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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모래 -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카집
이시카와 다쿠보쿠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단카는 하이쿠와 함께 대표적인 정형시임을 알고 있다. 요즘 부쩍 함축된 언어로 삶과 생각을 드러내는 시에 관심이 간다. 내가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이전에 류시화 작가가 엮은 하이쿠 시집,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을 읽으며
큰 감흥을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단카집을 집어 들었다.
다쿠보쿠의
시를 큰 소리로 친구에게 읽어주었다. 친구의 첫마디는 이랬다. “그 시인, 우울증에 걸린 거 아니야? 서글프다, 쓰라리다, 허무하다, 쓸쓸하다,
슬피 여기다, 뭐 이런 말들만 들리네…” 나도 그렇게 느꼈다. 이 시집 뒤편에 있는 ‘해제’를 읽고 나서야 왜 시인이 이렇게 비관적인지 이해가
갔다. 다쿠보쿠는 만성적인 가난과 작가로서의 반복적인 실패로 고통스런 날을 보냈으며, 26세의 젊은 나이에 패결핵으로 요절했단다. 어렸을 때
신동으로 알려졌던 그이기에 실패는 더욱 쓰라렸을 것이다. 아버지의 가출, 짧은 결혼 생활에서 가족 간의 갈등과 장남의 죽음, 작가 자신의
방랑벽, 등 그의 시가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삶의 감정을 정직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의
시들은 큰 울림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그의 작품은 단카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되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와카’에서 독립된 단카는
민중의 삶과 생활을 솔직하게 다루었는데, 그러한 경향의 최전선에 바로 다쿠보쿠의 시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시 모음집 <한 줌의
모래>는 그의 사후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
단카집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해변에서 자기 연민에 잠겨 슬퍼하는 모습을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2장은 중학교 시절과 고향을
추억하며 노래한다. 3장은 가을에 관한 시다. 4장은 훗카이도의 추억을 5장은 도시 생활의 애환을 다룬다.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했지만, 그런 감정들은 인간 모두가 보편적인 경험하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때로는 강렬한 슬픔, 때로는 애잔한
슬픔의 감정이 녹아있는 다쿠보쿠의 단카를 읽고 나니 심적으로 가벼워짐을 느꼈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치유되듯, 그의 시를 읽으며
삶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 받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