본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설명을 하는 부분, 전체적으는 소설의 2/3쯤 되는 부분까지는 (물론 중간중간 당겨주는 부분이 있었기는 합니다만) 이 작품이 대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하는 의문을 쉽사리 내려놓지 못한 채 읽어갔었었거늘!!! p339에서부터 등장하는 미야기 후미에라는 여성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전개의 속도도 빨라지고, 무엇보다! 이제까지 흩어져만 있었던 퍼즐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 과정이 정말로 흥미롭게 전개가 되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이 소설에 대해 말하라면 결국엔 '재미있었어!'란 표현을 독자로 하여금 쓸 수밖엔 없게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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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존재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소설입니다. 그러하기에 결국엔 대체 왜! 다른 존재로 살아가고 싶어졌느냐의 이유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겠지요. 사건의 전개를 쭉 따라가 마지막에 이르르게 되면 독자는 그 이유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없이 이해하게 됩/될 겁니다. 

시대적 한계가 내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사회파 추리소설'과는 달리, 소위 '고전 classic'이라 불리어지는 작품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늘 현재와 소통하는 문학6'이란 평을 받을 수 있는 건 어쩌면! 그 작품들이 주로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인간의 본성'이란 (적어도 현재로부터 전후 몇 백년간의 진화 속에서는) 변치 않는 것이기에 가능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 「화차(火車)」를 섣불리 '고전'이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 작품이 단지 '사회파 추리소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뭔가 몇 발짝 정도는 더 나아갈 수 있다라 생각하는 다음의 구절 - 위에서 언급한 '일반적 함의'에 해당되는 부분 - 을 인용하는 것으로 (줄거리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은, 고로 나름 성공적이라 생각되는 ^^) 이 감상문을 마치겠습니다. 독자의 궁금증을 낱낱이 까발려놓지 않는 형식으로 끝맺음되는 (하지만 이미 다 패는 까놓아 준) 이 소설의 결말 부분 역시!!! 정말 맘에 드네요. 작가의 <후기>에 등장하는 ---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작품에 도움을 주었다는 부분이 정말 코믹하다라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겠고 말이죠. ^^

뱀이 탈피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그거 실은 목숨을 걸고 하는 거래요. 그러니 에너지가 엄청나게 필요하겠죠. 그런데도 허물을 벗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목숨 걸고 몇 번이고 죽어라 허물을 벗다보면 언젠가 다리가 나올 거라 믿기 때문이래요. 이번에는 꼭 나오겠지, 이번에는, 하면서. ……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다리를 원하지만 허물벗기에 지쳐버렸거나 게으름뱅이거나 벗는 방법을 모르는 뱀이 수없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뱀들에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주는 거울을 파는 뱀도 있다는 말씀, 그리고 뱀들은 빚을 내서라도 그 거울을 사고 싶어하는 거예요.(pp346-347)

 

 



※ 읽어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나는 지갑이다 

 

 



 

  1. 제가 읽어본 작품들 중에는 예를 들면, 「살육에 이르는 병」이나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여기에 해당되죠.
  2. 「소울케이지」
  3. 「용의자 X의 헌신」 ​
  4. 현대사회의 신용대출 파신은 어떻게 보면 공해 같은 겁니다.(p74) …… 금융시장이란 애당초 환상입니다. 본래 실체가 없는 거죠. 원래 화폐라는 것부터가 그래요. …… 그것은 말하자면 현실사회의 '그림자'로서의 환상이죠. 때문에 자연히 한계가 있어요. 사회가 허용하는 한계가. …… (그런데 현실에선) 이 환상은 정상적인 크기보다 훨씬 크게 팽창하고 있습니다.(p151) …… (이처럼) 키 이 미터의 소비자신용이 십 미터짜리 그림자를 드리워버린 가장 큰 원인은 … 무차별 과잉여신과 고금리, 과도한 수수료 때문입니다.(p153)
  5.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은근 이 점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입니다. 작품의 초반,중반, 그리고 후반부에 세 번씩이나 이 점에 대한 언급이 나타나거든요. 작품의 마지막 역시 다음과 같은, 사뭇 찌릿한 혼마 형사의 독백으로 끝맺음되고 있기도. --- "나는 당신을 만나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당신 혼자 짊어져온 이야기를. 이리저리 도망쳐온 세월에. 숨죽여 살아온 세월에. 당신이 남모래 쌓아온 이야기를. 시간은 충분하다. 신조 교코..."(p483)
  6. 민음사 <모던클래식 시리즈> 소개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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