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술 - 그라피티에서 거리미술까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42
스테파니 르무안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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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치적 상업적 프로파간다의 성격을 뛰어넘어 미술의 한 장르로 인식하게 된 도시미술을 제대로 소개하고 있다. 도시미술의 기원을 논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확실한 공통점은 출현 장소가 거리라는 것이다. 도시미술은 공공미술과는 달리 주문에 의한 유통, 후원, 합법적 테두리 밖에 있다. 그것은 광고와 정치적 아방가르드(전위주의)를 계승한 것이다. 도시미술은 일시적인 것과 퍼포먼스를 지향한다.

 

어쨌든 도시미술은 억압된 것의 회귀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도 있다. 특히 1970년대 석유파동과 베트남전쟁에서의 패배로 위기의 도시였던 뉴욕의 심각한 환경 속에 도시미술인 ‘그라피티’가 탄생했다. 당시 미술계 엘리트들은 불안감의 표시인 그라피티에 무관심했고, 시당국과 언론은 그라피티에 적대적이었다. 그러나 도시미술은 대중의 하위문화로서의 그라피티를 본보기로 해서 점차 인정받았고 1980년대에 들어 최초의 황금기를 맞이한다. 그 대표적인 작가는 ‘키스 해링’이다. 이 책에서는 파리 지하철역에서 그림을 그리는 키스 해링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는 데, 꽤나 인상적이다.

 

이 책 덕분에 예술이란 무엇인지 좀 더 깊은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었다. 도시미술이 소외 계층의 갈망을 무례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기득권자들에게는 위험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하나의 흐름으로서 도시미술을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어느새 도시미술은 갤러리와 미술관에서도 전시되고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 미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도시미술 자체가 거리의 미술이고 일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갤러리에 전시되면서 도시미술의 특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또한 도시미술이 풍부한 시각적 세계를 가지고 있지만, 재능 있는 도시미술 작가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미술의 한 장르로 영구히 지속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에너지와 재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미술 작가들은 좋은 교육을 통해 나름의 철학과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할 지식과 노하우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도시미술이 살 길이다. 앞으로 도시미술이 어디로 나아갈지, 새로운 미술장르로 완전히 자리매김할지 사멸의 길로 들어갈지 상당히 궁금하다. 또 하나, 한국 사회에서 그라피티 같은 것들은 과연 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 책으로 미술계의 변방인 도시미술의 세계를 제대로 여행했다. 시공 디스커버리 시리즈 도서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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