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의 언격 - 현대사를 바꾼 마오의 88가지 언어 전략
후쑹타오 지음, 조성환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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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회나 청문회 때 정치가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한심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쌍스러운 말도 서슴지 않고, 스스로 무식을 드러내는 말들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해댄다. 그야말로 자신들의 인격을 스스로 폭로하는 격이다. 그 사람의 말이 그 사람의 인격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정치가의 언격>이란 표현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렇다. 말은 영혼의 창이며, 자신의 생각을 담고 드러내는 수단이다.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정치가들만 볼 책이 아니다. 누군가를 이끌며 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이런 책을 깊이 있게 들어다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말을 통해 자신의 됨됨이와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 다른 이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를 바꾼 마오쩌둥의 언어전략을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쉽고도 강력하게 전하는 방법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오쩌둥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사실 나는 마오쩌둥 하면 홍위병을 앞세워 그 무시무시한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주도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공산주의자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가 얼마나 통찰력 있는 리더였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중국의 현대사를 바꾼 마오쩌둥의 88가지 언어전략을 시기별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마오쩌둥의 정치역사를 세력형성기, 목표확립기, 권위강화기, 수성기로 나누어 그가 각 시대에 걸맞은 언어를 구사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세력형성기에 “총대에서 정권이 나온다(槍杆子表面出政權)”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통속적인 말에는 동지들의 혈흔이 묻어 있어 당원들을 환기시키고 역사를 뒤바꾸기에 충분했다. 그야말로 말 한마디로 나라를 일으킨 것이다(一言興邦). 목표확립기에 한 말, “인민을 위해 복무하다”(爲人民服務)는 마오쩌둥의 이론과 실천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것이다. 권위강화기에는 아무래도 민심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한 말들이 많다. 그는 사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민의 사과 한 개라도 먹지 말라”고 “진저우 지방에는 사과가 나온다. … 인민들의 집에는 사과가 많이 있었으나, 우리 전사들은 한 개도 가져오지 않았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감동했다. … 먹지 않는 것은 고상하고 먹으면 비열한 것이다”(p. 273). 그의 이 말은 유명해져서 오늘날 진저우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과를 고속도로 광고판에 에렇게 소개했단다. “진저우 지방에는 사과가 나온다”(p. 275). 아직까지도 중국 대륙에 마오쩌둥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오쩌둥의 언어전략을 연구한 이 책의 저자 후쑹타오는 마오쩌둥이 깊이 있으면서도 분명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 품격을 갖추었다고 평가한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은 진부하고 부화뇌동하며, 무미건조한 것이었다. 마오쩌둥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적어도 그의 정신과 어록은 여전히 중국의 ‘국혼(國魂)’으로 여겨진다. 한국 사회에는 국민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품격 있는 말을 할 줄 아는 정치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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