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원론 - 옛이야기로 보는 진짜 스토리의 코드 대우휴먼사이언스 20
신동흔 지음 / 아카넷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와 광고 심지어 학문의 세계에까지, 스토리텔링이 사용되지 않는 곳은 없다. 스토리텔링의 원리와 문법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집어 들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학문적 이론이 탄탄하게 소개되어 있어, 구비문학에 관한 교양강좌를 듣는 것 같았다.

 

신동흔 교수는 제일 먼저 러시아의 민담 <순무>를 꺼내들어 스토리 속에 담긴 과학적 진실을 말한다. 농부할아버지가 밭에서 순무를 수확하는데 무가 뽑히지 않자 할머니, 손녀, 강아지까지 다 달라붙었지만 허사였다. 나중에는 딱정벌레가 가세했다. 한 마리, 두 마리 … 순무는 끄떡도 안했다. 그런데 다섯 번째 딱정벌레가 가세하자 거짓말처럼 무가 쑥 뽑혔다. 저자는 이 민담을 들어, 임계점(critical point), 국민의 3.5% 이상 참석한 촛불 시위라는 혁명을 통한 극적인 변화에 대해 말한다. 상당히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적 접근이다.

 

세상은 스토리로 가득하다. 우주에 수많은 극적 조화를 쫙 깔아놓은 조물주는 완벽한 스토리텔러임이 분명하다! 그 우주 안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조물주를 닮은 풍운아적 존재다. 인간이 가는 곳마다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생각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는 스토리의 타고난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인간을 ‘호모 나랜스’(Homo Narrans, 이야기하는 인간)라고 하기도 하는데, 신 교수는 ‘호모 스토리언스’(Homo Storiens, 스토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간)라고 명명한다. 인간은 상상의 나래를 계속해서 펴야 한다. 역동적 스토리의 생산이 계속되는 한, 인간은 인간다움을 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설화는 그저 어린아이에게 재미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허구적 상상을 축으로 한 이야기를 결코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냉철한 사고(thinking) 못지않게 현실의 틀을 벗어난 자유분방한 상상(dreaming)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민담과 설화를 어떻게 해석해 내야 하는지도 자세히 설명한다. 트릭스터(trickster), 화소(話素, 모티프 motif), 화소색인(motif- index) 같은 용어의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설화의 구조를 이해하는 작업으로 들어간다. 순차구조, 대립구조, 서사적 화두, 서술 방식 등, 설화의 서사문법을 몸에 익히면 스토리를 창조적으로 읽어낼 힘을 얻게 될 것이다. 6장에서는 <고집쟁이 아이>, <아기 장수>, <장자못>, <소돔성의 멸망>, <나무도령>, <백설공주>, <레몬 처녀>, <흰눈이와 빨간장미>와 같은 스토리를 실제로 분석하고 해석해 놓고 있다. 너무 흥미로워서 단순에 읽은 챕터다. 덕분에 세상의 다양한 스토리 중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식견이 생겼다. 진짜 스토리는 역사와 철학이 있고 인간의 경험과 상상이 녹아있어 인간과 인생의 진실에 직면하게 한다. 이 책, 인문학도들에게 너무 유익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