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101가지 사용법 - 연필, 이 단순한 도구의 놀라운 쓰임새
피터 그레이 지음, 홍주연 옮김 / 심플라이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피터 그레이는 연필에 관한 유머가 가득 담겨 있는 책을 써 냈다. 연필의 <연필의 101가지 사용법>! 시작부터 재미있다. 연필은 어디서 났는지 모르게 서랍 안에 가득 담겨 있고, 그러나 정작 필요할 때는 안 보이는 것이다. 작가는 연필 깎고 남은 부스러기는 테이블보를 더럽히고 맨발로 밟으면 아프다고 너스레를 떤다. 연필에 관한 그의 수다 속에 일러스트레이터로 40년 인생을 함께 한 연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진다.

 

이 책, 목차도 없다. '2B or Not 2B'라는 말로 연필의 종류를 설명하고, 연필심을 왜 lead라고 하는지 그 유래를 말한 뒤, 연필 드로잉에 관한 기초부터 재미있게 알려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선을 겹쳐 그리는 스케치를 통해 그림의 윤곽을 잡아냈단다. 형태를 잡기 위해 기준선 그리기, 질감 표현하기, 사람 머리 그리기, 트레이싱(tracing)하기, 트레이싱으로 캐리커처 그리기, 등 연필 드로잉은 재미있는 것이라고, 망설이지 말고 한 번 시도하라고 아마추어의 등을 떠민다. 저자는 드로잉을 처음 하는 자들을 염두에 두고 연필을 잡는 법도 알려 주고 어깨를 이용해서 드로잉하는 법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명암 넣기, 동식물 그리기, 극적인 빛 표현하기, 깊은 공감감 표현하기, 동작선 그리기, 누드 그리기, 4차원으로 그리기까지 드로잉에 관한 잡다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의 미덕은 일반 드로잉 책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내용들이 있다는 것이다. 드로잉 외에 연필로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다. 마술, 연필 돌리기(이건 나도 많이 해 보았다), 귀장식, 콧수염 만들기, 음료 젓기(이건 좀 그렇다), 셀로판 포장지 뜯기, 베스트셀러 집필하기(컴퓨터 때문에 이건 구시대적 발상이다), 껌처럼 씹기(정서가 불안할 때 나도 가끔 하는 짓), 주사위 대용으로 쓰기(이렇게 했다가는 연필심이 다 골아 더 이상 연필로는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후의 제스처로 연필을 반으로 뚝 부러뜨리기다. 물론 테이프로 붙여 다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느새 창가에 종이를 붙여놓고 연필 드로잉을 하고 있고, 사무용 이면지 위에 연필로 그림을 참 많이도 그려놓았다. 나는 볼펜똥이 싫어서 글을 쓰거나 책에 밑줄을 그을 때 주로 연필을 사용한다. 2B, 4B, HB, 등 다양한 종류의 연필, 사랑스런 오랜 친구들이다. 연필로는 사각사각 글씨 쓰기, 쓱쓱 밑줄 긋기, 슥삭슥삭 그림 그리기 혹은 낙서하기가 최고인데, 이 책 덕에 연필 드로잉에 깊이 빠져 버렸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연필을 쥐고 작가가 이 책에 그려 넣은 드로잉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드로잉과 연필에 대해 즐겁고 유쾌한 수다를 한바탕 떤 기분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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