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부부가 진심으로 서로에게 다정하기란 어렵다. 어려우니 드물 수밖에 없다.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를 보면서 저렇게 나이들어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생각한다. 젊은이는 얼마든지 기회가 있지 않겠나. 그러니 파국에 앞서 일단 스스로를 바꾸거나 아니면 상황을 견뎌보기도 해야겠지. 늙은이는 이미 시간을 많이 흘려보냈으니 차라리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게 좋다. 인생 얼마 남았다고. 커튼 내려진 후의 일에 신경써봐야 남 좋은 일만 시키기 십상이다. 그러니 상대에게 진저리치고 있다면 그만두시길. 이제 벗어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를 읽고 있어요. 전처인 엘렌이 주인공을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읽으면서 난, 궁금해지죠. 당신 도움이 필요해.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겼어. 뭐, 여기서? 이렇게 코딱지만 한 부엌에서 내 부부 문제를 이야기하라고? 진심이야? 당신이 저 사람에게 알아듣게 설명 좀 해 줘. 지금 질투심으로 제정신이 아냐.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질 않아. 그러니까 당신은 저 친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군. 나보고 대신 싸우라고 일부러 여기로 끌어들인 거야? 당연하지. 엘렌이라는 여자는 전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더 나아가 당연하게 생각해요. 말로는 도움을 청한다지만 행동으론 거의 명령하는 저 당당함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엘렌이 삼촌에게서 받은 유산으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지만 글쎄 돈이 주는 당당함만은 아닌 거 같아요. 타고난 거겠죠. 주인공의 엄마도 그래요. 할 말 다하죠. 주저하는 법이 없어요. 난 늘 입을 벌리고 멍하니 지켜봐요. 예전엔 부러웠지만 요즘은 다름을 인정하는 데까지만. 딱 거기까지만요. 공감은 불가능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임신을 중단하려는 것은 내가 가진 권리임을 확신하게 됨에 따라 온몸에 평온함이 감돈다. 나는 뒤뚱거리지 않기 위해 보건법 조항에 몸을 기댄다. 그 복잡한 글자들에 등을 대고 휴식을 취한다. <보건법 L.2212-1조 : 임신한 여성은 임신으로 인하여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경우 의사에게 임신 중절을 요청할 수 있다>

 

나는 낙태에 찬성하는데, 겨우 열여섯 살에 돈도 없고 남자도 없는 여자의 낙태나 서른다섯 살에 손님방 신혼방까지 갖춘 안락한 아파트도 있고 그 아파트 안에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까지 가진 여자의 낙태건 상관없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어린 아이를 태어나게 할 것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찬성하며, 모든 임신은 저마다 생명의 기적이라면서 이를 경축해야 한다는 주장엔 반대한다. 나는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를 보편적인 원칙으로 옹립하려는 자들에게는 반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랬다. 어쩌다 마주쳤다. 메르스 탓인지 비바람 탓인지 사람 드문 책장 사이를 오가다 그냥 만났다. 얇고 오래되었고 들어본 적도 없는 책. 게다가 일어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한대역문고. 왼쪽은 일본어, 오른쪽은 한국어. 빌려서 서늘서늘한 테이블에 앉아 읽었다. 섬뜩, 그리고 목구멍까지 밀고 올라오는 욕망, 등장인물에서 발견하는 내 사악함. 아토다 다카시<취미를 가진 여자>, <기다리는 남자>. 이제 더 뒤져볼 심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Don't try 라는 묘비명. 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동안 매달 1백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일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연상시키는 인물. 최근에 알게 된 부코스키라는 소설가에 따라다니는 말들이다. 첫 작품 <우체국>을 읽었다. 헌사가 멋지다. "이 작품은 허구이며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 옮긴이는 이책을 '반복적 노동에 대한 혐오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고 요약하지만 그건 근사하게 치장한 거고 핵심은 이게 아닐까. 부코스키의 분신임이 분명한 헨리 치나스키의 말. "어떤 바보 멍청이라도 구걸하면 일은 얻을 수 있어. 일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지혜로운 거지. 세상에서는 이런 사람을 요령 있다고 하지. 나는 요령 있는 훌륭한 백수가 되고 싶어." <팩토텀>도 <우체국>과 별다르지 않다. 주인공도 같다. 옮긴이는 '술, 여자, 그리고 잡일'이라는 세 단어로 치나스키를 정의하면서 이책을 '술주정뱅이 백인 노동자의 밑바닥 삶 이야기'로 요약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실제일주의 가치관에 절어 사는 사람이 보기에 자유 그 자체인 치나스키. 누가 뭐라 하건 내가 기쁘고 즐거우면 그만인 이 남자. 이렇게 살면 좋겠다 싶고 온전히가 힘들면 어느 정도라도 실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모임에서 치나스키 같은 남자를 봤다. 술, 여자, 그리고 자유로움. 술을 달고 지내고 여자들에게 끝도 없이 수작을 걸고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일자리 따라 전국을 떠다니는 사람. 소설 속 치나스키는 몰라도 현실에서 내 앞에 서 있는 그 남자는 싫었다. 아주 싫었다. 그리고 부코스키의 또다른 소설 <여자들>은 읽을까 말까 고민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