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 <오베라는 남자> 에 대해 꼭 한 번은 떠올리게 된다.
무뚝뚝하며 냉혈한 같아 보이던 오베가 실은 그야말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서 밀려온 그 감동을.

이번의 신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역시 별안 캐릭터의 할먼니와 손녀를 통해 또 한번의 감동을 선사한다.

7살이지만 나이답지 않게 되바라지고 날카로운 말 한마디에 여러 사람 뒷목 잡게 하는 손녀 엘사.
그런 손녀에게 늘 수퍼 히어로인 별난 할머니.
그리고 일중독인 엘사의 엄마.


주인공인 일곱 살 엘사는 나이에 비해 되바라지고 성숙한데다 학교에선 왕따다. 그러니 친구도 없다.
그런 엘사에게 단짝이 있다면 엘사의 할머니이다. 어떤 면에서는 신세대 할머니? 는 조금 아니 많이 독특한 캐릭터다. 볼일을 볼 땐 화장실 문을 열어놓질 않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수시로 하고, 엘사의 학교 교장에게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 집을 방문해 전도하는 종교인들에게는 페인트 총을 쏘아대는 등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희한한 할머니다. 그렇지만 할머니의 엘사에 대한 사랑은 인정할 만 하다.

그런 할머니가 어느 날 죽음을 앞두고 엘사에게 마지막 안부의 편지를 전하게 되는데...

"저기요, 초면에 실례인데요.
우리 할머니가 미안하다면서 안부 전해달라고 했어요"

할머니의 편지 배달이라는 임무를 맡은 엘사. 이제부터 동화처럼 신기한 일들과 엄청난 모험이 펼쳐질 거라고...

사실 소설의 중반부까지는 큰 흥미 요소나 스토리의 재미가 크지 않았다.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 후반에 이르러서야 무릎을 치게 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라는 어느 드라마 제목이 딱 맞는 것 같다.

'엄마' 라는 말 한마디에도 코 끝이 찡해지는 나는
여기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손녀의 여자 삼대가 풀어내는 오해와 서운함과 미안함을 담은 이 이야기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작가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유쾌 발랄한 이야기로 웃음을 끌어내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동화같은 이야기, 또 끝에는 기어코 감동의 눈물을 끌어내는 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으니.

뭉툭해진 연필을 꼭 쥐고 한 자 한 자 힘주어 편지를 써내려가는 엘사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내 할머니, 또 가끔은 서운함이 들었던 내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소중한 사람에게 "미안하다" 는 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아름다운 소설.
'할미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