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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평점 :
나는
장석주의 <느림과 비움의 미학>과 <동물원과 유토피아>를 읽고 그의 글에 매료되었다. 더욱이 그가 30년 넘게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들을 섬세하게 정리한 책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을 읽으면서, 나는 글쓰는 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많이 읽고 쓰는
것보다 ‘제대로 일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갈파한 그는 이 책에서 김연수, 김훈, 피천득, 박경리, 헤밍웨이, 무라카미 하루키,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의 글쓰기 스타일을 설명했다. 이런 그가 시에 관한 따끈따끈한 책 <은유의 힘>를 냈으니 어찌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책 <은유의 힘>은 시와 시인에 관한 깊은 생각이 담겨있는 시같은 산문이다. 시의 본질과 시인에 대한 은유로 가득하다. 그는 시란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꺼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는 무엇인가를 분석적으로 정의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시는 눈먼 부엉이의 노래이고 땅이 내쉬는
깊은 한숨이기 때문이다. 시는 그야말로 은유들로 가득 찬 보석상자다. 확실히 은유는 실재에서 나왔지만 그것에 속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은유는
실재에 뚫린 구멍이기 때문이다. 한편 시인은 “재판관이자 신성한 것들의 중재자”다. 수많은 과학적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시인은 세상의
아름다움과 경이에 대한 찬가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시인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장석주의 글을 읽으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은 정치인이나 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라는 생각이 문뜩 떠올랐다. 시는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열리는 파동!”(p. 52)이라고 할까?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고은의 ‘순간의 꽃’).
나는
요즘 클래식 기타에 심취되어 있다. 에스파냐의 작곡가, 이라디에르(Yradier)의 <La Paloma(비둘기)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쿠바의 애잔함이 가득 묻어있는 가락이 내 영혼의 갈망을 들추어낸다. 장석주는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 <기타>를 소개한다.
“기타의
/ 통곡이 시작된다. / … / 기타는 아득한 일들이 그리워 / 운다 / … / 과녁 없는 화살이 / 아침 없는 오후가 / … / 다섯 개의
칼에 / 치명상을 입은 심장. / 오, 기타여!”(pp. 198~199). 이 시를 읽는 순간 기타에 더 큰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다섯 개의
칼에 치명상을 입은 심장’이라는 은유 때문이다.
이
책, 수많은 시인과 시를 소개하며 시의 본질인 은유의 힘에 대해 말한다. 이 책에 ‘명석한 은유’가 가득 담겨 있어서 은유의 힘을 느끼게 한다.
산문으로 가득한 일상의 삶에서 보지 못하는 의미들을 보고 싶다면, 시를 접해야 한다. 이 책과 함께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 그리고 저자가
참고한 문헌들을 다 찾아 가슴에 담고 싶다. 나는 시인은 아니지만 시인의 마음과 문장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슬픔 많은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 시인은 아니지만 시인처럼 삶을 사랑하며 살아내고자 하는 자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