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try 라는 묘비명. 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동안 매달 1백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일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연상시키는 인물. 최근에 알게 된 부코스키라는 소설가에 따라다니는 말들이다. 첫 작품 <우체국>을 읽었다. 헌사가 멋지다. "이 작품은 허구이며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 옮긴이는 이책을 '반복적 노동에 대한 혐오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고 요약하지만 그건 근사하게 치장한 거고 핵심은 이게 아닐까. 부코스키의 분신임이 분명한 헨리 치나스키의 말. "어떤 바보 멍청이라도 구걸하면 일은 얻을 수 있어. 일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지혜로운 거지. 세상에서는 이런 사람을 요령 있다고 하지. 나는 요령 있는 훌륭한 백수가 되고 싶어." <팩토텀>도 <우체국>과 별다르지 않다. 주인공도 같다. 옮긴이는 '술, 여자, 그리고 잡일'이라는 세 단어로 치나스키를 정의하면서 이책을 '술주정뱅이 백인 노동자의 밑바닥 삶 이야기'로 요약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실제일주의 가치관에 절어 사는 사람이 보기에 자유 그 자체인 치나스키. 누가 뭐라 하건 내가 기쁘고 즐거우면 그만인 이 남자. 이렇게 살면 좋겠다 싶고 온전히가 힘들면 어느 정도라도 실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모임에서 치나스키 같은 남자를 봤다. 술, 여자, 그리고 자유로움. 술을 달고 지내고 여자들에게 끝도 없이 수작을 걸고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일자리 따라 전국을 떠다니는 사람. 소설 속 치나스키는 몰라도 현실에서 내 앞에 서 있는 그 남자는 싫었다. 아주 싫었다. 그리고 부코스키의 또다른 소설 <여자들>은 읽을까 말까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