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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두 권을 읽었다. 하나는 술술 잘 읽히고 다른 하나는 이해하지도 못할 내용이 많아 지루했다. 그럼에도 나는 지루한 책이 더 나았다 평가했다. 만약 돈을 주고 산다면 지루한 쪽을 택할 것이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뉴턴과 화폐위조범>이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은 탓일 게다. 퇴직한 형사가 미해결 사건에 뛰어들어 순전히 개인적인 노력으로 범인을 잡는 식. 수사 중 만나게 되는 미모의 여인과 사랑하게 되는 것도 너무 많이 읽은 구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있는 사람이 수사에 참여함으로써 근사한 사람이 되어가는 전개. 수천의 군중이 모여있는 곳에 폭탄을 가진 범인이 있음을 알게 되자 자기 식구에게만 알려 빠져나가게 하는 것. 어린 시절이 불우했고 정신적 문제가 있는 범인. 크리미널 마인드의 한 회분 내용 같았다.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고 중력을 깨우쳤다는 것만이 뉴턴의 업적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화폐위조범을 잡아넣는 일을 했다는 건 정말 쌩뚱맞았다. 책은 뉴턴과 윌리엄 챌로너 각각의 전기로 되어있고 후반부에 가면 두 사람이 마주친다. 윌리엄 챌로너는 여러 번 잡히지만 번번이 빠져나가다가 결국은 집요한 뉴턴에게 잡혀서 사형당한다.( 그 시절 위폐범은 사형이었다 한다) 내가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부분은 뉴턴이 영국 조폐국에 부임해서 일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조폐국 업무에 잘 적용시켰달까. 진행중인 사업을 파악하기 위해 문서를 읽어나가고(심지어 200년 전 기록까지) 사람들이 일하는 걸 꼼꼼하게 관찰하고 측정하고 기록하고 (이때 그의 수학적 능력은 매우 도움이 된다) 데이터에 근거해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덕분에 조폐국 일은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범죄수사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 그의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추리는 효과를 본다.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내용(뉴턴의 과학적 업적 설명 같은)이 많기는 했지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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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없다. 재미있다. 페이지 줄어드는 게 아깝지만 충분히 두꺼우니 그또한 다행이다. 며칠 즐거웠다. 최근에 본 괜찮은 책 소개해달라 하면 냉큼 추천할 생각이다. 다 읽은 날 밤에 잠자리에 누워 생각해보았다. 줄거리를 간추리면 막장드라마다. 대저택에 사는 일가족 얘기. 정신병원에 들어간 여자, 아이를 돌보지 않는 부모, 근친상간, 마을의 여자들을 마구 건드리는 남자, 비정상적으로 길러지는 쌍둥이... 그 막장드라마가 스릴 넘치게 우리에게 전달되는 이유는 은둔생활을 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녀의 전기작가 덕분이다. 아니다.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다이안 세터필드 덕분이다. 글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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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 국어교사들이 한뜻이 되어 국어시험을 바꾼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공감각적 심상, 은유법 따위를 묻지 않고, 이 부분이 발단인지 전개인지 묻지 않고. 아니 더 끝까지 밀고나가보자. 문학을 재료로 정답을 묻는 일이 없도록 하는 거다. 읽고 느끼고 나름으로 이렇게저렇게 생각해보는 거지 한용운 시의 임은 조국이라고 해석해주는 참고서를 따르는 일은 없는 거다. 가장 감수성이 풍부할 시기에 교과서에 실린 시와 소설을 꼴보기 싫어하고 더불어 다른 책을 펴보지도 않다가 시험과 관계없어진 다음에야 겨우 눈이 떠지거나 아니면 살기 바빠 아예 눈을 뜨지도 못하고 한 세상 마감해야 하는 처지. 슬프다. 단순하게 비관적으로 나는 상상한다. 수능과목 언어능력은 맞춤법 정도만 묻기를. 아니면 아예 없애버리기를.

 

300쪽짜리 책인데 혹시 이조차 다 읽기 귀찮은 사람이 있다면 세 꼭지만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11.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12. 깨끗한 기침, 순수한 가래  그리고 5 그대 등 뒤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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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사람은 매순간 변한다. 변함은 성장일 수도 퇴화일 수도 있다. 멈춰있는 건 죽은 거다. 그러니 성장소설이란 없다. 그냥 소설이 있을 뿐이다.

 

2.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쫓겨났을 때 그 술집을 미성년자를 받는다고 신고하는 것. 가출해서 아파트 옥상 계단에서 지내면서 우편함을 뒤지거나 집 문고리에 걸려있는 우유를 꺼내먹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를 철제 의자로 내리쳐서 어깨뼈를 부러뜨리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목에 식칼을 꽂아넣는 것. 어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인가.

 

예전에 내가 운영하던 가게 옆에 술집이 있었다. 허름한 곳이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그렇듯 대출을 받아 시작했고 근근이 꾸려나갔다. 가끔 미성년자들이 왔는데 대개는 돌려보냈고 어떨 땐 당장 들어올 돈이 아쉬워서 받기도 했다. 어느날 가방에서 꺼낸 안주로 술을 먹던 미성년자들을 쫓아보냈고 그들은 술집을 신고했다. 미성년자 받는 술집이 있어요.

 

"나한테 무슨 원수 졌냐."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우리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경찰은 사장의 두 팔을 잡았다. 어깨를 눌러 의자에 앉혔다. 신고자의 신분이 되자 우리는 병신 취급을 받지 않았다. 병신이 된 건 사장이었다. 사장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우리는 아무 처분 없이 풀려났다. (p 27)

 

영업정지 기간 동안 단골은 다른 가게로 갔고 정지가 풀린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대단한 술집도 아니었으므로 당연한 거였다. 결국 몇 달 후 가게는 문을 닫았다. 사장에게 남은 건 빚뿐이었다.애초에 미성년자를 받은 사장이 잘못이다. 그리고 그 미성년자들의 신고가 아니었더라도 장사가 안 되어 접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근이 꾸려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울 것 같은 사장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3. 대학소설상이 왜 필요하냐며 반신반의했다가 지금은 "세월이 남기는 상처와 상처가 선물하는 깊이에 크게 힘입는 장르"라서 문학에서 체급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신형철은 적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 대학소설상인가. 차라리 이십대소설상이라 부르지.

 

4. 소설은 좋다. 대학소설, 성장소설이라 이름붙은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을 이해하지 않으면서 마음껏 욕하면서 시원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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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은 가독성은 뛰어나나 그게 전부였다. 사기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야 말해 뭐하겠나만 그저 그뿐. 게다가 개과천선한 인물이라니, 흠....

<이와 손톱>은 가슴 두근거릴 만큼 재미있었다. 재판 과정이 있고, 논리적 추리가 있다. 개인적 취향인데 재판 과정이란 게 속 터질 정도로 답답하면서도 은근 재미있다. 아무 단서도 없는 듯한 상황에서 아주 가느다란 실마리를 발견해서 차근차근 집요하게 범인에게 접근하는 과정, 좋다. 사법적 징벌이 아닌 개인적 복수는 금기지만, 마술사의 복수는 사는 힘이었다. 몰두함으로써 더 이상 헤매지 않게 되는 거지. 범인도 참 놀라웠다. 입맛에 딱 맞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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