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추리물에 비해 특별히 더 잔인하고 더 정교하고 더 섬세하고 더 신선한 느낌은 없다. 대신 오래 묵어서 좋은 향기가 난달까. 인물도 짜임도 표현도 격식이 잘 갖춰져 있다. 헐리우드 영화 같은 감동과 해피엔딩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을 수는 없다. <약속>에서 나는 헨치가 범인이 아닐까 막연히 짐작해보았지만 아니었다. <사고>를 읽으면서는 실제의 결말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반대되는 추측을 했었다. 나같은 어설픈 독자에게 간파당하는 어수룩한 책일까 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