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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맞이 한다는 것은 정해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죽음'을 입에 올리기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 죽음에 관해 수다를 떠는(?) 작가가 있다.
책의 제목도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이란다.
내 옆에서 힐끗대던 초등 3학년 아들 녀석이 이 책을 집어 들고 말한다.
"이거 재미있겠는걸요~"
헐~~~ 아무리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대도 '죽음' 에 대한 담론은 유쾌할 수 없단다 얘야~~~
나는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반스가 수다를 떨었다고 생각한다. 무려 400페이지에 걸쳐서.
20대에는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에서 60대가 되어 '보이지 않으면 믿지도 않는다' 는 불가지론자로 변한 줄리언 반스는
이 책에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즉,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 등 가족들과
쥘 르나르, 쇼스타코비치, 몽테뉴, 플로베르, 스탕달 등
유명인들의 이야기들을 한데 끌어와 죽음에 대한 사유의 내용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는다.
그가 경험하고 관찰했던 가장 가까운 사례인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선 그는 다소 냉소적인 듯 해보인다.
교장까지 지냈던 아버지, 노동당 출신의 자기 중심적이며 당당했던 어머니였건만 죽음 앞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다소 째째하고 뭔가 뒤틀렸다.
또 반스는 유명 작가, 작곡가 등의 죽음에 대한 그들만의 생각을 담은 문장들을 되뇌인다.
쥘 르나르의 "죽음과 마주할 때 우리는 어느 때보다 책에 의지하게 된다."
몽테뉴의 "죽음에 반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놓지 않는 것"
그의 죽음에 대한 사유는 예술, 기독교, 그리고 과학의
분야까지 이른다. 그리고 끝내는 작가로서의 절멸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에까지 이른다.
처음 줄리언 반스를 접하게 된 것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는 작품을 통해서였고, 그 작품을 통해 줄리언 반스의 지적임과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특유의 말유희, 문체 등에 강렬함을 느꼈었다. 다소 어렵다는 느낌도 들었다.
<죽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에서도 역시 그의 지적이면서 조금 어려운 듯한 문장들을 여러차례, 꽤 자주 (물론 이건 나의 경우이다) 만났고, 주저리 늘어 놓은 그의 사변에는 분야의 경계를 허물며 날카로운 유머와 말의 유희를 맛 볼 수 있었다.
어찌하였던 , 그 역시 인간의 영원한 숙제와도 같은 죽음과 그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며, 그리하여 '죽음' 이라는 다소 어둡고 무거울 듯한 주제를 자신의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여러 방면으로 확장하여 사유하였다는 점에서는 죽음에 대한 어느 에세이와는 다르게 분별되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