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을 다루고 있는 책(을 제가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치고는, 나름 위트있는 제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슈렉2>에 등장했던 '장화신은 고양이'를 떠올리게 하는 (국내 판본) 표지의 사진 또한 이런 내용의 책에선 흔히 볼 수 없을 것 같은 귀여움을 갖고 있기도 하네요. 암튼! --- 저자가 설명하는 제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싸움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개(회사)끼리 서로 영역을 지배하려고(시장점유율을 차지하려고) 긁고 할퀴면서 싸운다. 그런데 대부분 비슷한 전략(상품과 서비스)을 가지고 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 용어로 말하자면, 이러한 상황은 보통 저성장, 적은 이익, 치열한 경쟁이라는 속성을 가진, 일용품화된 성숙한 시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는 어떤 개(기업)도 무리에서 효과적으로 벗어나기가 어렵다.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개싸움판에서도 강한 플레이어가 일시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영역을 확보하려는 전투가 지속되면 보통 모든 전투원이 큰 타격을 받고, 새로운 전투에 참전하려는 잠재적 적군은 끊임없는 위협으로 남는다. 고양이는 완전히 종이 다른 동물이다. 이 고독하고 영리한 사냥꾼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게임의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재정의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승자가 없는 싸움판의 개들과는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민첩하고 혁신적이어서, 고양이가 먹이(개)를 찾는 전략을 개는 쉽게 따라하지 못한다. (pp12~13)
개와 고양이에 대한 위와 성격 묘사를 통해, 저자는 "(1)장기적으로 수익성 있게 성장하고 유지하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가? (2)기업은 어떻게 해야 이를 달성할 수 있는가?"(p11)라는, 경영자가 당면하게 되는 두 가지의 기본 문제에 대한 해답을 함께 고민해보고, 그 해결의 일말을 제시해보겠다라 이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첨예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에 개와 고양이의 character를 가져와 책의 제목을 삼은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겠으나, 사실 책의 내용과는 딱히 연관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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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산업별로, 또한 각 시대별로 기업의 최적 전략은 각기 다른 양태가 될 수 밖에 없겠습니다만, 그러한 차이를 뛰어넘는, 일종의 '외적 타당성'을 지닌 핵심적 내용으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이른바) '성공의 열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혁신적이고 의미 있게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기업은 적절한 가격에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경쟁자가 흉내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사업 경험을 만든다. 이러한 성과가 바로 장기적으로 수익성 있는 성장의 필수 원동력이다. (pp13~14)
사뭇 허무하다랄 수도 있겠는, 뭐 대단히 새롭거나 깨닫기 어려운 제안은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 뻔해 보이는 전략을 실행하지 못하는, 그리하여 ---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란 이루기 어려운 모험으로 판명이 났다"(p409)와 같은 단언이 가능한 것일까요?
"원가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작업자별, 라인별로 소모되는 비용 등을 끝까지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 '5월 9일, 이 상품의 작업에는 장갑 8개, 수건 13개를 사용했다'라 기록했을 때 비로소 상품별 원가를 계산할 수 있다. 어느 상품의 작업에 사용했는지 일일이 기록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이것을 습관화하지 않으면 상품별 원가를 계산할 수 없다. 도요타 공장의 원가 관리는 반드시 '상품별, 부품별, 조별'로, 무엇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일일이 기록하고 분류하고 있다."
- 호리키리 도시오,「도요타의 원가」pp52~54, 한국경제신문, 2017.
위와 같은 원가 관리가 교과서적이고 옳은 것이라는 건 누구나 다 동의하는 사실이겠으나, 이를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느냐, 그러한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 또한 별개의 차원이라는 것에도 또한 누구나 다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 레오나드 셔먼 교수 역시, 자신이 제시하고 있는 '성공의 열쇠'란 해결책의 내용을, 기업은 (개략적이든 상세하게든) 알고는 있다고, 그러나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기에, --- 그래서 이 책을 썼다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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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망하고 기업도 망하는데, 절대로 망할 것 같지 않은 집단이 있다. 종교집단이다. … 기업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는데, 왜 종교는 망하지 않는 것일까?"
- 김상근, "불멸의 조직 만드는 5가지 비법, 수천 년 지속된 종교에서 배우다", DBR, July 2016, No.205.
종교의 강한 생명력에서 기업 경영에의 insight를 얻어보자는 내용의, 너무도 흥미롭게 읽었던 article이었습니다. 위 글에서 저자는 종교의 끈질긴(?) 생명력을 가능케 하는 요인을 다음의 다섯 가지를 꼽고 있지요. 이 중 특히 1번과 3번은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와 너무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1. 종교는 '궁극적인 관심(ultimate concern)'을 추구한다.
2. 종교는 강력한 소속감을 제공한다.
3. 종교는 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개혁된다.
4. 종교는 지역문화에 반드시 토착화된다.
5. 종교는 이타적 삶을 추구하게 만든다.
【 궁극적인 관심 】
"종교는 궁극적인 관심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망하지 않았다. 종교는 … 신봉자들에게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 것을 요구한다. 세속의 가치를 버리고 성스러운 가치를 추구하란 것이다."
- 김상근, 위 article
김상근 교수가 말하는 '세속의 가치'를 현대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보자면 '주주가치 극대화(Maximizing Shareholder Value, MSV)'와 가장 유사한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 레오나드 셔먼 교수는 "주주가치 창출이 효과적인 비즈니스 전략의 결과가 되야지 원동력이 되어서는 안된다"(p121)라는 표현으로, 단기적 재무 성과에 좌우되는 경영 행태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 (3장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는 왜 사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피터 드러커가 내린 다음의 정의(definition)를 소개하고 있지요.
비즈니스의 목적에는 단 하나의 유효한 정의만 존재한다. 그것은 수익성 있게, 만족하는 고객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p119)
종교가 추구하고 있는 '궁극적인 가치'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곧 "고객중심적 기업의 목적"(p119)인 것이며, 그러한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전 직원이 공유하여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수익성 있는 성장의 첫 걸음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장기간 수익성 있는 성장이라는 최상의 실적을 쌓은 기업은 고객 중심의 핵심 사명에 따라 효과적인 전략을 이행함으로써 고객, 직원, 납품업체, 주주, 그리고 사업이 운영되는 영역 내의 더 넓은 공동체 등 모든 이해당사자의 가치를 창출해 이러한 결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므로 적절한 기업 사명은 비즈니스의 성배를 얻는 합리적인 출발점이다. (pp414~415)
【 지속적, 무엇보다 올바른 혁신 】
지난 40년 동안 비즈니스 전략 사고가 진화한 것에서 배울 첫 번째 전략 방향은 지속적 혁신을 끈질기게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p36)
역시나, 별 새로울 것 없는 명제인 듯 보입니다. 뭐, 경영학이란 학문의 구성이 본래 그러하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옛 경구나 '변하지 않은 단 한가지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것'과 같은 (출처는 알 수 없는) 멋진 말은 예의, 요즈음의 경영학계에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합니다.
정교한 분석으로 경영을 효율화하는 만고불변의 보편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경영진이 받아들여야 하는 만고불변의 진실은, 변화하는 환경을 예측하고 대응하려면 자신의 비즈니스 전략을 끊임없이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비즈니스 전략은 태생적으로 동적일 수밖에 없다. (p28)
이처럼 '지속적 혁신'의 필요성은 굳이 별도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만큼 자명하고 쉽사리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 "크고 오래된 건물이 불안정한 기반에서 흔들리고 있을 때 꼭대기층만 계속해서 수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건물을 철거하고 새롭고 단단한 기반 위에 다시 짓는 편이 낫다"(p195)와 같은, 그 누구나 같은 선택지를 고를 것만 같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기업들이 건물의 철거 대신 꼭대기층만을 수리하는 '잘못된 혁신'을 추구한다라는 저자의 지적은, 사뭇 너무도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실행하지 못/않고 있는 기업의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블록버스터와 시어스, 코닥, 노키아, 보더스와 같은 기업은 확실히 업계를 위협할 파괴적인 기술을 알고 있었으며 비즈니스를 재위치할 원천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업은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가 결국 심각한 추락이나 파산에 이르게 됐다. … 이 기업은 모두 하락세를 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제품을 개선하는 일에 투자하고, 비용과 가격을 절감하고, 기존 제품을 마케팅하는 등 사업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경영했다. 이는 하락세를 타는 비즈니스 리더의 일반적인 대응이다. 그들의 최우선 과제는 시장에서 가치 창조의 기초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 아니라 위협받고 있는 조직을 지키는 작업이 되곤 한다. (pp178~179)
그러니까 --- 쇠락해가는 기업의 경영자가, 기업의 쇠락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 그들 나름대로도 그 쇠락을 막아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었다는 겁니다. 단지 그들의 노력이 끝내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것은 간단히 말해, '헛힘'을 썼기 때문일 뿐.
(과거와 현재의 연구 결과들을 아울러 종합하여) 저자가 제시하는 '올바른 노력'에 대한 가장 적절하고 간결한 설명은 다음의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혁신적 기업이 니즈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기회를 포착한 이유는 제품 카테고리에 만연한 고정관념과 산업의 관행을 재구성하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소구점(appealing point)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p39)
뭔가 안되는, 될 가능성이 없는 일에 매달려 헛힘을 쓰는 것이 아닌, --- 새로운 수익 가능성을 찾는 노력을 하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라야 '지속적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라는 것이죠. 이러한 고정관념의 타파와 새로운 소구점의 창출을 통한 '의미 있는 차별화' 성공의 예로, 저자는 스와치(SWATCH) 브랜드를 들고 있습니다.
전략의 중심에 의미 있는 차별화를 두어야 한다는 말은 낯선 길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 스와치는 단지 저가 시장에서 경쟁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바라보는 제품의 인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 스와치 제품은 시계라기보다 패션 악세서리로 범위를 넓히며 다시금 자리를 잡았다. (pp204~205)
한편, 책 속에는 이같은 '차별화'가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의 관점과는 약간 다른 듯 한,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관점에서도 또한 같은 내용의 주장을, 허나 얼핏 정반대로 보일 수 있을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듯한 article도 있더군요. 경영학, 접해볼 수록 참 흥미로운 분야라는...
"경쟁 제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해야만 효과적이고, 같은 장점을 강조하면 손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만약 어떤 기업도 어떤 속성에서 명백한 이점을 갖고 있지 않다면, 두 회사 모두 같은 특성을 강조하는 것에서 균형점이 형성된다."
- Yi Zhu, Anthony Dukes, "When it's smart to copy your competitor's brand promise", HBR.K, Jun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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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혁신적이고 의미 있게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적합한 가격에 만족한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반면, 경쟁사에게는 제품 및 실행 방식을 따라 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것이 바로 장기간 수익성 있게 성장하는 핵심 동력이다. (p421)
432페이지에 달하는 본문에서 내내, 저자가 강조하고 또 반복해서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다음의 그림 한 장 속에 모두 담겨져 있지요.
이렇게 그림만 보아서는 예의 당연한 말들의 나열같으나, 이 책 모두를 읽고나면 이러한 전략 수립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왜 수많은 기업들이 이 당연해 보이는 전략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 1장부터 12장까지 다 읽고, 다시 1장과 12장으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기존의 경영학 이론들을 정리해 놓은 이 책을, 또 다시 정리해 놓은 1장과 12장을 재독하노라면, 쭈욱 읽어왔던 본문의 내용들이 모두 다, 또한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그렇게,
기업 경영에, 경영학이라는 학문적 성과로부터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정말로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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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월 부락'에서 태어나서 하얀 달만 보면 고향을 생각하는 도시 사람. 동생은 빈티 난다고 하는 빈티지 패션을 좋아함. 미각은 없지만 먹는 걸 좋아함. 순박해 보이는 외모와 풀린 눈으로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능력이 있음. 그림 그리는 것으로 좋아해서 종종 그리는데 문제는 '나'밖에 못 그림. 분명한 건 마감 있는 일을 했을 때 그나마 가장 생산성이 높은 사람"
책의 겉표지 안쪽에 있는, 옮긴이에 대한 소개글입니다. 추측컨데, 옮긴이 스스로가 쓴 자기 소개의 글이 아닐까 싶지요. 쓰기를 누가 썼느냐는 그렇다 칩시다. 도대체 이 소개의 글이, 16,800원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이 책을 사서 읽는 사람에게 어떠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요? 개인 강수혜씨에 대해 관심이 있어 이 책을 구입하고 읽는 독자가 과연 있기나 할까요?
옮긴이의 소개글부터 엇나간 이 책은 예의, 번역 또한 수준 이하입니다. ---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Model'은 그냥 '5 Forces 모델' 혹은 '다섯 가지 요인'정도로 번역/소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처럼 몇 권 되지도 않는 경영학 개론서를 읽어 본 사람도 알고 있는 이 '용어'를 저자는 자신만만하게 "다섯 가지 세력 이론"(p8)으로 번역해 놓으셨더군요. Amazon CEO인 Jeffrey Preston Bezos의 번역 또한 제프 '벤조스'와 제프 '베조스'를 섞어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어 문장에의 이해가 갸웃한 부분은 더할 나위 없이 많지요. 게다가,
옮긴이만 이런 것이 아니라 편집부의 실수 또한 그냥 넘어가기에는 꽤 심각합니다. 우선 목차에서부터 '7장' 대신 '1장'이라 표기되어 있는 건 걍 귀여운 수준이라 여긴다 하여도 --- p18에 있는 BCG matrix와 p34 그림에 있는 세로축의 '높음/낮음'이 모두 반대로 표기되어 있는 것 등은, '이론 theory'을 소개하는 책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독자에 대한 심각한 결례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좋게좋게 생각해서 --- 대충대충 읽지 말고 스스로 해석하고 고민하여 읽어가라,라는 의미의, 출판사에거 고의로 파놓은 함정이라 여기게 될만큼, 암튼 이 책, 상당히 괜찮은 책이긴 합니다.
※ 읽어본, 기업 경영과 관련된 책들
-「도요타의 원가」
-「일본전산 이야기」
-「디테일의 힘」·「디테일의 힘 2」
-「이익의 90%는 가격 결정이 좌우한다」
-「승리하는 기업」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