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4 - 1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4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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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부의 마지막 권이다. 네 권에 걸친 10년 간의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과 그 소작민들의 이야기는 이제 4권을 끝으로 '간도' 로 그 무대가 옮겨지게 된다.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그 땅을 떠나 새로운 정세에 접어든 시기에 새롭게 출발해야하는 그들에게는 또 어떠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1부 4권의 주된 사건은 인물을 중심으로 몇가지 추려본다.

•을사조약 체결
•김훈장 의병의 길로 들어섬
•조준구 최참판댁 재산차지, 친일함.
•수동(서희의 심복?) 의 죽음
•삼수- 조준구 밑에서 힘을 가지나 결국 죽게됨.
•윤보 - 마을에서 의병대 조직하나 결국 죽음.
•용이, 월선, 서희, 길상 등 간도로 떠남.
•길상을 마음에 품고 있던 봉순은 간도로 떠나지 않음.


4권에서는 큰 역사적 사건이 배경에 있다. 을사조약의 체결이 그것이다.

평사리 동네에서 마을의 어른이자 지식인에 속하는 김훈장은 이미 아내와 아들을 잃은터라 자신의 대를 잇고 선현봉사할 수 있는 양자를 구해 장가를 보내게 된다. 이제 자신의 임무는 다했다 하던차에 을사조약이 일어나게 되고 , 자신의 형편없는 처지와는 달리 곧게 지키고 있던 그 선비 정신으로 분개하며 홀연히 일어나 의병이 된다.

" 부끄럽소! 부끄럽소! 참으로 부끄럽소이다. 나라 없는데 내 영화가 어디 있으며 가문이 무슨 소용이오. 밤 사이에 나라 넘겨주고 백성들 앞에 양반 놈들. 무슨 염치로 낯짝 쳐들고 다니겠소. 내 말이 그르오?" - 190쪽


윤씨 부인이 죽고 최참판댁에 눌러 앉은 조준구는 이제
최참판댁의 재산을 다 차지하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마을 소작인들에게도 인심을 잃는다. 거기에 친일파로 일본 세력까지 업게 되고... 자신의 곱추 아들 병수와 서희를 혼인시킬 계략까지 생각하고 있다.

뭐가 뛰니까 뭐도 뛴다고, 조준구 밑에서 그의 자잘한 일들을 처리해주며 힘을 키워나가던 최참판댁 종인 삼수는 동네에서 힘을 과시하고 젊은 처녀의 순결을 빼앗는 듯 나쁜 짓을 일삼기도 한다. 그러나 조준구가 서울서 데려온 하인들에게 밀리게 된다.

후에 마을에서 의병이 일어나서 최참판댁을 뒤집고 조준구를 찾을 때 조준구가 발각되지 않도록 했으나 결국 조준구에게 배신당하고 죽게 된다.

조준구를 등에 업고 자신이 권력을 쥔듯 마을을 들쑤시고 다닐 때는 정말이지 너무나 얄미웠는데 결국에는 조준구에게서 죽임을 당하다니... 허무하다.

이외에 조준구가 최참판댁을 삼키려고 하는 것에 끝까지 대적하며 서희를 지켜왔던 수동의 죽음과 또 마을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옳은 소리하며 신념을 굽히지 않아 의병을 일으켰던 목수 윤보의 죽음은 그 안타까움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자신에게 충성을 다했던 수동이 죽었음에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서희. 오히려 그녀가 내뱉는 말은 소름이 오싹하다.

" 모조리 잡아가라지. 하지만 나는 안될걸. 우리집은 망하지 않아. 여긴 최씨. 최참판댁이야! 홍가 것도 조가 것도 아냐! 아니란 말이야! 만의 일이라도 그리 된다면 봉순아? 땅이든 집이든 다 물속에 처넣어버릴 테야. 알겠니?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내 원한으로 불살라서 죽여버릴테야.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찢어죽이고 말리어 죽일테야. 내가 받은 수모를 하난들 잊을 줄 아느냐?"
- 152쪽


이렇게 독기가 잔뜩 오른 서희가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자신을 버리고 집안의 종과 도망가버린 어머니, 평소에도 살갑지 않았으나 비명횡사한 아버지 최치수에, 유일하게 그녀에게 버팀목이었을 할머니 윤씨 부인까지 모두 죽고, 이제는 조준구로 부터 자신의 집안과 자신을 지켜나가야 하니 어린 나이에 무섭기도 하고 또 그만큼 더 독하게 이를 악물어야 했을테니까 말이다.

이제 옆에서 늘 언니처럼 그녀를 보살펴주던 봉순이도 없이 평사리를 떠나 간도로 가게 된 서희는 앞으로 어찌될지 무척이나 염려가 된다.

봉순이의 마음속엔 길상이가 있었다. 그러나 길상이는 그런 봉순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곁을 내주지 않는다. 길상이의 마음에 서희가 있는걸 알게 된 봉순이는 결국간도로 가는 길에서 합류하지 않고 남게 되는데...
아... 각각 다른 땅에서 이들의 운명은 어찌 될지...


을사조약으로 나라의 주권은 뺏기고, 그들의 삶의
터전인 토지 또한 뺏기고, 나라 잃은 설움으로 생소한 땅 간도로 쫓기듯 도망쳐 간 이들의 앞으로의 삶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 새롭게 제2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층 더 성숙해지고 독해질 서희의 모습과 함께 간 이들의 삶을 또 바쁘게 숨가쁘게 쫓아 가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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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3 - 1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3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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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부 3권을 읽고 리뷰를 쓰는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
2권에서 악행의 음모로 인해 죽어 나간 사람들도 그러했지만 3권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병에, 굶주림에 그 생을 달리했기에 마음이 착잡하다.


3권의 주요사건 몇가지를 추린다면

•강포수의 귀녀를 향한 순정, 귀녀의 죽음
•죽음 함안댁의 차남 한복이가 돌아옴.
•야반도주한 임이네 돌아옴.
•마을에 호열자(콜레라)가 돌아 많은 이들이 죽음.
( 윤씨부인, 봉순네,김서방, 강청댁...)
•조준구가 최참판댁에 눌러 앉음.
•임이네가 용이 아이를 가짐.
•월선이와 용이의 재회
•극심한 흉년


2권에서 평산과 함께 음모를 꾸미고 최치수를 죽게 한 죄로 갇힌 귀녀는 결국 아이를 낳고 죽게 되고, 그 아이를 강포수가 데려간다. 단 한번의 정을 통하였는데 그 마음이 커져 귀녀의 옥바라지를 하고 애정을 쏟는 강포수의 순정과 결국 죽기전 마지막에서야 그마음을 알아주고 받아 주는 귀녀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평산과 함안댁이 죽은 후 고아가 된 거복이와 한복이는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친척집으로 가게 되지만 한복이는 가족이 함께 살던 평사리 집을 잊지 못하고 먼길로 거지꼴을 하고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의 정으로 간간히 마을에서 며칠 밤씩 묵으며 오간다. 처음에는 동네 또래 아이들조차 살인자의 자식이라며 매를 때리고 욕을 하나 차츰 누그러진다.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그 낙인이 참으로 가혹하다. 평사리 집으로 다시 돌아와 논밭을 일구며 어머니 함안댁의 묘를 지키며 살아갈 것이라는 한복이의 열망이 이루어지길 나 역시마음 속으로 바래본다.


아... 이를 어쩐다... 평사리에 전염병이 돈다. 김서방부터 시작하여 강청댁, 봉순네, 그리고 기어코는 윤씨부인까지 병으로 죽게 된다. 이제 병은 평사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발병한 모양이다.

1,2,3권을 이끌던 이들의 맥없는 죽음에 나역시 충격이었다. 더욱 놀라웠던건 작가는 윤씨부인의 죽음을 단한 문장으로 처리하였다는 것이다. 죽음에 있어서만은 권세든, 부든 모두 공평하리라. 윤씨 부인의 죽음은 곧 최참판댁의 기둥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무서운 형상으로 들리지 않는 함성을 지르면서 골목을 점령하고 마을을 점령하고 방방곡곡을 바람같이 휩슬며 지나가는 병균.
그들의 습격대상에는 신분의 높고 낮음이 없었다. 부자와 빈자의 구별이 없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도 않았다. " - 249쪽


이틈을 놓칠리 없는 조준구는 서울에서 자신의 처 홍씨와 곱추인 아들 병수를 데리고 내려와 최참판댁에 눌러 앉는다. 그러나 최참판댁 종인 봉선이,수동,길상이는 조준구에게 비협조적이며 특히 수동이는 거세게 반발한다. 어린 서희 역시 조준구의 부인 홍씨에게 맞서며 최참판댁의 주인으로서 그 자리를 지키려한다.
어린 나이의 서희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소설의 묘사만으로도 그 기개와 몸에 베인 체통이 느껴진다. 앞으로 정국의 변화와 세상의 흐름이 이 아이를 어떻게 이끌지 사뭇 궁금해진다.


하... 용이... 그를 생각하니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칠성이 죽고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그 시선이 두려워 야반도주한 임이네는 거지꼴을 하고 아이들과 마을에 다시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의 멸시를 받으며 궃은 일들을 해주고 겨우 밥먹고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이들을 불쌍히 여긴 용이의 도움에 정을 통한 임이네는 용이의 아이를 갖게 된다. 강청댁이 전염병으로 죽고 임이네는 용이의 아들을 낳고 살게 되는데 이 무렵 떠난 월선이가 다시 돌아온다.
마음은 늘 월선이를 향하고 있었던 용이... 그러기에 삶의 의욕도 잃었고 막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데 월선이 돌아왔다니... 그들의 재회가 눈물겹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용이와 월선...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들의 애달픈 사랑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전염병에 이어 다음해에 이어지는 극심한 흉년.굶어 죽어 송장치레가 여기저기서 이어진다.


"가난은 이런 것이며 굶주림엔 체모가 없는 것이다. 제사 음식을 마을에 돌리고 혼례장을 찾아온 각설이떼에게는 술밥이 나누어지고 생일에는 며느리 손이 커서 살림 망하겠노라 하면서도 떡시루에 칼질하는 시어머니 얼굴에 미소가 도는 그런 인정과 우애를 사람들은 순박한 농민들 기질이라 생각하지만 먹이와 직결되는 수성이 또한 농민들의 기질인 것을. 풍요한 대지, 삼엄하고 삭막한 대지, 대지의 그 양면 생리는 농민의 생리요, 농민은 대지의 산물이다. 좀 더 날이 가물면 농민들의 눈빛은 달라질 것이다.” - 168쪽



지금껏 읽은 1,2,3권에서는 최참판댁의 이야기만이 주된 스토리가 아니었다. 최참댁과 그 주변 민초들의 각각의 삶들 그 하나하나가 한이 었고 그럼에도 살아냄이었으며 그 모든 이야기들이 , 그 모든 이들이 주인공이었다.

질병과 흉년, 가난, 굶주림에 손쓸 방법없이 무기력하게 죽어나가는 그들이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살아남아 욕망과 탐욕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는 치가 떨리기도 했다. 중간중간 언급되어지는 시국과 정변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다 겪은 지금임에도 읽으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 4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서희와 최참판댁의 운명의 이야기가 전개되어질 것인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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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지음, 이응견 그림 / 수오서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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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심한 감기 몸살로, 또 지병의 악화로 너무 많이 아팠다. 누워있는데 입에서 시름시름 앓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고 아무리 두껍게 담요를 두르고 머리 끝까지 이불을 끌어올려 숨쉴 구멍조차 없이 싸매고 있어도 덜덜 떨리는 오한이 가시지가 않았다.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픈데 책은 읽어야 겠고 매주 써올리는 리뷰도 써야겠었다.
그렇게 내 손에 잡힌 책은 혜민 스님의 4년 만의 신작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이다.

혜민 스님의 책은 늘 내가 이런 순간에 나에게 온다.
4년전 읽었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도 그랬다.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파서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끙끙 앓을 때 그 때 기적처럼 나에게로 왔다.

2016년 새해에 들어 알게 모르게 마음 고생을 했었더랬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감정은 좀처럼 잘 생기지 않았는데 올해엔 유난히 '미움'이란 감정과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마음 속에 깊이 생겨 아무리 기도를 해도 그 때 뿐 가시지가 않아 괴로웠다.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완벽하지 않은 문제투성이로 가득한 듯 보입니다. (중간 생략)
하지만 이런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에 대한 사랑마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조소와 미움만으로 이생을 살아가기엔 우리 삶이 너무도 소중합니다. 또한 우리 안에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자비한 시선도 함께 있습니다. 마치 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를 지켜보는 것처럼 사랑의 눈빛으로 나를 수용하고 바라보는 따뜻함이 우리 내면에 존재하지요."
- 〈들어가며〉, 사랑은 이해를 초월합니다


책은 서문에서부터 이미 그 메시지가 다 전달되었다 할 정도로 나에게는 크게 다가왔다. 내가 두어달 동안 힘들어했던 그것의 해답이었다. 아니 이미 이 책은 그 제목에서부터 나 뿐만 아니라 마음이 힘든 모든 독자들에게 치유의 힘을 전해준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 또 움츠려 들고 , 후회하고 , 또 불안해 하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우리들에게 혜민 스님은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에 대해, '가족을 비롯한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해,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나 자신을 돌보는 메시지인 '자애' 편으로 시작하여 관계, 공감, 용기, 가족, 치유에 이어 '고요 속에 깨어 있는 마음'인 '본성'과 '내가 나임을 허락하는 시간'인 '수용' 대한 주제까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다른 사람 눈치만, 시선만 신경쓰지 말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조용히 귀기울일 것을 말하며, 서운한 감정이나 용서하기 힘든 사람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실패와 죄절은 겪은 후 용기를 필요로 하고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혜민 스님 특유의 온화하고 따뜻하고 다정하며 친절한 화법으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독자들이 인생 길목에서 맞닥뜨린 문제에 대해 혜민 스님에게 구하고자 하는 해답과 지혜의 내용이 실려 있기도 하고 또, 일상의 삶에서 음미하고 되뇌여 볼 수 있는 짧은 잠언들이 가득 실려 있어 몇 번 씩 읊조려 읽어보게 한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더 사랑해야 함을, 더 많이 안아 주어야 함을. 나 자신도. 그리고 타인도.

경직된 종교인의 설교가 아닌 종파를 초월한 혜민 스님 의 따스한 인품과 사랑이 격려와 위로를 느끼게 하는 책이 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행복해지시길, 건강해지시길, 편안해지시길.
어디를 가시든 항상 보호받으시길.
자신의 존귀함을 잊지 않으시길."

책을 여는 첫 장의 혜민 스님의 말씀에 부끄럽게도 처음부터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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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1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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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부 2권이다. 1권에 이어 순식간에 읽었는데 리뷰가 늦은 감이 있다. 지금껏 읽은 어느 소설보다 재미와 가독성이 좋아 그 속도를 조절하기가 쉽지가 않다.


1부 2권의 내용을 몇가지 추려보면

•월선이 떠난 후 삶의 의욕을 잃은 용이
•최치수 일행의 구천과 별당아씨 추적
•강포수의 귀녀에 대한 애절한 사랑
•귀녀, 평산, 칠성의 음모와 발각
•최치수의 죽음
•평산, 칠성의 죽음
•평산의 처 함안댁의 죽음
•칠성의 처 임이네의 야반도주



최치수의 재종인 조준구가 서울에서 구해 온 총으로 최치수는 강포수를 불러들여 강포수에게 사냥법을 배우고 산으로 사냥을 나선다. 사람 사냥을. 그들이 쫓는 것은 구천(김 환)과 별당아씨이다. 결국 산에서 구천을 맞닥뜨리게 되나 수동이와 강포수에 의해 일부러 놓치게 된 최치수는 추석을 맞아 집으로 돌아 온다.

그사이 귀녀와 평산의 음모는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귀녀는 아이를 갖기 위해 칠성과 정을 통하고 , 귀녀를 마음에 두게 된 강포수 역시 귀녀와 한 번의 정을 통하게 된다. 그후 귀녀에 대한 애절한 사랑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최치수는 다시 한 번 산 사냥에 나선다. 그러던 중 강포수가 산돼지에게 선불 맞혀 수동이 다리에 부상을 입게 되고 일행은 산에서 내려오고 만다.

강포수는 다시 산으로 떠나게 되었고 귀녀를 잊지못한 그는 최치수에게 귀녀를 내어줄 것을 부탁한다.

최치수는 귀녀를 불러 혼을 내고 강포수에게 그녀를 내어줄 것이라 말하고, 이에 겁을 먹고 다급해진 귀녀는 김평산과 모의하여 서둘러 일을 벌인다.

평산은 최치수를 끈으로 목을 졸라 교살하고 우연히 이를 보게 된 정신이 바르지 못한 또출네는 그 집에 불을 지르고 함께 죽게 된다.

윤씨부인은 아들의 죽음에 괴로워하고 최치수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님을 짐작하는데 봉순네 역시 귀녀가 수상쩍음을 고한다.

윤씨 부인은 귀녀를 불러 추달하게 되고 이미 임신한 귀녀는 배속의 아이가 최치수의 아이임을 주장하는데, 죽은 최치수는 생산능력이 없음을 윤씨 부인은 밝히고 음모의 전모를 밝히게 된다.

결국 귀녀와 평산, 칠성이가 관아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평산의 아내인 함안댁은 끝내 목을 매어 자결하고, 칠성이의 아내인 임이네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 평산, 칠성은 처형을 당한다.



1편에서 보이는 최치수의 모습은 냉랭하다 못해 시니컬해 보인다고나 할까? 도통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인간미 없는 부잣집 아들 같았다. 그런데 그가 그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머니 윤씨부인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가 참으로 가엾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머니 윤씨부인 또한 참으로 안타깝다. 겁탈 당한 뒤 낳은 아이 그 핏덩어리를 절에 두고 와서 어린 최치수를 다시 보았을 때 그 죄책감이며, 성인이 되어 자신의 집으로 들어 온 구천(김 환)을 말없이 종으로 받아 들였을 때의 그 복잡한 마음, 그리고 별당아씨와 달아났을 때 내색지 않았지만 구천의 무사함을 빌며 또한 최치수를 대할 때 그 죄스러움은 또 어땠을까.
그 세월동안의 시간은 윤씨부인에게 참으로 가혹한 형벌이었을 것이다. 그 두 아들 모두에게 가지는 죄책감과 죄스로움이 얼마나 그녀를 옭아 매었을까.
그런데 생각치도 않은 별안간 최치수의 죽음을 받아 들여야 했을 어미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찢겨져 보는 이의 마음 역시 아프게 한다.

귀녀와 평산, 칠성이가 벌이는 악행은 2권의 주된 사건이었다.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디 까지인지 그들의 행각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2권에서 금새 끝나버린 그들의 음모의 발각에 나름 통쾌함도 느껴진다. 그러나 끝내 살아 남은 귀녀와 그 뱃속의 아이는 어찌될지 뒤가 궁금하다.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김평산의 아내인 함안댁의 죽음이다. 부지런하고 곧은 심성에 부녀로서 남편에게도 극진한 함안댁에게 늘 말썽만 일으켜 마을의 천덕꾸러기가 된 아들과 남편 김평산은 늘 함안댁의 명을 재촉하는 것들이 아이었나싶다. 그리하여 결핵에 걸린 병든 몸에 끝내는 남편의 악행에 스스로 자결을 하고마니 그녀의 그 눈물겹게 끝난 삶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칠성이 귀녀에 씨를 빌려주었다하여 함께 공범으로 관아에 끌려 간 후, 또 함안댁의 자결 소식을 들은 칠성의 아내 임이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집안에 틀혀박혀 있다가 결국은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죄인의 아내로 또 죄인의 자식으로 눈총 받고 멸시 당하며 살 수 없기에 끝내 그 삶의 터전을 등져야 했던 남은 가족들의 삶 역시 안타깝다.


1부 2권에서는 사건의 진행이 좀 이루어지는가 싶다가 홀연 꽤 많은 인물들이 죽어나갔다. 최치수의 죽음이 빨랐다는 점이 의외였고 생각보다 소설의 사건의 진행이 꽤 빨리 이루어지는 것 같아 흥미와 재미, 가독성 면에서는 좋은 것 같다. 조금씩 익숙해지는 인물들이 주고 받는 경상도 사투리 역시 귀에 착착 감겨 읽기에 속도가 붙는 데에 문제가 없다.

많은 이들이 죽고 이제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는 어찌 진행이 되어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어짐에도 각각 따로 노는 것 같지 않게 잘 엮어져 감탄을 자아낸다.

이처럼 빠른 전개에도 아직 18권의 이야기가 남았으니 얼마나 더 많은 인물의 등장과 더 많은 이야기들이 전개되어질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자꾸만 손이 가는 '토지' . 천천히 즐겨보자 하는데 뜻대로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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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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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집안에 잔뜩 쌓아두어 더 이상 생활이 불가능해져서 집안 청소, 정리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물건을 쌓아둔다는 것의 정도는 여지껏 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겨우 한 사람이 누워 있을만한 공간(그것도 발로 바닥의 물건을 쓱 옆으로 밀치고서 생기는 공간) 이었다. 정말 경악스러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물건이 잔뜩 쌓여 사람이 오고가지 못하는 그 집안 환경보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과 의식이었다.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의욕도 없었으며 일종의 정신 질환이라 보이는 병적인 상태까지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보고 내가 느낀 것은 물건을 쌓아두는 그 환경이 인간의 정신조차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과 그래서 정리 정돈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그래도 정리를 잘 하고 사는 주부다. 나는 내 생활에 문제가 없다. 나는 올바른 정신의 소유자이다.' 같은.


최근에 부는 열풍 중 '미니멀 라이프' 라는 것의 중심에 서 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가 바로 그것이다.
새해를 맞이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새롭게 시작해보고픈 의욕에 집안 정리 정돈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머무는가보다 라는 생각으로 쉽게 손에 잡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사실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을 지닌 '맥시멀리스트' 였다. 그런 그가 '미니멀리스트'들의 생활을 접한 후 자신도 미니멀리스트가 되었고 그것으로 인한 자신의 변화와 또 그 방법과 효과 등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내었다.

무엇보다 책을 펼치면 책 초반의 몇 장의 사진들에 눈길이 간다. 이것은 저자 자신의 방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다. 저자 자신의 집, 방의 비포, 애프터 사진과 다른 미니멀리스트들의 집 사진들이 그것이다.

그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놀라움과 동시에 이것만으로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고 또 동경하게 되어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이 책이 관심을 끌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단지 호기심과 따라 하고픈 의욕을 생기게 한다는 것만이 다는 아닌 것 같다. 즉 형식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미니멀리스트들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 '미니멀리즘' 에 대해 좀더 상세히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또 공감을 불러낸다는 것도 있다.

미니멀리즘이란 단순히 물건의 수량을 줄이고 물리적인 것에 국한 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진짜 소중한 것을 위해 다른 물건들을 줄이며, 이것은 비단 물리적인 것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필요이상의 것을 탐하는 욕심과 무의미한 에너지 낭비, 시간의 낭비 등도 포함한다.


저자가 미니멀리스트로 첫번째로 꼽은 사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티브 잡스이다. 잡스는 우리가 익히 아는 애플 제품들만 보아도 그가 미니멀리스트임을 알 수 있다. 디자인과 그 기능을 단순화한 제품들이 그것이다. 그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었기에 그 외 중요하지 않은 일은 모두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일례로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 등은 업무는 물론 옷도 늘 단순한 스타일만 고집하여 똑같은 디자인의 옷 몇벌만으로 '사복의 제복화' 를 실행하며 옷 한 벌을 골라 입는 데 소모되는 선택의 문제를 덜어 온전히 그가 중요시 여기는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외에 이 책에는

미니멀리스트란 무엇인지,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미니멀리즘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물건을 줄이지 못하고 늘리기만 하는지 사람들의 심리와

물건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
삶의 부피를 줄이면서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삶의 변화와 행복에 대한 저자의 생각 등을 싣고 있다.

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저자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서 얻은 효과들이었다. 즉 미니멀리즘의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지 '버리기'만 했을 뿐인데 그것이 만들어 낸 작은 소용돌이 하나가 점차 큰 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도전하지 못했던많은 일들을 저자는 행동으로 옮기고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로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 이전에도 나는 정리의 노하우를 담은 다른 책을 읽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더욱 더 와닿았던 것은 삶에 변화를 가져온 저자의 경험과 그 손쉬운 노하우가 설득력을 지니고 또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홀가분하게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는 느낌을 갖게 하였기 때문인 것 같다.


"알맞은 정도라면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도를 넘어서면 소유가 주인이 되고 소유하는 자는 노예가 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미니멀리스트는 못되어도 적어도 심플 라이프를 실천하는 정도의 사람은 되려고 노력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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