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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경제학
세일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의 힘은 세다. 상식은 분명 양적 다수에 근거한 보편성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만약 상식적인 사람들만 모여 사는 사회가 있다고 하자. 과연 그 사회는 유토피아일까?"
- 노명우 著, 「세상물정의 사회학」 중 pp25-27, 사계절 刊, 2013.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은 '개인'을 분석하는 경제학이고,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은 그러한 개인들의 총합(summation)을 분석하는 경제학이다"라는 단순한 구분은, 그 단순함만을 제외한다면 본질적으로 매우 정확합니다. 그러하기에 --- 미시경제학에서 상정하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즉 (더할 나위 없이!) '상식적' 인 개인들의 총합이 보여주는 행위와 결과들을 연구·분석하는 거시경제학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상식적인 현상을 그 결과물로 보여주어야 마땅하다라는 추측은 딱히 이상하지 않습니다... 만!!!
"사람들은 각자 상식적인 판단을 한다. 단지 각자의 상식적인 판단이 모였을 때, 무시무시한 몰상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 노명우, 위의 책 p26
(비록 그러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사람',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으로서의 경제학 역시 '합리적' 개인들의 행위 총합으로 정의되는 사회/국가는, 결코 유토피아의 모습이 아닌, '합리적이지 않은' 결과물을 우리 개인들에게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겨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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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기능(들 중 본질적 기능)은,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윤활유' 역할로부터 시작된 것이죠. 그런데 이 윤활유가, '엔진의 원활한 가동'이라는 목적의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윤활유'가 그 스스로 엔진의 가동 자체를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이 상황을 두고 과연 '정상'이라 말할 수 있는걸까요? 아무리 관대한 입장을 취한다 해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바로 이 점,
화폐(=돈)가 경제의 전반적인 상태를 결정지어 버리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그리고 그러한 현실이 초래할 (지금은 보이지 않는) 머지 않은 미래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좀 알려주고 싶다,라는 게 바로!
"상식과 상식이 서로 견제할 때는 몰상식이 생겨나지 않는다. 하나의 상식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비상식적인 사건을 낳을 뿐이다. … 지배적인 상식의 괴물에게 바쳐질 제물이 될 위험에 처하고 나서야, 순진한 믿음과는 달리 모든 상식이 정의가 아니었음을 우리는 깨닫는다."
- 노명우, 위의 책 p26.
이 책, 「불편한 경제학」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난 지금 상식적으로 이 경제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야~'란 생각에 대해 --- 우리의 '상식'이 '정의가 될 수 없음'일 수도 있다라는 자각이 필요함을, 그리고 그러한 근본 원인이란 게 "한국인들은 … 돈에 관한 지식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 (그 이유는) 정규적인 사회제도가 돈에 대한 진짜 지식을 가르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 … 돈에 대한 진짜 지식은 바로 '불편한 진실'에 해당하기 때문 … 또 지배집단 입장에서는 피지배집단이 돈에 관한 진짜 지식을 잘 모르는 게 통치하기에 좋기 때문"(p46)일 수도/이라 진단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유들로 인해 현재가 "평소에 믿어왔던 사회제도 들이 거짓말을 하는 시기"(p14)라는 것이며, 자신이 이 사실을 좀 알려주겠다라는 거죠.
【 경제성장 】
'경제성장률'이란 단어는, 경제학은 전혀 배우지 않은 이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단어입니다. 매년 말이 되면, 다음 해의 경제성장률이 대한 예측치가 발표되고, 그 수치에 대해 거의 언제나, '걱정이네~'라는 말로 끝맺음되는 신문 기사들을 (대체 그게 왜 걱정스러운 건지에 대한 정확한 논리가 어떻게 성립되는 것인지 알아보려는 생각조차 허락치 않도록) 곧바로 만나보게 되기 때문이죠. 일단! --- '경제성장'이란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우리는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요?
정말로 단순하게 말하자면, '경제성장'이란 내 아이의 키가 자라는 것과 별 다를 것 없습니다. 1년 전과 오늘의 신장이 다르다는 것, 우리는 그저 cm라는 단위로 표현되는 숫자를 비교하는 것 뿐이죠. 미국 가정에선 그걸 feet로 측정할 테고, 미국의 중2 녀석과 종원군의 키를 비교해 보려면 cm와 feet로 표시된 수치를 환산하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이 때, 키를 재는 단위의 환산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지만 ---ㅡ 화폐의 환산은 시시각각 변한다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런데 이 차이가 너무도 어마무시(할 수도 있)하다는 거!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왜,
내 아이의 키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걸까요? 이게 뭐, 옆집 아이와의 비교를 위해서일 수도 있겠고, 부모의 키가 부디 유전적으로 내 아이에게만은 전달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란 바람 때문일 수도 있겠고, 농구나 배구 선수를 시켜보려는 부모의 욕망 때문일 수도 있겠는, 암튼 수만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단 한 가지는 바로! --- 실제 내 아이의 키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cm나 feet로 표시되어지는 그 숫자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점이지요. 비록 저와 조교수가 '종원이는 키가 그래도 180cm 정도는 되어줬으면 해~'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해도, 진정 원하는 것은 그만큼의 키가 자라줬으면 한다라는 것이지 180이란 수치 자체는 아니란 겁니다. 그냥 예를 들어, 180cm... 라는 숫자가 나온 것일 뿐. 이처럼!
우리가 '경제성장'을 말할 때에도 예의, 경제가 '성장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하나의 바람(願)을 표현하는 것이거늘, --- 대체 작년에 비해 얼마만큼 성장했는가를 단지 측정해보는 도구로서 고안된 '경제성장률'이란 것이 만들어 낸 '수단과 목적의 전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마저 '7%의 경제성장률' 따위에 집착하고 있었던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겁니다. 뭐, GNP란 거, 가만히 보면 별 거 아닌겁니다. 걍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 해동안 만들어냈고, 서로 교환했던 물건과 용역(서비스)들을 돈으로 환산한 수치'에 불과한 거에요. 이 자체가 일종의 목표가 된다라는 게 왜 우습기만 한 거냐하면,
"일정기간 동안에 국민에 의해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시장가치 총액을 보통 국민총생산 또는 영어로 GNP(Gross National Product)리고 한다. .… 생산과 직접 관계가 없는 자산의 거래는 GNP에서 제외된다."
- 이정전 著, 「두 경제학 이야기」중 p379, 한길사 刊 , 1993.
그러니까 GNP는 쉽게 말해, '생산된 제품에 해당 가격을 곱한 값(p*q)의 전체 합계'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 이 GNP의 크기가 커질 수 있는 건 p가 커지거나 q가 커지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을 수 있겠죠. GNP의 수치가 커진 주된 이유가 q(생산물의 양)가 커졌기 때문이라면, 딱히 뭔 문제는 없습니다. (과잉공급이니 뭐니 하는 건 부차적인 문제고) 일단 '실물(산출물의 양)'이 많아졌다라는 건 (최소한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가 되지 않는 거니까요. 하지만!
q(=실물 = 산출물의 양)은 그대로/혹은 줄어들었는데, 오로지! p(=측정의 도구=가격)만이 올라서 GNP가 성장했다,라는 결과를 낳았을 때, 과연 우리는 이 GNP의 성장에 대해 좋아해도 괜찮겠느냐란 의문이 생겨나는 겁니다. 이건 마치, 종원군의 키는 똑같은데, 1cm의 단위가 훨씬 좁아지게 그려진 줄자로 키를 재서 190cm가 나온 결과에 환호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죠.
저자는 중국이 현재(2010년 3월) 보여주고 있는 경제성장이란 것이 단적으로 말해, q의 증가가 아닌 p의 상승으로 인해 이룩된 것이라 비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이 자랑(?)하고 있는 연 8%의 경제성장률이란 게 --- "중국에서 성장률 8%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연간 2,000만 명의 신규 일자리를 보장하는 마지노선이 성장률 8%이기 때문"(p414)이어서라면, 그리고 '신규 일자리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가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부터 기인되는 것이라 한다면, 이건 너무도 심각한 '수단과 목적의 전이'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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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원론 수준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의 기본 목적은 '주어진 제약 조건 하에서 주어진 목표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즉, 주어져 있는 나의 소득 수준 하에서, 내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보자라는 것이죠. 우리 삶의 목표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약 조건으로 '주어져'있는 소득을 극대화하는 것에 모두 매달려 있다보니 어느 새, 우리의 진짜 목표(=행복의 극대화)를 잊어버리게 되는, 다시 말해 엄연히 제약 조건일 뿐인 '소득'을 마치 그것이 목표인 양 극대화하려다 보니, 우리의 삶이란 게 팍팍하게만 느껴지는 것이고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와 같은, 그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문제에 대해 새삼스럽게도 침 튀기는 논쟁을 벌이게 되는 것이라 전 생각합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 우리는 '경제성장'이란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 '경제성장률'이란 것이 과연 어떠한 이유로 떨어져서는 안되는 것이 되어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지요. (저자가 중국경제에 대해 상당한 비판을 가하며,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 인플레이션 】
'인플레이션(inflation)'이란 건 대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물가의 전반적 상승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라는 표현이 일반적/대체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뜻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 번 더) 일반적/대체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정말로 --- 인플레이션은 좋지 않은 것일까요? 혹시나,
"부자 되기라는 상식은 부동산 거품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내가 사둔 아파트의 가격은 하락해서는 안 된다는 자폐적 사유가 자라는 온상이 된다."
- 노명우, 위의 책 p26.
'전체적으로 봐서는 좋지 않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한테는 좋은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일까요? 맨큐 교수가 "If you ask the average person why inflation is a social problem, he will probably answer that inflation makes him poorer. …This complaint about is a common fallacy."라 말하고 있듯이, 우리는 그냥 남들이 '인플레이션은 나쁜 것'이라 말하니까 나쁜 것으로 알고 있는 정도는 아닌 걸까요? 단지 내 아파트 값이 오를 때에만 인플레이션은 땡큐!가 될 뿐. --- 인플레이션은 결코 '우리를 가난하게 만드는 것(makes him poorer)'이 아니라는, 바로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일종의 '화페금융론' 교과서스런 설명을 책의 전반부의 할애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지극히도 매력적이라는 게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 "돈은 누가 공급하는가? … '중앙은행'이라 답한다면 틀린 것 … 돈은 누가 공급하는가? … 정답은 '시중은행'"(pp56-58)을 설명해주는 과정은, 저 역시 "학교에서부터 이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p46)었다라 기억에 남아 있는, 논리의 전개 과정만 놓고 보자면 분명, (일반적인)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라 생각합니다. 암튼!
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이 지속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즉 '인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다/다가올 것이다'란 주장이 거짓말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간략하게 뼈대만 보자면,
① "산업화를 이루고 경제가 성숙단계에 이르면 저축의 역설이 작용하게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p21)
② "개인 입장에서는 돈을 소비에 쓰지 않고 저축하는 것이 미덕이지만, 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악덕."(p534)
③ "모두가 소비를 뒤로 미루기만 하고 저축만 하겠다고 하면 … (수요부족으로 인해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경제는 붕괴하고 말 것"(p23)
④ "유동성 함정에서 경제를 탈출시킬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장하는 것"(p345)
즉, 미국정부건 한국정부건, 현재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자꾸만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이유는 실제 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장함으로써 유동성 함정으로부터 탈출"(p15)하려는 의도 때문이란 것이고, 심지어는! 이러한 거짓말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 그 거짓말을 퍼뜨리는 쪽에서도 이미 알고 있다"(p15)는 것이라 저자는 또한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는다는 거지요. 여기에 더해지는, 어쩌면 인플레이션이 존재할 수 없는 핵심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막강해질대로 막강해진 금융자본의 존재입니다.
"실제의 인플레이션은 은행이자율보다 낮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인플레이션은 은행이자율보다 더 높게 만듦으로써, 저축으로 인한 화폐의 퇴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의 인플레이션율이 은행이자율보다 높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금융자본의 수익성 때문입니다. … 실제의 인플레이션율이 낮게 유지되어야 금융자본의 안정적인 수익활동이 가능해집니다. 즉 자본주의 경제를 주도하는 금융자본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원치 않는 것입니다."(p(144)
【 미국 VS 중국 】
① "경제성장이란 투자활동의 결과로 나타난 생산 부가가치의 증가"(p187)
② "신용(통화)시스템은 '능력본위제' … 신용(통화)시스템은 유한한 '신용의 양'을 통해서 통화의 지나친 팽창을 막는 제도"(p103)
③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누군가가 추가로 빚은 져야 돈이 생겨납니다.(p248) …… 빚이 곧 돈인 우리 시대의 통화시스템에서 빚이 줄어들면 돈이 줄어들게 됩니다. 바로 디플레이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빚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돈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즉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공황으로 가게 됩니다.(p251)"
④ "빚으로 떠받쳐온 경제호황이 침체의 조짐을 보이게 되면, 중앙은행은 대출을 통한 돈의 공급을 더 늘림(=신용팽창정책)으로써 침체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p224)
⑤ "GDP 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GDP 증가율 이상으로 공급된 신용은 결국 비GDP거래로 흘러가게 됩니다."(p359)
⑥ "문제는 경제에 빚(=신용)을 무리하게 주입하면서 시작됩니다. 자산시장에 거품이 끼는 것입니다."(p394)
⑦ "자산가격상승은 … 통화량의 증가로 통화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 통화로 표시되는 자산가격이 오르는 것입니다. …… 자산시장이 과열국면에 이르면 정책당국이 기준금리를 높이게 마련입니다. …… 이제 의자 빼앗기 게임이 시작됩니다. … 누군가는 이자를 내기 위해 부동산을 팔아야 한다는 말 …… 부동산을 매도하고 부채를 갚기 시작하면 통화량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가격이 하락합니다. … 피라미드가 연속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pp227-229)
저자는 --- "국가의 부(富)는 치러낸 고통의 크기에 비례한다"(pp457-458)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③번의 단계에서 희생을 치루어야 한다라 주장합니다. 이 책이 쓰여졌던 2010년 당시의 미국이 불황에 잠겨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불황은, "신자유주의가 자랑하던 화려한 경제성장의 진실은 … 빚으로 떠받쳐서 성장의 겉모습을 유지해온 것"(p353)이란 사실에 대한 깨달음으로부터 비롯되는,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한 일종의 정상적인 방편이었었지만,
이와는 반대로, "막대한 경기부양책과 부동산 버블을 키우는 것"(p415)으로 버텨왔던, 즉 신용의 크기 이상으로 돈을 발행해왔던 중국 경제에 대해선 "시장의 원리상으로는 … 무너질 일만 남은 것"(p431)이란 냉혹한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 So What? 】
"2008년 말의 경기침체화 환율 폭등은 예고편에 불과한 것입니다. 지금 수평선 너머에서는 한반도를 향해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형국입니다."(p14) …… "앞으로 우리 앞에 미증유의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위기를 극복해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 한국의 중산층과 서민들에게는 그 기간 동안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p18)
현실감 있는 표현을 빌자면, 저자는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 (이 책이 쓰여졌던 2010년 3월을 기준으로) 전고점인 1,597.00원을 한참 넘어서게 될 것"(pp606-607)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향후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닥쳐올 가능성이 있는 인플레이션 요인은 환율폭등뿐"(p598)이라는 경고까지를 더해주고 있기도 하지요.
2010년에 출간된 책에 쓰여져 있는 전망에 대해, 2017년 현재 시점에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가 저자 스스로의 자기방어에 한 표를 던졌기 때문이 아닌, "경고의 내용을 담은 예언이 가장 주목받는 건 참사를 미연에 방지했을 때가 아니라 예언된 참사기 실제로 일어났을 때"란 소설 속 구절처럼 --- 2010년에 등장했던 저자의 경고가 앞으로도 당분간 실현되지 않을 것인지, 혹은 2017년 현재가 폭풍 전야의 고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아직까지는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예견되었던 참사를 피해왔다라 믿는 것이, 언젠가 저자의 경고와 같은 '미증유의 위기'가 닥쳐와 이 책 속 주장들이 다시금 새롭게 주목을 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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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의 힘은 세다. 상식은 분명 양적 다수에 근거한 보편성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만약 상식적인 사람들만 모여 사는 사회가 있다고 하자. 과연 그 사회는 유토피아일까?"
- 노명우 著, 「세상물정의 사회학」 중 pp25-27, 사계절 刊, 2013.
'유토피아'는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아닌 것이냐?란 질문에 대한 답조차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이유가 어쩌면 --- 그 믿음이란 게 "자기 스스로 믿고 살아온 기준 자체를 회의해야 할 때"(p122)의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사뭇 절망적인 생각을 이 책으로부터 받게도 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비정상'이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여겨집니다. 이제 일부 사람들은 그 '비정상'을 '능력'이라 부르며 부러워하게 됩니다. '비정상'은 점점 오만해지고 이제 대놓고 '정상'을 조롱하기 시작합니다. '정상'이 '무능력'이라 불리기 시작합니다.(p122) …… "비정상이 정상을 조롱하는 사태는 바로잡혀야 합니다. '원칙'으로 '변칙'을 바로잡아야 합니다."(p126)
여전히 그러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정상'이라는, 이 다행스런 사실을 공감받을 수 있었다라는 점이 더 커다랗게 남는, 이 주저리주저리스런, 그만큼 반복적으로 한 말 또하고 또 했던 말 다시 반복하는 책을 읽어낸 보람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내용이 진실(truth)도, 사실(fact)도 아닐 수 있겠으나 최소한, 정말 최소한 "우익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만 인간에게 말하고 있고, 좌파는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사물에게 말하고 있다"의 단점은 충분히 극복해내고 있다라 확신하기에, 부디! --- "경고의 내용을 담은 예언이 가장 주목받는 건 참사를 미연에 방지했을 때가 아니라 예언된 참사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의 상황이 부디, 현실이 되어 우리의 눈 앞에 등장하는 상황까지는 이르르지 않기를 바래어 본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1,2,3장만큼은 읽어보고, 이해하려 고민하고, 곱씹어 보기를 권합니다란 말로, 참 두서도 없이 정리해 낸 이 글의 끝맺음을 하겠습니다. (언제가 되어야 저도... '짧고 간결한' 감상문 좀 써보게 될까요. --;;)
※ 경제학으로의 초대
- 유시민 著,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 장하준 著,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Macroeconomics, the study of the economy as a whole" - Gregory Mankiw, 「Macroeconomics」 2nd deition, p3,1994.
- "Microeconomics describes economic activity at the level of individual agents such as consumers, investors or managers of firms. … Macroeconomics, by contrast, deals principally with large aggregates of agents and commodities." - David Luenberger, 「Microeconomic Theory」, pp1-2,1995.
- 미시경제학에서 말하는 개인의 '합리성'이란 철학적 의미의 '합리성'과는 아예 차원이 달라, 말하자면, 각 개인들이 항상 '자신을 위한 최적의 선택(making choices that are optimal for themselves)'을 한다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경제학에서의 합리성은 'completeness', 'reflexivity','transivity'와 같은 (철학적 관점에서 보아도) 상식적인 가정과, 'continuity', 'nonsatiation', 'strong monotonicity'와 'convexity'라는 (또한 '철학적'일 수 있겠는) 수학의 가정을 통해, '(일상의) 언어'가 아닌 수학으로만 표현되어지게 되지요.
- 죽기 전에 되돌아 보는 자신의 일생, 혹은 지금까지 살아온 이 시점에서 되돌아 보는 나의 일생, 뭐 이런 걸 한 번 해보자면 : 제가 (크게 나눠) 미시경제학을 공부하기로 했던 이유는 거시경제학을 재미있게 배워보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그 반면 미시경제학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배웠던 여러 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더랬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 갈림길에서의 선택에 대한 설명일 뿐, 그 이후로 지금까지 쭈욱! '경제학'의 본질(essence)이란 걸, 미시경제학에서의 모습처럼 '분석의 도구'일 때 가장 화려하게 발휘된다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는 건 바로! --- 미시경제학에는 '화폐'라는 것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화폐(money)의 기능은 대략 '가치저장수단(store of value)', '가치척도수단(unit of account)', 그리고 '교환의 수단(medium of exchange)'라 설명되고 있습니다만, 그 중 가장 근원적인 기능으로는 역시 '교환의 수단'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거시경제학 책이 '화폐가 없다면?'의 설명으로 'double coincidence of wants'를 들고 있는 것만 봐도 확인되어지지요.
- 저자는 이에 대해 "우리 시대가 돌아가는 원리"라는 사뭇 거창한 제목을 달아놓고 있습니다.
- 이 책이 발간된 시점은 '2010년 4월'입니다.
-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① p 고정, q 상승 ② q 고정, p 상승 ③ p 하락, q 더 큰 상승 ④ p 동일, q 상승 ⑤ q 하락, p 더 큰 상승 ⑥ q 고정, p 상승"의 여섯 가지겠지만.
-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2009년 성장률 8.8%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통화량을 팽창시킨 결과 부동산의 재버블화에 성공하고, 그 결과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중국 경제가 2009년에도 8.8%의 고도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에 부동산 버블이 터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반대로 부동산 버블 때문에 8.8%의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GDP에서 고정투자가 40%나 차지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pp413-415)
-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입니다. 중국이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면서 지금까지 공산당 일당지배체제를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 모든 불만을 무마하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높은 경제성장 덕분이었습니다. 경제성장이 무너지면 중국 공산당의 지배체제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체제수호 차원에서 성장률 8%에 매달리는 것입니다."(p415)
- "중국의 통화량이 과도하게 팽창하는 모습을 보면, 중국은 지금 세계인들의 찬탄을 받을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매우 절박한 상태에 놓여 있는 듯 합니다."(p415)
- 이정전, 위의 책 p448.
- "Many people consider inflation a major social problem." - Gregory Mankiw, 위의 책 p140.
- Gregory Mankiw, 위의 책 pp163-164.
- "역사적으로 …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구매력이 약화되어 국민이 빈곤하게 되는 일'은 생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경제원리를 따져보아도 그런 일은 생길 수 없다는 사실을 경제학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 것입니다."(p39)
- 이 질문과 단정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In an economy that uses fiat money, …, the government controls the supply of money"(Gregory Mankiw, 위의 책 p144)란 문장마저를 '틀린 것'이라 하는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 물론, 경제학자들이 완전히 입다물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Heilbroner와 Galbraith, 두 거목들이 쓰신 책,「The Economic Problem」, 9th edition의 19장엔 이 책에 담겨져 있는 내용들이 매우 교과서적으로 기술되어 있지요.
- "'나보다 더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주식이나 아파트 같은 투자대상에 투기바람이 불 때, 현재의 가격이 가치에 비해 너무 높다는 사실은 알겠지만, 더 높은 가격에 사줄 바보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가격에 사서 투자수익을 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이론의 진짜 해석은 따로 있습니다. '내가 그 바보다'가 정답입니다.(pp167-168) ---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자꾸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심어주는 것은 바로 이런 일종의 폭탄 떠넘기기를 유지시키기 위함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 "부동산 중심 성장잔략이라는 것은 … 전국민을 상대로 피라미드 사기판을 벌이는 것과 같습니다. 뒷사람이 앞사람의 부동산을 더 높은 가격에 사주는 동안에만 유지가 가능한 것입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국가주도하에 벌이는 사기판이다 보니 규모가 커서 좀 더 오래가는 것일 뿐, 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나면 붕괴를 피할 수 없다는 피라미드 사기판의 속성은 완전히 동일한 것입니다."(p454)
- "장기적으로 보면 인플레인션율은 은행이자율을 넘어서지 못합니다."(p37) --- (이 주장 자체가 아니라)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저자가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 "조달(채무)과 운용(채권)의 만기가 서로 다른 만기불일치 문제를 흔히 미스매치mis-match라고 부릅니다. … 미스매치가 금융의 본질 … 단기금리가 장기금리에 비해 낮다는 사실 … 예대금리차가 바로 금융업의 수익 기반입니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에 비해 낮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여 장기로 대여하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금융업의 본질상 만기불일치 문제는 항상 존재할 수밖게 없습니다. …… (따라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경우 금융업의 수익성이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 …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기준금리는 올라가게 됩니다. 이에 따라 단기 조달 금리는 쉽게 올라가는 데 반해 장기 계약을 해둔 대출금리는 올릴 수가 없기 때문"(pp133-134)
- "불황은 탐욕을 부려 무리하가 확장한 경제주체들에게 벌을 줍니다. 이를 통해 비효율적으로 배분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왜곡된 자원배분을 바로잡는 것이 불황의 역할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던 작은 붕괴들은 이처럼 왜곡된 자원배분을 바로잡는 역할을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조정을 의도적으로 미루는 시도는 일시적 지연일 뿐 결국 성공하지 못합니다. 왜곡을 시정하지 않고 뒤로 미룸으로써 더 커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p119)" …… "국가가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 공황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선진국이 되고 강대국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는 당연한 것입니다. '원칙'으로 '변칙'을 시정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p124)
- "중국국민들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부동산이 오른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중국경제가 돈을 그냥 계속 찍어내는 것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돈 가치가 계속 떨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는 순간 … 결국 부동산 버블의 붕괴를 맞게 될 것입니다."(p434)
- "2009년 3월 초의 환율폭등(2009년 3월 2일 1,575원)은 예고편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p580)
- "어떤 경우에도 예측을 100% 확신해서 그에 기반하여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떤 전망에 기반해서 행동할 때도 항상 오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행동하는 것이 좋습니다."(p593) …… "예측은 신의 영역일 뿐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p610)
- 야마다 무네키 作, 「백년법 下」중 p132, 애플북스 刊, 2014.
- 상식적인 개인의 단순한 총합(summation) 역시 상식적일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
- 굉장히 친절한 설명을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만, '친절'이란 단어의 또 다른 모습은 예의 '주저리주저리'일 수도 있지요. 지나친 친절로 인해 글이 너무 길어지면, 읽는 이도 어쩔 수 없이 지치게 됩니다. 이 책이 지닌 유일한 단점을 굳이 꼽으라면 이것이 아닐까 싶네요.
- 노명우, 위의 책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