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이방인 - 내 안의 낯선 나를 발견하는 시간
로버트 레빈 지음, 홍승원 옮김 / 토네이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나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본래 나는 내성적이고 이지적이며 타인에 대해서는 인색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돌아보니 사랑하는 이를 만났을 때는 매우 감정적이고 열정적이었고,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러다가도 피곤하면 내 안으로 파고들어 나만 생각하고 ‘귀차니즘’(?)에 빠져 모든 일에 소극적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도 자신의 경험을 많이 풀어놓는다. 뉴욕의 한 파티에서 만난 사람을 초대해 놓고는 엄청 후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본인은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고 집에서 쉬는 것을 갈망하는 사람인데, 덜컥 사람을 초대하고는 후회했단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골탕 먹인 것이다. 부끄럼도 미안함도 사과도 없이”(pp. 227).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 안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시간에 따라,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스스로 낯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참된 정체성은 단번에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변화하는 존재다. 이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 14장에 예를 들고 있는 ‘오스카 쉰들러’의 경우가 흥미롭다. 그는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공장을 지은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공장을 지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자신의 부와 권력을 이용해 1천3백명의 유대인을 구해내는 인물이 되었는가? 쉰들러가 가까이 했던 나치 간부 쾨트는 어쩌다가 무시무시하고 변덕스러운 인물이 되었는가? 쾨트의 개인 속기사 펨퍼에 따르면, 쾨트는 사무실에서 갑자기 장총을 집어 들어 창밖을 향해 쐈다. 비명소리가 난 뒤 그는 다시 책상에 돌아와 자기 일을 했단다. 그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은 복잡하고 특정한 상황의 조합을 통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쉰들러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후 그의 삶은 개인적이고 사업적인 실패로 점철되었다. 슬픔에 빠져 살며, 독일정부 보조금도 노름으로 날렸다. 그는 ‘한 사람을 구하는 사람은 인류를 구하는 것이다’라는 경구가 새겨진 금반지까지 팔았다. 저자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그가 지녔던 인성은 나치와 싸우는 과정에서 너무나 성공적으로 드러났지만 그 상황의 바깥으로 전환되지는 못했다.”(p. 309).

 

저자는 일관되게 주장한다. 자기와 비자기를 구별하는 경계들은 애매하고 변덕스러우며, 우리 안에는 다양한 군중이 들어 있다. 그리고 자기라고 부르는 실체는 다양한 단계에게 계속 변한다. 이 유동성은 유연성으로 엄청난 가능성을 이끌어낸다. 우리 인간의 힘은 무한대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고 거부하고 수정하는 능력이 있어 얼마든지 자신을 바꾸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오묘한 존재인가! 나는 좀 더 나은 존재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저자가 인용한 노자의 글귀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내가 나인 것을 내려놓을 때 나는 비로소 나일 수 있다”(p. 316). 이 책을 읽으며 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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