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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광인의 이야기 - 칼릴 지브란이 들려주는 우화와 시
칼릴 지브란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지금부터
30년 전 아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도서출판 진선)를 선물했습니다. 칼릴 지브란과 메리 해스켈이 주고받은
편지모음과 칼릴 지브란의 대표적인 작품에서 발췌한 것들을 엮은 소책자였습니다. 아직도 작은 글 하나가 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아내도 진실한 사랑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좋아합니다. 칼릴 지브란의 책을 읽는 것은 저에게 큰 기쁨이요 설렘입니다.
칼릴
지브란이 들려주는 우화 <어느 광인의 이야기>에 나오는 글들은 삶의 갈등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전쟁’(pp.31~32)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도둑질하다 베틀에 걸려 한쪽 눈을 잃은 도둑은 임금에게 베 짜는 사람에게 벌을 내려 달라고
합니다. 임금은 베 짜는 사람의 한쪽 눈을 뽑으라고 했지만, 베 짜는 사람은 베를 짜려면 두 눈이 다 필요하니 한 눈만 있으면 되는 이웃집
구두장이의 눈을 빼라고 요청합니다. 그래서 임금은 구두장이의 한쪽 눈을 뽑아 버렸습니다. 만족스런 재판이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사는 자는 오히려 광인이 아닐까요? 칼릴 지브란은 ‘지혜로운 임금님’(pp. 34~35)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녀의 이상한
물약이 들어간 우물물을 마신 사람들은 모두 미쳐 버렸습니다. 그들은 그 물을 마시지 않은 임금이 정신이 나갔다고, 그를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밤 임금은 우물물을 떠다 마셨습니다. 그 성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임금도 제정신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지브란은
어떤 지혜로운 자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님인 지혜로운 분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어떤 지혜의 길을 걷고 계신가요?” 그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천문학자요 … 해와 달과 별들, 이 온갖 것들을 관찰한다오”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것일까요? 참다운 자유는 어떻게 누리는 것일까요? 타인의 이해를 받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타인에게는 광인처럼 보이는 것, 자신만의 고독에 머무는 것입니다. 마음의 눈으로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칼릴 지브란이 그런 삶을
살았기에 이런 우화들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
책 마지막에는 역자 권루시안이 정리한 [칼릴 지브란의 삶과 죽음]이 실려 있습니다. 칼릴 지브란의 글을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 아주 유용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이 책도 지브란의 다른 책들 옆에 나란히 꽂아 놓았습니다. 나란히 꽂혀 있는 그의 책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지혜가 내게 말을
거는 듯합니다. 칼릴 지브란은 제가 사랑하는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