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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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와 화가 에곤 실레가 나란히 앉았습니다. 이 책을 엮은 홍성기 작가는 친절하게 두 사람의 공통 질문을 노란 형광으로 표시했네요. “내 몸은 정말 내 것인가? 아니면 가족과 사회와 국가에 의해 점령당한 영토인가?”(p. 8). 엮은이는 카프카의 불완전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에곤 실레의 작품에 나오는 뒤틀린 신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이 책은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변신>을 싣고, 그 작품 곳곳에 에곤 실레의 그림을 같이 실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치 한 작가가 쓰고 그린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물으셨습니다. 왜 저는 아버지가 두렵다고 말하느냐고. 늘 그랬듯이,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P.32).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카프카를 이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문장이 있을까요? 이 글 옆 페이지에 에곤 실레의 <소년>이라는 작품이 담겨 있습니다. 매독으로 정신이 무너진 아버지의 광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에곤 실레의 영락없는 모습입니다.

 

엮은이 홍성기는 인터미션에 자신의 단편 소설 <청진>을 끼워 넣었습니다. 아마도 반공을 강조하던 독재정권 시절인 듯합니다. 운동권 출신 청년(소설의 화자)이 탈북 청년 반고흐에게 습관적으로 경멸과 혐오의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습니다. 10년 후 반고흐를 다시 만났을 때, 장난기 어린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반고흐의 입매가 비릿하게 비틀려있었습니다. 홍성기는 이 단펴 마지막에 청진의 여러 의미를 사전 형식으로 설명합니다. 함경도의 항구도시인 청진(淸津, Cheongjin)”, 의사가 청진기로 환자의 몸 상태를 진단하는 청진(聽診, auscultation)”, 그리고 맑음마저 다 소진된다는 뜻의 청진(淸盡, exhaustion)”! 청진에서 온 반고흐를 청진해보니 맑음마저 다 소진해 버렸다(청진)는 뜻인가요? 이 단편 소설도 내 몸은 정말 내 것인가? 누군가에게 점령한 것은 아닌가?’라는 카프카와 실레의 공통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 책, 카프카와 실레의 작품들을 가독성 있게 엮은 고급스러운 선집(選集)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선집이 아니라,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 그리고 엮은이 작품을 뛰어난 솜씨로 배열해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하드커버로 출간되는 품격있는 책, ‘모티브 세계문화전집 시리즈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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