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애정으로 자라지 규칙으로 자라지 않으며, 금기에 의해 도덕성이 육성되지 않는다라는 것, 커갈수록 자율성을 더 주어야지 통제가 더 커져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아들이 내 아들이지, 부모의 마음 속에 있는 착하디 착하고 순종적인 수도원의 수련생이 내 아들은 아니라는 것을 중학생의 부모는 반드시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라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2015년 3월, 종원군이 중학생이 되던 때에 읽었던「중2병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고 쓴 감상문의 일부입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참 많이 배우고 깨닫게 되었었던, 그런 독서였었었네요"란 구절로 그 감상문을 마무리 지었었건만, --- 그로부터 4년 여가 지난 지금, 과연 그 때의 배움과 깨달음을 정녕 얼마나 현실에서 행하여 왔던가, 참담하도록 창피한 마음만 남아 있군요. 그런 의미에서,
본 감상문은,
이전에 썼었던 내용의,
허나 그것들을 잊지 않고자 하는,
일종의 자기 다짐의 의미로다가 써보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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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를 지금이라도 낳게 된다면, 첫째 종원군을 고딩 2년생이 될 때까지 키워오면서 켜켜이 쌓아놓았던 후회와 아쉬움들을 전부 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 없애가며 양육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 상상을 아주 가끔, 여전히 해보곤 합니다. 이 때의 '아쉬움'이란 건 아마도,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짧았기에 '좋은 시절'일 수 있는 것이다."
- 오기와라 히로시,「네 번째 빙하기」p33, 좋은생각, 2009.
너무도 귀여웠던, 하지만 되돌아 보면 '너무나 짧았었다'라고 밖에는 기억되지 않는 그 시절의 모습과 행동들에 대한 그리움, 내 아이에게 부모라는 존재만이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의 전부 이었던, 역시나 되돌아 보니 짧기만 했던 것 같은 시간들에 대한 일종의 상실감 등 --- 예의, 종원군도 겪고 있으며 부모의 한 사람인 저도 겪고 있는, 고등학생임과 고등학생의 부모임이 안겨 주는, 참 지겹고 안쓰러운 현재의 시간들에 비하였을 때 '짧았었노라' 느껴지는 과거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 쯤이 되겠지요. 한편!!!
지금의 내 아이를 보며 부모가 갖게 되는 '후회'라는 건, 어쩌면...
"부모님들 모두 도덕적으로 훌륭한 분들이고 그래서 자녀에게도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늘 잔소리가 많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잘못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그러다보니 거짓말이 늘었습니다. 혼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자라다가 크면서는 아예 대들게 됩니다."
- 김현수,「중2병의 비밀」p7, Denstory, 2015.
뭐랄까, 이미 확정된 완성품을 머리 속에 그려 놓고 분재를 가꾸는 이의 소망, 그러나 그 소망대로 자라나주지 않은 작은 나무 한 그루의 외양을 보며 속상해하고, 그러면서 과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그러다가 끝내 그 분재를 (애꿎게도) 분노의 대상으로 삼아 버리는 과정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버티는 예절을 몰랐다. … 밥을 먹을 때는 몸을 뒤틀며 들썩거렸고, 또 입에 음식을 물고 말했다. 재채기를 하고, 쩝쩝거리고, 트림을 하고, 또 코도 팠다. "버티, 손수건을 써야지!", "식탁에 팔꿈치 괴지 마!" (1권, p41)
왜! --- 밥을 먹을 때는 몸을 뒤틀고 들썩거리면 안 되는 것인지, 왜 입에 음식을 물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인지, 재채기와 트림은 그저 생리작용일 뿐인 건데, 콧구멍이 간지러워 코를 판 것 뿐인데, 도대체 왜, 이러한 행동들을 하는 것이 '예절을 몰랐다'라고 표현되어야 하는 건지에 대해 제기될 수도 있는 아이의 질문에, 솔직히 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천천히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때의 '예절'이란 건 어른들이 만든, 그러하기에 어쩌면 그것이 예절이다,라 생각하고 있는 어른들 사이에서만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는 것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천천히 읽으면서 가져보게 된 생각이기도 하구요. 이를 테면,
(이것이 장점과 단점의 의미로 이해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겠지만) 식당에서 2~3살 쯤 되는 아이가 음식을 먹을 때 거의 필연적으로 옷에 흘리게 되는 현상에 대해, 그렇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자유를 아이에게 준 후, 옷을 통째로 갈아 입히는 부모가 있는 반면, (저희 부부를 비롯한, 제가 보아 온) 대부분의 부모들은 밥 한 톨이라도 아이 옷에 묻을까 전전긍긍해하며 아이의 자유를 구속하곤 하지요. 이에 대해 저는, --- 아이에게 그 자체로 자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가의 여부, 좀 심하게 표현해 보자면, 특정 상대, 심지어는 불특정 다수들에게조차 내 아이를 하나의 '보기 좋은' 상품으로 선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의 유무 차이로부터 비롯된 결과가 아닐까 이해하게 됩니다.
"버티, 그만 좀 해! … 그렇게 긁적이는 거 말이야. 개보다도 심하잖아",
"어쩔 수 없어요. 가려우니까요." (2권, pp7~8)
……
버티는 분명히 다 이야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어른들이 그렇듯이 아빠도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2권, p37)
자신의 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의 의사도 채 듣지 않는 부모가, 자신의 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줄 것이라 간주하기는 쉽지 않겠죠.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
- 이꽃님,「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pp146~147, 문학동네, 2018.
이 구절을 읽고 느끼는 감정이라는 건, 내가 그렇게 이해받지 못했었음에 대한 불만이 아닌, 내가 그러하지 못했었음에 대한 반성이 되어야 할 꺼다,라는 점엔 대부분 동의하게 되면서도 실제로는, 내 가족의 다른 일원에게 나에게도 좀 이렇게 대해주라고~란 외양이 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버티는 어릴 때부터 쓰레기 청소부가 되기로 마음먹어 왔다. 주황색 웃웃을 입고, 커다란 장갑을 끼고, 무시무시한 용처럼 킁킁거리는 트럭을 운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버티는 더럽고 냄새나고 끈적거리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일하고 싶었다. 버티는 쓰레기가 좋았다. 버티의 침대 밑에도 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온갖 끈, 사탕 막대, 고무줄, 사탕 포장지 등등 … 버티는 사람들이 이런 놀라운 것들을 쓰레기로 휙휙 버리는 것이 이상했다. (1권, p74)
물론! --- 이같은 버티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부모라면 도와주어야 한다라 말하는 건 아닙니다. 버티의 꿈이란 게, 자라가면서 변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제 스스로 "더럽고 냄새나고 끈적거리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일하"는 것의 애로점 등을 알게 되어 그 직업에 대한 판단을 바꿀 수도 있겠죠.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쩌면 그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정을 이해하려고 연습하는 시간일지도 …
- 이꽃님, 위의 책 p186.
내 아이보다는 당연히 나이를 훨씬 더 많이 먹은 부모이기에, 그 아이를 이 세상으로 불러낸 생물학적 작용을 결심한 것도 바로 그 부모이기에 --- 버티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이상함을 부모는 이해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온갖 끈, 사탕 막대, 고무졸, 사탕 포장지 등등'을 쓰레기로 생각하는지 설명, 혹은 아이 스스로 깨닫게 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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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이 책을, 6~8세 아동을 위한 책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일견 --- 부모로서 자식이 생각하는 '좋은 것'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그리고 그 마음가짐을 대체 왜 가져야 하는지를 부모 스스로 깨닫도록 권면하고 있는 책으로 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둘째를 낳아 첫째를 키울 때의 '후회와 아쉬움'들을 만회하고픈,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러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한 저같은 부모 뿐만 아니라, 어쩌면! --- 바로 지금, 그와 같은 '후회와 아쉬움'들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가장 적합할, 단지 아이에게 읽어주고 선물해 주는 책이 아닌, 일종의 양육 지침서로 이 책을 권해보고 싶습니다.
"자녀는 이해하는 것이 단지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하는 고달픈 과정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자녀를 이해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고, 나의 '부모됨'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고 요즘 시대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와 세대의 차이에서 오는 변화를 이해하기도 하는 종합 이해 세트입니다. 우리를 성숙하게 만드는 과정이지요."
- 김현수, 위의 책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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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해주고, 사랑만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날,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가족 안의 그 누군가와도 언젠간 헤어지는 날이란 게 반드시 오게 마련이니까 말이죠...
"우리는 아버지를 보고,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어린 동생과 장난을 치지만, 언젠가 그런 일들을 하는 마지막 순간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히 모든 일에는 마지막 순간들이 있다."
- 조너선 트로퍼,「당신 없는 일주일」p215, 은행나무, 2012.
※ 부모 지침서라 말해도 될만한 책 한 권 :「중2병의 비밀」
※ 가족이란...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당신 없는 일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