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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나름, 말 그대로 제 독서력(歷)의 한도 내에서 추리소설을 읽어본 수준의 '나름'이 제게 알려준 건 --- 추리소설이란건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죽음이 배경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그 죽음에 얽혀있는 '누가 - 왜 - 어떻게'의 세 가지 요소를 풀어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겁니다. 작가에 따라, 혹은 작품에 따라 그 세 가지 요소 중 어떠한 것에 초점을 두느냐가 달라질 뿐이지요. 하지만!!!
세상 모든 추리소설들이 다 이러한 기본구도만을 가지고 있다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이처럼 여전히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는 없었겠지요. '누가 - 왜 - 어떻게'라는 기본요소에, ('왜'에 더해지는 것들이 대부분/일반적인) 갖가지 변형을 가하며 자신의 모습을 꾸준히 renewal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다라 전 생각합니다. 그렇게 더해지는 변형은 '성적 변태'같은 것일 수도, 또는 부정(父情)이나 남녀간의 사랑 등, 무수히 많은 모습을 띠고 있지요. 그런데, 만약 그 변형이 '사회적 이슈'라면 그 추리소설은 소위 일컬어지는 '사회파 추리소설'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라는 게 이제까지 제가 읽어 본 한도내에서의 정리입니다. --- 네! (저의 이 정리를 최소한 틀리진 않다라 전제해 본다면) 이 작품 「화차(火車)」는 그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불리우는 작품이며, 여기에 더해져 있는 '사회적 이슈'는 (넓게 보자면)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이면/폐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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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중이던 사건에서 부상을 입어 현재 휴직중인 형사 혼마에게, 죽은 아내의 친척인, 서로 연락한지도 오래된 가즈야라는 사람이 나타나 자신이 약혼을 했는데, 약혼녀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노라고, 그녀를 좀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부탁을 합니다. 직업병이라고도 할 수 있을, 순수한 호기심에 혼마는 가즈야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죠. 휴직중인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도와주기로. 헌데 조금 조사를 해보니, 가즈야가 자신의 약혼녀라 말해준 그녀가 사실은 다른 사람이었다라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즉, 신분사칭이 있었던 거지요.
가즈야가 알고 지낸 세키네 쇼코는 그녀가 신중하게,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모습이다. 본래 모습 그대로의 쇼코가 아니다.(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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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배경은 1990년대 초반의 (당연한 거지만) 일본이며, 출간된 해도 1993년입니다. ---- '과도하게 발급된 신용카드로 인한/무분멸한 대출로부터 야기된 개인의 파산' : (범위를 좁혀보자면) 이 문제가 바로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사회적 이슈'입니다. 작가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그 문제점에 대해, 또한 비난의 옳바른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지요. 하지만!!!
1990년대 초반 일본의 '사회적 이슈'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사회파 추리소설'을 2015년을 살고 있는 제가 읽었다라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소설에 대한 온전한 감상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라는 사전적 한계를 가지고 있을 수밖엔 없습니다. ---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사회적 이슈인 (저의 독해로는)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이면/폐해'에서 '현대'라는 것의 시차가 무려! 25년이나 되며, '금융자본주의의 이면/폐해'라는 것 역시 이미! 다 알려진/알고 있는 것들이니까요. (거기에 더해, 몇몇 일반적 묘사들 역시 2015년의 대한민국 청춘들이 이 소설을 약간이나마 낯설게 만들 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플로피디스크(p314)나 아베크족(p317)등은 이미! 어제게도 낯선 단어들이 되어버렸거늘 하물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여전히 지금도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 그러한 (시대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는) 특정 '사회적 이슈' 속에 내포되어 있는 (시대의 제약을 뛰어넘는) 일반적 함의를 절묘하게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1990년대 초반의 일본이었기에 가능했었을, 이야기의 전개가 2015년의 대한민국에선 더 이상 가능하지 않지만!!!
정상적으로 원만하게 달리는 기관차를 서서히 위험한 언덕가로, 썩은 다리가 걸려 있는 벼랑 끝으로 유도하는 조그만 신호 전환기. 하나, 또 하나가 소리도 없이 변환되면서 진로를 바꿔나간다. 채무를 끌어안은 본인도 자기를 움직인 그 전환기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어디에 있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p216)
'과도하게 발급된 신용카드로 인한/무분멸한 대출로부터 야기된 개인의 파산'이라는 특정 사회적 이슈를 이처럼 일반화시켜 놓으면, 그리고 독자가 그러한 일반화를 읽어낼 수 있다면 이 작품의 유효기간은 상당 기간 더 연장이 될 수 있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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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혼마 형사 스스로도 '눈을 가리고 물건을 만져서 뭔지 알아맞히는 게임'(p95)같다라 표현한 이 작품 속 이야기의 전개는 혼마 형사의 개인적 호기심이라는 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전개가 됩니다. 이전에 읽어 보았던 「나는 지갑이다」의 감상문에도 써놓았듯,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독자를 죄었다 풀었다하는 능력 하나만큼은 (최소한 제가 읽어본 두 작품에서만큼은) 감탄을 금할 수 없을만큼 대단합니다. --- 특정지어 보자면 (2015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1990년대 초반 일본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설명을 하는 부분, 전체적으는 소설의 2/3쯤 되는 부분까지는 (물론 중간중간 당겨주는 부분이 있었기는 합니다만) 이 작품이 대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하는 의문을 쉽사리 내려놓지 못한 채 읽어갔었었거늘!!! p339에서부터 등장하는 미야기 후미에라는 여성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전개의 속도도 빨라지고, 무엇보다! 이제까지 흩어져만 있었던 퍼즐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 과정이 정말로 흥미롭게 전개가 되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이 소설에 대해 말하라면 결국엔 '재미있었어!'란 표현을 독자로 하여금 쓸 수밖엔 없게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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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존재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소설입니다. 그러하기에 결국엔 대체 왜! 다른 존재로 살아가고 싶어졌느냐의 이유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겠지요. 사건의 전개를 쭉 따라가 마지막에 이르르게 되면 독자는 그 이유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없이 이해하게 됩/될 겁니다.
시대적 한계가 내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사회파 추리소설'과는 달리, 소위 '고전 classic'이라 불리어지는 작품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늘 현재와 소통하는 문학'이란 평을 받을 수 있는 건 어쩌면! 그 작품들이 주로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인간의 본성'이란 (적어도 현재로부터 전후 몇 백년간의 진화 속에서는) 변치 않는 것이기에 가능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 「화차(火車)」를 섣불리 '고전'이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 작품이 단지 '사회파 추리소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뭔가 몇 발짝 정도는 더 나아갈 수 있다라 생각하는 다음의 구절 - 위에서 언급한 '일반적 함의'에 해당되는 부분 - 을 인용하는 것으로 (줄거리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은, 고로 나름 성공적이라 생각되는 ^^) 이 감상문을 마치겠습니다. 독자의 궁금증을 낱낱이 까발려놓지 않는 형식으로 끝맺음되는 (하지만 이미 다 패는 까놓아 준) 이 소설의 결말 부분 역시!!! 정말 맘에 드네요. 작가의 <후기>에 등장하는 ---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작품에 도움을 주었다는 부분이 정말 코믹하다라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겠고 말이죠. ^^
뱀이 탈피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그거 실은 목숨을 걸고 하는 거래요. 그러니 에너지가 엄청나게 필요하겠죠. 그런데도 허물을 벗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목숨 걸고 몇 번이고 죽어라 허물을 벗다보면 언젠가 다리가 나올 거라 믿기 때문이래요. 이번에는 꼭 나오겠지, 이번에는, 하면서. ……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다리를 원하지만 허물벗기에 지쳐버렸거나 게으름뱅이거나 벗는 방법을 모르는 뱀이 수없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뱀들에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주는 거울을 파는 뱀도 있다는 말씀, 그리고 뱀들은 빚을 내서라도 그 거울을 사고 싶어하는 거예요.(pp346-347)
※ 읽어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 「나는 지갑이다」
- 제가 읽어본 작품들 중에는 예를 들면, 「살육에 이르는 병」이나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여기에 해당되죠.
- 「소울케이지」
- 「용의자 X의 헌신」
- 현대사회의 신용대출 파신은 어떻게 보면 공해 같은 겁니다.(p74) …… 금융시장이란 애당초 환상입니다. 본래 실체가 없는 거죠. 원래 화폐라는 것부터가 그래요. …… 그것은 말하자면 현실사회의 '그림자'로서의 환상이죠. 때문에 자연히 한계가 있어요. 사회가 허용하는 한계가. …… (그런데 현실에선) 이 환상은 정상적인 크기보다 훨씬 크게 팽창하고 있습니다.(p151) …… (이처럼) 키 이 미터의 소비자신용이 십 미터짜리 그림자를 드리워버린 가장 큰 원인은 … 무차별 과잉여신과 고금리, 과도한 수수료 때문입니다.(p153)
-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은근 이 점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입니다. 작품의 초반,중반, 그리고 후반부에 세 번씩이나 이 점에 대한 언급이 나타나거든요. 작품의 마지막 역시 다음과 같은, 사뭇 찌릿한 혼마 형사의 독백으로 끝맺음되고 있기도. --- "나는 당신을 만나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당신 혼자 짊어져온 이야기를. 이리저리 도망쳐온 세월에. 숨죽여 살아온 세월에. 당신이 남모래 쌓아온 이야기를. 시간은 충분하다. 신조 교코..."(p483)
- 민음사 <모던클래식 시리즈> 소개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