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사람은 매순간 변한다. 변함은 성장일 수도 퇴화일 수도 있다. 멈춰있는 건 죽은 거다. 그러니 성장소설이란 없다. 그냥 소설이 있을 뿐이다.

 

2.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쫓겨났을 때 그 술집을 미성년자를 받는다고 신고하는 것. 가출해서 아파트 옥상 계단에서 지내면서 우편함을 뒤지거나 집 문고리에 걸려있는 우유를 꺼내먹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를 철제 의자로 내리쳐서 어깨뼈를 부러뜨리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목에 식칼을 꽂아넣는 것. 어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인가.

 

예전에 내가 운영하던 가게 옆에 술집이 있었다. 허름한 곳이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그렇듯 대출을 받아 시작했고 근근이 꾸려나갔다. 가끔 미성년자들이 왔는데 대개는 돌려보냈고 어떨 땐 당장 들어올 돈이 아쉬워서 받기도 했다. 어느날 가방에서 꺼낸 안주로 술을 먹던 미성년자들을 쫓아보냈고 그들은 술집을 신고했다. 미성년자 받는 술집이 있어요.

 

"나한테 무슨 원수 졌냐."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우리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경찰은 사장의 두 팔을 잡았다. 어깨를 눌러 의자에 앉혔다. 신고자의 신분이 되자 우리는 병신 취급을 받지 않았다. 병신이 된 건 사장이었다. 사장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우리는 아무 처분 없이 풀려났다. (p 27)

 

영업정지 기간 동안 단골은 다른 가게로 갔고 정지가 풀린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대단한 술집도 아니었으므로 당연한 거였다. 결국 몇 달 후 가게는 문을 닫았다. 사장에게 남은 건 빚뿐이었다.애초에 미성년자를 받은 사장이 잘못이다. 그리고 그 미성년자들의 신고가 아니었더라도 장사가 안 되어 접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근이 꾸려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울 것 같은 사장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3. 대학소설상이 왜 필요하냐며 반신반의했다가 지금은 "세월이 남기는 상처와 상처가 선물하는 깊이에 크게 힘입는 장르"라서 문학에서 체급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신형철은 적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 대학소설상인가. 차라리 이십대소설상이라 부르지.

 

4. 소설은 좋다. 대학소설, 성장소설이라 이름붙은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을 이해하지 않으면서 마음껏 욕하면서 시원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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