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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이의 있습니다 - 행동주의 투자 시대, 주주와 CEO를 위한 안내서
제프 그램 지음, 이건.오인석.서태준 옮김, 신진오 감수, 임종엽 해제 법률 자문 / 에프엔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법칙'이란 단어는 "모든 사물의 현상과 원인과 결과 사이에 내재하는 보편적·필연적인 불변의 관계"로 정의(define)됩니다. 이 때 보편적, 필연적, 불변이란 세 개의 단어는 '법칙'이 지녀야 할 성질의 범위를 점점 더 좁혀주며, '법칙'의 지배를 받는 현상을 더 강하게 구속하고 있지요. 수학이란 학문이 매력적인 이유가 (더 나아가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통계학을 좋게 보지 않는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라 저는 생각합니다. 보편적이고 필연적이며 불변이기까지 한 '법칙'이란 것이 지배하는 수학의 세계에는 그 '법칙'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없기에, 적어도 그런 점에서는 고민(?)해야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현실의 '사회'를 분석하고 설명해야하는 사회과학은 "예외없는 법칙 없다"란 경구를 결코 부정해내지 못합니다. 사회과학을 더 곤란하게 만드는 점은 그러한 예외들이 단지 '존재한다' 정도의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 너무도 많고, 심지어 점점 더 많아진다라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 책, 「의장! 이의 있습니다」는 (상장)기업과 주식시장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이 책에 담긴 내용들 중 진짜로 집중해 바라보아야 하는 건, 눈으로 보게되는 현상이 아닌,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 '존재의 목적이 무엇인가'와 같은,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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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라는 행위는 당연히 더 큰, 최소한 (+)의 수익(return)을 기대하며 행해지는 행위입니다. 어떤 행위로 인해 100%의 확률로 내 수중에서 100만원의 돈이 사라진다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한다라는 건 '투자'가 아닌 '자선'이겠지요. 그러하기에 A 기업의 주식에 '투자'를 했다라는 건, A라는 기업이 그냥 사랑스러워서라거나 A가 생산하는 제품의 광고모델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닌 --- A라는 회사의 주식을 사고 (보유하고) 파는 일련의 행위로부터 (+)의 수익을 얻으려는 (어쩌면 유일할 수도 있는) 목적 때문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 됩니다.
"인간의 활동에서 목적의 추구는 무한하지만 수단의 양은 그 목적에 의해 제한된다. 하지만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수단의 양에 제한받지 않는다"
- 홍기빈 著,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책세상 刊, 2001.
(+)의 수익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백만 원 뿐일 때, 그 백만 원의 투자가 낳은 천만 원의 투자결과가 '만족'스러울 수는 있겠으나, 결코 1억 원의 투자결과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는 없습니다. 천만 원이 있었더라면, 1억 원의 투자결과, 즉 9천만 원의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었었거늘, 내게 여유자금이 백만 원 밖에 없었다(=유한한 수단의 양)라는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엔 없겠지요. 이제 천만 원으로 불어난 여유자금을 사용해 일억 원의 수익을 바라(願)보며 전의를 다질 뿐입니다.(=목적의 추구는 무한)
이처럼 내게 여유자금이 백만 원뿐이라 하는 사실이 내가 꿈꾸는/바라는 투자수익의 양을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이기는 게 목적인 사람 … 이긴다는 것은 곧 돈을 의미"(p140)라 말하는 칼 아이칸의 말처럼, 우리는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몇 번만 혹은 적당히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 --- '주가가 상승'해야지만 (+)의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나에게,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나타났다라는 사실은 분명 놀랍고도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가 바로, 그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누군가'를 표현하는 단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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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기업의 본질 】
"기업은 높은 비용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품질의 상품이나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상품을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여 이윤을 남기고자 합니다. … 기업의 목적은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입니다."
- 「알기쉬운 경제이야기」 pp74-75, 한국은행 刊, 2013.
어느 경제학 책을 보아도, 기업의 목적 (또는 존재 이유)는 '이윤의 추구'라 쓰여져 있습니다. 이는 개인기업, 비상장법인기업, 상장법인기업 등, 그 범위를 변경하여도 변하지 않습니다. 개인기업이 '이윤의 추구'를 통한 '개인 부(wealth)의 증대'를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비상장법인기업은 (대부분은 오너이자 경영자이기도 한) 한정된 수의 주주를 위한 '이윤의 추구'를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다라면 --- 상장법인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주주들을 위해 투자수익을 창출하는 것"(p15)을 그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를 위해/그 과정에서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자금수탁자로서의 충실의무"(p288)를 이행하여야 한다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렇다면 과연 '주주(shareholder)'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일까요?
'주식 시장에 기업을 상장한다'라는 걸 영어로는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go public'이라고 표현합니다. 또한 '주주(shareholder)'는 '주식을 가지고 직접 또는 간접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으로 정의가 되지요. 이 두 가지를 합해 보면 결국 --- "주식시장은 경영권이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시장"(p31)이란 결론에 별 무리없이 도달하게 됩니다. 비록,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 대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매회전율이 높으며 단기 투자성향(평균주식보유기간 8.6개월)이 높"은, 즉 (기업의 펀더멘탈까지를 고려하는) '경영권 차원'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단기차익만을 노린 (일종의) 투기판이라 폄하한다해도, 그러한 폄훼가 "주식시장은 경영권이 거래되는 시장"이라는 본질까지 저해할 수 있다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비정상적 현상이 보여진다 하여, 그 본질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
"이 책은 주주행동주의를 다룬다. 상장기업 주주들은 이제 관중석에 앉아 구경만 하지 않는다. 대형 상장기업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수동적이어서, 회사의 경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주식을 팔아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는 자신의 주식 가치를 높이려고 회사에 적극적으로 맞선다. 이 책은 주주들이 수동적인 관중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바뀌는 극적인 순간에 집중한다."(p7)
저자는 "주주들이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나오면, 양털이 깎이듯 주주들의 이익도 깎일 것"(p209)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주식 가치 증대'를 목표로 하는 주주행동주의가 등장했던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Shareholder activism refers to the practice of holding managers accountable for the performance of their firms"이란, 다른 각도에서의 시선으로 표현될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주주행동주의'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존재합니다. "기업의 감춰진 비효율성을 발견해 기업의 장기 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주주 권리라는 미사여구와 과장된 모습 뒤에 이기심을 숨겨 둔 사람들"(p13)이란 비난도 있지요. 저자는 이를 "주주행동주의의 핵심 문제를 요약하면, 누가 기업 경영을 더 잘할 수 있느냐다. 즉, '전문경영인과 허울뿐인 이사회가 나은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나은가?"의 문제"(p14)라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 행동주의 헷지펀드 (The Hedge Fund as Activist) 】
Hedge란 단어가 경제학 학부과정에서 등장하는 건 '국제금융론' 과목이 유일하다라 기억합니다. 그 자체의 뜻과 유사하게, 역시나 '위험회피'의 개념으로 사용되지요. 하지만! --- 'Hedge fund'란 용어 속에는 이상하게도 이러한 '위험회피'의 개념이 전혀 들어있질 않다고 합니다.
"Hedge funds don't really hedge : mainly they sell short as well as buy long. … Short selling is always speculation, not investment."
그저, 여러 곳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볼륨을 키운 뒤 그 커다란 덩치로, 별다른 규제로 받지 않으며 (주식)시장을 움직일 뿐이라는 거지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의 볼륨이 크다라거나, 그들이 규제를 적게 받는다거나라는 게 아니라 --- 그들 헷지펀드가 주가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라는 점입니다.
"The ordinary investor can make money in only one way - an up market -
while the larger investor can make it coming or going, up or down."
바로 이 점, '주가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라는 점은 --- 헷지펀드에 대한 현실적·이론적 찬반의 논거를 모두 차치하고, 주식 투자의 목적을 (+)의 투자수익으로 상정하고 있는 일반 주주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결과를 안겨주는 요인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KT&G의 주가는 2007년 이후로도 계속 상승해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는 9만 원대 후반에 이르기도 했다. 결국 KT&G의 주주이익환원 전략은 칼 아이칸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으로도 연결되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측면, 그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칼 아이칸의 행동이 결코 틀리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p171)
약간 극단적으로 말해, 쥐만 잡으면 그 고양이가 검은 색인가 흰 색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흑묘백묘'식의 주장에 대해, 적어도 반기를 들 ('(+)의 투자수익'만이 거래 참가의 유일한 이유인) 주식시장 참가자, 즉 주주는 없다 할 수 있겠기에 --- 애국적 견지 또는 사업적 견지로만 hedge fund activism을 비판/비난하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도 없고, 동의해서도 안 된다라 생각합니다. 헹동주의 헷지펀드와 그들을 추종/환영하는 주주들을 비난하려면, 이러한 곁가지가 아닌, 본질을 보고 그것으로부터 그들에 대한 비판/비난을 시작해야 하겠지요.
【 불편한 진실 】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머튼 밀러Merton Miller는 한 인터뷰에서 재무론의 유용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론은 지혜를 얻는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했다. 즉, 이론이 현실 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 어느 가정이 왜 잘못되었는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지혜로워진다는 뜻이다.(p117)
저자는 "주식을 회사의 일부에 대한 소유권으로 보았으므로, 주식을 이용해 경영진과 이사회에 실적에 대한 책임"(p41)물었던 벤저민 그레이엄을 주주행동주의를 투자전략으로 활용한 최초의 인물로 꼽습니다. 이 세상이,
모두 교과서 속 기술(despcrition)처럼 진행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벤저민 그레이엄의 위와 같은 주장은 교과서적으로 보자면 틀렸다거나 과도한 점을 지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 "기업사냥은 말하자면 투자자 집단이 경영진에 맡겼던 경영권을 회수하는 행위"(p74)라는 또 다른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과격한) 주장에 대해서는, '주식의 소유'가 과연 '경영권의 위임'과 곧바로 연결될 수 있느냐라는 의문을 지워낼 수 없기만 합니다. 제 생각엔 아마도 "주식을 고르는 것 못지않게 주식을 소유하는 데도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데도 … 지난 30~40년간 우리는 주인으로서 잠만 자고 있었다"(p208)란 구절이, '권리의 주장'에 앞서 '의무의 준수'를 먼저 되돌아보는, 주주로서의 자세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행동주의를 주도한 사람들"(p14)"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나는 주주행동주의에 관해서 나는 대체로 인정하지 않는 편"(p14)이라 명확히 밝히고 있는 저자가 이 책 전반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톤은 다분히 '친 주주행동주의'라 저는 느꼈더랬습니다. 왜 그랬던 걸까요? 그런 바로,
미국의 많은 상장기업은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사회는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기관이다. 이사회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이해 관계가 같아지도록 하는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 이사회는 경영진을 선임하고 이들이 회사를 잘 꾸려갈 수 있게 인도해야 하는 동시에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평가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이사회는 회사의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 그 전략이 잘 수행되는지 책임도 져야 한다는 뜻이다.(pp239-240)
이러한 교과서 속 기술과는 너무도 판이한 현실을, '어쩔 수 없는' 또는 '어느 정도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러하기에 "이사회는 원래 주주들을 대변하는 기관"(p26)이란 구절이 사뭇 새삼스럽기까지 한, "이사회는 그 어떤 집단보다 강력하게 기업을 지배한다"(p239)란 문장엔 놀라움까지를 표하게 되는, 2017년의 대한민국 기업 현실을 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라 생각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의 단기성과주의는 기업의 임원진이 장기투자에 무게를 두고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면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경영개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음"이란 (일종의) 공세적 방어는 "기업의 CEO … 들이 주주를 위한다고 떠들어 대는 구호는 가식일 뿐이었다. 그들은 사리사욕이 우선이었다. CEO들은 적대적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회사 자금을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p134)와 같은, 이 책 속에 적지 않게 기술되어 있는 수많은 사례들을 도저히 이겨내지 못합니다. 하물며,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유출"과 같은 국뽕 충만 멘트나, 그 뒤를 잇는 "기업들도 주주들과의 소통 강화, 주주가치 제고 노력 필요함"과 같은 내용 없는 제언으로는,
오늘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소버린과 칼 아이칸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회사를 주주들의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것으로 생각한 기존 경영진 뿐이다.(p362)
란 비판을 견뎌낼 수 없는 것이겠죠지요. 이론이 현실 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론의 폐기가 아닌, 어느 가정이 왜 잘못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겁니다.
"다른 주주들도 이익을 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로빈 후드가 아닙니다. 돈을 버는 것이 즐겁습니다"(p150) --- 칼 아이칸의 말입니다. 그는 자신이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 (+)의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 명확하게 밝힌 것이지요. 그리고 경고합니다.
"주가를 다른 누군가가 대신 올리기 전에 미리 알아서 끌어올려라."(p320)
이 책의 뒷 표지에 쓰여져 있는 "주주 공격에 대응하는 기업의 방어 기법은?"이란 문구에 해당하는 답변은 고작 --- "정상적으로 배당하고, 낭비하는 비용이 없도록 하면 된다. 그리하여 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가 회사의 제 가치를 반영하도록 하면 된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p372) 뿐입니다. 사실! 뭐 더 나올 것도 없겠지요. 공격하는 측에서 미리 공격 지점을 알려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일은 그 공격 지점이 과연 어디인가를 알아내는 것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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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의 목적 또는 존재이유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주주들을 위해 투자수익을 창출하는 것"(p15)이라는 명제는, 시대의 변화가 낳은 일종의 '예외'가 아닌, 상장기업이란 존재의 탄생을 가져온 본질로부터 나오는 당연한 정상(normal)이란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면, 그렇다라면 우리는,
①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수단의 양에 제한받지 않는다"
② "수단의 양은 그 목적에 의해 제한된다."
라는 경제학의 두 전제를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 ①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수단의 양에 제한받지 않는다"를 통해서는, 정상적으로 얻어진 (+)의 수익에 '지나치게 많은'이란 비난을 가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또한 ②"수단의 양은 그 목적에 의해 제한된다"를 통해서는 상장기업의 목적을 반드시 지켜내어야 하는 이사회와 경영진에의 의무를 다시 한 번 상기해보는 기회를 가져야만 하는 겁니다. 그러하기에!
이 책, 「의장! 이의 있습니다」가 상장기업의 CEO에게 요구하는 것이 '어떻게 행동주의 헷지펀드들의 공격을 이겨낼 것인가?"와 같은 부차적인 문제가 아닌, --- 스스로의 '존재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행동주의 헷지펀드의 공격을 받게 되었는가, 그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반성어린 성찰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라... 생각하게 됩니다.
오랫만에, 여러 편의 새로운 참고문헌들을 참조해가며, 또한 새로운 개념들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해가며 읽고 쓴 한 권의 책이었네요. 막연하게나마 --- '칼 아이칸'과 '소버린', 심지어 '엘리엇'에까지 부정적 시선을 버려내지 못하고 있었던 제게, '대체 그 녀석들은 뭐하는 것들일까?'란 호기심에 읽었던 이 책이, '보수'를 향한 '진보'로부터의 공격에 대응하는 논리를 깨치기 위해 '진보'를 공부하다보니 어느새 '진보'의 편으로 발을 옮기게 되었더라,란 경험과도 같이, 공격하는 <그들>이 아닌, 공격을 당할 수 밖에 없도록 기업을 경영해왔던 <우리들>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글로 읽혀졌다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하기에, 주식이란 걸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저도 읽은 이 책을... 주식을 하는 또는 하려는 당신에게 감히 권하여 보고 싶네요
- 네이버 국어사전.
- "사회과학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닐 때 존재 이유가 있다." - 노명우 著, 「세상물정의 사회학」, 사계절 刊, 2013. 의 <머리말> 중.
- 이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란 게 그만큼 복잡해져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즉, 900만 원의 추가 수익.
- 경제원론에서 가르치는 우리의 목적이 '효용극대화'이지, '적정한 효용의 달성'이 아닌 것이듯.
- 이는 소비자의 목적이 '효용의 극대화'로 한정됨과 마찬가지인 구조이지요.
- 우리나라 법인들 중에는 'one-man company'도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 네이버 국어사전.
- "주식의 본질은 의결권이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회사의 경영권이다. 비록 투자자 본인이 사고파는 주식의 회사의 지분 중 아주 적은 분량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의결권 중 일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p359)
- 황재원, <행동주의 투자자의 아시아 공격과 대응방안> pp 7-8, 한국경제연구원. 2017.2.
- "to vote 'with their feet' by selling shares"--- <THe Hedge Fund as Activist> by Robin Greenwood, HBS Working paper, 2007.08.22.
- Robin Greenwood, 위의 논문.
- "주주행동주의와 행동주의 펀드의 성장",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15.2.
- "Something that is a 'hedge against' something unpleasant will protect you from its effects." - Dictionary.com
- "헤지펀드는 <포츈>지의 캐럴 루미스가 A.W. 존스의 롱-쇼트 헤지드(long-short hedged) 투자회사를 묘사하느라 사용했던, 과거의 흔적이 묻어 있는 용어다. 오늘날에는 광범위한 사모 투자 자금을 일컫는 말로 사용한다. 헤지펀드는 운용보수 이외에 펀드 수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보수라는 명목으로 가져간다." (p255)
- "The Problem with Hedge Funds", by Quinn Mills, <HBS Working Knowledge>, Oct, 2003.
- "The(hedge) funds are regulated little and do not report their activities, trades, and balances." - Quinn Mills, 위의 논문.
- 의미의 명확한 전달을 위해 이 표현을 쓰긴 했으나, 이게 소위 일컬어지는 '작전 세력'을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 Quinn Mills, 위의 논문.
- ● 학문적 견지에서의 반대 의견 : "A number of recent academic papers have found that hedge funds generate returns of over 5 percent on announcement of their involvement, suggesting that investors believe these funds will increase the value of firms they target … by putting firms 'in play' as potential merger or acquisition targets." - Robin Greenwood, 위의 논문.
● 애국적/감정적 견지에서의 비난/비판 : "칼 아이칸은 KT&G가 요구사항을 사실상 거의 다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2006.12. 배당금 포함한 약 1,500억 원 상당의 매도차익을 실현하고 10개월 동안 42%의 수익을 챙긴 뒤 철수" - 황재원, 위의 논문.
● 사업적 견지에서의 옹호 : "행동주의 투자 이후 해당 기업의 수익성(ROA 등)이 평균적으로 크게 향상되며, 향상된 수익성은 장기간 지속된다는 실증 연구 결과 … '주주이익의 대변자'로서의 위상 확보 … 미래 사업전략 및 구조조정 방안 등 장기적 기업가치 성장에 필요한 변화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행동주의 투자의 관점 변화" -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위의 논문. - 저자는 '칼 아이칸 식 차익거래'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왜곡된 가격과, 공개매각되었다면 받았을 법한 정상적인 가격 사이의 차리를 노리는 차익거래"(p170)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행동주의 펀드'라는 동일한 경제활동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세 편의 보고서들은 각기 다른 관점과 강조점을 지니고 있더군요. <각주 18>에 인용한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의 문장은 개인의 에세이에서나 용인될 법한, 경제 연구소의 경제 보고서에는 절대 쓰일 수 없는 수준 이하의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애국'을 가장한 '(이기적) 자본주의의 애사'의 변종일 뿐이지요. (이런 비난은 다른 두 연구서의 보고서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뭐, 원래 부설 경제 연구소라는 데가 그런 일 하는 곳이다란 반박엔 두 손 들 수 밖에 없겠지만서도 말이죠.)
- "The bank is an intermediary between the investor and the hedge fund." --- Quinn Mills, 위의 논문.
- 황재원, 위의 논문 p6.
- 사실 이러한 논거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행한/결정한 투자에 대한 최종 책임은 오로지 투자자 자신이 지는 것이므로, 주주행동주의 헷지펀드들의 투자기법(?)이 단기투자방식이라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겁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요구에 대해 떳떳하게 대답해낼 수 있는 확실한 경영실체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요. --- "주주행동주의의 핵심원리는 … 상장기업 자산이 경매 시의 입찰가격보다 싸거나 다른 경영진이 운영할 때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면 차익거래 기회가 존재한다. … 이사회와 경영진은 주주행동주의를 무력화하려면 … 차익거래 기회를 없앨 만큼 충분히 성과를 개선해야 한다."(p340)
- 황재원, 위의 논문 p21.
- 황재원, 위의 논문 p22.
- pp239-247에 걸친 '이사회의 역할과 현실적 한계'에 대한 설명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