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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평점 :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세계사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 저자의 톡톡 뛰는 주장과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역사를 뒤집어 보는 관점은 인간과 인간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호모사피엔스가 가진 진화상의 약점, 즉 미숙아로 태어나는 현상이 아마도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달시켰을 것이다”(p.
39)라고 추측한다. 더 강력하게 진화한 것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결점이 많은 존재가 더 강력한 종으로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이런 평가를 내린다. “두 혁명은 인류의 삶을 편하게 해주고자 시작되었지만 그와 반대로 인간 스스로를 안락함의
노예로 만들었다. 농업혁명은 경작과 강요된 노동이라는 결과를 낳게 했고, 산업혁명은 … 우리를 거대한 톱니바퀴 속으로 밀어
넣었다.”(pp.65~66). 거의 모든 역사책에서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은 인간의 위대한 진보로 소개하는 데, 이 책은 이 두 대혁신의 실망스런
결과를 말해준다. 어쨌든 역사책들은 역사의 결정적 대전환의 순간들을 제시하지만, 실상 그 대전환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것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놀라운 사건인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건이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그 의미가 명확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역사책은 시대를 구분하고 수많은 연대를 제시하며,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각 시대를 서술한다. 그런데 이 책은 연대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몇 가지 참신한 주제를 다루면서 인간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게 한다. 역사가 결정된 대전환의 순간들, 역사를 바꾼 거대한 생각들, 발명들,
말들(연설들), 그리고 도시, 예술, 영웅, 악당과 보통 사람들, 등을 다룬다. 각 장 하나하나가 훌륭한 주제별 역사책이다. 통찰력이 넘치는
이야기들, 통념을 깨뜨리는 발칙함, 때로 조금은 삐딱한 농담 같은 주장들이 넘쳐난다. 거기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각 장 마지막에 그 장의 주제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 ‘TOP 10"을 정리해 놓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주장 중 하나는 역사속의 악당들과 보통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나폴레옹과 히틀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비정상적인 인물도 예외적 존재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보통 사람도 쉽게 잔인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밀그램 실험(Milgram
experiment) 결과를 인용하면서, 우리는 히틀러를 세계사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인물로 묘사함으로써 평범한 개인이나 사회는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릇된 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렇다. 우리는 히틀러나 나폴레옹을 비정상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간이 그렇게 악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 일게다. 어찌 보면 히틀러가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히틀러에게
동의한 대중과 맞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고 했던 자들이 예외적인 존재일 것이다.
시각을
조금 달리해보니, 역사의 상식으로 알고 있던 많은 것들이 잘못된 정보 내지는 평가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번역 제목이 마음에 든다.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