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이란 단어가 있는지도 몰랐다. 전쟁, 재해와 같은 인류의 아픈 족적을 더듬어 보는 여행인데, 이책은 체르노빌을 다녀와서 적은 글이다. 1986년 사고가 일어났는데 사고를 일으킨 4호기의 폐로작업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상태라 한다. 석관이라 불리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어두었는데 이는 응급조치일 뿐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이 여전히 석관 안에 머물러 있다고. 원자력 사고와 관광이라니 이 어울리지 않는 말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나 싶지만, 체르노빌은 현재 두 단어의 어울림을 실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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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책은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내게는 말이다. 왜냐하면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라는 면에서 나는 아주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아직 어찌 대처해야할지 확실하게 정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이책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경우를 보고 듣고 깊이 생각한 후 자신만의 입장을 갖는 게 필요하다.

 

문화의 차이인지 개인의 성격인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작가가 부럽고 대단한 장면.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었다. 아버지는 오른발을 질질 끌고 있었다. 곳곳에 낙엽이 쌓여 있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직도 아버지의 삶은 살 가치가 있냐고. 그러자 아버지는 뇌졸중을 일으켰을 때 죽었더라면 엄마에게 좋았을 거라고 말했다. 네 엄마는 남편을 잃고 울었을 테지. 뇌졸중 후유증 탓에 아버지의 말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울고 난 뒤에는 멀쩡하게 잘 살았을 거야." 아버지와(이 대화 당시 작가의 아버지는 뇌졸중 때문에 불편했지만 치매는 오지 않은 시점이었다.) 죽음에 관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아주 건강할 때도 화제로 삼기 어려운 법인데 심지어 치명적 질병의 습격을 받아 사는 게 엉망인 때라면 더더욱 힘들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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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추리물에 비해 특별히 더 잔인하고 더 정교하고 더 섬세하고 더 신선한 느낌은 없다. 대신 오래 묵어서 좋은 향기가 난달까. 인물도 짜임도 표현도 격식이 잘 갖춰져 있다. 헐리우드 영화 같은 감동과 해피엔딩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을 수는 없다. <약속>에서 나는 헨치가 범인이 아닐까 막연히 짐작해보았지만 아니었다. <사고>를 읽으면서는 실제의 결말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반대되는 추측을 했었다. 나같은 어설픈 독자에게 간파당하는 어수룩한 책일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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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을 자장가로 이용중이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진심, 김영하의 목소리가 좋고 골라듣는 재미 또한 각별하다. 낮에도 가끔 틀긴 하지만 밤이 더 어울린다. 부작용이라면 듣다 잠들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밧데리 충전이 잦은 것. 이제 겨우 여덟개쯤 들었을까. <말하다>를 읽다보니 거기서 들었던 내용이 가끔 등장해서 반가웠다. 작가가 말하는 인간과 세상과 소설 이야기는 근사했지만 기억력이 빈약한 관계로 저장된 게 별로 없다. 흠.... 작가는 보험가입이 쉽다는 것, 보험료도 싸다는 것, 파주 문학동네 반품창고에서 글을 쓴 적이 있다는 것, 반품되는 걸 직원은 안 보여주려고 하고 김영하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는 것.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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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로(민박 같은 형태) 여행하는 부부. 제목처럼 한 달에 한 도시씩 여행중이다. 이책이 유럽편이니 계속 출간되겠지. 여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흥미로운 책이지 싶다. 난 그렇지 않으니 여행기는 패스. 오히려 삐딱한 생각이.... 뭐냐면, 젊은 이 부부가 이렇게 내내 여행만 다니는 것이 어쩐지... 물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식의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 근데도 한 도시에 한 달간 머무르면서 밥해먹고 이곳저곳 다니고 그게 다야? 싶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니 당연히 뭐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나와는 다르다는 것. 엄청 마음에 든 한가지는 결혼식이었다. 웨딩드레스도 턱시도도 예식장도 예단 예물도 모두 생략. 식당 하나 빌려서 가족 친구들 모아서 밥 먹는 자리로 결혼식을 치르는데 하객들에게 편한 옷을 입고 오라 했단다. 신랑 큰아버지가 약속을 너무 잘 지켜서 추리닝 바람으로 나타났다는데.... 자유로움 짱인 신랑 큰아버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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