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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 법정의 산중 편지
법정 지음, 박성직 엮음 / 책읽는섬 / 2018년 3월
평점 :
박재철, 그가 출가를 결심하고 홀연히 떠나 법정 스님이 되었다. 속세와의 인연을 끊는다고 끊어지겠는가? 법정은 사촌 동생 박성직에게 편지를 보냈다. 가족에 대한 애틋한 정이 녹아있고, 사랑의 당부가 가득하다. 박성직은 1955년부터 1964년까지 법정으로부터 온 편지를 엮어 출판하였다. 이 서한집 중간 중간에 법정의 다른 책에 나오는 좋은 글들도 옮겨 실었다. 따뜻한 서한집이다. 샘처럼 맑은 법정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십대 후반의 청년이 갑자기 승려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날 때 그 마음의 각오가 어떠했겠는가? 참 자유인으로 살고, 자기답게 살려고 그는 버리고 떠난 것이다. 하지만 가족을 등지고 떠날 때는 가족에 대한 의무도 저버리는 것이니 어찌 송구한 마음이 없었을까? 그래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는 부처의 말씀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는 구도자의 길을 걸으며 세상의 일이 한바탕 꿈과 같음을 절실히 느낀다. 출가생활이란 단순히 몸이 집을 떠난 것이 아니다. 매 순간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집착과 갈등의 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법정은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나답게 사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붙잡았다. 그러기에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반복하는 일상에서 위대한 것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여러 번 당부했다. 또한 자신이 읽을 책들을 보내달라고 여러 번 부탁한다. 그는 수도승이기보다 진리를 모색하는 철학도이고 싶다고 말했다. 법정은 불교의 철학적인 영역에 깊이 매료된 듯하다. 그는 번민하고 사색하며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우리는 승려가 되던 신부가 되던, 불교도가 되던 기독교인이 되던, 진리를 추구하고 진리대로 살기를 원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참된 인간의 길이다.
이 책에 수록된 편지글들은 스님의 내밀한 감정, 가족에 대한 사랑, 삶의 고뇌와 번민, 진리 탐구와 해탈에 관한 열망, 등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자연풍광을 담은 사진들이 곳곳에 실려 있다. 마치 법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연과 같다. 이런 자연 속에서라면 속세에서 부리던 거칠고 탁한 마음이 다 사라질 것 같다. 때로는 원고지에 때로는 우편엽서에 쓴 법정의 글씨가 정겹다. 억지로 짜낸 글이 아니라, 마음이 가는대로 적어 내려간 글들이라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사촌동생에게 술과 담배는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책을 읽으라고 권면하는 대목에서는 법정의 인간적인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마음 차분해지면서 동시에 따뜻해지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