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학 미스터리 - 경제성장의 숨겨진 힘, 지식의 기원과 부의 비밀
데이비드 워시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나 사놓은지는 꽤 된 책이었지만 그 상당한 두께 탓에 선뜻 집어들지 못해만 왔던 책이었거늘, 뭔가 자꾸만 반복되고 길어지려는 이 독서의(만이라고 하기엔 심히 광범위하긴 하지만) 슬럼프를 이겨내고자 하는 돌파구로 옛 추억을 되살려 --- 근 십여 년을 공부했었었던 경제학, 그 중에서도 한 때 저의 주 전공으로 하려했었을만큼 재미있어했고 좋아했었던 '경제 성장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녀석을 읽어보자라는, 흡사 왼쪽 다리가 아플 때 더 심한 고통을 반대편의 오른쪽 다리에 주어 왼편의 고통을 잊어버리겠노라는 사뭇 돌팔이스런 처방으로 펼쳐보았던 책, 「지식경제학 미스터리」였었습니다. 과연... 저의 그 처방은 원하던 바의 효과를 나타내었을까요?

​………………………………………………………


 

​무려! 700여 페이지나 되는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애덤 스미스에서 로버트 루커스까지>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1부는 간략... 하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암튼 구구절절한 서술은 아닌 형식으로 (일반 경제사가 아닌) 경제학사(經濟學史)를 다루고 있습니다. 헌데!!! 그 초점이 경제학의 전반적인 발전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 성장'이라는 단일한 주제에 한정되어 있지요. <신성장 이론과 21세기 지식경제학>이란 사뭇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2부는 1부에서 전개되었던 경제학의 과거를 이미 하나의 프리퀄로 가지고 있는 현대의 경제학자들이 어떠한 논의 과정을 통해 (한동안 경제학계내에서도 잊혀져 있던) 경제 성장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나가게 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구절이기도 한) '더 좋은 것은 훗날에 남았으리'란 작가 이문열의 표현을 모자람도 더함도 없이 누릴 수 있었던 (요즘 세대) 경제학자들의 활약상이랄까요?

이하에선 이 책의 내용을 오로지 저 스스로만을 위한 정리의 수준으로 한정하여 요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급적 각주로 처리하는 부분을 늘려, 본문은 길지 않게 해보려 합니다만 예의... 그렇게해서 써낸 감상문이 장황해질지, 지극히 간단해질지는 다 써봐야 알게 될. ^^;;



<Part 1 - 갑론을박 경제학 산책 : 애덤 스미스에서 로버트 루커스1까지>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아주 오래된 상식 중에 ​"물고기를 주면 인간은 그것을 하루를 먹고 살 수 있지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오래된 상식에 이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 ​"고기를 잡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발명하거나 양식법, 판매법, 고기를 변형시키는 법(유전자조작을 통해) 아니면 바다에서 어류 남획을 억제하는 방법을 발명하라. 그러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먹고살 수 있을 것이다."(p9)

​'파이 키우는 것을 우선시 할 것이냐,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로 대변되는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라는 논쟁은 요즘들어서만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닌, 이미 경제학의 탄생 시점에서부터 존재했었던, 마치 경제학의 숙명적 과제와도 같은 문제입니다. ---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the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은, 그 제목에서도 확연하게 볼 수 있듯 '부富의 성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책의 첫 문장을 시작하고 있는 반면, 데이비드 리카도의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 Principal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는 '계층간의 분배'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본분이라는 주장으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 「지식경제학 미스터리」는 오로지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만! 경제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구성이 '분배'의 문제를 '성장'보다 덜 중요시했기 때문인 것은 아니며, 단지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논의의 주제 자체가 '경제 성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거지요. ​고기를 많이 잡아 어떻게 나눌까?에 관해 고민하는 것이, 일단 어떻게 하면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을까부터 먼저 생각해보자라는 주장에 밀렸다라는 뜻이 결코 아닌, 그저 이 책에서는 --- 전공 분야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는 현대의 경제학계에서 '어떻게 하면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하는 '경제 성장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라는 겁니다.


·

·

·

​우리가 아담 스미스!하면 떠올리게 되는 건 거의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경쟁'일 테지만, 사실 「국부론」에는 가격 시스템 외에도 두 번째로 중요한 사항인 '규모와 특화'에 대한 이론도 담겨 있다(p93)라 저자는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번째의 아이디어가 이처럼 외면당해 온 이유를 저자는 바로 (2006년 5월 18일자 <The Economist>紙의 한 기사에 등장하고 있는 'The law of diminishing returns holds great sway over the economic imagination'라는 표현에서도 보여지듯) '수확체감의 법칙2'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일종의 (거의 무조건적이기까지 한) 수용에 있다라 보고 있는 겁니다.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수확체감의 법칙'과 '수확체증의 법칙'을 아~주 간단한 수준에서 표현해보자면 ---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면 할수록 평균 생산비용이 계속 증가한다라는 개념이 '수확체감'이고 그 반대로 계속 평균 생산비용이 계속 감소한다라는 것이 '수확체증'입니다. '경제 성장 이론'이란 물론! '수확체증'의 단계를 일컫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여기서 저자 데이비드 워시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에서는 이 수확체감과 수확체증 두 가지가 모두 다 보여지고 있는데, 경제학자들이 생각하길 --- 생산/산업의 초창기엔 일시적으로 '수확체증'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결국엔 '수확체감'의 단계로 반드시 접어들게 되어 있기 때문에, 수확체증을 보여주고 있는, 즉 '규모와 특화'에 대한 이론을 담고 있는 '핀 공장' 이야기가, 수확체감을 뜻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에 완전히 가려져버리게 되었다라 설명하고 있습니다.3


'규모와 특화'로 주제지어질 수 있는 아담 스미스의 '핀 공장' 이야기를 간단히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어떤 핀 제조업자4가 남보다 일찍 핀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기계 및 연구 개발에 투자한 끝에 사업을 확장하고 특화에 성공했고, 이 때 핀의 시장이 크면 클수록 이러한 특화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되어 결국 '효율적 핀 생산, 그리고 그로 인한 핀 가격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핀 가격이 하락했으니 핀은 더 많이 팔리게 될 것이고, 따라서 핀 제조업자는 '동일한 수준의 노력'을 투입하고도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규모 수준 도달에 의한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of scale)'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라는 것이 것이죠.5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데이비드 리카도와 멜서스는 아담 스미스의 주장과는 반대로 (일종의) '수확체감의 법칙'을 발견·주장합니다. --- 어느 지점이 지나고나면 이후에 투여되는 생산요소로부터 발생되는 수확은 그 지점 이전보다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죠. 두 사람은 이처럼 인간이 앞으로 어떤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한계가 맬서스는 식량 고갈이었고, 리카도는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농지의 고갈(p121)로 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리카도와 멜서스는 인류 역사가 빈곤을 향하게 되는 것을 필연적이라 보았다라는 거지요.

 

·

·

·

 

이처럼 경제학의 탄생 때부터 관심을 받았던 '경제 성장' 주제는 이후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왔지만, 1950년대에 들어서까지도 경제 성장의 원인이 대체 무엇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공기 중에 떠다니던 신비한 그 무엇6'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던겁니다. 그러... 다!!! (물론 이전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이 경제 성장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었긴 하지만) --- 1956년에 발표된 로버트 솔로우 교수의 "A Contribution to the Theory of Economic Growth"에 와서야 비로소 학계의 주목을 이끌어낼 만큼의 설명력을 지닌 모델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 논문에서 제창되었던 솔로우 교수의 성장 모델은 "Y=A(t)·F(K,L)" 즉, 생산과 소득의 증가는 노동(L)과 자본 축적(K) 부분에 지식 성장률을 나타내는 임의적 상수(A)를 곱하는 함수를 통해 얻을 수 있다(p273)라는 것이었었죠.7

 

이 솔로우 모델은 '기술진보'를 (이전에 등장했던 폰 노이만의 'Y=A·K' 모델에서처럼 상수로 취급한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을 독립변수로 하고 있는) 변수(variables)로 취급했다는 진보를 이루어내긴 했으나, 이 기술 진보8(A(t))가 여전히 (경제학자들이 은근 애용하는 문구인 'manna from heaven'처럼) 경제 시스템의 외부에서 결정되어 단지 '주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9는 결정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 이듬해인 1957년에 발표한 후속 논문 "Technical Change and the Aggregate Production Function"을 통해서 솔로우 교수는 자신의 모델로 검증해 본 실증적 결과를 보여냈는데 놀랍게도!!! 경제 성장의 85퍼센트가 자본(K)과 노동(L) 투입의 증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즉 자본과 노동으로 구성되어 있는 모델의 외부에서 결정되는 잔여분(residual)10으로 나타났고, 솔로우 교수는 이 잔여분인 '기술 발전'이 부(富)'를 창출해내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지요. (한 발 더 나아가 보자면 --- 이처럼 전통적인 생산요소인 자본과 노동으로 경제의 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것 이외에도 솔로우 모델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함의(含意)는 바로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정부/정책 입안자들의 그 어떤 시도도 모두 헛수고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2006년 5월 18일자 <The Economist>紙의 한 기사11에 다음과 같은 인용이 있더군요. : A government eager to force the pace of economic advance may be tempted by savings drives, tax cuts, investment subsidies or even population controls. As a result of these measures, each member of the labour force may enjoy more capital to work with. But this process of “capital-deepening”, as economists call it, eventually runs into diminishing returns. Giving a worker a second computer does not double his output.)



비록 이 결론, 즉 경제 성장이 노동이나 자본 축적에는 그다지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라는 실증적 결과가 한 편으로 보자면 매우 실망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으나 이를 뒤집어보면, 그동안 경제학자들을 그렇게나 구속해왔던 '수확체감'을 극복해 낼 수 있는 희망의 결정적 단초가 되어줄 수도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 이후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학계에서 이 '경제 성장론'은 거의 잊혀진 학문 분야의 신세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솔로우 교수의 연구로 그간 경제학자들의 애간장을 태워왔던 '경제 성장의 원인'이 대체적으로 밝혀졌다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죠.12



<Part 2 - 신성장 이론과 21세기 지식경제학>

​물론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핀 공장 이야기를 통해 수확체증 현상을 제시해주고 있었긴 하지만, 아무래도/역시나 그의 이론에서 가장 커다란 강조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수확체감의 원칙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핀 공장 이야기에서 보여졌던 가격 하락의 가능성은 단순히 '분업의 세부화'로부터 기인된 것으로서 그 한계가 너무도 명확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 철도나 전기, 전화 같은 네트워크 관련 분야에서 실현된 수확체증의 위력은 너무도 파괴적이어, 일단 그들 분야에서 수확체증을 이루게 된 특정 기업은 단순한 독점 수준이 아니라 모두가 이들의 독점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자연 독점(natural monopolies)'의 지위(p17)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목격한 경제학계는 1990년대에 들어 다시 이 '수확체증' 그리고 어쩌면! '수확체증을 통한 경제 성장의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사실에 주목 하게 됩니다. 바로 이렇게! 세 명의 학자가 이 분야에 등장/주목을 받게 되는 데, 다름 아닌 로버트 솔로우, 로버트 루카스, 그리고 폴 로머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었죠.

1998년 찰스 존스가 써낸 교과서 「An Introduction to Economic Growth」에 따르면 이 세 경제학자들이 취했던 '경제 성장'에 대한 접근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었는데,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13


● 로버트 솔로우 : Q> 왜 우리는 이렇게 부자로 사는데, 저 사람들은 저렇게 못 살까?  A> 부자 나라는 시설과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이렇게 해서 얻은 자원을 생산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고, 가난한 나라는 그렇지 못했기에 가난한 것.

● 로버트 루카스 : Q> 일본, 독일, 한국의 경제 기적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A> 이들 국가가 transition dynamics를 상세히 연구하고 잘 대처했기 때문.

● 폴 로머 : Q> 경제 성장의 엔진은 무엇일까? A> 엔진 역할을 한 것은 발명이고, 우리가 오늘날 기술 발전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도록 끊임없이 밀어붙인 사람은 바로 기업가였다.

​이 세 명의 학자들 중, 저자 데이비드 워시는 폴 로머를 중심으로 하여 이 책에서 경제 성장 이론의 발전 과정을 서술해가고 있는데, 심지어는1990년에 폴 로머가 발표했었던 논문인 <Endogeneous Technical Change>(이하 <로머 90>)를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꿔놓았'(p5)던 획기적인 것으로까지 묘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체 이 논문에서 폴 로머가 무엇을 주장했기에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걸까요?


·

·

·

솔로우의 1956년 논문에 실려 있는 경제 성장 모델을 따르자면, 경제는 50년이나 100년 후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일종의 성인기에 도달하고, 그 뒤부터 성장은 일제히 중단되고(pp377-378)말 수 밖엔 없습니다. 이는 성장을 가져오는 대부분의 원인이었던 (A(t)로 표시된) 기술 진보가 외생적으로 주어진다라는 가정14 때문인데, 쉽게 말해 모델 자체에 성장을 유발하는 내생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솔로우가 성장 그 자체를 일종의 '단계'라고 해석15(p378)한 것에 반해, 로머는 성장이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을 구축하기를 원했(p377)었습니다. --- 노동과 자본만으로는 수확체감을 이겨낼 수 없다면, A(t)로 표시되는 기술 진보가 수확체감을 이겨내는 것 뿐 아니라, 아예 수확체증을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로머는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수확체감을 이겨내고자 했던 걸까요?


로머가 살펴본 바로는 세상의 성장 리듬은 과거에 학자들이 예측한 것처럼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감속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된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 이유가 과학의 내적인 동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더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새로운 것을 더 빨리 배우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지식이 수확체증의 원인이라면 지식을 축적하면 할수록 성장은 더 빨라진다.(p378)

바로 위에서, 이 책의 저자가 <로머 90>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꿔놓았'다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라 썼었습니다만, 이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로머 90>이 제 세계를 논문 발표 이전과 이후로 분리시켜 놓(p21)았다라고까지 적고도 있습니다. 대체 <로머 90>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이러는 걸까요? --- 이전까지의 경제학에서 '생산의 3대 요소'는 그 어떤 의심의 여지도 없이 '토지, 노동, 자본'이었더랬지요. 헌데, 17세기 이후부터 지속되어 왔던 이 생산의 3대 요소를 <로머 90>에선 '사람(people), 아이디어(idea), 재료(things)'로 바꿔 버린 겁니다. 이를 통해 솔로우 모델로서는 극복해낼 수 없었었던 '성장의 중지'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되었죠. 여기서 '재료'는 '천연자원에서부터 주식, 채권 등에 이르기까지 자본의 전통적인 형태를 포함하는 것'이며, '사람'은 '인간 특유의 노하우, 기술, 강점을 지닌 모든 인간'으로서, 사실 기존의 자본·토지와 노동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단지 확대시켜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로우가 '지식'이란 것을 '외생적 성격을 띠면서 계속 증가하는 일종의 공공재'(p367)로 보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로머는 생산 요소로서의 '아이디어'를 하나의/일종의 '상품'으로 간주하여, 여기에 (기존의 '공공재 VS 사유재'의 구도와는 좀 다른) 모두가 사용할 수 있으면서 한 사람의 사용이 다른 사람의 사용을 방해하지 않는 재화를 의미(p507)하는 '비경쟁재16'라는 성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의 경우에는 '누구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엄연히 사적 소유물이라는 점에서는 사유재로 분류될 수도 있지요. 이런 점에서 '비경쟁재'는 '공공재'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로머의 모델에서 이 '아이디어'가 수확체증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과정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식 축적은 새로운 투자에서 오는데 그렇게 개발된 지식은 스필오버 방법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로 전파된다는 것이었다. 스필오버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성장이 내부의 힘에 의해 시스템 내부에서 내생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했다.(p382)

사실 로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재인 지식17' 덕분에 총생산에서 규모에 대한 수확체증 현상이 발생(p384)한다는 것을 확신하고는 있었지만, 이러한 수확체증이 결국 독점을 발생시켜 완전 경쟁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을 파괴해버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라는 사실에, 그리고 그러한 결론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자신의 모델에 전혀 없다라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고 저자는 적고 있습니다. 현실의 경제에서는 모든 산업이 독점 기업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지도 않으며, 자신의 모델이 최종적으로 내놓게 되는 것은 (리카도와 맬서스의 주장과는 형태만 다를 뿐인)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일 뿐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공짜로 혹은 매우매우 싼 비용만 지불하고 '베끼기'가 가능해진다라는 의미의) '스필오버 현상'이라는, 일종의 '경제의 외부성'으로 인해 이러한 자연 독점 현상은,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세계에서 보이는 것처럼 나타나지 않게된다라는 것으로 폴 로머는 자신의 '경제 성장 이론'을 마무리지어내게 됩니다.


………………………………………………………


"과학은 과거에 대한 장례식을 하나씩 치르며 발전해간다."(p83) -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

"어떠한 과학 분야도 그것을 탄생시킨 사람을 잊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분야는 결국 쇠퇴하고 만다."(p75) -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물론 '희소성의 원칙'은 여전히 변함없이 경제학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 하나의 중요한 원칙은 아니라는 것, 바로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었기에 '경제 성장 이론'이 잘못된 길을 걸어와야 했었었던거라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 지적하고 있습니다. --- '지식의 비경쟁성이 수확체증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는 원칙', 바로 이것이 폴 로머가 세상에 내놓은 논문들의 최종 결과였으며, 과거 수 세기 동안 우리 인류는 희소성의 제약을 이겨내고 지금과 같은 풍요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라는 것이 그 논문들이 품고 있는 함의라는 것이지요.


다 써놓고 보면/보니, 이렇게 간단한 내용을 그 머리 좋은 사람들이 몰랐었던 거야?란 생각이 살포시 들었기도 했었습니다... 만! 예의 제가 가지고 있는 이 모든 지식들 역시 수많은 '과거에 대한 장례식'을 치르며 얻어졌던 것들이며, 그러하기에 저 역시 분명 '더 좋은 것은 훗날에 남았으리'란 아쉬움의 수혜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 '이렇게 간단한 걸?'과 같은 의문은, 가져본다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실로 건방지기 짝이 없다라는 걸 이내 인정할 수 밖엔 없습니다. 암튼! 이 책은...

역사 속의 경제학자들만이 아닌, 현재에도 활동하고 있는 유명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던, 상당히 흥미로웠고 또한 (한때 경제학으로 인생 밥벌이를 하겠노라 했었던 사람인 저에겐) 옛 추억(?)을 다시 꺼내어보며 잠시나마 행복했었던 순간들을 되살려 볼 수도 있었었던 (그러하니 무조건 '돌팔이식 처방'이라고만은 할 수도 없겠는) 독서였었습니다...만!!! --- 제 나이 스물네 살은 막 방위 제대를 하고 2학년 2학기로의 복학을 해, 마악! <거시 경제학> 과목을 배우고 있었 때로 기억되고 있거늘, 스물 네 살의 폴 로머는 스스로 폰 노이만 모델이나 솔로우 모델보다 더 나은 경제 성장 모델을 스스로 구축하겠노라는 결심을 했었다라는 걸 읽고는, 역시... 경제학 박사 학위는 어찌되었든! 제가 원했다하여 가질 수 있는 무언가는 원래부터 아니었던 게 아닐까... 싶은 씁쓸함? 뭐 이런 것도 약간은 가져보게도 되었었네요. --;;



덧붙임 1> 경제학 박사와 전문 번역가... 가 공동 역자로 쓰여져 있습니다만, 번역의 질(quality)은 아무리 잘 봐줘도 평균 이하라 생각됩니다. 몇몇 경제학 용어의 번역에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었었기도 했었으니까요. (용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 말로 읽어도 의미전달이 불완전한 경우가 꽤 많기도 하더군요.) 사실 경제학과를 졸업했다해도 '경제성장론'을 배우지 않았다면 상당히 낯선 이야기들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의 독자층이 절대 넓을 수 없다라는 걸 인정하기에 이런 책을 번역·출판해주었다라는 사실 자체엔 출판사를 향한 고마움을 가져야겠습니다만, 이왕 출간할거면 제대로 된 번역으로 선을 보이는 것이 <김영사>라는 굴지의 출판사로서는 마땅히 해야할 일이 아니었을까하는 진하디 진한 아쉬움을 지워낼 수는 없네요.  ​


덧붙임 2> 생략해야 하나, 넣어야 하나? 줄여야 할까, 늘려도 될까?하는 고민이 참으로 많았던, 그러했기에 써내는 데에, 토요일 저녁과 주일 오후라는 적지않은 시간을 들여야 했었던 감상문입니다... 만, 다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그 고민들을 대체 왜 했었던건가 싶은 한숨만 나옵니다. 뭔가 하나의 특정 방향성을 전혀 찾아내지 못하겠는 요약 아닌 요약, 정리 아닌 정리란 생각 밖엔 들지 않네요. 이 책의 예상 독자층만큼이나 이 감상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실 분 역시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기에... 라는 걸 오히려! 변명 어린 위로로 삼아봅니다. --;;

 






  1. 이 책에 나와있는 특정 인물들의 이름이, 제가 교실에서 배웠었던 표기와는 다르게 되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일례로 Robert Lucus 교수님을 이 책에서는 '로버트 루커스'로 표기하고 있는데, 제가 학생이었을 때의 경제학과에선 '루카스'라고 발음하고 실제 그렇게 표기했었었지요. 이하에선 이 책의 표기가 아닌, 제 경험에서의 표기로 인명을 적어내도록 하겠습니다. 왜? 이건 제 블로그니까... ^^
  2. 수확체감의 법칙 (The Law of Diminishing Returns) : 다른 생산요소의 조건을 일정하게 하고 한 생산요소만을 증가시킬 경우 그 생산량의 증가가 점차 감소되어 간다는 이론으로, 이 법칙은 본래 어떤 일정한 농지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의 수가 증가할 수록 1인당 수확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데서 나온 것이나 현재에는 널리 다른 생산요소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3. "('핀 공장'의) 아이디어가 외면당해 온 이유는 아담 스미스의 양대 경제학 사고라 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논리와 '핀 공장' 논리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p93)

  4. 아담 스미스 당시의 제조업은 단순히 상품(여기서는 핀)의 제조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조사 - 디자인 - 생산계획 - 생산 - 판매'의 모든 과정을 다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5. "하지만 애덤 스미스의 가격 하락 가능성은 작업의 세부 분업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한 가격 하락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p17)
  6. 알프레드 마샬이 성장을 이끄는 '미지의 변수'를 지칭했던 표현.
  7. 이전에 발표되었던 '해로드 - 도마 모델'에서는 생산함수 F(K,L)가 고정된 자본계수(자본/생산 비율)를 가진 것으로 가정되어 있었으나, 솔로우는 가변생산함수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이를 대체해 냅니다. 즉, 솔로우 모델에서는 인건비가 비싸지면 생산자는 노동(L) 대신 자본(K)를 추가로 투입할 수 있고, 혹은 그 반대로도 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가지게 되는 거지요. 한편, 솔로우의 이 모델은 폰 노이만의 모델을 진일보시킨 것이었는데, 폰 노이만은 'Y=AK'라는 모델을 통해 경제의 성장에는 A로 대변되는 '지식의 축적을 통한 기술의 발전'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공식화했었던 인물이었죠.
  8. 혹은 '기술 변화율'
  9. 하지만 이 가정이 솔로우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다음과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긴 합니다. : "처음에는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의 일부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는 인간이 지닌 지식도 포함된다. …… 이처럼 주어지는 여건은 영구불변하는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경제적인 힘(noneconomic forces)으로 여겨졌다. 인간이 지닌 지식을 비경제적인 요소로 단순화시킨 것은 19세기 기술경제학자들로, 그중 존 스튜어트 밀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생산에 필요한 기본적 조건들을 현대 용어로 외생적(exogenous)요소라고 부르는데 그런 점에서 인간의 타고난 조건, 즉 내생적 요소는 경제 제도의 생산요소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고를 지닌 경제학자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pp15-16)
  10. "머지않아 잔여라는 용어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p281)
  11. The growth of growth theory : The riddle of technology and prosperity is explored in a fine new book. (The Economist, May 18th 2006.)
  12. 사실 이 때 뿐만이 아니라 아담 스미스 이후, 칼 마르크스정도만 제외될 뿐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에게 이 경제 성장의 문제는 딱히 주목을 받지 못했었는데 이에 대해 에일린 영은 다음과 같은 추측을 했었다 합니다. : "19세기 중반까지는 경제 발전이 오랫동안 꾸준히 발생해 경제 발전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존 스튜어트 밀이나 그의 동료 경제학자들은 지식의 꾸준한 성장을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pp400-401)
  13. 이하 pp606-607
  14. "Invention, innovation and ingenuity were all 'exogenous' influences, lying outside the remit of his theory." - 각주 11번의 「The Economist」기사 중.
  15. 다시 말해 솔로우는 인류의 장기적 미래에 대해 '모든 국가가 성장이 멈춘 채 제자리걸음 상태를 향해 갈 것이라는', 마치 리카도와 맬서스가 '농지의 고갈'와 '식량 고갈'이라는 한계로 인해 인류의 성장이 후퇴할 것이라는 견해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라 볼 수도 있는 겁니다. 이와 관련하여 각주 11번의 기사는 솔로우가 2006년 4월, 세계은행(World Bank) 산하의 '경제 성장 위원회commission on growth'의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을 가리켜 'natural except'라 점잖게 비판했었더군요. 논문에서 그가 주장했던 바대로라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요인들에 관한 연구(weigh and sift what is known about growth, and what might be done to boost it)'를 하는 그런 위원회는 존재 이유 자체가 없는 것이어야 하니까요.
  16. '경쟁재'와 '비경쟁재'의 구분은 재정학 분야의 대가인 머스그레이브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되었다고 저자는 쓰고 있습니다.(p507)
  17. 로머는 자본재로서의 '지식'을 다시 '체화 지식(embodied knowledge)'과 '비체화 지식(disembodied knowledge)'의 두 가지로 구분하였는데, 체화 지식은 '어떤 지식을 개발한 인간과 함께 탄생했다가 인간과 함께 사라지는 인적 자본'으로, 비체화 지식은 '어떤 지식을 개발한 인간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남는 인적 자본'으로 정의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