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면의 시간들 - 무의식 속 즐거움을 찾아가는 길 동시대 예술가 1
최울가 지음 / 인문아트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미술을 사랑하지만, 현대한국화가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최울가 화백이 직접 말하는 회화론을 통해 그의 그림을 이해하고 감상하고 싶었다. 처음 그의 그림을 접하면 ‘이게 뭐지’ 하고 혼란스러움을 경험한다. 하지만 곧 찬찬히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그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의 하나는 짐승이다. 네 가지 동물, 개, 하이에나, 늑대, 여우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뱃속에는 수박과 시계가 들어가 있다. 작가는 이 동물들의 캐릭터가 인간을 대신하는 토템이라고 말한다. 개와 하이에나는 현실적인 동물이라서 수박을, 늑대와 여우는 감성적인 동물이라서 시계를 뱃속에 넣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영원한 충직한 친구인 개, 철저히 가족을 지키고 동족끼리 다투지 않는 하이에나, 반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나그네의 깊은 고독이 배어 있는 것 같은 늑대, 외롭게 살지만 철저히 본인 위주로 살아가는 여우. 이들은 저마다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닮아있지 않은가!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는 4가지 유형의 버전이 있다고 밝힌다. 한지 위에 색명으로 표현한 원초적 컬러의 Primitif 시리즈, 한지에 아크릴 물감을 물에 풀어 갓슈 형식을 띤 그림들, 뉴욕에서 오일 페인팅으로 작업한 White & Black 시리즈, 그리고 최근 새롭게 작업을 시작한 Infinity 시리즈다. 그중 White & Black 시리즈는 거의 16년 동안 계속해 왔고, 이 시리즈에 네 가지 동물들이 항상 등장한다.

 

어쨌든 그의 그림에서 어떤 원시성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이전 자신의 그림을 다 태워버린 적이 있단다. 데이언 허스트(Damien Hirst)의 개인전을 보고 나서다. 허스트의 전시가 예술가의 자유로움을 비웃기라도 하듯 회화에서 경거망동할 수 있는 모든 짓거리를 분출해 놓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여기서 최울가 화백은 자신이 어떤 작가이고 미래에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 깨달았다. 선 작업의 허황된 정신적 방황을 넘어, 섞이지 않는 단 하나의 색면을 원했다. 자신의 회화론을 피력한 이 책 제목이 <선과 면의 시간들>인 것이 이해가 간다.

 

그는 행복한 화가다. 블랙 시리즈에서는 예술적 감각을 고집하였고, 화이트 시리즈에서는 원시적이고 자유로운 선을 강조하였고, 인피니트 시리즈에서는 앞의 두 시리즈에서 벗어나 조용함을 스스로 경험했다. 자신만의 철학과 감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린 그는 프로페셔널하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프로페셔널하면 가장 자유로워진다. 원시 동굴 벽화에서 본 듯한 그 원초적 선들, 그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인해 최울가 화백의 그림은 다른 화가의 그림과 비교가 불가능한 유니크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있는 그의 작품 카드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즐거운 독서와 작품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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