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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 - 16세기 유럽부터 21세기 한국까지
라은성 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평점 :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가 종교 개혁의 5대 기치를 하나의 구호처럼 외친다.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 그리고 대대적으로 유럽의 종교개혁의 현장을 탐방하는 등 나름대로 종교개혁을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개혁의 본질이 무엇인지, 종교개혁의 정신을 지금 이 땅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이러한 때에 종교개혁과 그 이후 서구 교회의 500년 역사를 통시적으로 보여주고, 한국교회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알려주며, 지금 한국교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기에 참으로 반갑다.
1부는 종교개혁과 500년의 기독교 역사를 다루고 있다. 종교개혁하면 루터나 칼뱅만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라은성 교수는 16세기 독일의 루터로부터 시작해서 칼뱅, 더 나아가 영국과 스코틀랜드까지 매우 일목요연하게 종교개혁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덕분에 500년 전 유럽에서 있었던 종교개혁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또 17세기의 영국의 청교도 운동, 18세기의 부흥주의와 경건주의, 19세기 독일의 자유주의와 미국의 대각성 운동, 20세기의 사도적 운동과 복음주의에 대해서도 정리할 수 있었다.
2부는 한국교회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상규 교수는 근대선교운동과 한국 선교, 한국이 기독교를 쉽게 받아들이게 된 사회역사적 상황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또 한국교회가 어떻게 왜 분열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현 한국교회의 모습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한국교회가 적극적 선교 운동, 지역사회 봉사 활동, 통일 운동 등 중요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또한 교회의 대형화, 교회 지도자의 비리와 비윤리적 행태, 대형 교회 목회 세습 등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음도 정직하게 인정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기독교 신앙의 본래 정체성인 ‘나그네 의식’을 회복해야 한국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결론을 짓는다.
양희송에 의해 기록된 3부는 한국 개신교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기에 개신교도들에게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큰 도전이 된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패러다임 전환기라고 말한다. 그는 개신교계에 나쁜 행위를 한 자들이 많아 개신교 전체가 나빠졌다기보다, 한국의 개신교가 나쁜 구조 위에 있기에 선의를 가진 열심이 오히려 나쁜 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교회의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 이래, 한국교회는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는 이런 패러다임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500년 전 종교개혁은 성직주의 개혁에서 시작되지 않았는가! 또 이제는 탈성장 시대이니 교회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며, 승리주의를 넘어 기독교 신앙의 공공동성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16세기 종교개혁 직전 로마 가톨릭의 부패한 모습을 너무도 닮아 있다. 라은성 교수는 16세기 종교개혁은 단순한 도덕적 회복, 종교제도의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진리의 재발견이었다는 점을 잘 지적해 주고 있다. 기독교 사회가 아닌 한국사회에서 기독교는 단순히 교회의 도덕적 회복이나 제도의 개혁만을 추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경에서 종교개혁이 주목했던 진리뿐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주목하지 못한 진리가 있는지 진지하게 살펴보며 개신교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면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존재하는 방식을 찾게 될 것이다. 종교개혁의 정신에 따라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