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중단하려는 것은 내가 가진 권리임을 확신하게 됨에 따라 온몸에 평온함이 감돈다. 나는 뒤뚱거리지 않기 위해 보건법 조항에 몸을 기댄다. 그 복잡한 글자들에 등을 대고 휴식을 취한다. <보건법 L.2212-1조 : 임신한 여성은 임신으로 인하여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경우 의사에게 임신 중절을 요청할 수 있다>

 

나는 낙태에 찬성하는데, 겨우 열여섯 살에 돈도 없고 남자도 없는 여자의 낙태나 서른다섯 살에 손님방 신혼방까지 갖춘 안락한 아파트도 있고 그 아파트 안에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까지 가진 여자의 낙태건 상관없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어린 아이를 태어나게 할 것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찬성하며, 모든 임신은 저마다 생명의 기적이라면서 이를 경축해야 한다는 주장엔 반대한다. 나는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를 보편적인 원칙으로 옹립하려는 자들에게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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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저희 셋이 편하게 서술형으로 나누던 대화가 간결한 단답형으로 바뀌었고 나중엔 사지선다형으로 변했고 결국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오엑스 문제가 됐답니다." <스물아홉 장의 전당표> 오늘 아침 나는 어, 그래, 아니, 알았어, 짧은 대답을 네 번 했다. 답하지 않을 수 없어서 낸 소리일 뿐 대화라 보긴 어렵다. 대화를 해본 게 언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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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그 사람 얼굴 보며 살아야 되나.... 라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어서"  <심야식당 14>에 나오는 여자의 말이다. 자신을 좋아해주고 직업도 안정적인 사람이었지만 끌리진 않아서 헤어졌던 사람. 그 남자가 만들어주었던 나폴리 우동을 심야식당에 오면 주문해 먹는다. 그러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되고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지만 얼마 후 잘 생긴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하게 된다. 사토무라 씨는 어쩌고? 라고 묻는 친구에게 여자는 말한다. 뭘 어쩌겠어. 한 달에 한 번 정도라면 나폴리 우동도 괜찮지만 매일은 좀.... 그 여자에게는 무엇보다 얼굴이 중요했던 것이다. 외모지상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마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있다. 아는 선배 하나는 그 조건이 키였다. 선을 수십 번 봤지만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마음이 맞아도 키가 작으면 막판에 포기하게 되더라 하면서 남자 키 뜯어먹고 살 거냐는 부모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막상 눈앞에 작은 남자가 서 있으면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거였다. 결국 선배는 키 큰 남자와 결혼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는 입술과 뻥이었다. 심야식당의 그 여자는 아마도 결혼한 후에도 가끔은 나폴리 우동을 먹지 않을까 싶은데 매일매일 평생이 아니라면 괜찮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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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바보'라고 하거나 '너무 순진하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맛보게 됩니다.

 

어느 시대나 사회를 바꾸는 것은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세상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이고,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여 문제가 터집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해 공부하고 조직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책값 10420원은 2014년에 적용되는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의 두 배, 곧 두 시간 노동했을 때 받게 되는 최저임금입니다. 이를 알리고자 출판사에서 그렇게 가격을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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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를 떠벌리고 싶어한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그게 인간 본성이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페이스북에 무관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학력이 높은 이들 역시 학력이 낮은 사람과 똑같은 이유로 페이스북을 한다. 단, 포장을 좀더 잘한다는 차이는 있다. 일종의 '변장한 악마' 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가방끈이 짧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가진 외적인 무언가를 공개하는 반면, 먹물 좀 먹었다는 사람들은 내적 자산을 광고한다. 정치적 견해라든가 아름다운 글, 함축적인 아포리즘, 영화나 책, 음악에 관한 수준높은 비평 등을 포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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